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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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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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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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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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화

DUMMY





저품격 토크쇼 엠씨들이 간만에 신선혜를 호명하였다.


‘‘오늘 신변호사님도 바로 옆 자리 강형님한테 전염이 되어서 인지 별로 말씀이 없으셔서요.’’

‘‘아이, 오늘 이렇게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저희는 좀 찌그러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호호호.’’

‘‘참! 그러고 보니까, 신변호사님, 강오빠랑 오늘 새벽까지 같이 술 퍼마시다 오셨다는 풍문이 있던데, 그거 사실인가요?’’

‘‘혹시 두 분 방앗간에서 술 마시다 오신 건 설마 아니시죠?’’

‘‘너 그건 뭔 소리야? 설마 두 분이 어젯밤 떡이라도 쳤다는 이야기야?’’


엠씨년놈들의 티키타카를 듣자마자 저 만치 제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무튼 꼭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초 치는 년놈들이 있다.


‘‘무슨 소리야! 난 지금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지나가랴 라는 속담을 응용한 건데. 밤새도록 재잘재잘 떠들다 온 거 아니겠냐고. 두 분 다 원체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시니까.’’

‘‘아하! 나의 섣부른 판단 죄송, 호호호.’’


아무리 C급 감성을 표방하는 인터넷 방송이라고 해도 그렇지.

저런 갑분싸한 섹드립을 주고 받고 있다니.

실지로 저 만치 제인의 표정은 어느새 시멘트처럼 굳어져 가고 있었다.


‘‘자! 어쨌든 신변호사님! 혹시 제인 누나한테 개인적인 질문 있으시면 질문 좀 하시죠?’’

‘‘아! 갑자기 생각나는 게 하나 있긴 있는데요 ......’’

‘‘뭐죠?’’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저희 컨셉에 맞게 되도록 품격만 없다면 됩니다.’’

‘‘예. 정말 품격이 많이 없는 질문이라서요 ......’’


신선혜가 제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 ....... 사실 인터넷에 제인님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나돌고 있거든요. 감히 면전에서 이렇게 대놓고 여쭤보게 되어서 정말 죄송하지만, 연예계 알아주는 군기반장이셨다고 ...... 얼차례도 시키고 심지어 모 후배는 정말로 때렸다는 썰도 있는데, 사실인가요?’’

‘‘참나!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들 좀 했으면 하는데.’’


신선혜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했다.

이어지는 그녀의 짜증 가득한 설명.


‘‘변호사님! 변호사님은 이번 저희 핑크걸스 20주년 기념 다큐 혹시 못 보셨나요? 거기 보면 그동안 저희 멤버들 루머에 대해서 해명 다 나와 있거든요. 새벽이 마약 루머랑 막내 오로라 왕따 논란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고 다 밝혔고요. 마지막으로 저의 경우 그 군기반장 소문에 대해서 여러 후배들이 증언에 나서줬죠. 군기반장은커녕, 거꾸로 어리고 여린 걸 그룹 멤버들이라고 막 대하는 엔터 쪽이나 방송 쪽 어른들 제가 용기 있게 나서서 대신 응징했다는 후배들 증언들이 줄줄이 이어졌다고요. 제가 이번에 괜히 가수협회장에 당선되었는 줄 아세요? 그런 자료들도 안 찾아보시고 경솔하게 그런 질문을 이 자리에서 막 하시면 어떡해요? 그것도 다름 아닌 변호사라는 분이 말이에요.’’


제인이 냉랭하면서도 흥분한 어조로 한참 설명해주었다.

아마도 나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정말 저 루머 때문에 그동안 제인 마음고생이 심했겠구나.


하지만 나만은 달랐다.

나만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신선혜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과민반응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천하의 걸그룹 핑크걸스 멤버였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200억대 재력가라고 해도.

아무리 한국 가수협회 회장이라는 권력까지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자 입장에서는 나이에 대한 열등감을 떨쳐낼 수는 없는 법.

마흔 중반의 나이에 이십대 풋풋한 여자 애가 치고 올라오는 것에 본능적으로 거부 반응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분란의 단초는 나, 강대구가 제공하고 있었다.

이 놈의 인기란 정말.


‘‘뭘 봐요?’’

‘‘으응?’’

‘‘뭘 보냐고요?’’


제인에게 한 소리를 들은 신선혜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내게 속삭였다.

분명 시비 터는 어조였다.

그녀가 나에게 이런 적이 있었던가.


변호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허당 끼가 엿보이는 그녀지만,

역시 여자는 여자인가 보다.


나를 향한 제인의 말의 성찬에 이어

나와 친하다는 이유로 제인이 자신에게 과민반응을 보인 것을 통해

그녀도 제인이 나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눈치 채기 시작한 듯보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 계속 전개되고 있었다.

나를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잔뜩 날을 세우는 경우.


이런 경우는 일찍이 내 인생에서 지금껏 딱 한 경우만 존재해 왔었는데.

집에서 엄마와 여동생과 있을 때.


그것도 지금처럼 서로 나의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서기는커녕

정반대로 저 새끼 좀 어떻게 내치라고 책임 떠넘기기 하면서 서로 날을 세웠었던 건데.

정말 이런 경우에 대비해 축적된 노하우가 없으니 황망하기 짝이 없다.


사실상 이 모든 발단을 제공한 프롬프터야!

아직 연애 솔루션 쪽으로는 너 딥러닝이 안 되어 있는 거냐.



+++



방송이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오늘은 지금까지 내가 저품격 토크쇼 출연한 이래로 가장 멘트를 적게 날린 날일 것이다.

방송 내내 나는 계속 딴 생각에만 빠져 들어가 있었으니.


어느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시사팩폭쇼 섹시 차도녀 한소라.

첫 만남에서부터 나를 열렬히 숭배해주던 청순 미모 변호사 신선혜.

처음 티비에 봤을 때부터 나의 이상형이자 우상으로 자리매김했던 미스코리아 출신 앵커 송주나.

마지막으로 전설의 걸 그룹 멤버이자 거침없는 직진녀 제인까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4인 4색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미모, 재력, 나이, 가정환경, 학벌 등등을 가지고 마치 결혼정보업체 직원인양 점수 매기고 덧셈 뺄셈까지 해 봐도 쉽사리 정답이 안 나왔다.

네 명의 장점만을 다 모은 슈퍼 우먼은 정녕 없는 것일까?


그러다 마침내 내가 도달한 잠정 결론이 있었으니

그 곳에는 고등학교 동창 조동식이 우뚝 서 있었다.


동식이 녀석은 내 인생 통 틀어 알고 지낸 지인들 중 가장 카사노바였던 인물로

일주일에 한 번 원 나잇을 못하면 팬티 속에 가시가 돋는다는 설화가 전승되고 있고

오로지 단 한 명만의 여자를 사귀고 있는 시기를 자신의 흑역사 시기로 규정 지었던 놈이다.


비록 지난 시절 월드컵 주기로 여자를 잠깐 한 번씩 사귀었던 나였지만,

완전 딴판 새 사람으로 환골탈태한 이 시점에서

이제 나라고 양다리 삼다리를 넘어 사다리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는가.


아무튼 간만에 녀석에게 연락해 술 한 잔 하며 다중연애 노하우를 전수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번외로 스와핑이나 쓰리섬, 심지어 포섬 경험까지 있다면 그것까지도.


으흐흐흐 입가에 침이 조금 흘러내리려는 찰나

엠씨 홍일점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이제 거의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요. 우리 오늘 특별 게스트 제인 언니 앞으로의 계획 좀 들어볼까요?, 호호호.’’

‘‘앞으로의 계획이라 ......’’


제인이 슬쩍 또 나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도 가수협회장에 뽑혔으니까 케이 팝을 비롯한 우리나라 엔터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잘 먹히도록 이것저것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겠죠. 그게 지금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당면 프로젝트라 ......’’


바로 그 순간이었다.

프롬프터가 예의 위엄 있는 자태를 뽐내며 내 눈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생각하지 않고 있었기에 깜짝 놀랐다.

이 녀석, 이제 하다하다 연애 문제까지도 솔루션을 제공해?


‘‘그러시군요. 아니, 근데 행정가로서 제인 누님도 보고 싶지만, 가수로서 앨범 안 내세요? 솔로 가수 말고 핑크걸스 완전체 결합은 이제 완전히 물 건너 간 건가요?’’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저희 이십 주년 기념 다큐 찍으면서 허심탄회하게 그 문제에 대해 셋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어머! 정말이요? 기대된다. 그런데요?’’

‘‘그런데, 아쉽게도 좀 힘들 것 같아요.’’

‘‘아이, 실망이에요.’’

‘‘예. 팬 여러분들 생각 저희도 잘 알죠. 하지만 물리적으로 스케줄 조정을 아무리 해 봐도 견적이 안 나오더라고요. 아시겠지만, 저희 멤버 셋 다 완벽주의자 중에 완벽주의자들인데 이왕 하려면 정말 완전체로 복귀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다들 원래 하는 일들이 너무 바쁜데다가 제가 이번에 중책까지 맡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저 요즘 뮤지컬 섭외도 전부 거절하고 있거든요 ......’’


바로 그때였다.

사라졌던 프롬프터 녀석이 다시 또 두 번째 그 위용을 자랑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



‘‘오빠!’’

‘‘으, 응?’’

‘‘해장은 하셨어요?’’


방송이 끝나고 옷가지를 챙기며 자리에 일어나려는 중이었다.

신선혜가 아까 방송 중 내게 투덜대듯 말한 것이 미안해서 인지 원래 친절 모드로 돌아와 질문을 던졌다.


‘‘아, 아니. 나 오늘 선약이 있을 것 같아서. 미안.’’


나는 곧바로 신선혜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떴다.

이유는, 저 만치에서 제인이 우리를 훔쳐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제인님.’’

‘‘예. 강소장님. 오늘 방송 수고 많으셨어요.’’

‘‘저 오늘 새벽까지 술 마셔서 차 안 가지고 나왔거든요.’’

‘‘어머! 그러셨어요?’’

‘‘예. 그래서 그런데 저 집까지 차로 데려다 줄 수 있으세요? 차로 15분 거리 거든요.’’

‘‘어머! 그럼, 저 영광이죠. 그럼, 저 집에 바로 초대해 주시는 건가요?’’


우리 옆에는 저품격 토크쇼 장피디가 서 있었다.

그가 막 제인에게 다가와 출연 답례 인사를 하는 중이었으니까.

갑자기 끼어 든 나와 제인의 대화를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그는 아마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 됐구 형님, 아무리 요즘 좀 친다 해도 그렇지. 대체 뭔 자신감으로 감히 제인누님한테. 이 형님 이렇게 개오버 계속 하면 오래 못 갈텐데, 쯧쯧.’


장피디의 혀 차는 소리를 등 뒤로 하며 나는 제인을 에스코트 하며 곧바로 주차장으로 갔다.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 생전 처음 보는 외제 차였다.


‘‘타시죠, 강소장님.’’

‘’이 차는, 어떻게 타는 거죠?’’

‘‘호호호. 어떻게 타다니요. 역시나 강소장님이 울 나라 시사평론가 중에 제일 말씀 재미있게 하시는 것 같아요.’’


말한 대로 저품격 토크쇼 스튜디오와 내 원룸까지는 15분이면 족하는 거리였다.


‘‘제인님.’’

‘‘아! 예.’’

‘‘제가 의외로 성격이 좀 급한 편이거든요.’’

‘‘어머! 저도 그런 스타일인데. 그래서 그룹할 때 얘들이랑 좀 그 문제로 많이 부딪쳤었는데.’’

‘‘그러시군요. 근데 저는 여자 분한테만 좀 성질이 급한 편입니다.’’

‘‘예에?’’


제인의 얼굴에 살짝 홍조 끼가 엿보였다.

산전수전 다 겪었을 그녀도 이런 경험은 거의 처음으로 겪어보는 듯했다.


‘‘그래서 그러는데, 저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하는데.’’

‘‘보, 본론이요?’’

‘‘예, 이 차안에서 바로요.’’

‘’이 차안에서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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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 +1 24.06.20 228 5 12쪽
44 43화 24.06.19 22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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