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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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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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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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가 아닌 검사

DUMMY

다음 날 조사가 아닌 검사가 시작되었다.


“많이 긴장하신 것 같네요.”


수연의 맞은편에 앉은 의사로 보이는 여자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 상황이 차분하게 보여 질 때는 아니잖아요.”


까칠하게 대답했지만 의사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혹시 공황장애 같은 걸 겪으신 적은?”


“없어요. 공항에서 비행기 연착으로 열 받은 적은 있지만...”


썰렁한 농담으로 대꾸하자 여의사는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 뭉치를 수연에게 내밀었다.


“MBTI 검사는 아닌 것 같고 정신 감정 쪽인 것 같은데. 제가 왜 이런 걸 받아야 하죠?”


“뭐 의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여전히 까칠하게 말하는 수연을 의사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보고 있었다.


‘의무는 무슨’ 이라고 말을 이으려는 수연을 의사가 손짓으로 제지하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오늘 상담해야 할 분들이 줄 지어 있어요. 시간 끌지 마시고 빨리 끝냅시다.”


단호한 태도에 수연은 열장이 넘는 설문지를 체크해 나갔고 의사는 설문지를 토대로 계속 질문을 해댔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다음 방으로 이동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어 머리와 몸, 팔등에 온갖 센서 같은 것을 부착했다.

부착이 끝나자 또 다른 사람이 엘리베이터로 수연을 이끌었다.


“3층에 내리시면 됩니다.”


세 사람이 겨우 탈 수 있을 정도로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작았다.

장치를 주렁주렁 매단 채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타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덜컹!’


잠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렸다.


“어라! 이게 뭐야...”


당황한 수연이 비상 호출 버튼을 눌렀으나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고물 같은...”


밖에 사람들이 많으니 별 문제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자 구석에 앉아 기다리고 마음먹었다.


30여분 정도가 흘렀을 때 새벽부터 잠이 깨어 뒤척이던 수연은 졸리기 시작했다.


‘아이~ 언제 꺼내 줄려는 거야.’


투덜거림도 잠시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기~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뜨자 흰 색 연구복을 입은 세 사람이 황당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유... 제가 잠깐...”


수연이 쑥스러워하며 일어나자 연구원 한 명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응?”


연구원이 말 없이 입가를 닦으려는 제스처를 했다.

아마 잠들었을 때 침을 흘렸던 모양이다.


‘아이~ 쪽 팔려!’



연구원을 따라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섯 명과 함께 이동했다.


“다른 엘리베이터도 고장 났던 가 봐요?”


수연이 말쑥한 모습의 옆 여자에게 걸어가며 물었다.


“고장이 아닐 걸요.”


그 여자는 아리송하게 말했다.


“네?”


“공황 장애 같은 게 있는지 시험 했을 거예요. 지금 한 건 아마 폐쇄공포증 테스트 같아요.”


“그걸 굳이 저런 방법으로요? 보통 자신들이 알고 있지 않나요?”


수연을 힐끗 본 여자가 말을 이었다.


“아뇨. 보통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모두 공황장애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어지면 갑자기 발병하게 되는 수가 있어요. 특히 현대인들은 그 위험도가 높아요.”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요?”


그 여자가 시선을 앞에 둔 채로 말하자 같이 가던 사람들 중 몇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다음 대기실은 온통 하얀색으로 도배된 한 평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방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는데 사방에 설치된 CCTV로 봐서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의사의 질문.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시간이 다 되었는지 병사들이 도시락을 나눠주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정국을 보았다.


“아직 담배 못 끊었네.”


“그래도 많이 줄였지.


정국이 옆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에게 담배를 권하자 잠시 망설이던 병사가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담배를 받아 들었다.


“여기 얼마나 와 있는 겁니까?”


“네?”


정국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병사에게 물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


“글쎄요. 전 여기만 담당하는 거라서.“


수연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숙소를 15개까지 세다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검사를 삼 일이나 실시하였다.




“민경빈씨, 이성학씨, 최아람씨.”


아침이 되자 병사 몇이서 숙소 입구 앞에 서서 이름을 호명했다.

그렇게 불려간 세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실시한 검사의 결과 때문인 것 같은데 그 세 사람이 적합인지 부적합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 날 오후부터 의료 검사가 실시되었다.

이 산속에 어떻게 저런 장비를 가지고 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종합병원에 있는 모든 검사 장비란 장비는 모두 있었다.


“아이 씨발! 허혈증 오겠네.”


가는 곳마다 피를 얼마나 뽑아 대는지 팔만 걷으라고 해도 경기가 일어날 지경이었다.


“이게 마지막 검사입니다.”


투덜거리는 수연을 보면서 간호사가 말했다.


“무슨 검사를 이렇게 많이 하는 거죠?”


“모든 검사요. 여러분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모든 것들과 모르고 있는 모든 것들.”


간호사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 검사가 모두 끝나면요?”


일행 중 건축설계사라는 사람이 물었다.


“내일부터 일주일 간 백신을 주사할 겁니다.”


백신보다는 ‘일주일 간’이란 말에 사람들이 놀랐다는 걸 미리 예상하였다는 듯이 간호사가 덧붙였다.


“모든 백신요. 여러분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모든 것들과 모르고 있는 모든 것들.”


입을 벌린 채로 놀란 사람들을 향해 간호사가 채혈한 혈액들이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일어섰다.


“자~ 이제 숙소에 돌아가서 쉬세요.”


“일주일 씩이나 백신을 맞으면 팔뚝이 남아 날까요?”


수연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원하시는 희망자에 한해서 엉덩이에도 주사해 드릴게요.”



다음 날 아침에도 병사들이 두 사람을 호명해 갔으며 그들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은 장소를 옮겨가며 백신을 주사 받았으나 어떤 종류의 백신인지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극심한 후유증으로 끙끙 앓았으며 간호사들과 의사들 뿐만 아니라 군인들까지 숙소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약을 처방하고 간호하여 주었다.

수연은 다행히도 간단한 근육통 외에는 별다른 후유증을 겪지 않았다.




출근길 지하철에 타기 전 택호가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이 새끼! 오랜만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가벼운 욕설이 같이 날아왔다.

강력반 형사인 고등학교 동기 황성직이었다.


“그래. 너도 잘 지내지?”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이런저런 용건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자 황성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새끼야! 바쁜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귀신같은 놈... 형사 아니랄까봐...


“요즘 혹시 실종 신고 같은 거 좀 들어 오냐?”


“우리나라에 인구가 얼마인데... 실종 신고야 항상 끝없이 발생하겠지.”


“그래. 너한테 들어온 것 중에 미심쩍은 신고 같은 건 없어.”


“뭐야? 이 새끼! 난 강력반이야! 실종 신고가 왜 강력반으로 들어와? 지구대나 민원실에 알아봐. 임마!”


황성직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런가? 그럼 납치 신고 같은 건?”


“너 기자로 직업 바꿨냐! 왜 뜬금없는 걸 물어! 그러면 9시 뉴스에서 먼저 난리가 났겠지.”


그렇겠지...라고 생각한 택호가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야! 다음 달에 동창회 있는 거 기억하고 있지?”


“아... 맞다.”


그 동안 바쁘다는 걸 핑계로 많은 것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모여서 얼굴 한번 보자.”


황성직의 말에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어 잠시 머뭇거리던 택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 이주일 후에 미국 출장 갈 것 같은데...”


“하여간 바쁜 척은... 끊어. 임마!”


신경질적으로 말한 황성직이 전화를 먼저 끊어버렸다.

뻘쭘해진 택호가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황성직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야! 혹시 인철이한테 무슨 연락 받은 거 있냐?”


“인철이? 아니 없는데.”


윤인철도 고등학교 동기였는데 의학연구소에서 나름 바쁘게 사는 놈이었다.


“며칠 전에 인철이 마누라한테 전화가 왔었어. 인철이가 전화가 와서 갑자기 미국 학회가 있다고 그러더래. 한달이상 걸릴거라면서... 혹시 들은 적 있냐고 나한테 묻던데.”


의학 연구소라는 곳이 학회도 많고 회의도 많은 곳이라 그리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날 집에도 안 들어오고 바로 미국으로 갔다고 하더라고.”


“급한 학회였나 보지.”


황성직의 답답해하는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아무리 급해도 집에 전화 한통 달랑하고 미국으로 간다는 게 이상하잖아.”


“그렇긴 한데...”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황성직이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 새끼! 혹시 바람 난건 아니겠지?”


택호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가볍게 욕설을 날리자 전화기 너머에서 투덜대는 소리가 날아왔다.


“이 놈, 저 놈 모두 미국이네... 끊어!”



통화를 끝낸 택호는 가만히 생각을 했다.

미국? 갑자기?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전화기를 꺼내 전화번호부를 뒤져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 수연이 회사 동기인 김택호입니다.”


“아. 네. 택호씨!”


수연의 어머니가 반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혹시 수연이 연락 온 거 없었나요?”


“네?”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연이 프로젝트 때문에 어제 미국 출장 간다고 하던데요. 같이 근무하는 택호씨가 모르면 어떡해?”


미국 출장?


“아... 제가 오늘 휴가 복귀를 해서요. 전화가 안되길래 혹시나 해서 여쭤봤습니다.”


“지금 바쁘겠죠. 안 그래도 나도 전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전화를 끊은 택호는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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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가 아닌 검사 24.07.29 34 1 11쪽
3 수용소 24.07.27 41 1 13쪽
2 국정원이라고? 24.07.26 44 1 11쪽
1 호사다마 24.07.24 9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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