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구하고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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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4.05.11 01:11
최근연재일 :
2024.07.06 18:2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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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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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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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생존자들(4)

DUMMY

“안으로 들어가기라도 하면 위험하니까 입구를 지켜줘요.”


균열체가 사라진 길을 따라 밖으로 향하던 세현은 말했다.

내부에 침입한 균열체가 없더라도 밖에 존재하는 피조물의 추정 수는 만에 달한다. 외부는 이미 균열체로 물들었다.


“정말 혼자서 하려고?”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 수아에게 밖으로 향하는 세현을 막을 권한은 없었다.

말리고 싶어도 자신에게 그럴 힘이 없기에, 우리에겐 기대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기에.


“걱정 마. 익숙해. 이런 거.”


달려 나가는 세현이 남긴 말, 수아에게 그 말은 마치 혼자 어딘가에 숨어 괴로움에 눈물 흘리고 있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조심해.”


“응!”


수아를 향해 환히 웃어주곤 그대로 날아올랐다.

어디에 있더라도 자신이 잘 보이는 위치로, 길을 잃었어도 하늘을 보며 길을 찾아냈다는 말처럼 지상에 있다면 어디에서라도 보이는 하늘로 향했다.


“끼” “익?” “끼에엑?” “끽!!!!”


나무를 감싸 그대로 집어삼키는 검은 물질들과 입구를 향해 달려드는 균열체들. 제멋대로 설치는 녀석을 향해 소리쳤다.


“프로쉬!”


이곳과는 다른 녀석의 명칭.

다른 차원을 기억하던 그 공간 속 유일했던 적대자.

짧은 말 한마디에 균열체는 고개를 돌린다. 움직임을 멈추고 하늘을 주시한다.


“지” “구가” “고향” “찾았” “다.”


나뉘어 있어도 결국엔 하나다. 생각을 공유하고 움직임을 잇는다.

균열체를 단기간에 처리할 수 없는 이유이자 상대하기 까다로운 근원.

입구를 찾던 개체부터 발견한 문을 부수려 투덕거리는 개체들까지 세현의 말이 들려온 곳 어디라도 기분 나쁜 고음이 터져 나왔다.


“끼이이익!”


즐거움에 소리치며 모여드는 괴물들.

날개가 있다면 날아서 돌격했고 땅을 긴다면 자신의 몸으로 탑을 쌓아 돌격한다.

모든 행동을 제쳐두고 지금껏 없었던 최상의 먹이를 향해 달려든다.


“죽어” “죽어!”


‘많기도 해라. 개X끼들’


사람 한 명을 취하기 위해 균열체가 발버둥 친다.

지금껏 본적 없는 녀석의 행동에 사람들은 술렁인다.

녀석의 고음 하나 괴성 하나가 숲 전체를 덮어가는 지금.


"먹을" "거야!"


수많은 균열체가 세현에게 닿기 직전


“용─!”

“이세─!”


콰과과과과광!!!!!!


떨어진 벼락이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문, 문이!”


장차 5분을 견뎌낸 문이 한계를 드러냈다. 구멍이 뚫려버렸다.

그 속에서 뻗어 나오는 수많은 팔과 머리들 이내 불덩이와 직면했다.


“뭐 하고 있어!? 움직여! 총을 쏘든 마법을 쓰든 빨리 뭐라도 하라고!”


겨우 둘 뿐인 문지기역. 본부로 연락을 마친 이들은 도망이 아닌 말 그대로 뭐라고 하기 위해 움직였다.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행동 하나가 녀석들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끼익!”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죽일 순 없더라도 총알에 움직임을 제한하는 게 가능하고 거기다 마법을 더한다면 녀석의 침입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킬 수 있다.


‘할 수 있다! 둘이서 막을 수─’


어디까지나 조금.

좁은 공간에서 맞으면 몸이 터져나가는 무기를 상대로 나아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작게 뚫린 구멍이 균열로서 작용한다면?


“선배··· 문이···”


작은 균열로 시작돼 문 전체로 균열이 전달된다면.


“끝났어···.”


그때부터는 막을 수 없다.


“끼엑!”


부서진 철제 잔재로 균열체가 깔려 발이 묶인 개체가 있었긴 하지만, 그 너머엔 통로를 빼곡히 메운 균열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빨리 하나라도!’


도망칠 수 없다면 하나라도 더 줄여야 한다.

머리로는 이해한 현 상황과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수, 그렇지만 몸은 이를 따라주지 않았다.

손이 떨려 탄을 가는 것조차 할 수 없었고 불은 피어나려다 바로 사그라들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때 구해줘서 감사했습다.”


알기 싫어도 알게 된다. 이제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도망가. 지금이라면 살 수도─”


총은 무용지물에 마법은 구현조차 되지 않는 상황.

남은 건 제 몸 하나뿐이라 이로 시간을 벌어보려 했다. 물론 혼자서.


“혼자는 쓸쓸함다.”


그 각오가 무색하게 후배란 놈은 말을 따르긴커녕 자신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양팔을 벌리더니 다리 굽혀 무게중심이 땅과 가까워지도록 했다.


“너···”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부모님이랑 저녁이나 같이 먹을 걸 그랬습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돌아올 대답이 정해져 있기에 암울하기만 할 앞으로를 위해 오히려 웃음을 내비쳤다.


“새끼··· 그래! 한 번 해보자!”


“끼에에엑!”


문이 부서지면서 생긴 잔재 위로 녀석들이 기어 온다. 금세 자세를 고쳐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반면 몰려오는 괴물들에 맞서는 두 사람은 별다른 동작 없이 꼿꼿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덤벼 이 개X끼들아!!!!!”


녀석이 땅을 박차는 소리, 이곳을 향해 달려들며 내뱉는 기분 나쁜 고음.

쓸데없는 것들이 잘도 귓가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수많은 균열체에 묻혀 생을─


“끼익?”


균열체가 뻗은 손이 둘에게 닿기 직전, 모든 균열체의 움직임이 멈췄다.

행동을 멈추고 밖을 향해 돌아서선 입꼬리를 올려 환호했다.


“이?” “세현?” “용사?” “끼익!” “지구다!”


입구를 지키던 둘을 무시하고 달려 나가는 균열체.

덕분에 통로 속에는 시끄러운 괴성이 아닌 살아남았다는 거친 숨소리가 울려 나갔다.


“살았다?”


“ㅈ,쟤들 뭡니까?”


쓰러지듯 동시에 주저앉았다.


“이세현? 누군지 알아?”


그리고 되새겼다. 죽기 직전 들었던 이름이자 균열체를 몰아낸 인물일 이세현이란 이름을 확인했다.


“글쎄요···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아!”


“왜? 아는 사람이야?”


“어제 1팀에서 생존자를 발견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게 왜?”


“그 사람이 이세현이었던 것 같슴다!”




벼락이 한번 내리침에 괴성이 묻히고 대지가 흔들린다.


‘이게 뭐야···’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댐의 문이 열린 듯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물살에 제 몸 하나 간수할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간 끝엔 벼락이나 끝이 뾰족한 얼음기둥들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우리는 전력을 다해도 한 사람당 한두 마리 겨우 죽일까?싶은 균열체들을 이세현은 벌레 잡듯 가볍게 쓸어내고 있다.


“끼엑!”


그럼에도 괴성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태풍과도 같은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지금도 떨어지고 있는 벼락과 얼음송곳들, 이제 와선 그냥 자연재해라 칭해도 큰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질리지도 않는지 균열체는 자꾸만 튀어나왔다.


“수아!”


오직 세현만을 노려 달려들었던 처음과 달리 성태와 수아가 있는 입구로도 균열체가 모여들었다. 이를 파악한 성태는 곧바로 수아를 불렀지만


“마법···”


수아는 세현의 마법에 취해 움직이질 않았다.


“뭐해! 도망쳐야지!”


성태는 양팔을 수아의 어깨에 올려 마구 흔들며 소리쳤지만, 수아는 도망치긴커녕 오른팔을 입구 쪽으로··· 모여든 균열체를 향해 뻗었다.

이전이라면 절대로 헤쳐나갈 수 없던 길을 향해


“흘려보낸다는 느낌으로···”


어느 날 갑자기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인류. 수아는 그중에서도 특출났었다.

다른 이들이 손에서 불덩이 하나 물줄기 하나 만들어내며 마법이란 분야의 형태를 잡아갈 때 수아는 위력을 찾아다녔다.

균열체의 등장에 곧장 마법으로 대항하기에 이르렀고 지금에야 다른 나라에서 지원을 요청할 정도의 인물이 되었다.

그런 수아가 세현을 만났고 제대로 된 마법을 마주했다.


“수─!?”


그녀의 성장이 촉진된다.


수아가 뻗은 손에서 비롯한 세 줄기의 물보라가 동굴 속에 휘몰아친다.

벽을 내리치며 움직임을 제어한다. 덮쳐오는 쓰나미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변하는 것 하나 없듯 그저 쓸려나간다.

디딜 수 있는 벽과 떨어지고 서로와 부대끼며 통로의 중앙, 수아의 손과 일직선상에 나열된다.


“중간에 압축.”


흙먼지만 날리던 허공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서리들. 수아의 앞으로 모여든 서리들은 하나 되어 거대한 얼음조각으로


‘이건 아까 세현이 사용했던···’


단번에 쓸어버릴 크기로 부풀어나가면서도 끝은 뾰족하게 조각된다.

세현이 보여주었던 물과 얼음의 마법. 수아는 이를 완벽히 재현해냈다.


“수아, 너···”


순간 서늘함이 성태의 전신을 훑었다.

지금부터 제대로 배우더라도 수개월 뒤에나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던 마법을 한 번 본 것으로 사용한다?

눈앞에서 일어났음에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가요.”


“어?”


어리둥절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는데 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피소로 들어가자는 성태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아.

어느샌가 입구는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상해.’


아무리 죽여도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죽인만큼 땅에서 다시 반죽 되어 달려들었다.


“끼이이익!”


땅을 긴다면 몇 번이고 탑을 쌓아 올랐고 날개가 있다면 하늘을 날아 달려든다.

벼락 한 번에 무너지더라도 바람에 휩쓸려 찢기더라도 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왜···’


이전에도 질리도록 봤던 모습. 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왜 마법을···’


분열된 피조물 하나가 죽기 직전 아군 적군 상관없이, 시전자 본인에게조차 피해가 있든 없든 상관 않고 마법을 사용해 동귀어진을 노린다.

하나하나가 거대한 폭탄 더미와 다를 게 없다.

그랬던 녀석들이 마법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하나같이 저돌맹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부활에 제약이 있는 거라면···’


차원을 이동한 부활에 어떠한 제약이 있다는 가설.

당장에 본인도 즐겨 사용하던 마법들 대신 간단한 것들만 사용하고 있으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정말 그런 거라고?’


“끼이익!”


순간 새의 형태를 한 피조물 중 하나가 발톱을 세워 달려들었지만, 세현은 아무렇지 않게 머리와 함께 상체를 뒤로 젖혀 피해낸다.

동시에 가볍게 주먹을 쥐자 작은 얼음조각이 만들어졌고 그를 던지자 쉽게 격추할 수 있었다.


‘너무 약하잖아.’


이상할 정도로 약한 것들만 만들어졌다.

지금 학살을 이뤄내고 있는 마법들도 과거엔 팔 한짝 다리 한짝 정도만 날릴 수 있었던 마법들.

몸을 관통하고 찢어 없애버리는 위력을 보여주던 마법들이 아니었다.


“저건 마법 아니냐냥?”


내 마법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침략을 잇는 피조물에 리즈의 의문이 폭발한 적 있었다.


“이상하자냥! 마법이라면 이 정도 했으며 마나가 바닥나야 정상 아니냥!?”


피조물 생성도 마법의 일종이라면 그를 행하는 데 마나가 소모되는 것이 정상이고 아무리 괴물이라 불리는 프로쉬라 할지라도 마나를 무한정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 리즈의 그러한 의문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조금 달라.”


세현을 포함해 그에 대답할 수 있는 인물이 없던 그때 파티에서 유일하게 인종이 아닌 용족이었던 루비아만이 입을 열었다.


“여기와 이어져있을 뿐이지 본체가 이곳에 있는 게 아니야. 사용하고 있는 마나도 이곳 환경이 만들어놓은 마나라 대지가 죽지 않는다면 이 현상도 끝나지 않아. 어라? 리즈?”


“음으···냐냥!? 이해했다냥! 모르겠다는 거 절대 아니다냥!”


세상 모든 것엔 마나가 깃들어 있다.

생명이 살아가는 땅과 물은 물론 작은 모래알갱이 하나에도, 식물, 곤충은 물론 동물과 사람 세계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엔 마나가 깃들어 있다.

놈은 그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세계를 부수는 것이 아닌 삼킨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아직 살아있는 나무가 있는 걸 보면 마나가 바닥나서 이러는 건 아닐 거고···.’


“끼익! 킥키키키!”


세현의 의문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그때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끝 모를 고음에 비웃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기분 나쁜 소리.

평소처럼 무시하고 수나 줄일 생각으로 벼락을 떨어뜨리는데


“찾았다!”


선명하게 들려왔다.


“숨은 쥐새끼들을 찾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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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생존자들(5) 24.07.06 5 0 16쪽
» 생존자들(4) 24.06.08 7 0 12쪽
7 생존자들(3) 24.06.03 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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