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천재의 게임방송 in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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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민
작품등록일 :
2024.06.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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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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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유튜브 입문하기

DUMMY

"유튜브는 멸망 이전부터 살아남은 기업 중 하나인데요, 지배 구조나 여러 가지 요소가 바뀌긴 했지만 그 입지는 여전합니다. 미국의 힘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의 남자 강사가 칠판을 앞에 두고 강의를 하는 중이다.

강의의 제목은 '월수익 1000 보장 실전 유튜브 입문하기.'

김민이 억지로 구매해 준 17000원짜리 유료 인터넷 강의다.


"너 유튜브 할 거라며.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내가 네 계정에 강의 사 뒀으니까, 유튜브 시작하기 전에 끝까지 한 번 돌려 봐."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의미에서였는데, 그닥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아서가 첫째. 유료 강사라는 사람이 딱 봐도 사짜라서가 둘째다.

처음에는 적당한 논리를 들어서 거절하려고 했다.


"너무 다 해주시면 저도 부담스럽습니다. 프로 관련한 일도 아니고 개인적인 유튜브 활동인데 이 정도는 저 혼자서 해결하고 싶습니다."


딱히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에 문서현에게 받은 돈도 있고 인터넷 방송에서 받은 용돈의 액수가 꽤 된다.

하지만 김민은 막무가내였다.


"열 살짜리 애가 혼자서 뭘 어떻게 하냐. 요즘 키즈 유튜버들 겨냥한 사기도 엄청 많다더라."

"열 한 살입니다."

"그거나 그거나."


김민은 자신이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풀어놓았다.


유튜버를 지망하는 어린 학생들을 나쁜놈들이 어떻게 뜯어먹는지.

편집자를 가장해서 돈을 뜯어내는 사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심지어는 아이들을 협박해 장난감 광고 영상을 올리는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고도 했다.


"세상이 위험하다는데 인터넷이 더해. 잘못 걸리면 돈만 뜯기는 걸로 안 끝난다."


그러니까 김민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연습생이라서가 아니라 마치 동생이나 자식을 대하는 것처럼.


"제 입으로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너무 과보호하시는 느낌입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왜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코치로서 신경써 주시고 개인적으로 지원까지 해 주시는 게 굉장히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부담스럽다.

아직은 전생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내 가족은 이미 멸망에 휩쓸려 죽었다.

그 뒤로 나를 걱정하고 신경 써 주던 사람이 없던 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먼저 피해 왔다.

다른 누군가가 주는 정에 익숙해지면 가족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지는 않을까 해서.


"저로서도 구체적인 이유를 알아야겠습니다."


김민이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너는 재능이 뛰어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이유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말도 안 되게 뛰어나."

"재능만 가지려는 사람은 남한테 이렇게까지 안 해 줍니다."


전생의 나는 인류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내 힘을 손에 넣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내게 온갖 달콤한 제안을 건네 왔다.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도가 텄다.

그 사람들과 김민의 행동은 확연히 다르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던 김민이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동생 같아서 그런다."

"그런가요."

"그냥 하는 얘기 아니다. 진짜 동생 같아서 그래."


대답은 거기서 끝이었다.

김민은 멋쩍은 듯 화제를 돌렸다.


"됐고, 다 들으면 내가 유튜브 시작 지원금으로 돈 보내 줄게."

"저도 돈 있습니다."

"파랑이한테 받은 걸로 되겠냐. 내가 돈 주려고 하는 거니까 그냥 받아."


굉장히 염치없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도 결국 받아들여 버렸다.


유튜브 박사 김페페의 실전 유튜브 입문하기.

현재 10만 유튜브 채널 한 개. 7만 유튜브 채널 두 개 운영 중.

총 14개의 동영상 강의로 알찬 패키지 구성. (평균 20분 분량)

강의 수강 이후에도 커뮤니티 페이지를 통해 즉석으로 피드백 가능.


강의를 전부 들은 후에 인증하면 김민에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사람은 뭔가 나한테 자기 개발을 시키려고 하는 건가.

덕분에 보육원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강의를 듣고 있다.


학교에서의 점심 시간에도. 주말 보육원의 침대 위에서도.

강의를 듣고 있자니 잼민이 친구가 다가와 한 마디 했다.


"또 강의 들어?"

"응."

"어차피 아저씨도 모를 텐데 그냥 다 들은 척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새로 추가된 기능이 있어서 강의 들을 때 수강 기록이 남아."

"바보인가. 그냥 틀어만 두고 다른 일 하면 되잖아."


이 친구는 나보다 똑똑한 모양이다.

다른 사람의 선의에 보답하는 게 사실 바보같아 보이기 쉬운 짓이긴 하다.


"너는 사람의 진심이 담겼는데 어떻게 그러냐."

"그런 거 알 바인가?"

"이미 결제가 됐는데 대충 들으면 돈 아깝잖아."

"그건 맞다."


인생 2회차를 살아가며 더욱 확고해진 내 결론이다.

어린애들은 결코 착하거나 순수하지 않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 자식들은 욕심도 많고 순수한 악 성향을 가진다.

아주 가끔 순수하고 귀여울 때가 있는데 그때의 인상이 어른들에게 특히나 깊게 남을 뿐이다.


화면 속 강사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유튜브로 어떻게 수익을 내는가가 중요하겠죠. 이미 상당히 레드오션인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동영상을 노출시키고 나아가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 알고리즘!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보셨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정말로. 정말로 중요합니다. 알고리즘 없이는 유튜브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다 아는 얘기만 계속하는 게 바로 사짜의 특징이라.

이것보다는 훨씬 더 도움이 될 만할 길을 나는 알고 있다.


"형. 저 유튜브 시작해보려고 하는데요."


인맥이다.



*



희망보육원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왜냐면 제대로 된 대학은 죄다 서울에 있고, 입시 학원도 서울에 있고, 기업과 일자리도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시 바깥 출신은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없다.


사실상 유일하게 성공하는 방법은 바로 인터넷에서의 활동이었다.

웹소설. 웹툰. 그림 커미션. 유튜버. 인터넷 방송 등등.

이들은 큰 자본과 대단한 대학 간판이 필요가 없다.


보육원의 몇몇 선배들은 일찍이 이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성공의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포기했고, 또 남은 사람 중 대부분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취업의 길로 들어섰다.

자본과 학벌이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건 오로지 압도적인 재능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기도 했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고배를 마시던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아 소기의 성과를 올린 사나이가 있다.


최준서. 희망보육원 출신. 만 17세. 고등학교 자퇴.

그는 현재 구독자 50만 유튜브 채널의 편집자로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 큰 수익은 아니지만 보육원 출신으로서는 손에 꼽을 정도의 부자다.


내가 성장했을 때 그는 보육원을 떠나 있었지만, 선배들의 언급을 통해 그가 남기고 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형은 전설이었어. 우리들의 영웅이었다고!"

"지금 너네들 사이에서 인터넷 방송 인기 있고 그런 분위기도 원래는 다 준서가 만든 거야. 원래는 다 인터넷 카페로 옛날 만화만 봤었어."

"준서는 유튜브 편집자로 한 달에 500을 벌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 당시에는 모두가 그 말을 믿지 않고 비웃었지. 마치 하늘섬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베라미처럼...."


보육원 선배들은 다들 멸망 이전에 인기 있었던 옛날 만화에 미쳐 있었다.

자신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말투도 만화 비슷하게 변했다.


희망보육원을 지배하는 문화가 인터넷 방송이 된 것은 사실 몇 년 지나지 않은 일이다.

윗 세대를 상징하는 문화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옛날 만화 유출본.

저작권자도 죽고 저작권을 소유한 회사도 박살이 나다 보니 딱히 불법으로 보는 건 아니엇다.


나약한 아이는 지건을 맞고 강한 아이가 람각을 날리는, 멸망 이전의 학창 시절을 연상시키는 고전 회귀 시대.

최준서는 그런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은 존재였다.


"너 옛날에 여기 이름이 희망보육원이 아니었던 거 알아?"

"네?"

"원래 이곳은 그냥 보육원이었다. 간판이 바뀐 건 최준서님께서 '희망'을 가져온 이후의 일이지...."


나는 희망보육원의 전설을 직접 만나 보고자 했다.


"그러면 혹시 그 형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준서 좀 바빠서 연락 못 받을 걸? 그리고 걔 새벽에만 깨 있어."

"거기도 야간 수당이 있는 건가요?"

"직업적 특성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던데 아무튼 되게 바쁜 건 맞아."


전설이 되어 떠난 최준서의 벗들은 요즘 그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금이야 바빠서 연락이 안 되는 거지 예전에는 보육원에도 자주 왔긴 했어."

"너 책방에 만화 있는 거 알지? 그거 준서가 다 사서 채워 놓은 거야."


한창 바쁠 시기일 테니 이해한다고도 했다.


띠링-!


내 핸드폰에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는 이어질 파장을 걱정해 문자를 감추려 했으나, 뒤쪽에서 지켜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개새끼가!"

"이 배신자!"

"용서할 수 없다! 최준서 그 자식은 우리 패밀리에서 제명이야!"

"제명? 손절은 우리가 당한 게 당연하잖아.... 우리는 추방당해 버린 거다. 그 녀석의 세계에서...!"


최준서의 동기들이 허탈하게 웃는 동안, 나는 슬쩍 자리를 빠져나가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최준서와는 얼마 가지 않아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

실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한 적도 없고 따로 알고서 친하게 지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사소한 문제다.

보육원 동기라는 혈연 아닌 혈연이 우리들을 끈끈하게 묶어 주고 있었으니까.



*



"보육원에 연락 좀 하고 지내요."


내가 최준서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무슨 목표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주변 사람들 다 버리고 성공해 봤자 마지막에 후회합니다."


조금 주제넘게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말을 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최준서는 그리 치졸하고 사악한 성격이 아니었다.

문자를 확인한 그의 동기들이 서술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너는 뭘 안다고 그러냐."


나는 대답 대신 주변을 슥 훑어봤다.

최준서의 집은 서울 외곽의 원룸답지 않게 넓고 깔끔했지만, 내부는 완전히 쓰레기장이었다.

특히나 작업을 하는 컴퓨터 책상 위가 엉망이다.

제때 치우지 않아 빨간 기름이 흘러나오는 컵라면 용기. 여기저기 널브러진 에너지 음료. 그리고 그 입구에 꽂힌 담배 꽁초 몇 개.


"형 담배도 피워요?"

"아니."

"근데 집에 담배가 왜...?"

"몰라도 돼."


나는 뒤늦게 담배 필터 쪽에 희미하게 남은 립스틱 자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새삼 지금의 내 나이가 떠올랐다.

만으로 열한 살 초등학생인데 이런 상황이 오면 그냥 생각 없이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여자친구가?"

"이젠 없어."


최준서가 힘없이 답하며 컴퓨터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좀 더 자세한 내막을 물어볼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어쨌던 너 유튜브 한다고 했지?"

"네."

"게임 쪽으로 나갈 거고, 그러면 당연히 편집자 필요할 거고."

"그렇죠."


모든 힘이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던 최준서의 눈빛 속에 순간 무언가가 번뜩였다.


"형이랑 일 하나만 하자."


성공에 대한 간절한 야망.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알 수 없는 복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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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직 검성의 인생 2회차 24.08.03 481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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