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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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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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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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국정원이라고?

DUMMY

“뭐야? 저것들은... ‘맨인블랙’인가?”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 언젠가 TV에서 본 영화가 떠올랐다.

아마 지구에 존재하는 외계인을 잡으러 다니는 영화였던가?


수연이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던 순간 들어온 무리 중 일부가 사무실 곳곳으로 흩어지며 직원들을 밀쳐내고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고 책상과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했다.


부서원들이 ‘뭐하는 겁니까?’라고 소리 지르며 막아 섰지만 아랑곳없었다.


갑자기 북새통이 된 사무실을 멍하니 쳐다보다 사태를 확인하기 위해 최부장과 김택호가 검은 양복의 사람들에 달려들려는 순간 그 중 한 명이 자기 휴대폰을 흘낏 보더니 수연 앞으로 다가왔다.

그 인간이 휴대폰을 수연에게 내밀며 말했다.


“한수연씨 맞습니까?”


그 남자가 내민 휴대폰에는 수연의 증명사진이 또렷하게 나와 있었다.


‘내 사진이 왜?’


자신의 대학 졸업 앨범 속의 사진을 확인하고 당황한 수연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벙 쩌 있었다.


“신원 확인해!”


그 남자는 뒤의 두 명에게 말한 후 사무실을 뒤지는 무리들에게 눈을 돌렸다.

두 명이 수연에게 다가와 강제로 오른 손을 낚아챘다.


“아악!”


갑자기 손목을 잡힌 수연이 반항하려고 했지만 워낙 거친 완력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쩔쩔매고 있는 수연에게 다가온 택호가 강하게 그 남자의 팔을 뜯어내며 소리쳤다.


“이 새끼들! 뭐야?”


“이것들은 뭔데 남의 회사에서 횡패야. 야! 뭣들 해 저 새끼들 막아!”


그 사이 최부장이 수연과 남자들 사이를 가로막으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채로 소리치자 일순간 멍하니 있던 직원들이 남자들과 몸싸움을 시작하면서 사무실은 온갖 욕설과 고성이 가득 찼다.


그 사이 누구에게 보고를 받았는지 회의를 하다가 뒤 늦게 사무실로 달려 온 임원들도 가세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행동은 잠시 멈췄다.


그 들 중 한 명이 최부장 앞으로 다가와 안주머니에서 명찰 같은 것을 내밀고 다시 수연과 택호에게도 보여줬다.

그 명찰에는 ‘NIS’ 라고 적혀 있었고 그 밑에는 그보다 작은 글씨로 ‘국가정보원’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사진이 있었으나 그 남자와의 얼굴과 대조를 해볼 정신은 없었다.


‘국정원? 국정원에서 왜 나를...’


수연이 이게 뭔가 생각하는 동안 택호와 최부장 역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까 수연의 팔을 낚아챘던 남자가 다시 수연의 오른손을 잡아 엄지를 자신이 들고 있던 휴대폰에 갖다 댔다.

동의나 양해의 말 같은 것은 없었다.


저항 할 기세를 잃어버린 수연은 휴대폰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로딩 되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난리법석이던 사무실은 얼어붙은 듯이 조용해졌다.


“한수연. 34세. 신원 확인됐습니다.”


휴대폰을 쳐다 본 남자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 그럼 한수연씨는 저희와 동행해야겠습니다.”


두 명이 수연의 양 팔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수연이 반항하며 몸을 버둥거렸다.


“씨발! 국정원이고 나발이고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야 할 것 아냐!”


전무가 수연의 앞을 막아서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치자 조금 전 신분증을 들이댔던 남자가 전무 앞으로 다가서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국가 안보에 관한 일입니다. 협조하시지 않으면 강제 집행하겠습니다.”


국가 안보? 협조?

이미 자신들의 동의도 없이 강제 집행 중이면서 이제 와서 협조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요원들의 자료 수집에도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중대한 국가 안보에 관한 일입니다. 자세한 설명하지 못하는 점 이해하셔야겠습니다.”


부탁이나 권고 이런 게 아닌 일방적 통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21세기에 이런 경우는 없었다.

화가 난 전무가 무어라 대꾸를 하려 하였으나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자 나머지 요원들은 자료 수집 후 합류한다. 관련 된 건 볼펜 한 자루도 빼 먹지 말고!”


그리고 주위에서 긴장한 채로 있는 사람들에게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여러분들은 오늘 일을 보안에 부쳐주시기 바랍니다.”


국정원이라는 강력한 타이틀이 모두의 입을 막아버렸다.




‘뻥!’


“이 개새끼들! 뒤집어 놨으면 청소라도 하고 가던 가던지!”


민지현 대리가 빈 복사지 박스를 발로 걷어차자 하이힐까지 같이 사무실 구석으로 날아가 버렸다.


“에이! 씨!”


민대리가 궁시렁거리며 신발 쪽으로 깡총거리고 갔다.


국정원 요원들은 두 시간 동안 사무실 안을 풍지박살 내고 가버렸다.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컴퓨터에서는 하드를 통째로 뜯어갔고 어떤 컴퓨터에서는 파일을 외장 하드에 복사하여갔다.

특히 한수연의 책상에서는 데스크탑과 노트북뿐만 아니라 메모지 한 장까지도 모조리 쓸어가 버렸다.


‘칙!’


최 부장이 책상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사무실은 금연 구역이었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한수연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간첩질이라도 한 거야 뭐야?”


전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하자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최부장이 말했다.


“수연이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국경일마다 차에 태극기 달고 다니는 놈인데...”


택호가 옆에 서서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최부장이 담배 한 가치를 건네고 불을 붙여 주었다.


“넌 담배 끊은 지가 석 달이 다 넘었는데 아직도 주머니를 뒤지냐?”


순간 전무의 눈치를 보았으나 전무가 고개짓으로 그냥 피우라는 신호를 주었다.

택호가 길게 한 모금을 빨아 당겼다.

석 달 만에 아이들과 약속한 금연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혹시 자기 정체를 숨기려고 그런 거...”


전무와 최부장의 대화에 김주임이 끼어들었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대리의 욕설이 한 바가지 날아왔다.


“야!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어디서 함부로 끼어들어! 싸가지 없게... 저 새끼는 한 팀장님한테 맨 날 쥐어 터지면서도 정신을 못 차려!”


평소 한 수연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민지현답게 말투나 성질머리가 똑같았다.

김주임이 슬그머니 구석으로 숨어 들어갔다.


“민지현이 저건 한수연이하고 어째 저리 빼박이냐? 택호야 지금 상황은 어때?”


전무가 혀를 차면서 택호에게 물었다.


“모든 프로그램들은 백업 된 게 있으니까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운영 부분이야 민 대리하고 김 주임이 있으니까 그것도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문제는...”


“유니버셜 쪽하고 파견 팀이 한수연이 직접 오길 원한다는 거지?”


처음 이 상황이 유니버셜푸드와의 계약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회사의 프로젝트나 업무가 국가 안보와는 전혀 상관도 없었다.

게다가 삼십분 전 지금 난장판을 알 리 없는 파견 팀의 부사장이 전화로 일주일 내 실무 팀을 보내라는 전화가 왔고 게다가 명단까지 콕 찍어서 요청했는데 그 명단에 한 수연이 포함되어 있는 걸 보면 상황과 프로젝트의 연관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국정원이 나섰다면 한수연이 산업스파이 일을 했다는 가정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것도 가능성은 없다.

거의 딴짓을 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으니까.


“수연이 문제 말고 프로젝트 진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지?”


“네!”


택호와 말을 주고받던 전무가 잠시 생각을 한 후 말을 이었다.


“그럼 일은 그대로 추진하자고. 다른 문제는 내가 해결 할 테니까 그리고 오늘 일은 외부에는 절대 보안 유지하고. 미국 쪽에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국정원이니 뭐니 하는 일이 알려지면 문제가 될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넵!”


직원들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회사의 운명을 건 사업이 엎어지면 골치 아픈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나머지 직원들은 앞으로의 일에 집중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럼 정리하고 일단 모두 퇴근해! 내일 다시 생각하고 준비하도록 하고...”


사무실을 나서던 전무가 다시 돌아서서 잠시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다.


“수연이 문제는 회사 차원에서 알아 볼 테니까.”




요원들에 의해 건물 지하에 도착한 수연은 주차 된 자신의 차를 보았다.

차는 유리창이 박살났고 문짝들은 모두 열어 젖혀진 채로 엉망이었다.


‘아이 씨! 할부도 아직 안 끝났는데.’


끌려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차를 미련 가득한 눈으로 계속 돌아보았다.


수연이 주차장 한 가운데 서 있는 검은 색 승합차에 타자마자 옆에 타고 있던 요원 한 명이 아까처럼 지문 감식을 한 후 검은 색 팔찌를 오른 손목에 채웠다.

팔찌를 채운 요원이 스캐너 같은 걸로 태깅을 하자 삑! 소리가 나며 그 요원이 들고 있는 태블릿에 뭔가가 주르륵 떳다.

아마 팔찌에 칩이 내장되어 있어 다시 한 번 더 신원확인을 하는 것 같았다.


무슨 재질로 만들었는지 엄청나게 견고해 보이는 팔찌를 수연이 이리저리 보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손목을 자르기 전에는 절대 뺄 수 없습니다.”


긴장을 주려는 건지 아니면 풀어주려는 건지 알쏭달쏭한 농담이 날아왔다.


“네. 제 생각도 그래요.”


평생 드라마나 영화에서를 제외하면 평생 한 번도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 양옆과 앞뒤에서 둘러싸여서 겁이 났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농담으로 받았다.


수연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하자 그 요원은 피식 웃으며 운전석을 보고 출발 이라고 지시하자 차는 부드럽게 움직이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받으십시오.”


옆자리의 요원이 수연의 휴대폰과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뭔가요? 이건?”


수연이 묻자 요원이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


“혹시 걱정되는 분들이 있으면 지금 전화를 하시면 됩니다.”


수연이 쪽지를 펴 보자 마치 예문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고며 '이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자 요원이 앞을 보면서 말했다.


“일종의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예문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잠시 쪽지를 들고 고민하던 수연이 번호를 눌러 상대편이 전화를 받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엄마. 나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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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용소 24.07.27 41 1 13쪽
» 국정원이라고? 24.07.26 44 1 11쪽
1 호사다마 24.07.24 9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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