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유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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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보틀
작품등록일 :
2024.07.23 22:57
최근연재일 :
2024.08.06 22:22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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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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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2

작성
24.07.2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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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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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프롤로그

DUMMY

"네 이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하늘의 지배자 옥황상제는 얼굴이 벌게진 채로 하나 뿐인 아들을 크게 꾸짖었다.


딸 만 13명인 이들 부부에게 드디어 아들이 생기자 큰 축복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태하(太賀)'라 지어주며 *사신에게 주인으로 섬기라 하였고 *구진과 등사에게는 호위를 맡겼다.

부부와 그의 누이들은 아이를 특별히 여기고 예뻐하였다.


*사신(四神) :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신. 순서대로 청룡, 백호, 주작, 현무.

*구진(句陣)과 등사(謄蛇) : 방위의 중앙을 수호하는 신.


금지옥엽 기른 까닭일까.

꾸짖고 있음에도 반성하는 기미가 없어 보이자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 놓을 심산으로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인간의 세상으로 내려가거라!"


고주망태가 되어 여러 궁녀들을 거느리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오는 것은 기본이요. 사방을 수호하느라 바쁜 사신을 억지로 불러 모아 잔치를 여는 등 밤낮 가릴 것 없이 유흥에 빠지니 자신이 돌봐야 하는 일엔 관심도 가져 주질 않으니 천궁(天宮) 내 들리는 소문은 안 좋기로 자자했다.


"저런 분이 하늘의 주인이 될 분이라니 쯧쯧."


옥황상제의 뒤를 이을 새로운 하늘의 주인이 나타났다며 모든 신하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장난과 사고를 치는 것은 일수였고 머리가 커 갈수록 방탕하기 그지 없는 그의 행실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가 처리하지 않은 일들은 사신들과 신하들의 몫으로 돌아갔으며 최근에는 그 빈도가 늘어나자 사신들이 곁을 떠나 숨었고 남겨진 신하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일에 힘들어 하였다. 이를 본 소서(구진)와 보현(등사)이 그의 만행을 보고하니 결국 이 사단이 난 것이었다.


"아바마마! 제가 잘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만 봐주십쇼."


혼나는 날도 한 두 번이 아니였기에 기둥에 그려진 무늬 개수를 '하나, 둘, 셋···' 세고 있다 주변이 웅성거리는 걸 보니 아버지가 또 무슨 호통을 또 치셨나보다 하고 어디 자세히 들어 보자 해서 귀를 기울였는데 아뿔사! 냅다 머리를 조아리고 곁눈질로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으나 돌이키기엔 늦은 것 같았다.


"사신들을 모두 찾아 데리고 오기 전까지는 돌아 올 생각도 말어라!"


떠나 숨어버린 사신들을 제 주인이 직접 찾아오라는대 대체 무슨 수로..?

인간의 탈을 쓰고 인세에 숨었다던대 이들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또 어떻게 회유를 시키란 말이지?


이윽고 아버지가 소서와 보현을 따로 불러 무언가를 부탁하고 떠나는 걸 확인하자마자 앞으로 냉큼 달려갔다.


"너희가 고자질 할 줄은 몰랐다!"


나쁜 놈들.

지난 번 잔치를 열었을 때 사신과 함께 불렀는데 오지 않겠다고 거절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내 어릴 적 부터 호위를 맡고 있으니 나의 편이라 생각하였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태자 전하. 인세에 계시는 동안 감시하여 보고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무어라, 감시?

쫓겨나는 마당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죄인 취급한다 생각하니 울컥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집무실을 비워 쏘아 다니기만 했으니 어쩌면 죄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명일 동이 트기 전에 내려보내라 하시니 이만 처소로 돌아가시지요."


비죽 거리는 태자의 표정이 제법 볼 만 하다.


자신을 한시라도 빨리 보내버리고 싶어한다 생각하겠지만 인세에 있는 이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선 꼭두새벽부터 움직일 수 밖에 없었고 하루라도 빨리 철이 들어 돌아 오기를 기다리는 옥황상제의 바램도 있었다.


평소라면 저와 보현은 순서를 정하고 번갈아 가며 전위를 하였지만 이 날 만큼은 홀로 지켰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일도 마다하고 밤새 침소를 지킬 예정이니 도망칠 생각이라면 접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자 흥! 하고 돌아섰다.


처소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한 나인이 저녁상을 내어오겠다 하는 것을 입맛이 없다며 무르라 하였고 대신 술상을 차려오도록 시켰다.


"내 이것도 마지막 술잔일테지..크흐흡."


맥적을 한 젓가락하고 술잔을 들자 서러움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물론 내 잘못이 맞다. 근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 건지 맛있는 안주와 술이 눈앞에 있어도 눈물이 멈추지를 않아 입맛이 떨어져 앉은 그대로 발라당 누우니 두 눈의 눈꺼풀이 점점 감겨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잠에 들었고 자다 깬 중간에는 소서와 보현이 무슨 일인지 보러 온 것 같은데 제 꼴을 보고는 술상을 치우고 똑바로 눕혀주고 간 듯하다.


다음날 새벽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두컴컴했고 바람이 불자 풀숲의 풀이 흔들거린다. 그 가운데 보현이 제등을 들고 서있고 옆에서는 수상한 액체가 담긴 호리병을 소서가 건네주었다.


"···이게 무엇이냐?"


"무엇인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황제 폐하께서 이것을 꼭 마시게 하도록 하셨습니다."


눈을 가늘게 뜬 상태로 건네 받고 냄새부터 맡아봤지만 아무 냄새도 나질 않는다. 냄새라도 고약하면 이런 걸 마시라고 준거냐며 투정이라도 부릴 텐데 그것도 아니니 속으로 마실까 말까를 몇 십번 고민했다.


까짓것. 아버지가 죽는 약을 준 것만 아니면 됐지.

호리병 안에 액체를 들이키는 동시에 번개를 맞은 것 마냥 몸이 순간 번쩍 하고 빛을 내고는 정신을 그대로 잃고 쓰러졌다.


"이거였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소서 곁으로 쓰러진 태하를 품에 안은 보현이 향피리를 꺼내 불자 하얀 적운이 날아와 그들 앞에 멈추고 그들이 위에 올라타자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하강하며 인세에 접어들었다.


둥― 둥― !


두둥―!



큰 북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안에 인간의 탈을 쓴 소서와 보현 그리고 아이가 된 태하가 인세에 당도하였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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