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관종 재벌의 빅테크 정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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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
작품등록일 :
2024.05.26 10:18
최근연재일 :
2024.05.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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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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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원하는 흐름

DUMMY

IT 버블.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IT업계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뜻하는 단어.

그 시작이라고 한다면 역시.


"넷스케이프일까요."

"넷스케이프라고요?"

"네. 아. 아직 안 써보셨으려나."


사실 장인철이 못 써본 것도 당연하다.

넷스케이프는 고작해야 작년 말에 출시된 인터넷 브라우저다.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인 그가 지금 그걸 알고 있다면 꽤 인터넷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일 것이다.


넷스케이프.

보통 IT 버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야후지만 사실 IT 버블의 시초라고 하면 넷스케이프다.

주당 28달러로 시작해 200달러 가까이 찍어버린 넷스케이프 코퍼레이션은 IT 업계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설적인 기업이다.


그럼 그 넷스케이프가 뭐냐.

그렇게 묻는다면 모자이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모자이크.

NCSA에서 브라우저로, 웹 서핑에 '마우스'를 도입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프로그램.

단순히 클릭하는 것만으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든 모자이크는 그야말로 혁신적이었고 당시 브라우저의 대항마였던 고퍼를 시장에서 퇴출시켜버리게 했다.


그럼 그 전엔 어떻게 했냐고?

그야 당연히 숫자를 입력해 콘텐츠를 불러오는 게 당연하지 않나.

PC통신을 떠올린다면 어떤 식으로 동작했던 것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넷스케이프는 뭡니까?"

"모자이크를 만든 사람이 만든 거요."

"··· 네?"

"음. 사실 이게 좀 복잡한데. 모자이크는 NCSA에서 알바하던 알바생이 만든 거거든요."

"근데 왜 또 넷스케이프를 만든 겁니까?"

"NCSA가 모자이크를 날로 먹으려 했거든요. 그래서 꼴 받아서 나가서 새로 만든 거죠."

"???"


장인철은 이해가 안 되는 얼굴이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마크 엔드리슨.

당시 대학생이던 그가 NCSA에 알바생으로 일하며 프로젝트를 주도해 만든 것이 바로 모자이크였다.


하지만 그런 공적을 세웠음에도 정직원이 되기는커녕 회사에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성과를 뺏은 거군요."

"네. 고작해야 알바생이니 그냥 자르고 자기 공적으로 바꿔치기 한거죠 뭐."


기업의 생리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그건 NCSA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중간 관리직이 실적을 먹어 치운 것인지.

아니면 일개 알바생에게 그 공적을 인정해 주었다가는 기업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NCSA는 마크 엔드리슨의 실적을 인정하지 않고 그를 그대로 퇴출했다.


그 결과 마크는 NCSA를 나오게 되었고 다른 회사를 만들어 넷스케이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넷스케이프에게 모자이크는 패퇴했고 마이크로 소프트에 인수되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된다.

그리고 추후 익스플로러에 밀려난 넷스케이프는 파이어폭스가 된다.

여기에 크롬을 살짝 끼얹으면 그게 짧게 요약한 인터넷의 역사다.


"감명 깊지 않아요?"

"··· 감명이요?"

"그렇잖아요. 일개 알바생이 회사에 큰 업적을 세웠지만 단물만 쏙 빨리고 팽당하잖아요. 거기에 그러자마자 그 대항마를 만들어 시장을 장악해 그 능력을 증명하다니."

"··· 그래서 그 100억을 거기 투자하겠다는 겁니까?"

"네. 딱 봐도 MZ 한 게 저랑 대화가 잘 맞을 것 같지 않아요?"

"···."


하지만 장인철은 그런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그가 머리가 아파져 오는 건지 관자놀이를 짓누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약속은 이미 잡아뒀으니까.


반쯤은 체념한 건지 아니면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은 건지 장인철이 내게 물어왔다.


"그 넷스케이프의 수익모델은 어떻게 됩니까?"

"··· 누가 경제학 전공 아니랄까 봐 수익모델부터 묻는 거예요?"

"말 돌리지 마시고요. 도련님의 설명 덕분에 브라우저가 뭔지는 알 것 같지만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지만 장인철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사실대로 그에게 말했다.


"일단 일반인들에게는 무료로 뿌려요."

"··· 무료로요?"

"네. 그리고 기업체들에는 돈을 받는 거죠."

"··· 그래서 돈이 되겠습니까?"


물론 안된다.

정확히는 되긴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은 아니다.


IT 버블이 왜 버블이겠나.

언젠가 꺼지니까 버블이지.


나는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장인철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넷스케이프는 반드시 오를 테니까요."

"···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하곤 하죠."

"바로 그거예요. 그게 중요한 거예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중요한 건 환상이거든요. 오를 거라는 환상 말이에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주부들이나 노인들이 돈 들고 증권사에 오면 그때가 빠져나올 때라고요."


사실 그래서 주식이 어려운 거다.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사람은 얼마 없다.

뜬구름 잡는 희망에 투자하고 스며오는 불안감에 돈을 빼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곳이 바로 증권가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업의 가치보다는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업이 어떤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가.

그런 환상이 있는 기업이야말로 투자하기 좋은 회사다.


"··· 환상이라. 영 틀린 말은 아니군요."

"그렇죠?"

"네. 문제는 그 넷스케이프라는 곳이 환상을 심어줄 수 있냐는 거겠지만요."

"글쎄요. 그건 문제 되지 않을걸요? 아마 곧 한국에서도 유명해질 테니까요. 아 도착했다."


넷스케이프 코퍼레이션.

그런 명패가 달린 사무실의 앞에 도달한 나는 가볍게 그 문을 열었다.


10평은 될까 싶은 작은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낡은 책상과 컴퓨터들.

영세해 보이는 사무실의 모습이었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은 달랐다.

후줄근한 차림에도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건지 허리와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출시된 지 고작 반년쯤에 시장 점유율을 과반 가까이 먹어 치운 곳이 바로 넷스케이프였다.

그런 직장에 다니는데 자부심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걸 거다.


그런 직원 중 한 명,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신우입니다."

"마크 엔드리슨입니다. 그런데··· 네가 책임자야?"

"예. 문제 있습니까?"


그가 나를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이내 곧 아무렇지 않은 듯 이어 말했다.


"··· 아니. 가격만 맞는다면 못 팔 것도 없지. 주당 14달러로 쳐주면 팔게."

"잠깐만요. 14달러라고요? 그건 너무 비싼 것 같습니다만."


갑자기 장인철이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더니 그렇게 말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주당 14달러면 아직 상장도 못한 회사의 주식 가격이라기엔 너무 높다.


나야 뭐 가격을 낮추면 좋은 일이기에 일단 장인철이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마크가 다시 한번 인상을 쓰더니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우린 투자가 필요 없어."

"필요가 없다고요? ··· 그럼 이런 자리는 왜 만든 겁니까."

"공모가를 14달러로 할 생각이라. 그 가격에 라면 팔 생각이 있어. 실제로 그렇게 사 간 사람도 꽤 있고."

"···."


한 마디로 일반 투자자 취급을 하겠다는 소리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다.

이미 개발은 끝난 상태고 과실만 수확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추가 투자는 필요 없다.


다만 이런 가격을 불러도 사겠다면 막지는 않겠다.


그런 생각인 것이다.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말했다.


"사죠."

"네?"

"사자고요. 14달러 정도면 뭐."


싸다.

올해 말이 되기 전에 주당 100달러를 넘기고 내년엔 200달러 가까이 찍는 곳이 바로 넷스케이프다.

2년 만에 10배 넘는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그런 회사의 주식을 사지 않는다는 건 멍청한 짓이다.


"도련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이라면 충분히 해봤어요. 살게요. 14달러에 1250만 달러면 대충 100만 주 정도 살 수 있겠네요."

"90만 주야. 10만 달러 정도는 깎아줄게."


크게 인심 쓴다는 듯 마크가 말했다.

MZ 한 줄 알았더니 완전히 꼰대다.


역시 깊게 인연을 맺기보단 수익만 보고 손절 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마크와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다.

갑자기 누군가 마크의 귀에 대고 속삭이더니 마크의 눈빛이 바뀐다.


"흠. 잠깐. 주당 14달러가 아니라 28달러로 할게. 그래도 살 거야?"

"뭐?"

"사실 다른 쪽에서도 투자 계약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거든. 근데 거기서 두 배를 불렀다네?"


한 마디로 돈을 더 많이 부른 사람이 생겼으니 그 가격에는 못 판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계약 직전에 말이다.


"··· 미친 거 아니야? 우리가 먼저 이야기를 끝냈는데?"

"살 생각이 없나 보네?"

"어. 이딴 망할 회사 주식 안 사고 말지."


쫙.

나는 그대로 계약서의 종이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그 잔해를 그대로 마크의 얼굴을 향해 던져버렸다.


주변에서 누군가 우리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마크가 손을 들더니 제지했다.

하지만 그도 기분은 좋지 않은 건지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상태였다.


그렇게 첫 주식 매매 계약은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서로에게 갈등만 남긴 채로 말이다.


***


"아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열받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면전에서 말을 바꾸지? 그렇지 않아요. 형?"

"··· 전 사실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넷스케이프라는 곳이 돈을 벌어다 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워서요."

"무슨 소리예요. 28달러에 사도 거의 7배는 먹을 수 있을걸요?"

"···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사실이 그렇다.


넷스케이프의 주식은 170달러 넘게 오른다.

28달러에 사도 6~7배는 먹을 수 있다.


단지 말하는 태도 하나하나가 내 신경을 거슬릴 뿐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래요. 제가 어려 보이니까 바로 말을 놓잖아요."

"··· 그런데도 계약할 생각을 하셨습니까?"

"12배를 먹을 수 있으면 그 정도는 참아야죠!"


아. 다시 생각해 봐도 아깝다.

12배. 12배라니.

100억이 1200억이 되는 게 아닌가.


하지만 나는 깨끗하게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었다.


"괜찮아요. 투자할 데는 많으니까."

"··· 그렇습니까?"

"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죠."


사실 대박은 따로 있다.

야후.

자그마치 180배가 오르는 IT 버블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 바로 야후니까.


'하지만 야후가 본격적으로 오르는 것은 99년이니··· 좀 아깝지.'


하지만 이번 일로 깨달았다.

시간에 딱 맞춰서 투자했다가는 이런 일을 겪기 십상이다.

저평가 당할 때,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투자해야 적은 돈으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열받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작해야 넷스케이프 따위가 저렇게 콧대를 세우다니.


"어차피 망할 회사 주제에."

"망한다고요? 그냥 욕하신 게 아니고요?"

"네. 망해요. 그냥 회사 자체가 없어질걸요?"


그런 내 말에 장인철이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 도련님. 그 말이 사실인지는 둘째치더라도, 망할 거로 생각하는 회사에 투자할 생각이었던 겁니까?"

"망하기 전에 빠져나오면 되죠. 뭐."


넷스케이프가 망하든 말든 뭔 상관인가.

그 전에 빠져나오면 그만이지.


'··· 잠깐만. 망한다고?"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동시에 나에 대한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바보다.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왜 그냥 주가에 편승할 생각만을 했을까.


원하는 흐름이 있다면, 그것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을.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가죠."

"··· 어딜 가신다는 겁니까?"

"저 회사 망하게 하려고요. 대기업의 힘을 보여줘야죠!"


마이크로 소프트.

넷스케이프를 망하게 하는 원흉이자 IT 버블 하면 역시 빠질 수 없는 그런 회사.


그 회사를 이용한다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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