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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ch4808
작품등록일 :
2024.05.12 20: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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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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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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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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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4. 금발의 여자들

DUMMY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없는 안경,


그릇 위에 놓여 있는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


대체 왜 식탁 위에 있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수상한 망치.


넥토의 집은 생활감이 진하게 느껴지는 여느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소파가 놓여 있는 넓은 거실.


어색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울티오.


무질서하게 탁자 위에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장면을 보는 게 대체 얼마 만인지 까마득했다.


어딘가 쓸쓸한 얼굴을 하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도중...


계단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


“뭐? 미쳤어! 같이 산다고?”


“아까 말 했잖아~”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정말!”


“어차피 방도 남고 어? 좋은 게 좋은 거지~”


“이게 진짜! 같이 사는 사람의 동의는 구해야 하는 거 아냐? 그게 예의지!”


“엄마한테 편지로 미리 허락 받았으니까...”


“난? 난? 난? 이 세상에 한 명밖에 없는 귀여운 여동생인 트리코 윙투스의 허락은?”


“크흠... 그... 미안해~”


“씨익... 씨익... 진짜! 흥칫똥방귀바보멍청이해삼말미잘이야!”


“어, 어디가! 제대로 인사는...”


“됐어!”



쿵쾅쿵쾅쿵쾅.



계단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



“하아...”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에 나타난 넥토.


넥토는 꽤나 시달렸는지 반쪽이 된 얼굴로 울티오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이야~ 기운 하나는 진짜...”


“네가 기운 타령을 하니까 웃기네.”


“들었지?”


“어.”


“완전 말괄량이야~”


“힘이 넘치던데.”


“가끔씩은 몸에 내연 기관이라도 있는 것 같다니까?”


“푸흡...”


“하아...”



넥토가 한숨을 푹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보자,


울티오가 물었다.



“지금이라도 나갈까?”


“뭐?”


“딱히 상관없는...”


“뭐라는 거야, 지금 우리 엄마 신 나서 달려오고 계실 텐데.”


“?”



넥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청난 소리를 내며 벌컥 열리는 문.



쾅!



“아들~”



넥토가 씨익 웃으며 울티오를 바라봤다.



“내가 말했지?”


“오우...”



쾅쾅쾅쾅!



엄청난 기세로 거실에 나타난 금발의 여성.


인부들이나 입을 법한 얇은 흰색 민소매 옷,


허리춤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연장들,


작업복으로 보이는 펑퍼짐한 바지,


얼굴에 묻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까지.


차림만으로도 충분히 독특했지만 가장 눈에 띠는 건 다른 것이었다.


수상할 정도로 탄탄해 보이는 전완근,


햇빛에 그을려 살짝 구릿빛이 도는 피부,


육감적인 몸 위로 흐르는 땀방울,


그야말로 건강미가 넘치는 몸이었다.



“아들~ 오랜만이네?”


“우왓...”



여성은 소파에 축 늘어져 있던 넥토를 단번에 번쩍 들어 품에 안았다.



“끄아아앗... 부, 부러져욧...”


“자식이, 그새 어른 같아지고 말이야~”


“커흑...”


“그건 그렇고...”



여성은 품에 안고 있던 넥토를 놓아주더니 울티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겉으로 새어 나오는 박력에 조금 당황했는지 왠지 다소곳해진 자세.



“저... 안녕하세요. 울티오 룩투...”


“어머, 이야기는 들었는데...”


“엇...”



허리를 살짝 숙여 앉아 있는 울티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여성.


너무 가까운 거리감각에 몸을 조금 뒤로 빼봤지만,


그녀는 더 가까이 얼굴을 내밀 뿐이었다.



“호오...”


“...”


“너 진짜 예쁘게 생겼다~”


“네?”


“잘생겼다는 이야기는 아들한테 들었거든~ 근데 실제로 보니까 조금 신기하네.”


“...”


“어쩜 여자들보다 피부도 곱고 이렇게 예쁘지?”


“크흠...”


“가발만 씌워 놓으면 진~짜 예쁜 여자처럼 보일 것 같은데? 어때? 아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넥토가 팔짱을 끼고 울티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을까?”


“앗, 내 정신이야.”



여성은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울티오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넥토의 엄마 되는 사람, 라미나 윙투스라고 해! 한 달 동안 잘 부탁한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곤 정중하게 내민 손을 붙잡는 울티오.


울티오는 평소 까칠한 언행 덕분에 예의가 없는, 속된 말로 싸가지 없는 성격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학원의 교수들과 그와 안면을 튼 어른들은 전부 그가 굉장히 예의 바른 소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는 공과 사가 확실한 부류였기 때문이다.


울티오는 깍듯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전 울티오 룩투스라고 합니다.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 그 외모로 공손하기까지 하면 반칙 아니니?”


“하하...”


“그럼...”



찰싹!



울티오의 등을 세게 짝 내리치는 라미나.


화들짝 놀라 당황한 기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얼굴.


타인에게 몸을 맞은 게 대체 몇 년 만인지,


이질적인 감각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울티오였다.



“잘 부탁해~ 아들?”


“엣...”



라미나는 벙찐 울티오를 보곤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아들? 엄마는 하던 거 마저 하러 갈 테니까~ 이따 봐?”


“응, 조심히 와.”


“사랑해~”


“엉~”



라미나는 성큼성큼 다시 문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다.



“...”


“엥? 너 얼굴이 왜 그래?”


“네 성격이 어디에서 온 건지 알 것 같기도...”


“푸흡... 맞지? 내 말이?”


“응.”



넥토가 기차 안에서 울티오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아빠를 제외하면 우리 가족 중에서 자신은 굉장히 조용한 편에 속한다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동생과 어머니를 만나게 되니,


이제서야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깨닫는 울티오였다.



“너희 엄마 목공...”


“에? 어떻게 알았어?”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흐하하핳, 그런가?”


“역시...”


“엄마는 목수, 아빠는 광부. 어떤데?”


“어떻긴 뭐가 어때.”


“그럼 일단... 가방 들고 따라 와.”


“어.”



넥토는 부모님에게 친구의 얼굴을 보여주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울티오를 안내했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집안의 최고 결정자인 그녀가 울티오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두 사람.


넥토가 계단에 발을 올리자,


위층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



쿵쿵쿵쿵!


쾅!



“하하하...”


“하하...”


“크흠! 일단... 2층에도 비어있는 방이 있기는 한데... 3층을 쓰는 게 나을 거야.”


“그래야 할 것 같네.”



2층엔 방이 세 개 있었는데,


그 중에는 넥토의 방과 그의 여동생의 방이 있었다.



“그럼 3층은...”


“응, 한 개는 창고로 쓰고 있고 나머지는 비었어.”


“밖에서 보던 것처럼 진짜 넓네.”


“아빠랑 엄마가 욕심이 많아서, 하하.”



3층에 다다르자 넥토가 손으로 방문들을 가리켰다.



“저기 끝 쪽이 창고, 나머지는 비어 있어. 어디로 할래?”


“음...”


“저쪽 방이 나을 걸? 침대 있거든.”


“침대?”


“응.”


“2층 빈 방에도 침대 있어, 2층 쓸래?”


“아니, 괜찮아. 그럼 저쪽 방으로...”


“그래, 그럼 짐 풀고 있어~ 난 여동생이랑 화해 좀...”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계단을 내려가려는 넥토를 불러 세우는 울티오.



“야, 근데 집에 다른 누가 살았었어?”


“응?”


“아니, 빈 방도 많고 침대도 많아서.”


“아~ 내가 말했잖아~ 아빠랑 엄마가 욕심이 많다고~”


“그게 무슨 소리...”


“원래는 자식을 6명 낳을 생각이었대, 웃기지.”


“?”


“그래서 집을 이렇게 크게 지은 건데, 막상 두 명 낳아 보니까 충분했나 봐~”


“하핳...”


“그럼 난 간다? 쉬고 있어~”


“어.”



넥토는 그렇게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끼이이익...



방문을 열자 바로 눈에 들어오는 침대.


평범한 침대와 옷장 그리고 작은 크기의 탁자까지,


기숙사와 별반 다르지 않게 필요한 것은 전부 갖춰져 있는 방이었다.


침대 옆 탁자에 딸린 의자에 앉아 조심스럽게 짐을 푸는 울티오.


앞으로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게 잘 와닿지 않았다.



“어색하네...”



울티오가 짐을 풀 때,


2층의 어느 방.


귀여운 동물 모양의 봉제 인형이 가득 쌓여 있는 침대,


벽에 붙어 있는 귀여운 캐릭터의 그림들,


누가 보아도 발랄한 여자 아이가 사용할 것 같은 방.


그리고 그런 방의 중앙에 넙죽 엎드려 있는 한 남자.



“응? 트리코~ 내가 미안해~ 화 좀 풀어줘~”


“흥.”


“응? 너도 알잖아~ 내가 이상한 사람을 집에 데리고 왔겠어?”


“싫어!”


“울티오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침대에 앉아 다리를 꼬고 넥토를 내려다보던 트리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오빠하고 아빠 말고 다른 남자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


“하하... 그... 같이 지내다 보면... 괜찮아 지지 않을까? 언제까지고 계속 그렇게 살아갈 수는...”


“미워!”



퍽!퍽!퍽!퍽!



넙죽 엎드려 있는 넥토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넥토의 등을 마구 두드리는 트리코.


넥토는 죽상인 얼굴로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응? 너도 이제 16살이니까, 계속 피해 다닐 수는...”


“머? 그래서 외간 남자를 집에 들였다고? 미쳤어! 미쳤다고!”


“그런 건 아닌데, 내 말은... 그러니까, 일단 겸사겸사~”


“우씨!”


“오빠랑 엄청 친한 친구야, 학원에서도 인기 엄청 많다? 솔직히 잘생겼지? 응?”


“싫거든! 완전 제비같이 생겼...”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흥! 저렇게 생긴 남자들은 여자관계가 복잡하거든? 한 번에 여러 여자들이랑 만나고 순진한 여자들 울리고 그런다니까!”


“뭐? 울티오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거든? 그런 이야기는 대체 어디에서 들은 건데?”


“마, 마...”


“응?”


“만화책에서 봤다! 왜!”


“에휴...”


“뭐!”



잔뜩 심술이 난 얼굴로 넥토를 째려보는 트리코.


넥토는 여동생에게 한 마디를 하려다가,


볼을 부풀리고 있는 여동생의 얼굴을 막상 마주하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말들이 뿌연 안개처럼 흐트러졌다.



“그... 오, 오빠가 잘 할게~”


“나가!”



퍽!


쿵!



걷어 차여 방 바깥으로 내쫓긴 넥토.


앞날이 컴컴하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은 넥토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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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5. 붕괴 NEW 18시간 전 1 0 10쪽
125 124. 편지 24.09.17 2 0 10쪽
124 123. 미사 24.09.16 3 0 13쪽
123 122. 기대와 실망 24.09.15 4 0 10쪽
122 121. 담배 연기 24.09.14 6 0 9쪽
121 120. 거래 24.09.13 6 0 10쪽
120 119. 초읽기 24.09.12 5 0 10쪽
119 118. 성냥을 든 남자 24.09.11 5 0 10쪽
118 117. 보이지 않는 심지 24.09.10 5 0 11쪽
117 116. 드리운 어둠 24.09.09 5 0 9쪽
116 115. 지켜야만 하는 것 24.09.08 5 0 9쪽
115 114. 노파와 사과 24.09.07 6 0 10쪽
114 113. 마치 나른한 오후처럼 24.09.06 6 0 10쪽
113 112. 집단 지성 24.09.05 4 0 11쪽
112 111. 다른 목소리로 불리는 같은 호칭 24.09.04 4 0 10쪽
111 110. 도망 24.09.03 4 0 12쪽
110 109.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24.09.02 5 0 8쪽
109 108. 고작 한 명 분의 무게 24.09.01 5 0 12쪽
108 107. 슬픔과 눈물의 역설 24.08.31 6 0 8쪽
107 106. 전부 알고 있다는 착각 24.08.30 7 0 12쪽
106 105. 머리색 24.08.29 5 0 10쪽
» 104. 금발의 여자들 24.08.28 6 0 10쪽
104 103. 모닐레 24.08.27 5 0 10쪽
103 102. 스튜 24.08.26 6 0 10쪽
102 101. 순응과 체념, 그 사이 어딘가 24.08.25 5 0 10쪽
101 100. 끝까지 함께 24.08.24 6 0 11쪽
100 99. 마지막 방문자 24.08.23 5 0 11쪽
99 98. 저녁 만담 24.08.22 4 0 10쪽
98 97. 반면교사 24.08.21 6 0 11쪽
97 96. 소년을 위해 24.08.20 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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