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멘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드라마

공모전참가작 새글

munch4808
작품등록일 :
2024.05.12 20: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796
추천수 :
1
글자수 :
595,179

작성
24.09.06 23:00
조회
6
추천
0
글자
10쪽

113. 마치 나른한 오후처럼

DUMMY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화.


되풀이되는 자책과 꾸지람.


답답함에 한숨을 푹 내쉬는 울티오,


그리고 어떻게든 아스테르에게 현실을 납득시키려는 넥토의 치열한 공방.



“넌 결국 인정해야 한다니까?”


“...”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는 거야.”



울티오가 콧방귀를 뀌며 아스테르를 비아냥거렸다.



“왜~ 그냥 세 명 전부 데리고 산다잖아.”


“너도 그럼 아퀼로 선배처럼 한 번에 세 명씩 사귀던가.”


“뭐? 그, 그건... 윤리적으로...”


“알면 선택하라고!”


“구, 굳이 선택해야...”


“이미 세 사람이 너한테 호의를 드러낸 이상, 네가 좋든 싫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


“그냥 이렇게 아무도 안 선택하고...”


“살 수 있겠냐? 지금도 숨 막혀서 여기로 도망쳐 왔으면서?”


“...”


“그리고 솔직히 너 샐비어를 제일 좋아하고 있는 거 아냐? 그러니까 그 리파라는 애도 거절하고 에델 누님한테도 별생각 안 드는 거잖아.”


“잘 모르겠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울티오의 욕설.



“아오~ 시~발, 답답해.”


“아스테르, 네가 아까 그랬잖아. 리파랑 얘기할 때 샐비어 생각했다고. 그 말은 즉 샐비어가 다른 여자들이랑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스스로도 알고 있는 거 아냐?”


“자주 붙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은 하는데.”


“붙어?”



울티오가 아스테르의 모호한 설명을 덧붙였다.



“비비적거렸다는 소리지.”


“아, 스킨십?”


“...”



떨떠름한 얼굴의 아스테르.


넥토는 활로를 찾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흉한 얼굴로 아스테르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넥토.



“뭐야? 그런 거였으면 말이 더 쉽지. 샐비어랑 스킨십을 할 때, 뭔가 반응이 왔다는 거지?”


“...”



아스테르는 부끄러운지 먼 산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긴밀한 스킨십을 나눠 본 게 샐비어 밖에 없어서, 스스로 정말로 샐비어를 좋아하는 건지, 혹은 그냥 본능적인 건지 모르겠다~ 이거구나?”


“맞아. 내 말이 그 말이야.”


“흐응~ 그럼 쉽지!”


“응?”


“리파랑 에델 누님이랑도 긴밀한 스킨십을 해보면 되는 거 아냐?”


“뭐?”


“왜? 가장 쉬운 해결책인데? 두 사람이랑도 스킨십을 해 보고 샐비어랑 같은 감정이 들면 네가 샐비어에게 느끼는 감정이 그냥 본능적인 거라는 걸 알게 되는 거잖아.”


“그, 그렇지만...”


“반대로 두 사람 중에 더 특별한 감정이 드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는 거고, 내 말이 틀려?”


“뭔가 죄책감이... 예의가 아니잖아.”



옆에 축 늘어져 소파에 눕듯이 앉아있던 울티오가 고개를 천장으로 치켜들며 말했다.



“아~ 그럼 사창가라도 다녀와 보던지~”



동시에 움찔하는 넥토와 아스테르.



“그, 그건 좀...”


“야! 넌 씨, 친구한테...”


“맞잖아~ 아는 사람한테 상처를 주는 것 같아서 신경 쓰이면 그냥 돈 받고 일하는 직원을 찾아 가는 게...”



갑자기 다른 관심사가 생겨버린 넥토.



“너 다녀온 적 있냐?”


“뭐?”


“아니, 말 하는 게...”


“내가 미쳤냐? 돈 아깝게 그런 델 왜...”


“얼만데?”


“함정 수사하지 마라, 모른다고.”


“헤에~”



화제가 다른 곳으로 새면서 흐트러지는 대화.


넥토는 그래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는지 아스테르에게 단단히 일렀다.



“명심해,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는 거야. 그게 세상의 이치야.”


“일단, 생각 좀...”


“백날 생각해 봐라, 뭐가 달라지나. 그냥 아까 내 말처럼 세 명 데리고 살라니까? 집에 돈도 많아 보이는데.”


“미쳤냐? 말이 되는 소리를 좀...”


“야, 솔직하게 말해. 넌 그냥 쟤가 예쁜 여자 세 명을 데리고 산다는 게 아니꼬운 거 아냐?”


“뭣...”


“뭐래, 나도 그런 게 올바르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


“안다는 놈이, 여자 하나 못 골라서 도망이나 치냐?”


“아, 몰라.”


“쯧, 평생 몰라라~”


“넌 씹, 누가 보면 여자 친구 있는 줄 알겠다?”


“할 말이 없어지니까, 바로 나부터 공격하는 거야?”


“.”



때마침 길어지는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계단 난간에 머리를 쭉 내밀어 놓고 있던 트리코가 내려왔다.



“다 끝났어?”



울티오와 아스테르의 사이에 쏙 들어가 자리를 잡는 트리코.


울티오가 물었다.



“그림은?”


“아! 맞다! 오빠! 나 물감 다 떨어졌어. 사러 가야 해.”


“그래?”



트리코가 넥토를 째려보자 넥토는 고개를 홱 돌렸다.



“오빠가 새 오빠들 많이 데리고 왔으니까, 새 오빠들이랑 가지 그래?”


“흥, 애초에 오빠랑 갈 생각 없었거든?”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나는 울티오.


트리코가 얼굴을 활짝 피며 울티오에게 팔짱을 꼈다.



“히히.”


“갔다 올게.”


“어이~”



조금 당황한 얼굴로 울티오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아스테르.



끼이익...


쿵.



아스테르는 울티오가 나가자마자 넥토에게 물었다.



“쟤, 뭐 잘못 먹었어?”


“뭐가?”


“아니, 뭔가 엄청 친절한...”


“아~ 트리코한테 완전 잡혀 살고 있지?”


“여자 엄청 싫어하지 않았나.”


“몰라? 낸들 알겠냐? 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설마... 네 동생한테 관심...”


“미쳤냐?”


“아니, 그럴 수도 있...”


“...”


“아니겠지?”


“아니겠지.”



갑자기 묘해진 분위기.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말을 돌리는 넥토.



“그건 그렇고, 너도 트리고 부탁 좀 할게.”


“응? 부탁?”


“쟤가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거든. 한눈팔면 바로 사라지는 애라...”


“근데?”


“같이 나가 달라는 소리야.”


“놀아 달라고?”


“아니, 보호자 행세 좀 해 달라는 소리.”


“에이~ 아무리 그래도 트리코도 16살인데...”


“아, 넌 모르는구나? 하긴, 오늘 왔으니까...”


“응?”


“요새, 밖이 좀 흉흉해서...”


“마을에 무슨 일 있어? 아까 마을 사람들 만났는데, 멀쩡하던데”


“우리 마을만 그러는 건 아닌데, 요새 지방에 실종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에? 실종?”


“어. 아직까지 실종된 이후에 발견된 사람이 아무도 없대.”


“심각한 거 아냐?”


“심각하지.”


“뭐 단서 같은 건...”


“진행 중인 수사가 없다고 하더라.”


“사람이 실종됐는데?”


“다들 가족이 없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서. 그렇게 따지면 트리코는 사실 대상이 아니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흐응... 실종...”


“그래서 그런지 우리 엄마하고 아빠도 너희 둘이 방학 동안에 같이 생활해주는 게 안심이라고 하더라.”


“알았어, 나도 웬만하면 트리코랑 같이 있을게.”


“이야~ 다행이라니까? 아주 든든해.”


“근데 넌?”


“응?”


“넌 네 동생 안 볼 거야?”


“아... 그... 나도 좀 방학을 즐겨야...”


“아하, 그런 거구나.”


“크흠.”


“요새 아주 행복하다고.”


“그래, 그래.”


“그건 그렇고, 요즘 세상에 실종은 웬...”


“그러게, 웬일이래.”


“하도 세상이 흉흉해서...”


“멀쩡해 보였...”



그날 저녁 넥토의 가족은 아스테르를 위한 성대한 환영식을 해주었다.


평화로운 방학이 느긋하게 유유히 흘러간다.


어느 날은 트리코와 어울려 세 명이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오오, 물감 엄청 잘 발리는데.”


“오? 아스테르 오빠 그림 잘 그리네?”


“나 재능 있을 지도...”


“그에 반해...”


“...”


“푸하하핳핰! 이게 뭐야~ 울티오 오빠는 생각보다 손재주가 없구나?”


“넌 대체 뭘 그린 거야?”


“입 다물어.”



넥토네 가족 전부와 호수로 밤낚시를 가기도 했으며,



“오... 오... 온다! 왔어! 왔어!”


“자, 이렇게...”


“오오오오! 아저씨 왜 이렇게 능숙해요?”


“유일한 취미거든.”


“헤에~”


“엄마~ 나 배고파~”


“이 자식이, 너도 아스테르랑 울티오처럼 좀 하나에 집중 좀 해 봐라, 이놈시키야.”


“낚시는 나랑 안 맞는다니까~”


“오빠! 오빠! 물었어! 물었어!”


“자, 잠깐!”


“꺄아아악!”



넥토 아저씨가 일하는 광산에 무작정 따라가 하루 동안 광부 일을 체험하기도 했으며,



“오오~ 확실히 아스테르가 힘이 좋네.”


“흐헤헤헤헿.”


“죽을 맛이네...”


“난 왜 여기에...”


“자, 이 광석 보이니? 이게 팔락스야.”


“에? 이게?”


“팔락스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난 별로 안 궁...”


“뭔데요?”


“팔락스는 마력을 통제하고 흡수하는 효과가 있잖아?”


“맞죠.”


“근데 밤에는 그 효과가 아주 미약해진다는 거 알고 있었니?”


“에? 정말?”


“아예 사라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10분의 1정도로 감소한다고 하더구나.”


“그럼 범죄자들은...”


“그래서 밤에는 웬만하면 마법사들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오오...”



그냥 집에서 대충 시간을 때우다 집 안으로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낮잠을 퍼질러 자기도 했다.



“어머? 얘네들 좀 봐?”


“응?”


“어떻게 거실에 전부 모여서 같이 잘 수가 있어?”


“보기 좋네.”


“어구~ 내 새끼들~ 일어나~ 저녁은 먹어야지~”


“으에...”


“으음...”


“으우...”


“으구! 이놈들아! 잘 거면 방에 들어가서 자!”



평화로운 나날들.


집안의 모두가 나긋한 일상이 이렇게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들의 일상엔 불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불행은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 평온한 사람들의 일상을 단번에 산산조각 내곤 한다.


그래, 마치 그날처럼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브라멘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6 125. 붕괴 NEW 18시간 전 1 0 10쪽
125 124. 편지 24.09.17 2 0 10쪽
124 123. 미사 24.09.16 3 0 13쪽
123 122. 기대와 실망 24.09.15 4 0 10쪽
122 121. 담배 연기 24.09.14 6 0 9쪽
121 120. 거래 24.09.13 6 0 10쪽
120 119. 초읽기 24.09.12 5 0 10쪽
119 118. 성냥을 든 남자 24.09.11 5 0 10쪽
118 117. 보이지 않는 심지 24.09.10 5 0 11쪽
117 116. 드리운 어둠 24.09.09 5 0 9쪽
116 115. 지켜야만 하는 것 24.09.08 6 0 9쪽
115 114. 노파와 사과 24.09.07 6 0 10쪽
» 113. 마치 나른한 오후처럼 24.09.06 6 0 10쪽
113 112. 집단 지성 24.09.05 4 0 11쪽
112 111. 다른 목소리로 불리는 같은 호칭 24.09.04 4 0 10쪽
111 110. 도망 24.09.03 4 0 12쪽
110 109.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24.09.02 6 0 8쪽
109 108. 고작 한 명 분의 무게 24.09.01 5 0 12쪽
108 107. 슬픔과 눈물의 역설 24.08.31 6 0 8쪽
107 106. 전부 알고 있다는 착각 24.08.30 7 0 12쪽
106 105. 머리색 24.08.29 5 0 10쪽
105 104. 금발의 여자들 24.08.28 6 0 10쪽
104 103. 모닐레 24.08.27 5 0 10쪽
103 102. 스튜 24.08.26 6 0 10쪽
102 101. 순응과 체념, 그 사이 어딘가 24.08.25 5 0 10쪽
101 100. 끝까지 함께 24.08.24 6 0 11쪽
100 99. 마지막 방문자 24.08.23 5 0 11쪽
99 98. 저녁 만담 24.08.22 5 0 10쪽
98 97. 반면교사 24.08.21 6 0 11쪽
97 96. 소년을 위해 24.08.20 5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