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구하고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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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4.05.11 01:11
최근연재일 :
2024.07.06 18:2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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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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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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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집으로 (1)

DUMMY

5년, 벌써 5년이 지났다.


“엄마,아빠는 잘 지내시려나.”


방에서 자고 있던 난 눈을 떠보니 이세계로 소환돼 있었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용사라 불리게 됐다.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마법도 배웠고 생전 처음 잡아보는 검도 들어봤다. 단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


벌써 3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하아······”


지금은 날 소환한 파름에서 조금 떨어진 산속 2층짜리 작은 저택에서 지내고 있다.

아침에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과 눈을 깨우는 따스한 햇살. 어느샌가 지구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쳐대던 난 평화로워진 이곳에 녹아들고 있었다.


‘슬슬 일어날까?’


그렇게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을 상쾌하게


“이.세.현! 일어나냥!”


짓눌리며 시작하는 이세현.


“켁!”


아침부터 활기차게 세현을 부르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녀.

세현은 몸이 튼튼하니 남들처럼 뼈가 쉽게 부서지지 않으니 있는 힘껏 뛰어든다고 하던데······ 이게 맞나?


“리,리즈··· 아파.”


세현의 품에 파고들어 간 리즈는 고개를 들어 좌우로 막 휘젓기 시작했다.

머리가 회전하면서 긴 은발로 가려졌던 얼굴이 드러났고 그와 동시에 리즈는 방긋 미소 지었다.


“일어났냥?”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용서할 수밖에 없게 되는 표정. 반칙,반칙!


“그래. 그래. 일어났어.”


오른손으로 리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세현은 몸을 일으켰다.


‘아, 갈비뼈 나갔다.’


세현이 상체를 세우자 리즈는 바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일어나라며 과격하게도 깨웠으면서 일어나니까 일어나지 못하도록 열심히도 끌어안고 있다.


“리~즈?”


그러다 들려온 저음의 여성 목소리에 리즈는 비명을 지르며 세현에게서 떨어졌다.


“냐아아앙!”


리즈를 비명 지르게 만든 목소리의 주인은 끝이 발목까지 내려간 흑색 원피스에 프릴이 포함된 백색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시,시아”


세현이 사는 저택의 가사담당인 시아는 왼손에 국자를 움켜쥔 채 리즈를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세현일 깨우라고 부탁했던 거 같은데?”


묘한 압박감이 방 전체를 뒤덮었고 리즈는 어느샌가 바닥에 정좌로 앉아있었다.

고개를 살짝 숙여 두 검지를 모아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려 머리를 굴리고 있다.


“리~즈?”


리즈의 그런 모습에 시아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나온 건 권총?


“냥!”


시아는 총구를 리즈의 이마로 향했다.


“냐아아앙!”


리즈는 재빨리 일어나 세현에게 뛰어들었다. 세현의 뒤에 숨어 오른손으로 시아가 들고 있는 권총을 가리키며 소리질렀다.


“그 흉측한 거 빨리 집어 넣어라냥!!!!”


“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소리에 이끌려 리즈의 동생인 렌이 눈을 비비며 걸어왔다.


“우린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세현은 렌의 어깨를 잡곤 부엌으로 밀어가며 말했다.

세현과 렌의 식사가 절반가량 진행되자 시아에게 실컷 마사지 당한 리즈도 식탁에 앉았다.

퀭한 게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긴 하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니 뭐.


“조금만 기다려. 데워줄게.”


늦은 합류에 밥이며 국이며 식어버렸다. 시아는 식은 리즈의 그릇을 집어가려는데


“그냥 먹을래냥.”


리즈가 시아의 손을 잡아 세웠다.


“응? 차가운데?”


“고양이는 뜨거운 거 못 먹는다냥. 그냥 먹을래냥.”


데워오면 뜨거우니 굳은 밥을 그냥 먹겠다는 리즈.


‘고양이···’


자꾸 고양이를 강조하며 어미에 냥도 붙이고 있지만 정작 리즈는 늑대다


“우린 늑대잖아. 애초에 수인이라서 그런 거 상관없기도 하고.”


그것도 희귀종이라 불리는 은랑의 수인.


“고양이라 생각하면 고양이다냥”


‘냥체 쓴다고 고양이 수인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하는데~’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만다.


리즈의 말을 부정하면 또 고양이! 고양이!하며 온종일 소리 지를 테니 속으로만 삼키고 마저 식사하기로 했다.

함께 지낸 세월이 벌써 4년이나 되다 보니 이젠 눈빛만 보내도 서로 알 건 안다고.


“잘 먹었습니다.”


먼저 식사를 시작했던 세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아가 물었다.


“오늘도 연구?”


프로쉬를 토벌하자 시작된 세현의 연구.

지구로 돌아갈 수단인 파름왕국에 전해지는 차원 마법이 재충전되는데 적어도 10년은 걸린다니 할 것도 없겠다 세현은 그 차원마법이란 걸 연구해보기로 했다.


“응. 오늘은 신전 쪽에 가보려고.”


연구의 일환으로 자신이 소환됐던 신전에 남아있는 차원 마법의 잔류 마나를 확인하고 있다.


“그럼 저녁에나 오겠네?”


어차피 순간이동으로 이동하는 거라 점심에도 올 순 있지만, 이왕 파름으로 넘어가는 거 다른 사람하고도 만나고 오니 늘 저녁때가 된다.


“아마도? 아니면 오랜만에 같이 갈래? 루미야나 다른 사람들 안 본 지 오래됐잖아.”


세현의 제안에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우린 길드에서 토벌의뢰가 들어왔어. 숲에 마물이 나왔나 봐.”


“그래? 그럼 갔다 올게.”


다녀온다는 말과 함께 세현은 손가락을 튕겼고 이내 새하얀 마법진이 세현의 발아래 그려졌다.

그려진 마법진은 서서히 떠오르더니 배꼽쯤에 도착하자 세현과 함께 그대로 사라졌다.




단상 위 백색의 여신상과 그 앞에 나열된 대여섯은 앉을 수 있을 긴 의자들.

아치로 치장된 기둥들이 멋으로 면을 채우며 스테인드글라스에 통과된 빛으로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이 세현이 소환된 성당이다.


“1달 만이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느꼈던 감정은 걱정하나 섞이지 않은 마치 기대하던 게임을 딱 켰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기대감에 흠뻑 젖어있는 긍정뿐인 감정.


‘금방 깨졌지만.’


세현이 소환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검은 천을 두른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무릎 꿇은 채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가장 선두에서 혼자 새하얀 복장으로 서 있던 사람이 파름의 왕녀 루미야.


“저희를 구원해주세요! 구원자님.”


처음에는 성녀인 줄 알고 불러대다가 나중에야 왕녀인 걸 알게 됐지?


이곳에 대해서도 루미야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프로쉬라는 괴물이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과 이미 70%는 넘어갔다는 상황.

버티고 버티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이세현을 구원자이자 용사로서 소환했다는 이야기.


“분명 이쯤에······”


세현은 여신상의 바로 앞에서 소환됐다.

그 밑엔 지름 2m 정도의 원과 작은 사각형이 난잡하게 추가된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데 세현이 이곳에 주기적으로 오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마법진이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 마나가 더 채워졌어.’


보통 마법진은 시전자가 마나를 불어넣어 발동하는 형식이지만, 이 마법진만은 마나를 불어넣을 수 없게 설계돼 있었다.

초대 왕이 만들어낸 마법진이라는데 채워지는 건 마법진 자체가 조금씩 흡수하는 마나뿐이라 재사용에 오랜 시간이 든다는 모양이다.


“하아······”


때문에 이 마법진을 멋대로 뜯어 볼 수도 없고 구성된 마나를 조금 분석하는 게 연구의 전부라 진행이 느릴 수밖에.

마법진에 손을 올리고 주위 마나를 감지하려 눈을 감은 수 분 후, 입구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원 마법이 어렵긴 하나 봐?”


용사를 소환하는 재단이 있는 성당.

당연히 외부에 아무렇게나 있는 공간이 아니고 왕성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청소를 제외하곤 드나드는 사람이 극히 드물기에 세현이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는 거지만.

오늘은 그런 성당에 손님이 있는 것 같네.


“고작 2달 만에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된 이세현이 3년을 연구해도 할 수 없는 걸 보면?”


고깔처럼 뾰족한 형태와 차양이 매우 넓은 모자를 쓰고 전체적으로 검은 원피스와 망토를 두른 지구에서의 마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진 여성과


“안녕하세요.”


새하얀 원단을 사용한 원피스와 붉은 보석이 눈에 띄는 티아라는 쓴 여성이 성당으로 들어왔다.


“보지만 말고 좀 도와주면 안 되냐.”


스승인 궁전마법사 세나와 왕녀 루미야.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네가 설명하는 것도 이해 못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하냐?”


세현에게 자리 잡은 마법의 토대를 만든 세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원했지만, 세나는 이를 곧바로 거절했다.

이유야 간단. 이해를 못 하니까. 세현이 장황하게 설명을 시작하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백기를 들었다나 뭐라나.


“그리고 연구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놀아야지. 청춘 몰라? 청춘?”


매일 저런 핑계로 빠져나간단다.


“청춘은 무슨 내년이면 30이면서.”


불만 가득 담긴 세현의 앞 담화.

정말 작게 중얼거렸으니 들릴 리 없을 텐데 정말 자기 욕하는 거 하난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다.


“너 뭐라고 했냐? 연구고 뭐고 다 부숴버려? 어!?”


이에 제대로 긁혔는지 불덩이를 손에 들어 천천히 세현에게로 다가가는 세나였다.

당황한 세현은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려는데 뒤쪽에서 중년의 남성 목소리가 들렸다.


“또 싸우고 계신 겁니까.”


갑옷을 입고 있던 남성은 투구를 벗더니 세나에게 말했다.


“왕성에서 마법은 자제해 주세요.”


남성의 말에 세나는 혀를 차더니 불덩이들을 집어넣었고 세현은 남성을 향해 팔을 크게 휘두르며 인사했다.


“형!”


세현의 인사를 웃으며 받는 기사단장 제이크.

오랜 시간 훈련이라도 했는지 제이크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아침부터 뭘 했으면 땀이 이렇게 났대?”


당연히 아침이라 생각하고 한 세현의 질문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웃어대기 시작했다.


“뭐야? 왜?”


상황 파악을 못 하는 세현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제이크는 말했다.


“지금 밤이에요.”


‘밤?’


“뭘 얼마나 집중했으면 그러는 거야?”


당황한 세현이를 보며 세나는 아예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근처로 다가온 루미야가 제이크가 들어온 복도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벌써 해도 졌어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일절 없어 발광하는 마나석에 빛을 의지하고 있는 복도가 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머리를 휘젓는 ㅈ됐다는 생각.


“나 먼저 간다!?”


서둘러 꺼내둔 물건들을 챙겨 순간이동을 사용하는 세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세나가 말했다.


“애가 많이 변했어.”


마찬가지로 흐뭇한 미소로 세현을 배웅하던 제이크도 한마디 거들었다.


“보기 좋잖나. 그땐 너무 어두웠어.”


세현이 사라지고 셋만 남은 성당에서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건 제이크였다.


“저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랜만에 훈련해서인지 조금 지치네요.”


루미야는 제이크를 향해 고개 숙여 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이크 다음으론 세나가 인사했다.


“전 도서관에 가볼게요. 초대 왕께서 집필한 도서 중에 참고될 만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세나도 나가고 궁전엔 루미야만이 남았다.

여신상의 뒤편을 제외하곤 발광하는 마나석이 없는 터라 성당 내부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차원마법······”


재충전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10년. 지구로 돌아가는 마법 따윈 없다.


루미야가 향한 마법진은 오직 '소환'을 위한 마법진이니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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