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관종 재벌의 빅테크 정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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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
작품등록일 :
2024.05.26 10:18
최근연재일 :
2024.05.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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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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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DUMMY

재벌집 막내아들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무슨 크나큰 권력이 생긴 건 아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인 거지 내가 재벌인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힘을 빌려오면 된다.


"아빠!"


서재의 문을 강하게 열고 들어가자 강진회 회장이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곧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게 말했다.


"마침 잘 왔구나."

"네?"

"인사해라. 장인철이다. 앞으로 널 보필해 줄 사람이다."

"보필이라고요?"

"그래. 한국대에 특수부대 출신이니 널 보살피는 데 부족함은 없을 거다."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갑자기 수행 비서를 붙여주다니.

강신우의 기억상 내 수행비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 근처까지 등하교를 도와주는 운전기사는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저런 엘리트를 내게 붙여준 적은 없었다.


'게다가 특수 부대 사람이라···.'


뻔하다.

강신우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

나를 건드리는 사람을 막기 위함일 것이다.


'과보호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쓸모가 있을 테니 일단 받아둘까?'


내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장인철이라는 사내가 내게 꾸벅 고개 숙인다.

그 모습에 조금은 안심한 듯 하던 강진회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둘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필요할 테니 자리를 비켜주마."

"잠깐만요."

"그래. 뭐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느냐?"

"네. 그러니까 제가 여기까지 왔죠."

"··· 하긴. 그것도 그렇군. 그래. 그럼 여기 온 용건이 무엇인지, 한 번 말해보거라."


허가가 떨어지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내가 말했다.


"저 취직시켜 주세요. 아버지."

"··· 뭐라고?"

"취직시켜달라고요. 아버지 회사에요. 아. 정확하게는 태진 데이터 센터로요. 직급은 뭐 가볍게 전무?"


깜빡깜빡. 순식간에 쏟아낸 내 말의 뜻이 이해가 잘되지 않는 건지 강진회 회장의 눈이 느릿느릿 깜빡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겨우 내 말을 이해한 강진회 회장이 내게 되물었다.


"취직시켜달라고? 우리 태진에 말이냐?"

"네. 그냥 태진이 아니라 태진 데이터 센터로요. 직급은 더 높게 주신다면 사양은 안 할게요."

"··· 너 나이가 몇 살인지 잊은 거 아니냐?"

"에이. 제가 잠깐 쓰러져있었다고 그걸 모를 리가요. 스무 살 아닙니까? 팔팔하게 혈기 넘치는 스무 살!"

"그걸 아는 놈이 회사? 회에사?"


그 모습에 뒤에서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차주학 비서실장이 적지 않게 당황했다.

아무래도 강진회 회장이 꽤 화난 모양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아까까지와 다르게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것이 분명히 화난 모양새였다.


근데, 대체 왜 화난 거지?


"문제 될 것 있나요? 나이 정도야 서류 좀 건들면 되잖아요. 그거 좀 건든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수능도 보지 못한 놈이. 재수해서 내년에 좋은 대학 들어갈 생각은 하지도 않고. 뭐? 회사? 넌 공부해서 내년에 네 형처럼 한국대 들어갈 생각이나 해!"


아 그런 문제였나.

사실 특이한 반응은 아니다.

아마 내 원래 부모님에게 같은 말을 했다면-물론 회사는 없으셨지만- 똑같은 말을 하실 것이다.


'아무리 재벌이라지만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한 건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순순히 납득하고 대학을 갈 생각은 없다.


애초에 대학에 가는 이유가 뭔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애당초 그렇게 열 올려서 취직할 필요가 없는 내겐 괜한 시간 낭비. 돈 낭비다.


게다가 대학, 그거 나도 가봤는데 별거 없더라.


'무엇보다··· 시기가 시기지.'


내후년이면 대한민국에 빅이벤트가 시작된다.

바로 외환위기.

대한민국 전체를 불꽃 할인 판매하는 행사가 말이다.


나는 거기서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생각이다.


'ADSL을 말이지.'


물론 진짜 ADSL을 산다는 건 아니고.

우리나라에 ADSL을 보급한 제일 통신을 살 것이다.


뭐? 왜 그런 기업을 사냐고?

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해서 인 것이 당연하지 않나.


그러자면 할 일이 많은데 가만히 공부나 하고 있을 생각은 없다.

내가 빨리 움직여야 내가 꿈꾸는 세상이 더 빨리 올 테니 말이다.


'그럼 작전 변경이다.'


나는 플랜 B를 실행했다.


"사실, 저 기억하고 있어요."

"뭘 말이냐."

"제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말이에요."

"···!"


강진회 회장의 눈이 크게 떠진다.

동시에 유리채 위의 모세혈관이 붉게 달아오른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나한테 대체 왜 그랬냐고 묻는 듯 했다.


강진회 회장의 꽉 쥐어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굳게 다물어진 입에서는 이가 갈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했다.


한참 뒤에야 겨우 노기를 가라앉힌 그가 물었다.


"··· 왜 거짓말한 거냐."

"걱정하실 것 같아서요."

"그걸 아는 놈이, 그런 짓을 해!"


귀가 쩌렁쩌렁 울리는 게 아무래도 강진회 회장의 건강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듯했다.


저렇게 화낸들 별로 개의친 않는다.

그건 강신우가 한 일이지 내가 한 일이 아니니까.

되려 그런 강신우의 행동이 지금의 내겐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그런 강진회 회장의 말을 가볍게 넘기며 그에게 되물었다.


"뭐 이미 벌어진 일은 넘어가고."

"난 못 넘어간다!"

"못 넘어가면 연속이라고 생각하세요."

"··· 연속이라고?"

"네. 아버지. 아버지는 제가 학교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강진회 회장의 말문이 막혔다.

아마 그의 마음 한구석에도 똑같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나를 학교에 보내고 싶었던 건지 곧장 반박이 날아왔다.


"그럼. 학교생활도 못 하는 놈이 직장 생활은 할 수 있을 것 같냐?"

"그래서 해보려는 거잖아요.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뻔뻔한 내 말에 강진회 회장의 입가가 씰룩인다.

내 말이 먹힌 걸까. 안 먹힌 걸까.


결과는 머지않아 나왔다.


"한 달."

"네?"

"한 달의 시간을 주마."

"한 달이요?"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태진 데이터 센터로 보내주마. 그곳에서 한 달을 버티거라. 그럼 계속해서 그곳에 다니는 걸 용납해 주마."


그 정도야 쉽다.

내가 원하는 대로 전무가 된다면 날 건드리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내 기대는 곧장 산산조각 났다.


"단, 내가 내 아들인 걸 밝히지 않고, 평범한 신입사원으로 말이다."

"···."


신입사원이라니.

전생 대리였던 내가 이젠 신입사원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데 강진회 회장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왜. 자신 없느냐? 없으면 언제든 말하거라. 내 당장 괜찮은 과외 선생을 붙여줄 테니."


아무래도 강진회 회장은 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공부해서 대학가라 VS 신입 사원부터 시작해라.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눈빛에서 보였다.

어쩌면 내 말을 증명하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직장 생활이라면 할 수 있다는 내 말을 말이다.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


"그 제안 받아들이죠."


강진회 회장이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내가 전생에 사회생활 만렙을 찍고 왔다는 것.


이 내기는 내가 질 수 없는 싸움이다.


***


강신우가 서재에서 나간 후.

한참 동안 가만히 강신우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있던 강진회에게 차주학 비서실장이 물었다.


"···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그렇게 걱정인가."

"후회하지 않으셨습니까? 도련님의 정체를 감추고 학교에 보낸 것 말입니다."


강진회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주학의 말대로였다.

그는 자식들의 배경을 감추고 학교에 보냈다.

자식들에게 역시 엄명을 내려 집안을 밝히는 것을 금했다.


이유? 이유야 뻔하지 않나.

배경을 보고 달라붙는 날파리들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첫째도 그랬고 둘째도 그랬다.

그렇게 한 덕분인지 둘 다 흠 없이 자라났다.

셋째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강진회 회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신우 도련님은 특별하지 않습니까."

"특별이라···. 좋아도 너무 좋게 말하는군. 허약하다고 하는 것이 더 옳겠지."


자식에게 말하는 것 치곤 냉소적인 대답이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가족들이 다 강신우에게 약한 이유가 있었다.

지병으로 일 년 중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날짜가 절반을 넘는 아이였다.

차라리 힘들다고. 아프다고 징징거리면 좋으련만.

자기는 괜찮다며 웃다가 혼자 있을 때 몰래 울곤 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상태가 호전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검정고시를 치고 고등학교에 보냈다.


그런 환경 때문인지 삼 남매 중 유독 유약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한창때의 남자들이 가득한 남고에 입학했으니 어쩌면 먹잇감이 되는 건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 속였다고요?"

"그래. 신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그렇게 나 자신을 속였단 말이네."

"그러면 대체 왜···."

"그 녀석이 저렇게 속내를 말했던 적이 있던가."


바보 같은 아이였다.

속에 있는 말을 제 부모에게도, 형제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그런 선택을 한 멍청한 놈이었다.


"그런 아들놈이 한 부탁이니 들어주지 않을 수 없지."


어찌 보면 동문서답인 대답이었다.

차주학은 왜 강신우를 입사시켰는지가 아니라 왜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는 것이냐고 물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오랜 세월 강진회 회장을 보좌해온 치주학은 뒤이어질 말을 묵묵히 기다렸다.


"오랫동안 고민했네. 하지만 나는, 내 방법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자신의 방법.

그러니까 배경을 감추고 학교에 보낸 그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

강진회 회장은 한 번 그것이 실패했음에도.

그것이 자식을 키우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재차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더 신경 써야 했을 뿐이지."


최소한 학교 선생에게라도 알려야 했다.

선생에게 돈을 먹이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교우 관계는 어떠한지,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했어야만 했다.


방법이 문제가 아니다.

환경을 통제하지 않은 실수일 뿐.


"문제는 파악했으니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걸세."


차주학은 그 말에 자신이 할 일을 깨달았다.


태진 데이터 센터에 눈을 심어두는 것.

그리하여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기미가 보인다면 바로 그 화근을 제거해 버리는 것.


그것이 강진회 회장이 바라는 것이었다.


"적당히만 하게. 적당히 말일세. 결국 놈은 못버티고 한 달 뒤에 태진을 떠나야하니 말일세."


아는 사람이 많아져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태울 사람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강진회 회장의 의중을 깨달은 차주학은 은밀히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신우가 입사하기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

그 시간 안에 모든 작업을 마쳐 두어야만 했다.


문제는 없다.

태진 그룹의 일이라면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것이 바로 그였다.

그가 움직인 이상, 태진에서 이루지 못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모든 일은 문제 없이 흘러갈 것이라고, 그는 낙관하고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미국으로 떠납니다.

입사 전날엔 돌아올게요.


며칠 뒤, 이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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