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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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9 19:10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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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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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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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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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 외출(1)

DUMMY

현준은 외제차를 끌고 한밤의 도로를 달린다. 주위에 택시들이 아까부터 자신과 맞추어 속도를 내고 있다. 오른쪽에 깜빡이를 두고 잠시 정차를 하자, 한참 뒤에서 같이 정차를 한다. 한 대, 뒤에 한 대, 그 뒤에 한 대. 총 세 대가 보인다.


집요해지는 사생팬에 현준은 골치가 아프다. 내 번호판을 외운 건가···. 자신이 지옥으로 가면 따라서 쫓아올 아이들이다. 현준은 다시 시동을 출발하고, 차들 사이로 급하게 끼어들기를 한다. 뒤에서 급브레이크가 나고 소리가 들려도 어쩔 수 없다. 한참을 고속도로에서 달려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옆 골목길에서 다시 택시가 나타난다. 바로 왼쪽으로 바짝 붙어 창문이 열린다. 안에 여성이 자신을 쳐다본다. 하···. 최악인데···. 현준은 가던 곳을 꺾고 가장 가까운 근처에 산을 좌표로 찍는다. 굽은 고갯길을 외제차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우선은 고속으로 달린다. 덜커덩 방지턱에 부딪히는 소리가 연속으로 나고, 차가 들썩인다.



중간에 여러 차가 주차된 공터가 보이자, 현준은 그 사이로 차를 주차하고 서둘러 빠져나온다. 멀리서 차가 들려오는 소리를 피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곧이어 뒤따라온 택시가 차 주변을 한 바퀴 돈다. 현준의 차를 발견하고, 택시가 깜빡이를 켜고 잠시 정차한다. 내린 여성이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차 안을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없자, 여성이 주위를 걸어가 본다. 보이지 않자, 다시 여성은 또각또각 공터를 가로질러 택시를 탄다. 다시 택시가 내려간다. 현준이 나무 밑에서 떨어진다. 택시가 내려가다가 다시 멈추고 시동을 끄자, 나무 밑 그림자에서 나오려던 현준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어두운 밤을 가로질러 커다란 인영이 하나 날아오른다.


낯선 언덕길의 빌라촌 안. 꼬불꼬불한 길, 색깔만 다를 뿐 비슷한 가지각색의 원룸들이 보인다. 주황색 불빛과 어두움, 그리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미줄 같은 전깃줄, 통신선들이 촘촘히 얽혀 있다.


“하 여기는 또 어디지···.”


현준은 산을 넘어 다시 골목길에 내린다. 현준은 미로같이 보이지 않는 출구들을 바라보며, 이마를 감싼다. 위장용 안경과 함께, 인적 자체가 드문 곳이지만, 바지 안에서 검은 마스크를 꺼내어 쓴다. 따라서 걷는다. 어둠 속의 안도감도 잠시, 자신의 걸음걸이에 맞춰 미세하게 걷는 소리가 들린다. 신경이 예민해진다. 긴장 속에 마스크 사이로 송곳니가 다시 길어진다.


‘그 사이에 또 생긴 건가.’


현준은 귀에 들려오는 모든 감각이 뒤를 향해 움직인다. 티가 나지 않게 느리게 움직이는 대로 슬쩍 뒤를 돌아본다. 한 여성이 따라서 오고 있다.


가로등 근처로 내려가 전화를 받는 척 걸음을 멈춘다. 들리던 발걸음이 멈춘다. 자신의 뒤에 있는 어둠을 바라본다. 가로등의 눈 부신 빛 사이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바라본다. 늘어나는 모르는 발신자 번호와 자신의 집으로 날아오는 선물들 탓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오늘은 그른 것 같다.


현준은 복잡한 어두 컴컴한 골목길로 들어간다. 더럽고 비좁은 길들 주위로 건물들이 빽빽하게 서 있다. 굳게 닫혀있는 건물들을 지나, 현관문이 열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현준은 숨을 죽이며 조명이 꺼질 때까지 숨을 참는다.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것 참 곤란하네. 잘생기면 피곤하다니까’


발걸음을 멈춘다. 여성이 출입구를 살핀다. 현준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목을 조를까’ 여성이 다시 주위를 맴돌다 멀어진다. 현준은 주먹 중에 손가락 한 개를 편다. ‘그냥 보내준다.’ 다시 여성이 돌아온다. ‘목을 조른다’ 현준이 두 손가락을 편다. 다시 여성이 사라진다. ‘보내준다.’ 손가락 하나를 다시 접는다.


건너편 건물에서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자, 여성이 걸음을 멈춘다. 행인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왜케 빨리 왔어. 기다렸네”


현준은 행인에게 다가가, 어깨를 자연스럽게 걸친다. 쇼핑백 속에 들어 있는 모자를 자연스럽게 쓴다. 당황한 행인의 귀에 속삭인다.


“저 앞까지만 잠시 같이 가주세요”

가만히 있던 행인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당황하는 행인에게 눈빛으로 빠져나가자고 말을 한다.


얼떨떨한 행인은 현준에게 이끌려 골목길을 벗어나, 바로 인적 드문 건물의 좁은 주차장 안으로 들어왔다. 어둠이 짙게 깔려 바깥의 가로등만이 있다.


“많이 놀랐죠. 신세 많이 졌어요.”

현준은 모자를 벗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행인을 바라본다. 새봄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


딩동.


응원봉 굿즈가 저렴하게 올라왔다. 아직 정식 팬이 아니니까, 중고로 사는 게 아주 합리적이라고 새봄은 생각한다.



지도를 보고 걷는다. 상가가 없이 모텔촌이 주변에 나온다. 새빨간 간판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환락의 거리가 나온다. 빙 둘러 간다. 아뿔싸 완전 외곽이다. 구도심의 원룸촌이라 인적도 드물고, 근처로 돌아간다. 가로등이 없는 곳이다. 아까보다는 낫다며 속으로 다짐한다.


밤 아래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아무도 없는 한산한 골목에서 풍기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이어폰을 귀에서 뺀다. 주위에 이는 소음에 곤두선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지···. 당근거래를 하기 위해 가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길을 잘못 든 것인지 지도에서 알려준 것과 다른 길을 가는 듯하다. 다시 돌아서 가야 할 것 같다. 지도 앱이 고장 나 버린 가로등 거리를 안내한다. 원룸들 사이의 좁은 골목. 새봄은 가야 할지 고민한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 골목을 걸어간다.



중간쯤 다다를 무렵. 주변에서 깡통이 발에 채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을 살핀다.


새봄은 으스스한 거리를 올라간다. 주위에 누군가가 뒤따라 온다. 어두움을 보며 곤두서는 신경이 곤두선다. 데구루루 어두움 속에서 캔이 둘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쳐다보니 기다란 팔과 다리가 어둠 속에 삐쭉 튀어나와 있다. 검은 그림자로 뒤덮인 손이 움직인다. 왠지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다는 느낌에, 새봄은 더욱 빠르게 잰걸음을 한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숨이 찰 것 같은 느낌에,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숨이 찰 것 같았다. 옆에서 갑자기 자신을 누군가가 낚아챈다. 자신에게 손을 뻗쳐 오자 막힌 목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남자는 밝은 가로등을 지나 급하게 자신을 힘으로 이끈다.



새봄은 자신보다 얼굴 하나 정도 키가 큰 남자가 자신의 모자를 쓰며, 어깨를 자연스럽게 걸치고 있다.

‘살려줘!’



‘왜?’


현준은 자신을 경계하는 새봄에 당황한다, 거미줄처럼 잔뜩 드리워진 전기선들과 어두운 골목들이 인간의 상상과 두려움, 보이지 않던 불안들을 끄집어낼 것만 같다. 현준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짧은 머리를 다시 만진다.


“여기 편의점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새봄의 떨리는 목소리에 억지로 내리고 있던 현준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니.”

마치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잔뜩 커진 작은 눈이 매우 귀엽다. 피로가 가시는 듯하다.


“네”


새봄이 꾸벅 목인사를 하고, 멀어진다. 어둠의 한 가운데까지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다. 새봄은 얼굴을 치켜든다.


“저기 죄송한데 잠깐만 같이 가실 수 있죠? 이걸로 상부상조하는 거예요.”

제법 귀엽다.


“그래. 근데 너 어디로 가는 줄 알아?”

“네 핸드폰 있잖아요”


흐르는 적막 사이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본다. 현준이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걷는다. 현준은 주변의 골목들을 구경하고, 근처에 멀리서 들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다가 새봄을 문득 쳐다본다. 새봄은 가방을 꼭 붙잡고 앞과 핸드폰을 번갈아 쳐다본다. 우연히 자신과 눈이 마주친 새봄이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둘이 가만히 걷는 것이 제법 어색하다.


“자 여기는 좀 밝으니까 알아서 갈 수 있지?”


현준은 바지 안에 손을 집어넣고 미련 없이 돌아선다. 졸졸 따라 걷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새봄은 백팩을 메고 자신을 계속 쳐다본다..


“왜 안 가”

“무서워요.”

“너 아까도 잘 왔잖아.”


현준은 바지 안에 손을 집어넣고, 비스듬하게 다리를 굽힌다.


“그때도 무서운 거 겨우 참고 왔다고요.”


“이참에 무서움을 극복하는 건 어때?”


“도와주는 김에 끝까지 해주면 안 돼요? 중간에 도망가기에요?”

현준은 새봄의 곁으로 다시 걸어간다.


현준은 심심함에 새봄의 그림자 위에 몰래 손가락을 겹친다. 새봄의 몸에 악마의 뿔이 솟아나기도 하고, 천사의 날개가 되었다가, 새봄의 몸 안으로 사그라진다.


편의점 근처에 기다리던 학생과 새봄은 눈인사를 하고 쇼핑백을 가지고 온다.


“뭐 샀어?”

“인기 있는 거요.”

“그러니까 뭔데.”

“아저씨는 모르는 거 있어요.”


새봄의 말에 현준이 입이 잔뜩 나온다.


“실컷 같이 걸었더니 아저씨 대접이야?”

“몇 살인데요?”

“안 알려줘.”

“나이 모르면 아저씨 맞죠.”

“오빠라고 불러.”

“그러면 여기서부터 혼자 가라”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춘 현준을 새봄은 귀찮아하려는 찰나, 남성의 큰 고함이 들린다.


”야이 새끼야. 그렇게밖에 못 살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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