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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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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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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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방구석 캠핑

DUMMY

한창인 시간에도 태욱은 집에 틀어박혀 있다. 추운 듯이 담요를 돌돌 말고 소파에 누워있다.

등을 돌려 얼굴을 꽁꽁 감추고 있자, 집에 도착한 현준은 태욱을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오늘 출근하는 날 아냐?”

“휴가 썼어. 때려치울 거야”

“잘 다니다가 왜”

“다시 구하면 돼”


엉엉 오랜만의 본 태욱의 얼굴이 잔뜩 부어 있다. 며칠을 자지 못한 듯 거칠한 피부에도 눈덩이가 커졌다.


“무슨 일 있어? 친구는 왜 안 만나고 집에서 궁색 맞게 그러고 있어”

태욱이 담요를 머리 위로 덮고 눕는다.


“저번에 나 찍었던 사진은 줬어?”

태욱이 다시 담요를 걷어치우고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못 줬어 내가 게을러서 못 줬어!!”


현준은 태욱이 일어난 소파에 앉는다. 태욱은 부엌으로 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라면을 호로록 먹다가 엉엉 울며 면발이 다시 입 밖으로 쏟아진다.


태욱은 끝내 총각김치까지 야무지게 먹고는 캠핑 도구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다. 같이 가자고 사놓고서는 코로나 때도 안 썼던 물건들이다. 두 손으로 커다란 텐트를 들고, 태욱이 현관문을 연다.


“야 어디 가. 요즘 캠핑 구역 예약 꽉 찼을 텐데.”


“안 나가” 조용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현준이 다가가서 캠핑 도구를 들며 태욱의 눈치를 살핀다.


“마당에 설치 할거지?” 태욱은 다시 도구들을 주섬주섬 양팔에 든다. 두 팔에 잔뜩 들고 내려갈 듯 주렁주렁 인다.


“저기 폐가에 설치 할 건데”


“접근금지 지역 펼쳐진 거 안 보여. 최근에 사망자 발견했다고 떠들썩했잖아.”


“나는 거기가 좋다고. 천변도 근처고 햇볕도 잘 들잖아.”


“얼어 죽을 햇볕 타령. 타 죽을 일 있어?”


뚱하게 있는 태욱에게서 현준이 가방을 뺏으려고 하자, 태욱이 힘으로 막는다.


“이리 내놔.”

다시 현준이 짐을 뺏는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도 캠핑 하고 싶었어”


샐쭉한 표정의 태욱의 얼굴이 갑자기 화색이 돈다. 잔뜩 부은 눈에 초췌한 얼굴, 듬성하게 자란 수염들과 어우러져 기이하다.


“대신 마당에서 같이 하자. 폐가는 너무 눈에 띄잖아”



**



산에서 때온 장작으로 불이 아주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람을 집어삼킬 듯 큰불이 나며, 검은 연기가 한 번씩 모락모락 나서, 주변에서 산불 신고가 안 들어오면 다행일 정도이다.


방금까지 음식을 먹었는데도 태욱은 무쇠솥과 삼겹살, 미나리, 김치 등을 잔뜩 가져온다. 열심히 기름을 바르는 태욱의 정성이 사뭇 진심이다.


우리 집에 이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현준이 머리를 요리에 관심이 없는 현준이 우리 집에 이런 게 있었나. 보물창고에서 꺼내듯이 하나둘씩 가져온다.



시원한 바람 속에 태욱은 늦가을에도 살아 잇는 모기가 자신을 간지럽힌다. 손으로 잡는다. 피를 잔뜩 빨아들여 몸이 통통해진 모기는 무거운지 날지도 못한다. 때리자 피가 흘러나온다.

태욱은 모기가 뻇어먹는 피가 몹시 아깝게 느껴졌다.



최근에 유행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설치하는 태욱과 달리 산 안에 굳이 캠핑이라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현준을 한다. 태욱은 자신을 쳐다보며 노래를 같이 부르기도 제의한다.


먹보인 태욱 때문인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버려, 먹는 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다리 한쪽을 그대로 바비큐를 하려는 듯 태욱이 꺼내자 현준이 말린다. 태욱은 아이스박스에서 마시멜로와 오징어, 밤을 잔뜩 꺼낸다.


“화력에는 훈제죠.”

음식들을 보고 행복하게 입맛을 다신다.


다시 음식들을 한참 올리고 나서, 생선들이 느리게 익자, 성미가 급한 태욱은 계속 꺼내서 다시 보고 뒤집기를 반복한다.



“불이 줄어드나, ”


그래서 더 느리게 익겠다고 속으로 생각할 때, 태욱은 종이들을 모아서 장작 속으로 던지고, 부채질을 세게 하기 시작한다. 현준의 방향으로 불똥들이 튀기 시작한다.


더욱 더!



구운 오징어 냄새가 어디서 솔솔 나는 구운 오징어 냄새에 태욱은 부채질이 효과가 있다고 뿌듯해한다. 오징어는 여전히 타지 않았다.



어···.


졸고 있는 현준의 머리끝이 활활 타고 있었다. 태욱이 입으로 바람을 불려다가 오히려 다른 머리카락으로 불이 옮겨붙는다. 태욱은 부랴부랴 생수 한 통을 까 현준의 얼굴에 들이붓는다. 생쥐 꼴이 된 현준이 잠에서 깨어, 축축해진 옷들을 바라본다. 영문을 모르는 현준은 태욱을 째려본다..


태욱은 과잉된 웃음을 짓는다.


“아니 머리에 뭐가 묻었길래”


“옷이랑 다 젖었잖아. 묻었다고 물을 부으면 어떡해”


“아니 계속 불이 안 꺼지길래 물을 부었지···.”

거짓말할 융통성이 없는 그는 금세 탄로 난다. 현준이 화를 낸다..

“뭐라고?!”


거울을 보고 자신의 머리를 본다. 잔뜩 고불고불하며 머리들이 뻗쳐 올라간다.

현준의 화를 참지 못하고 태욱에게 소리친다.


“내 머리까지 먹으려고 여기에도 불을 붙이냐?”


태욱은 화에 놀라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눈치를 보다 조심히 다시 텐트를 치고 있다. 자신을 일부러 피하는 모습에 현준은 자신의 화를 주체할 수 없다. 눈치를 보다가 태욱은 현준이 제일 좋아하는 레어 스테이크를 만든다.


자 이거 좋아하는 거, 와인잔에 피를 잔뜩 따라 준다.


“이거 신선할 거야.”


“···”




“걔도 고등학생이랬나? 걔는 시험공부 잘하고 있대?”


침묵을 깨고 현준이 말을 꺼내자마자 가위를 들은 태욱이 자신에게로 달려온다. 같이 사는 친구지만 제법 사나운 곰과 사는 것 같다.


‘지금 내가 화내야 하는 상황이거든?’


자신의 옷을 잔뜩 손으로 구긴 모습을 현준이 지켜보며 숨을 삼킨다.


“왜? 말로 해”


“걔 죽었다고!”


“아···. 미안···. 근데 네가 말을 안 했거든. 말을 해야···.”


태욱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현준은 말을 삼킨다.



**




미용실에 앉은 현준의 머리가 아주 짧다. 불탄 머리를 수습하다 보니 현준의 이마가 처음으로 환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매니저가 옆에서 말한다.


“이제 곧 활동 시작하는데 어떡하지?”

원장님이 말한다.

“아유 워낙 본판이 좋아도 머리가 짧아도 완전 왕자 같죠.”


“그러긴 한데. 머리를 올리니까 되게 눈이랑 되게 날카롭게 보이는 것 같아서요.”


흠 매니저가 사진을 찍어 소속사에 보낸다. 카톡을 몇 번 주고받던 매니저가 말한다.

“이참에 몸 만들어 볼래? 헬스장은 새로 끊어 준대”


현준은 매니저를 째려본다.

“일정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좀 빡센 데로 바꿔 달라고 할까?”


원장은 중간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화제를 전환하다.

“아휴 이거 메이크업을 안 해서 그렇다니까. 화장하면 괜찮아.”



매니저의 과한 친절 덕인지 헬스장에는 호랑이 트레이너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돈을 주고 정신 얼차려를 받으러 간 느낌이라 기분이 달갑지는 않다. 소속사가 이번에 컨셉을 바꾸려고 작정을 한 듯하다.


“적당히 하고 소속사에 잘 이야기 해주세요.”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어림도 없지. 연예인 성호, 소형 알지? 다들 비쩍 말랐다가 내가 봐줘서 몸짱으로 거듭난 거 아냐!”

“자네도 조금만 있으면 딱 식스팩 보면서 흐뭇해 할 거야. 나중에는 알아서 찾아올걸?”


“오늘은 첫날인데 좀 쉬엄쉬엄하면 안 될까요?”


현준은 최대한 연약하게 보이려고 보통 때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스쿼트 20개씩 4세트!!”


“한 개 더! 할 수 있다!”

현준이 느려질 때마다 호랑이 선생의 목소리를 더욱 커진다.


“데드리프트도 20개씩 4세트!”


“저 운동에 재능이 없어서요.”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아 오늘 봐주는 거라니까?”


“아이돌 현준인데 이것밖에 못 하냐!”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


호랑이 같은 고함이 두 세 배가 되어 돌아온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말을 삼키며, 현준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


“자 이제 개운하지? 아직 맛보기라고.”


맥주 피처 병이 들어갈 것같이 두꺼운 팔뚝이 현준의 눈앞에 있다.


‘아니요. 저는 지금 죽을 거 같은데요.’



**



현준이 숨을 헐떡이며 드넓은 거실 소파에 눕는다. 매니저가 챙겨 준 단백질 영양제와 닭가슴살이 보인다. 시간이 되니 트레이너에게서 전화가 온다. 꽤 끈질기게 연속으로 울리는 전화 소리에 현준은 노이로제가 생길 것 같다.



현준은 전자레인지에서 갓 돌린 닭가슴살을 찍어 트레이너에게 보낸다. 태욱은 한쪽에는 양배추, 케첩이 잔뜩 뿌려진 계란후라이가 올라가 있는 토스트 식빵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태욱은 건네받은 닭가슴살 위로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하고, 다시 식빵을 조심스럽게 덮는다.


입맛을 다신 태욱이 현준을 쳐다보고 잠시 기다린다.


“한 입 줄까?”

“아니 너 먹어.”

입맛이 없는 현준은 태욱을 가만히 쳐다본다..


트레이너의 바람과 달리, 현준의 기량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니저와 태욱에게 현준이 계속 투덜대는 날이 지속할 무렵, 트레이너의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트레이너가 계속 “이상하다···.” “근육이 안 느네···.”라고 한숨을 푹 쉰다.


땀으로 얼룩진 옷들 사이로 탄탄하게 자리 잡힌 현준의 근육들이 드러난다. 현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다시 매니저에게 전화한다.


“헬스장 이제 안 가도 되지? 트레이너 전화 바꿀게”

현준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해방감에 식은땀으로 가득한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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