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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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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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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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5분

DUMMY

오전 9시 35분.

대통령은 직무실에 앉아 있었다.

양 손을 깍지 끼고 거기에 턱을 대고 고뇌에 빠졌다.




1년 전...

전용기에서 내리는 대통령을 국무총리가 맞이했다.

일주일 전 세계 50개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회담이 미국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지금 대통령은 그 회담을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회담의 내용은 FTA에 관한 경제적 이유였으며 관련 실무진이 100여명을 동행한 이례적인 비정기 대규모 회담이었다.

그리고 실무진들의 회담과는 별도로 각 국의 정상들만 따로 모여 회담이 사흘 간이나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언론의 보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무총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용차량의 대통령 옆자리에 앉자 수행비서와 운전기사까지 모두 내리게 한 것이다.


“총리님.”


“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얼굴을 살피며 대답했다.


“내일 오전 10시까지 재계 20개 그룹... 아니 30개 그룹의 총수들을 전부 모아주십시오.”


“네? 이렇게 갑작스럽게 말입니까? 출장 중인 사람들도 있을텐데요.”


국무총리가 난감한 목소리를 내었다.


“모든 그룹의 총수들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을 겁니다.”


이미 대통령이 수를 써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항우연, KIST, ADD등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관련 책임자들도 모두 모으십시오.”


대통령이 내민 서류에는 각 기관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국무총리의 얼굴에 당혹함이 크게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국무총리가 서류와 대통령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대통령이 좌석에 몸을 기대고 한숨을 쉬며 다시 덧붙였다.


“언론 통제 확실히 하셔야 합니다.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하십시오.”




그룹의 총수들과 각 계의 사람들이 모인 곳은 일반적인 회의실이 아닌 지하의 비공개 장소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재계 서열 3위 창성그룹의 젊은 회장 이수성이 옆 자리에 앉은 재계 2위 ST그룹의 회장에게 물었다.


“글쎄... 어제 대통령께서 회담을 마치고 오셨는데 그 것 때문이 아니겠는가.”


“기자들 한 명 없이 말입니까?”


이수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 안에는 기자들 뿐만 아니라 흔한 카메라 한 대 보이지 않았다.


“그건 이상하구만. 기다려 보자고.”


이수성과는 다르게 산전수전 다 겪은 백발의 노회장은 전혀 흔들림 없는 말투였다.


"아마 전혀 예상치 못하는 사안일 수도 있겠구만."


노회장이 덤덤하지만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듯이 말을 덧붙였다.




“대통령님. 들어오십니다.”


비서실장이 사람들에게 알리자 회장을 비롯한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서려 하자 문을 열고 들어선 대통령이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대통령과 함께 들어오는 한 사람을 보고 모두가 경악스러운 눈으로 보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어버렸다.


“모두들 오랜만에 뵙겠습네다.”


틀림없이 북한의 주석이었다.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게다가 이틀 전에 미국의 니미츠급 항모 워싱턴함이 한미 군사협력을 위해 부산항에 정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지금 두 사람의 동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언론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는 말인가?


국무총리가 대통령과 주석에게 다가가 뭔가를 속삭였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초대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대통령이 인사를 하며 옆 자리의 김주석을 바라보았다.


“하하 모두 놀라신 것 같습네다.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어야 하는데 한 민족끼리 참 소원했습네다.”


김주석이 소리 내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궁금하신 것도 많고 놀라신 것도 알겠으나 워낙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대통령은 모든 의전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을 꺼내었다.

회의장의 불이 모두 꺼지고 대형 스크린이 켜졌다.


그 후 1시간 정도의 영상이 국무총리의 설명과 함께 상영되었다.

회의장의 불이 켜졌으나 어느 누구도 섣불리 말 한 마디 꺼내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었다.


“음... 대통령이 우리를 이런 자리에 부르신 이유를 알겠구만...”


ST그룹의 회장이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지금 저희들이 본 것이 모두 확인 된 것이고 확실하다는 근거가 있으십니까?”


재계 1위 율성 그룹의 회장이 질문했다.


“네. 모두가 사실이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하~

모두의 한 숨이 회의실 안을 무겁게 휘감았다.


“다음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브리핑과 토의가 있겠습니다.”


국무총리가 말하며 다음 게획을 위해 만들어진 영상을 스크린에 띄웠다.





영상이 끝나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1년 안에 고흥에 있는 것과 같은 우주센터를 6개나 더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거기다 북한... 아니 북측에 3개를 포함하면 모두 9개입니다.”


항우연의 소장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지금의 모든 제반 여건들이 받쳐주지 못합니다. 특히 인력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항우연의 소장이 계속 말을 이어나가자 김주석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받았다.


“우리 북측도 인력과 관련 정보, 모든 것을 제공하겠습네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불가능합니다.”


항우연의 소장은 단호하게 불가를 선언했다.


“지금은 불가능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닙니다. 무조건 해내어야 합니다. 그게 제가 여러분들을 이곳에 모신 이유입니다.”


대통령이 호통에 가까운 큰소리로 말하자 회의실 안은 긴 시간 침묵에 휩싸였다.


“굳이 우주센터를 9개나 더 만들 이유가 있습니까?”


침묵을 깬 것은 창성 그룹의 이수성이었다.

모두가 이수성을 바라보자 말을 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발사대이지. 우주센터가 아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계속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발사대를 만들 지역이 정해지면 지금의 우주센터와 각 발사대를 광케이블로 연결하면 어떻습니까? 고흥의 우주센터에서 모든 발사대를 통제하는 겁니다.”


이수성이 항우연 소장을 바라보았다.


“음... 그런 방법도 있을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려면 시스템을 확충해야 하는데...”


항우연 소장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율성 그룹이 회장이 끼어들었다.


“시스템 문제는 저희들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저희 ST그룹과 금상 그룹도 나서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각 그룹의 회장들은 가능성을 최대한 만들어 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았다.


“저희 창성에서 케이블 문제는 담당하겠습니다. 당연히 KT 쪽도 같이 협력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이수성의 말을 받아 KT회장이 크게 소리쳤다.


“그럼 북측의 발사대는?”


이수성이 대통령을 보았다.


“우리 북측도 전권을 남측에 맡기겠습네다. 인력 지원이나 그런 건 저희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경제적인 측면이 좀...”


김주석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이 문제는 그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갑시다.”


대통령이 사안을 종결 짓고 계속 다음 계획으로 이어 나갔다.


“핵과 관련한 문제는 어떻습니까?”


“6개월 안에 가능합니다.”


ADD의 원장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했다.


“우리 북에서 핵과 관련 된 모든 것을 제공하겠습네다.”


“그렇다면 3개월 안에 가능합니다.”


ADD의 원장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핵 실험도 포함해서입니까?”


“굳이 핵실험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오~ 기래요?”


김주석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통령을 보자 흠~하며 대통령이 웬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남측 기술이 참 대단하군요.”


김주석이 얄밉다는 듯이 대통령을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재료입니다.”


대통령이 ADD 원장의 걱정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스크린에는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미국의 항모 워싱턴함이 나왔다.

항모에서 특수한 모양의 트럭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었다.


“미국에서 제공한 고순도 플로토늄입니다. 3메가톤급 탄두 2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입니다.”


대통령의 말에 좌중에서 우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럼 핵에 관련된 과학자들을 수급하는 것은 원장님이 맡아주십시오. 대통령령으로 강제소집 명령문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ADD 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럼 다음에는 벙커 설계도를 모두 보시기 바랍니다.”


스크린과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태블릿을 보았다.


“엄청난 규모와 숫자이군요.”


율성그룹 회장이 나지막하게 말하자 주위의 모든 회장들이 휴~하고 가볍게 숨을 골랐다.


“벙커의 조성과 구축, 그리고 그 안에 생존에 필요한 물자, 시스템 모두를 여러분들이 해결하셔야 합니다.”


대통령의 말과 함께 다시 시작 된 회의가 그 날 밤이 깊도록 계속 되었다.





9시 35분

미국에 실무 팀으로 가게 되어 있던 택호가 예약한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온 것은 오일 전이었다.


다른 대체 항공편을 약속한 항공사는 연락이 없었다.

계속 항공사에 전화를 하여도 자동응답으로 연결되었을 뿐 통화는 되지 않았다.

공항으로 직접 가려고도 하였으나 방송에서 항공 시스템 문제로 다른 항공편도 모두 취소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포기했다.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은 언제 오느냐고 하루건너 한 번씩 전화가 왔다.


기러기 아빠로 산 지 삼년.

이번 기회에 당분간이라도 기러기 신세를 면할 거라는 자신의 기대도 요원해졌다.


‘띠딩!’


삼일 전부터 거의 세 시간에 한 번꼴로 문자가 들어왔다.


「15일(일요일) 오전 10시에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있습니다. 모든 국민들께서는 반드시 시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실」


아마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항공기 결항 사태와 관련이 있어보여서 집에서 시청하려고 했으나 프로젝트 진행 건이 걱정되기도 해서 회사에 가기로 했다.


우우웅!


어제부터 군용기들은 항공 중지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는지 하늘에는 여러 대가

비행운을 길게 남기며 날아가고 있었다.

택호는 그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오늘 휴일인데도 고맙게 장사를 하시네.”


사무실 앞에 있는 샌드위치 전문점에 들러 샌드위치와 음료수 하나씩을 주문했다가 혹시나 해서 여러 개를 추가 주문했다.

역시 사무실에는 최 부장과 직원 여럿이 나와 TV 앞에 모여 있었다.


“야! 샌드위치! 택호 센스 있네!”


최부장이 반색하며 택호를 반겼다.


다행히 샌드위치가 모자라지는 않았다.




수연과 정국을 비롯한 벙커의 모든 사람들이 각 자의 방과 업무실에서 시계를 쳐다보며 초조한 모습으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약속된 10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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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시 35분 24.07.31 33 1 11쪽
5 벙커 24.07.30 31 1 14쪽
4 조사가 아닌 검사 24.07.29 34 1 11쪽
3 수용소 24.07.27 39 1 13쪽
2 국정원이라고? 24.07.26 43 1 11쪽
1 호사다마 24.07.24 9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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