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4 21:4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888
추천수 :
10
글자수 :
266,505

작성
24.05.08 23:25
조회
160
추천
2
글자
10쪽

1. 위험한 만남

DUMMY

자연의 마법을 부리는 것 같이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든다. 핑크빛이 어두워지고 남은 자리에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현준은 높은 나무 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자신의 밑에 느껴지는 마지막으로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바라본다. 아직 채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사람들이 멀리서 바삐 움직인다. 시들어가는 하늘 밑에 대지는 붉게 점멸하는 노을처럼 붉디붉다.


멀리서 여성의 신음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덤불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모처럼 만의 여행인가.’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뒤로 인적이 더욱 드물어진 탓에 오랜만에 들려오는 침입자가 현준은 반갑다. 다가오는 어둠에 느리게 기지개를 켠 현준은 천천히 날아오른다. 제법 선선해진 바람이 셔츠의 옷깃들 사이로 쇄골 사이를 스친다. 긴 머리카락이 부대끼는 바람에 현준의 관자놀이 주변에 찰랑거린다. 바로 밑에 점같이 작아져 버린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에 짜릿해진다. 저 멀리 있는 천변의 비릿한 물 내음이 벌써 현준의 코 사이로 짙게 들어온다. 시원한 공기를 크게 들이킨다.



‘제물이여. 어서 와.’


나른한 포식감에 미소를 지으며 저 멀리 유영을 한다. 다리 위에 가만히 옴짝달싹하지 않고 밑에 천변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을 지나, 일몰 시각에 맞춰 지저귀는 새들을 뒤로한다.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나무들 사이를 지나, 하늘로 솟구친다. 산등성이에 드리워진 기다란 그림자들 사이를 유영한다. 강 건너에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초고층 빌딩 사에 갇혀있고, 강물은 유유자적 흐르고 있다.


아주 옅고 조그맣게 피 냄새가 조금씩 풍기기 시작한다. 구불구불 흘러들어오는 냄새에 나도 모르게 이끌린다. 부대끼는 바람에 다리와 쇄골뼈에 부대끼는 옷자락이 우아하게 펄럭인다. 티끌만큼 조그만 형체가 나타난다. 천변 위쪽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



아아.소음의 진원지를 찾았다.



먹이를 발견한 매의 눈처럼 현준의 눈빛이 반짝인다. 현준은 긴 송곳니를 활짝 드러내며, 입맛을 다신다. 재빠르게 날아와 여유롭게 땅바닥에 착지한다.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매무새를 습관적으로 현준은 정돈한다. 세련된 그의 모습과 달리 급한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우거진 수풀들의 짓이기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그 사이를 지나 쓰러진 여성 근처로 다가간다. 다시 여성의 주위에 이르자, 현준은 조심스럽게 온몸을 살핀다.


의식을 잃은 듯 온몸에 힘이 빠진 듯하다. 의식이 없는 듯한 표정과, 수풀에 긁힌 듯 다리에 붉은 생채기들로 덮여 있다. 다리에 피가 굳어져 붙어 있다.


가까이 다가간다. 냄새를 들이키기 전에도 피의 냄새가 그의 코끝으로 진동한다. 생각보다 향이 진하다. 나이가 어린 듯하다.


가까이 다가간다. 현준은 얼굴을 쇄골 근처까지 가까이 다가간다. 향기가 제법 달콤하다. 제법 쇄골뼈가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있다. 현준의 목울대가 울렁거린다. 저 쇄골 사이로 입을 맞출 수만 있다면.




살지 못해 죽은 자를 기리는 일은 시시할 정도로 간단했다. 그저 목에 가벼운 키스만 하면 되었음에도 현준은 달콤한 향기 때문인지 죽은 자에 영혼의 안녕을 위해 작게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너의 선택을 오롯이 응원해.’


쇄골뼈, 목 주위로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탐닉하듯 코로 냄새를 듬뿍 들이킨다. 이 향을 박제해버리면 좋으련만. 조금만 마시기 아까운 현준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더 가까이 다가간다. 코끝이 목에 닿을 듯하다. 다시 한번 마신다. 코안으로 진동하는 향기에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빠르게 그 향을 얻고 싶다. 입을 벌리고, 벼려진 송곳니를 크게 벌린다.



“아-.”


잠에서 깬 여성이 몸을 뒤척인다. 움직인다. 여성의 목덜미가 현준에게서 제법 멀어진다. 현준은 혀로 자신의 긴 송곳니를 훑으며, 아쉬움을 느낀다. 다시 현준이 가까이 다가가 입을 벌리자 여성의 눈동자에 현준이 비친다. 여성은 팔꿈치로 상체를 일으킨다. 현준의 눈동자 속에도 새봄이 비친다. 마주친 두 눈에 황급히 현준이 뒤로 물러선다. 현준은 당황스러움을 과장하여 숨기려는 듯 묻는다.


걱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는 상냥하며 달콤하기까지 하다.

“혼자 여기는 왜 왔어.”


자신의 다리가 불편한 듯. 자신의 몸을 절뚝거리다 움직이기를 포기한 새봄이 현준을 바라본다. 팬카페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 눈앞에 있다. 새봄은 어떤 로맨스 드라마보다도 지금보다 덜할 거라고 믿었다. 죽기 직전에 인생의 구원자가 나타났다는 반가움에 새봄은 빨간 생채기들에도 활짝 미소를 짓는다.


“어 현준 아니에요?”


새봄의 반가움과 놀라움이 잔뜩 섞인 높은 목소리에 현준은 골치가 아팠다. 코에 어른거리는 짙은 향기를 느끼며,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원망스러워졌다. 머릿속으로 이 아이는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되새기며 유혹을 참아낸다. 현준은 아쉬운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새봄에게서 거리를 두고 고개를 돌린다.


“맞죠? 맞네. 여기 송곳니 약간 뾰족하고, 귀밑에 점이 있네. 죄송하지만 같이 사진 찍어도 되죠? 제 친구가 팬이었어서 보여주고 싶어서요.”


새봄은 가까이 다가와 현준의 얼굴을 꼼꼼히 살핀다. 흙으로 얼룩진 손으로 새봄은 주머니를 뒤진다. 새봄은 은영이에게 마지막으로 부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황급히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에 머리가 엉망이 된 한 아이 뒤로 현준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 있다.


“화장 안 했는데, 너만 사진 봐라.”

오늘의 사냥이 그른 현준은 다소 퉁명스럽게 말한다.


“나보다 더 예쁘게 생겼는데요. 솔직히 거울 보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죠?”

새봄은 오지에서의 반가움에 말을 상냥하게 건다.


“얼굴이 전부가 아니다. 마음이 고와야지.“

수도 없이 들은 질문에 현준이 흥미를 잃는다.


”이상형이 누구예요? 저번에 연애설 난 수진? 어째 취향이 다 다른 것 같아서“

역시나 최근의 스캔들로 화제가 이어지는 것까지 똑같다. 현준이 옷을 털며 일어난다. 먼저 등을 돌려 다시 자신의 집으로 걸어간다.


“집에나 가라.”



“악-. 못 일어나겠어요. 다리가 삔 거 같아요”

일어나려던 새봄이 다시 주저앉는다


“일어나 봐.”


새봄이 양손으로 땅을 짚는다. 오른쪽 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아 털썩 주저앉는다. 현준이 한숨을 쉬며 다시 새봄이 근처로 온다. 긴 다리를 굽히며 앉아 피가 묻은 곳을 급하게 손으로 닦는다. 올린 바지 사이로 드러난 새봄의 다리가 새하얗고 가느다랗고 길다고 하자. 자신만큼이나 창백해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현준의 목울대가 무의식적으로 울렁인다.



“잠깐 아플 거야. 참아.”


두둑 소리와 함께 다시 현준이 다리를 되돌린다.


자신의 소매 한쪽을 입으로 찢는다. 부서진 나뭇가지를 집어 목발을 만든다.


“이제 일어설 수 있지?”


“저 다리 아파서 많이 못 걷겠어요.”


제법 깨니까 귀찮다는 생각이다. 꽤 가지가지 한다고 현준은 생각했다. 새봄이 계속 제대로 못 짚고 있자, 현준이 옆에서 팔로 부축을 하고 있다.


“태워 줄 테니까. 빨리 가라.“


이미 현준은 자신답지 않게 과하게 친절을 베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사진을 찍혀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코끝으로 들어오는 향기에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느리게 간다. 자신을 가끔 뚫어지라 쳐다보는 새봄의 시선을 무시한 채 어둑해지는 하늘 사이로 나타나는 작은 빛줄기를 바라본다.



빛줄기가 가까워지자, 작은 경차 한 대가 나타난다. 내려간 창문 안으로 투덜거리며 태욱이 얼굴을 비친다. 밤에도 회색 후드집업에 검은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다. 경차가 큰 덩치인 태욱은 담기에는 제법 비좁은 것 같았다. 마치 드럼통에 억지로 욱여넣은 대형 인형 같았다. 태욱이 내려진 높이에 맞춰 고개를 비스듬히 틀었다.


“또 시작이냐.”

한심하다는 듯한 태욱에게 현준은 활짝 웃는다.


“운전 좋아하는 사람에게 걸맞은 선물이지. 숙녀님 집까지 안전 운전 부탁드려요.”

뒤에 서 있는 새봄은 차를 타지 않고 머뭇거린다. 현준의 뒤의 새봄을 다시 쳐다본다. 처음 보는 사람의 차가 제법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혹시 이상한 사람이면 신고해. 차 번호 미리 적어서 보내면 되잖아. 조심히 가요.“


현준은 차 문을 열고, 새봄의 다리와 등을 안아서 좌석 안에 새봄을 태운다. 안전벨트까지 매준 현준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것에 안도했다. 새봄은 안전벨트를 사이에 두고 가까워진 현준의 얼굴에 숨을 멎을 듯했다. 좁은 내부의 폐쇄적인 곳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현준이 멀어지자, 제법 아쉬웠는지 창 너머로 현준에게 묻는다.



“저 전화번호 하나 받아도 돼요?”


”인스타에 감사의 말 길게 쓰면 생각해볼게. 디엠 걸어.“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나중에 기회 되면 밥 한번 사드릴게요!”


경차가 재빠르게 떠난다.

‘구원이라 흣.’ 현준은 속으로 비웃는다.

현준은 자신의 코로 느껴지는 짙은 향기를 음미한다. 자신의 손에 피가 제법 덕지덕지 묻어있다. 손가락을 코 근처로 가까이 대자 향기가 진동한다. 이끌리는 본능을 참지 못하고 현준이 자신의 검지에 묻은 피를 핥는다.



미친 듯이 달콤하다.


현준은 혀끝에 맴도는 핏방울을 삼킨다. 굵은 목울대가 꿀렁인다. 혀에 감도는 남아있는 피가 제법 아쉽다. 현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저 멀리 떠나가는 차를 뚫어지라 바라보다.



카메라 망원렌즈로 잔뜩 줌이 된 화면 안에 경차와 어둠 속 남성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지혜는 핸드폰 액정 위로 깜박이던 빨간색 녹음 버튼을 누른다. 지혜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주머니 안으로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흡족한 표정으로 현준이 머물던 곳을 바라본다. 천변 다리 위에 그대로 서서 지혜는 남겨진 여운을 즐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7 도레솔
    작성일
    24.05.14 22:27
    No. 1

    소재나 전개는 괜찮은것 같은데 화자가 계속 바뀌고 화자가 누구인지가 불분명하게 묘사되서 읽기 힘드네요. 태욱이라는 사람이 형인지 아니면 주인공이 형인지 영 모르겠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하무린
    작성일
    24.06.18 01:17
    No. 2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알림] 한 달 뒤에 돌아올게요 24.06.23 24 0 -
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6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8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7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2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10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3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