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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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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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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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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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DUMMY

승합차가 멈춰 선 곳은 평일임에도 작업 중인 인부 한 명 없이 조용한 어떤 아파트 공사장 공터였다.


차에서 내려 요원들에 이끌려 공사장 왼편으로 돌아서니 관광버스 여러 대가 서 있었다.

그 중의 한 대로 요원과 함께 다가가자 관광버스 문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요원이 수연의 팔찌를 찍어 다시 신원 확인을 한 후 손짓으로 버스에 타라고 지시했다.


‘어라, 죄수들 수송하는 차 치고는 고급인데.’


차 안으로 올라서고 보니 일반 버스가 아닌 리무진 버스였다.

언뜻 봐도 리무진 버스 중에서도 럭셔리에 속하는 모델임을 알아 본 수연은 어쩐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설마... 범죄자를 이렇게 좋은 차로 호송하지는 않겠지...’




“저기에 앉으십시오.”


중간 쯤 자리에 대충 앉으려고 하자 똑같은 복장을 한 요원이 자리를 지정해 주었다.

17번 좌석에 앉아 버스 안을 빙 둘러보니 이미 여러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모두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앞으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이 편할 리가 없으니까...


“야! 수연아! 한수연!”


골치가 아파 머리를 벅벅 긁고 있던 수연을 뒤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처음 입사한 직장의 사수였던 김정국이었다.

반갑게 수연의 옆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요원이 다가와 제지하는 듯 하다가 들고 있던 태블릿에 뭔가 체크를 하더니 그냥 갔다.


“오랜만이다. 이런 데서 보게 되네.”


“그러게요. 선배 잘 지내셨어요?”


반가워하는 정국과 달리 떨떠럼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뭐 그럭저럭... 야! 근데 무슨 일인지 감이 오냐?”


정국을 아래 위로 스윽 훑어 본 수연이 까칠한 목소리를 날렸다.


“전들 뭐... 그런데 선배하고 같이 엮인 게 어째 느낌이 영 아니기는 하네.”


수연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었다.

정국은 업계에서도 탑 급에 속하는 인재였다.

수연도 김정국이 사수로 배정되자 친구들에게 전화로 자랑을 했을 정도였다.


같이 근무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전수해줬으며 지금의 수연이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

수연도 정국을 존경하고 많이 따랐다.

같이 밤을 새워 만든 프로그램을 홀랑 외국에 몰래 팔아먹고 외국계 회사로 도망가기 전까지는...


덕분에 수연이 속한 부서는 공중분해 되고 부서원들은 몇 달 동안 공범으로 누명을 쓰고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번에는 도대체 뭘 팔아먹고 여기에 잡혀온 거유?”


미간을 찌푸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수연이 보냈다.


“성질머리하고는... 근 십 년 만에 만난 사수한테 말투가 왜 그 모양이냐?”


“선배하고 나하고 그렇게 반가운 사이는 아니지 않수? 까딱 잘못했으면 선배 대신에 감빵에 갈 뻔 했는데!”


“그런가? 듣고 보니 좀 그렇긴 하네.”


전혀 타격감을 느끼지 못하는 김정국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씨발!’이라고 수연이 낮게 이야기하며 고개를 돌리자 뻘쭘해진 정국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수연에게 속삭였다.


“그런데 조합이 영 이상하지 않냐?”


“조합이?”


정국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말을 이었다.


“너하고 나하고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어. 저기 왼쪽 뒤쪽에 저 사람 몰라”


“선배하고 매치되는 사람들은 사기꾼, 경찰...뭐...”


수연이 궁시렁거리며 정국이 말하는 쪽을 보니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한 남자가 보였는데 어쩐지 낯이 익어 보였다.


“저 사람 TV 다큐에 자주 나왔던 사람이야. 중증의학과 의사.”


정국의 말을 듣고 나니 생각이 났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 소속되어 전 세계 내전 지역에서 십 여년간 활동을 하다가 이년 전 국내에 새로 생긴 중증외상센터의 최연소 센터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실제 본 적은 없지만 워낙에 이슈가 된 인물이라 수연도 방송에서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사람은 농부야.”


“농부?”


웬 뜬금없는 소리냐는 표정을 짓는 수연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이었다.


“일반적인 농부는 아니고 스마트 팜을 도입하여 대규모 도시공장형 농사를 하는 사람이지. 우리 팀이 작업했기 때문에 알고 있어.”


수연과 정국이 여러 의구심을 채 해소하기도 전에 서너명의 사람들이 더 차에 올라탔고 맨 앞에 앉은 요원 한 명이 일어나 차 내를 둘러보며 태블릿 화면과 뭔가를 체크하더니 운전석을 보며 ‘이동!’ 이라고 짧게 이야기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뒤편에 앉은 누군가가 물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요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창의 커튼을 모두 치고 차내의 불도 꺼지자 차량이 이동했다.

끝없는 긴장 속에서도 십 여분이 지나자 수연은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정국이 뭐라 계속 이야기했으나 이내 잠들어버렸다.


곤히 잠들었던 수연이 잠에서 깬 것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듯 차량이 심하게 덜컹거렸기 때문이었다.

수연의 어깨에 기대고 잠든 정국의 머리를 두 손가락으로 슬그머니 밀어 내었다.

정국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잠들었는지 차 안은 고요함만 가득 차 있었고 커튼을 살짝 젖혀 창밖을 살피자 버스는 좁은 산길을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선배! 일어나 봐요!”


얼마를 더 갔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수연은 정국을 흔들어 깨웠다.


“응? 왜?”


잠에서 깬 정국이 수연의 시선을 따라가니 버스 앞 창문 밖으로 거대한 철제 펜스가 보였다.


“뭐야? 저건?”


다른 사람들도 일어나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하자 요원들이 뒤를 돌아보았으나 별 다른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다.

거대한 팬스에 당황한 것도 잠시 버스는 펜스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갔다.


“모두 하차 준비해주십시오.”


펜스를 통과한 버스가 정차하자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뭐야? 우리 삼청교육대에 끌려 온 거야?”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을 맞이한 것은 디지털위장복을 입고 중무장한 이십 여명의 군인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군복에는 부대를 표시하는 마크나 계급장, 심지어 이름표까지 모두 제거한 상태였다.

이 상황을 맞이하자 40여년전인 1980년 국가 정화와 불량배 소탕이라는 명분 아래 무차별적으로 군부대로 사람들을 압송하여 강제로 교육하였던 ‘삼청교육대’가 떠올랐다.


긴장은 극한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겁에 질린 상태에서 웅성거리는 동안 요원들이 지휘관으로 보이는 군인 한 명과 태블릿을 들고 뭔가 이야기하였다.

그 군인은 자신이 들고 있는 태블릿을 보며 눈으로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의 숫자를 세는 듯 보였다.


“자 그럼 모두들...”


군인들과 인수인계를 마친 요원 한 명이 돌아서서 뭔가를 이야기 하려다가 물끄러미 자신들이 데리고 온 사람들을 잠시 본 후 그대로 버스로 가버렸다.


수연은 멀어지는 요원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확실히 모르더라도 지금 저 군인들보다는 더 인간적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모두 이쪽으로 모여 주십시오.”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이자 덩치가 큰 군인 한 명이 태블릿을 들고 와 팔찌를 태깅하며 일일이 신원 확인을 하였다.


“십 오명! 모두 확인했습니다.”


“자 모두 이동합니다.”


덩치 큰 군인이 건넨 태블릿을 확인한 지휘관이 돌아서며 지시했다.


“잠깐만!”


일행 중 누군가 지휘관을 불러 세웠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을 해주십시오. 그리고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버스 안에서 보았던 중증의학과 의사가 맨 앞으로 나와서 지휘관에게 다가서며 따지듯이 물었다.


“저는 설명하면서 여러분을 통제하지 않습니다.”


단호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통제라니! 민간인인 우리를 왜 군인들이 통제합니까?”


군인의 위세에 전혀 굴하지 않고 의사가 말을 이었다.


“우리를 통제하려면 이유와 목적을 말해주시오!”


“이유? 목적?”


지휘관의 인상이 일그러지며 되물었으나 의사의 태도는 강경했다.


“그렇소! 말해주기 전에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소!”


의사가 뒤를 돌아보며 일행들에게 눈 짓을 보내자 일행들 다수에게서 ‘그렇지!’ ‘옳소!’ 소리가 나오며 동의의 뜻을 보였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나는 설명과 설득을 할 생각도 시간도 없습니다. 통제에 따를 것을 지시합니다.”


“따르지 않겠소.”


지휘관이 일행들을 쳐다보자 일행들은 팔짱을 끼고 지휘관을 노려보는 것으로 단체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표시했다.

일행들의 완고한 의사를 확인한 듯한 지휘관은 가볍게 한 숨을 쉬고 다시 의사에게 말했다.


“다시 한 번 지시합니다.”


지휘관의 얼굴에 단호함이 스쳐갔다.


“열 번을 지시해도 우리 의견은 똑같을 겁니다.”


'탕!'


수연 역시 군대에서 만약 이런 일이 발생 했을 때 명령불복종이 될 텐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들은 민간인이니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해소 하는 데는 이 방법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바로 앞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수연이 귀를 잡고 멍한 정신을 차리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의사는 일행들의 발치에 큰 대자로 쓰러져 있었고 홀스터에서 뽑힌 지휘관의 권총에서는 하얀 연기가 스믈스믈 올라오고 있었다.

일행 중 몇 명이 의사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으나 머리에 나 있는 총알 자국으로 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이런 미친 것들이! 군인들이 어떻게!”


“안돼!”


흥분해서 군인들에게 달려들려는 수연을 정국이 다급하게 팔을 잡으며 말했다.

일행 중 몇몇이 수연과 같은 행동을 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멈춰있었고 지휘관의 등 뒤에 서 있는 병력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X-127, 블랙라벨. 사살되었습니다.”


군인들 중 한 명이 쓰러진 의사에게 다가가 팔찌를 태깅하면서 어딘 가로 무전을 날렸다.


- 사살? 무슨 소리야? 연대장 바꿔!


스피커에서 울리는 목소리로 사람들은 저 무지막지한 지휘관이 연대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연대장입니다.”


- 무슨 일이야? 블랙라벨을... 그것도 X 등급을 사살하다니?


“통제를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저 연대장이라는 자는 목이 날아갈것이다.


그러나 무전기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 오케이! 대체 인력은 선별해서 다시 보내겠다.


“알겠습니다.”


- 확실한 통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도록.


마치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무전기에 연결 된 스피커를 최대 볼륨으로 켜 놓았고 그 효과는 확실했다.


“이동하겠습니다.”


연대장의 간결한 지시에 사람들의 태도는 확 달라져 있었다.

어쩌면 이 상황이 자신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며 저 군인들이 거침없이 행동할 것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동 중에도 수연이 분을 삼키지 못하고 있었다.


“군인들 눈 빛 못 봤어?”


“...”


“그 의사처럼 행동했다가는 우린 몽땅 개죽음 됐을 거야.”


정국이 수연을 달래며 일행들의 뒤를 따랐다.


사람들이 이끌려 간 곳은 조립식 건물 안이었는데 생각보다 깨끗하고 시설이 좋아 보였다.

이미 그 안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었고 새로 들어오는 자신들을 보며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여기서 며칠 간 머물면서 여러 검사들을 하게 될 겁니다. 내일 아침부터 진행될 예정이니 오늘은 쉬시면 됩니다. 그리고 화장실은 밖에 있으니 반드시 병사들과 동행하여 이용하시면 됩니다.”


지휘관은 힘든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을 빙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남녀 따로 거처를 마련하지 못 한 점은 이해해 주십시오.”


군인들은 다소 친절한 말투로 바뀌었으나 뭐라 대답할 힘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한 곳씩 자리 잡고 멍하니 있었다.


‘조사가 아니라 검사?’


수연은 구석 침대에 드러누워 검사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골똘히 생각하다가 곧 잠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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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사가 아닌 검사 24.07.29 34 1 11쪽
» 수용소 24.07.27 41 1 13쪽
2 국정원이라고? 24.07.26 43 1 11쪽
1 호사다마 24.07.24 9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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