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자의 밤 - 새로운 세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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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발
작품등록일 :
2024.07.0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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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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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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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2)

DUMMY

한동안 주변의 기척을 살피던 나는 방향을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에테르를 검에 주입하는 연습을 하며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원래의 길로 돌아왔다.


파앗!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은 듯 나무 파편이 날아온다.


화살을 챙긴 나는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크 투사 한 마리는 바닥에 누워 헐떡거리고 있었고, 남은 한 마리 투사에게는 모든 고블린의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고블린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고블린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고블린 두 발, 오크 투사 한 발, 번갈아 가며 양쪽을 쏘다 보니 놈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널찍한 오크 투사의 등에 화살을 쏘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스으윽-

쓰러진 고블린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으윽!

고블린의 기억이 밀려온다.


녀석의 기억 속에서 오크를 어떻게 잡았는지를 찾아냈다. 고블린들의 창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고, 오크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것을 보아하니, 답이 나왔다.


푹-

녀석의 목에 칼을 박아주고, 에테르를 흡수한다.


저벅! 저벅!


푹-

쓰러져 헐떡이는 오우거의 목에 역수로 쥔 칼을 힘껏 박아준다.


크워어어어어!

에테르를 흡수하는데 녀석의 비명을 들은 오크와 고블린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눈이 몇 개야? 이거.

부담스럽게.


장검을 꺼내 들고 에테르를 주입한다.

약하게 빛나는 검이 예쁘다.


덤벼드는 고블린 몇 마리를 무기와 함께 베어버리고, 오크에게 다가간다. 중독이 심한 듯 동작이 매우 굼뜨다.


서걱-

너무도 쉽게 목이 잘린다. 중독될 것 같다.

녀석의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오고 거대한 상체가 넘어간다.


쿵!

끼에에에!

나머지 고블린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문득 나는 이 상황이 그동안 봐오던 소설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되뇌었다.

몬스터들을 잡다 보면 길이 보이려나.


***


안호준은 전투가 끝난 현장에서 정비하고 있었다.


오크 투사의 무기는 역시나 거치적거려서 들고 가기가 불편했고, 고블린들이 쓰던 무기는 길이가 적당히 짧아서 단창으로 쓰기 위해 챙겼다.


고블린의 것으로 보이는 화살이 있긴 한데, 쓰자니 너무 작아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주고 간 화살통은 거의 다 비어서 몇 발 남지 않다 보니 생각이 많아진 호준이다.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고요한 숲속이라 그런지 멀리 퍼지는 듯하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까 도망쳤던 고블린들이 다시 온 것 같다.


화살통에 남은 화살은 4발.

모두 꺼내 바닥에 꽂은 호준은 고블린이 쓰던 활과 화살을 챙기기로 했다.

늑대 가죽을 고정한 덩굴에 고정하기 위해 애를 쓴다.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간 호준은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것들, 아무리 봐도 아까 그놈들인 것 같은데.”


수백 마리로 보이는 고블린들이 정확히 안호준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호준이 동굴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동선을 짜기 시작한다.


“일단 도망치자. 화살은 아까우니 몇 발 날려주고.”


생각을 마친 호준은 이제는 익숙해진 활을 한 번 쓰다듬어 주고 고블린이 오는 방향을 바라본다.


퍽! 퍼벅!

나머지 화살을 모두 사용한 호준은 들고 있던 활을 고블린들을 향해 던져버린다.


“꾸우우우악!”

“끼아아아악!”


고블린들이 내지르는 고함 섞인 비명에 주변의 고블린들이 몰려들었다.


다리 길이의 차이 때문인지 생각보다 느린 녀석들의 속도 덕분에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나무 위에서 봤던 덩굴이 우거진 곳에 도착했다.

칼을 빼 들고 앞에 있는 고목을 바라본다. 하얗게 빛나는 칼날이 눈에 들어온다.


쉭- 너무도 매끄럽게 잘리는 나무 밑동.


“아! 그쪽이 아닌데.”


원래 생각한 방향과는 반대로 넘어가 버렸다.


“젠장. 그냥 가자.”


그래도 완전히 헛수고는 아니었나 보다. 달리면서 돌아보니 녀석들이 나무를 돌아서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계속 달리다 보니 땀이 나고, 여기저기 살점이 붙어 있는 늑대 가죽이 거추장스러워 몇 번이나 버릴까 했지만, 내가 들인 수고와 계획을 위해 무거워도 꾹 참고 달렸다.


삑- 삐익-

아마도 고블린들의 신호인 듯 보이는 호각 소리가 숲 여기저기서 울려 퍼진다.


“숫자가 많아서 그런가, 여유 부릴 때가 아니네.”


호준이 구토한 장소가 보이자, 목표가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

한참을 내달린 호준은 우측의 동굴로 들어가 한숨을 돌렸다.


습기 있는 공기와 흙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바닥은 자연스럽게 내 기척을 숨겨준다.


깊은 어둠 속에서 섬뜩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동시에 계획을 실행했을 때의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네메시스의 기억에 따르면, 동굴은 텅 비어 있었고, 내부의 삼거리까지 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호준은 벽에 손을 스치며 이동한다.


그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깊숙이 들어간다. 삼거리에서 길 한쪽에 고블린이 쓰던 창을 꽂아 늑대의 형태를 만들고, 서둘러 늑대 가죽을 벗어 모양을 다듬었다.


파삭! 고블린 창 하나를 부러뜨린 호준은 에테르를 써서 불을 붙인다.


늑대 가죽 속에 창을 꽂아 넣자 생각보다 더 그럴싸한 늑대가 완성되었다.

반대편 바위틈에 몸을 숨긴 호준은 고블린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틈틈이 고블린 활을 당겨보며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하고 있자, 수많은 발걸음 소리와 함께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나는 바위 뒤에 숨어서 어둠을 노려본다.

어둠 속에서 빨간 눈들이 허공을 유영하며 나를 찾기 위해 탐색한다.


“끼에에엑!”


녀석들의 시선이 늑대 가죽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른다.

활을 당겨 화살을 쏜다. 작은 활이 어색했지만, 어둠 속에 보이는 놈들의 눈을 겨냥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늑대 가죽을 바라보니, 만약 모르고 본다면 깜빡 속을 것 같았다.


창대가 불타면서 눈구멍에서 반짝이는 모습은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퍽! 퍼퍽! 퍼버벅!

어디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챙겨온 화살이 동이 날 때까지 쏘고 또 쏘았다.


고블린들이 뒷걸음치기 시작하고, 전열과 뒷줄이 뒤엉켜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화살이 다 떨어진 나는 칼을 빼 들고 녀석들에게 다가간다.


화악!

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건 녀석들의 새빨간 눈빛과 내 검에서 하얗게 빛나는 에테르뿐이다.


동굴 안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고, 수백 마리 넘던 고블린이 이제는 수십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몸은 점점 한계에 도달하는 듯, 온몸에서 피로를 호소하며 삐걱거린다.


쉬익! 쉭!

빨간 선들이 나를 향해 몰아쳐서 흡수된다. 에테르에 취한 나는 기계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다른 고블린보다 조금 높은 곳에 보이는 빨갛게 빛나는 두 눈!


나는 홀린 듯이 그 눈을 향해 칼질하며 다가간다. 녀석이 겁먹은 것 같다. 눈빛이 초점을 잃고 사정없이 흔들린다.


양손에 힘을 주고 에테르를 있는 대로 주입한다. 장검이 반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서걱!

허공에 떠 있던 눈빛이 한순간에 반으로 줄어든다.


끼에에에!

녀석들이 겁에 질려 동굴 밖으로 도망친다.


나는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어 멍하니 바라만 본다.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한다.


“관리자 새끼 등장할 때랑 비슷한데. 그 놈 기억 속에서 본 선택의 시간인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를 기다린다.


***


“호오. 생각보다 잘해주셨군요?”

“적응이 안 돼서 그러는데, 우리 구면이 아닌가요?” “쓸모에 따라 대우가 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으셨나요?”


네메시스가 조용히 킬킬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그의 기억을 읽었기에 그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어본다.


“무슨 일인가? 혹시 집에 보내주는 건가요?”

“집에 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그건 안호준, 당신에게 달렸지.”

“갑자기 존댓말 하려니 어색해 죽겠네. 그냥 하던 대로 하시죠. 관. 리. 자. 님!”


나는 그의 반응을 지켜보며 가만히 있다.


“자자. 쓸데없는 이야기는 이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각성자 안호준, 당신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고, 이 과정에서 얻은 기억과 힘은 포기해야 해.


두 번째는 당신이 흡수한 에테르를 가지고 다음 던전에 도전하는 거지.


세 번째 선택지도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


나는 고민하는 척하며 잠시 멈춘다.


“임무? 그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줄 수 있어?”

“당연하지. 첫인사는 좀 과격했지만,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고. 친구여.”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쏘아보자, 그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을 이어간다.


“자자. 답변하자면 우리는 이익 단체라고 볼 수 있어. 일종의 투자회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M&A를 좀 과격하게 한다고 보면 되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안호준, 한 가지를 알고 대화를 시작하자고. 내가 현신하는 시간은 너의 에테르를 사용하여 현신하는 거야. 물론 능력은 내가 사용하는 것이니 별도지만.”


그의 기억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사소한 정보들이 결여된 것을 느끼고, 나는 작은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럼 이건 무슨 말인가···”

 ··· ··· ···

 “안호준,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건가?”


나는 무의식중에 움찔하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정보가 부족해. 네 말대로라면 내가 에테르를 많이 모아야 한다는 건데, 정보가 많아야 네가 원하는 결과가 좋게 나올 거잖아.”


네메시스가 손가락을 흔들며 대답한다.


“아니, 아니야. 네가 성장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게 내 임무이기도 하고, 나 혼자 관리하는 애들이 많기는 하지만, 특별 관리라는 게 있기도 하니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에테르나 많이 모아.”


그의 웃기지도 않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모르는 척 경청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이제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을 거라고 본다. 선택해라. 나도 바쁜 몸이라서.”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지만 고민하는 척 연기를 했다.


“다음 던전으로 가겠다.”

“탁월한 선택이다. 그럼 내가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지.”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 고개를 돌렸지만, 온 신경을 기울여 그의 다음 말을 집중했다.


“선택의 시간이 끝나면 대기실이라는 곳으로 이동하고 정비할 시간을 줄게.”


네메시스가 다시 내 머리를 잡는다. 이번에도 동시에 두 가지의 기억이 들어온다.


“아오. 신호라도 좀 주지.”


녀석이 내 머리를 잡은 채로 말을 이은다.


“나와의 대화가 끝나면 대기실을 선택할 수 있어. 나와 친분이 있는 관리자가 너의 친구를 관리하고 있으니 말을 전해 놓을게. 4번을 고르도록 해.”


나는 휘청이는 몸을 바로 잡으며 대답했다.


“알았다. 그럼 혹시 다음 던전을 같이 갈 수 있나?” “간단해. 같은 포탈을 이용하면 돼.”

“포탈?”


그가 손을 올리자, 나는 움찔하며 한발 물러섰다.


“하하하. 생각보다 겁이 많군? 그런데 몬스터는 부족장까지 잡은 모순적인 존재라니.”


그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손을 흔들자, 갑자기 그의 뒤로 파란색의 동그란 것이 나타났다. 마치 바닷물이 동그랗게 모여서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네메시스가 다시 손을 흔들자 빨간색 포탈이 생겼다. 색깔은 꼭 피가 모여 있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생겼다.


“자자. 빨간색은 1번, 파란색은 2번.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군. 4번 대기실을 떠올리며 들어가라. 다음에 보자.”


그의 몸이 다리부터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꺼림칙하긴 했지만, 당장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포탈을 향해 4번을 되뇌며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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