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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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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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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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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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돈이 뭐길래

DUMMY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수완은 잡혀 온 사람들과 다른 장소에 갇혔다.


“들어가.”


거기엔 술이 떡이 되어 세상 모르고 자고있는 노인이 한명 있었다. 그 노인은 중범죄라도 저질렀는지 수갑과 족쇄를 차고 있었다.


‘풍채가 대단한걸.’


그는 관운장을 닮은 듯 얼굴이 시뻘겠고 대단히 근육질이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비쩍 곯아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 두배는 되어 보였다.


드르렁~ 드르렁~


수완은 동굴 벽 한 귀퉁이에 기대 앉았다.


“무림이라··· 저 녀석들 정체가 뭐지? 산에서 칼 들고 설치는 놈들이라···. 설마? 산적!! 맞아?”


그때, 노인이 깨어나며 잔돌을 수완 쪽으로 집어던졌다.


“시끄러워 이놈아. 목소리 더럽게 크네.”

“죄송합니다, 어르신. 더 주무세요.”

“일 없다!”


고약한 노인은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해댔다.


“여봐라~ 여봐라~!”


그러자 경비를 서고 있던 산적이 인상을 팍 쓰며 어기적어기적 걸어왔다.


“아, 또 왜요. 좀 조용히 하세요.”

“이놈이! 어른이 부르면 빨랑빨랑 튀어 올 것이지! 너는 애비 애미도 없냐!”

“없어요. 있었으면 제가 지금 이러고 살겠어요?”

“이놈이! 뚫린 입이라고...”


노인도 미안한지 뒷말을 흐렸다.


“됐고! 배고프다. 한 상 내오너라. 풀때기만 있으면 알아서 하고.”

“할배요. 뭔가 착각하시는 거 같은데 지금 인질로 잡혀있는 거라고요!”


산적은 이를 꽉 깨물었다.


“아이고~ 늙은 놈이 살아 뭐 하겠다고~ 죽어야지~”


노인은 수완이 말릴 틈도 없이 울퉁불퉁 모난 동굴 벽면에 머리를 찌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산적이 크게 당황하며 애걸복걸했다.


“진짜!!! 왜 그러세요. 할배.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네?!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에험! 배고프다~!”

“알았어. 알았다고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려그려. 천천히 빠르게 다녀와잉~ 껄껄껄”


너털웃음이 동굴 깊숙이까지 메아리 쳤다.


잠시 후,


만두 몇 알과 호리병 하나가 들어왔다.


“진짜 이게 마지막이니 아껴서 조금씩 드세요.”

“알았어~ 걱정 말어. 내가 나중에 자네는 잊지 않을 테니까.”

“지, 진짜죠?”

“아무렴 이 사람아. 젊은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꼭 입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래. 자네도 당분간 쉬고 있어. 허허허”


노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호리병을 집어 들더니 꿀꺽꿀꺽 마셨다.


“크~ 좋다.”


‘설마, 술?’


수완은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멍했다. 무림에 온 것도 신기했지만, 지금 저 노인이 마시는 건 지나가는 똥개가 보아도 술이다.


‘저 노인네 정체가 뭐야? 잡혀 온 사람 맞아?’


그때였다. 수완의 볼때기에 촉촉하고 뜨끈뜨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 뜨거워!”


화들짝 놀라 바라보니, 노인이 껄껄 웃고 있었다.


“먹어, 배고프자녀.”


수완이 조심스레 물었다.


“어르신, 잠시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에이~ 안돼. 이건!”


노인은 호리병을 뒤로 감췄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제가 그러니까 우리가 산적에게 잡혀 온 게 맞습니까?”

“훗.”


노인은 조소를 머금었다.


'보고도 모르느냐, 이 한심한 놈' 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보였다. 노인이 말했다.


“자네는 여기 어떻게 들어 와있나?”

“네? 저는 여기 들어오면 안 됩니까?”

“안되지?”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이 지읒 같은 동굴이 저 노인네의 별장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같은 인질끼리 텃세라도 부리려는 심산?


“어르신,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어디 보자.”


노인이 수완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그러더니,


“아~ 그렇구먼!”

“??? 돌리지만 마시고 제대로 말씀 좀 해주십시오. 답답해 죽겠습니다.”

“뭐긴 뭐야 이놈아. 여긴 돈 될 만한 놈들만 따로 모아 두는 곳이니까 그렇지.”

“잉? 제가 돈이 된다고요?”


수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려. 크아~ 좋다.”

“어떻게요? 노예로 팔리기라도 하는 겁니까?”

“하하하 맞긴 하는데... 조금은 고약한 곳에 넘길 듯싶구먼. 흐흐”


노인은 음흉하게 웃었다.


“네?”

“궁금해?”

“네. 말해주세요.”


순간 노인이 바싹 다가왔다. 그리고는 대뜸 수완의 하반신을 더듬었다.


“긴가 민가 했는데, 역시 사내가 맞는구먼.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어찌 사내 녀석이 이리도 고울 수 있단 말이더냐. 피부도 뽀얀 게 웬만한 기녀는 상대도 되지 않겠어.”


수완은 계곡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떠올렸다. 거울이 없어 정확히 보지 못했으나, 대강 차은머시기를 닮았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차은머시기는 상당한 근육을 가진 미남이다.


수완은 자기 몸 구석구석을 빠르게 더듬었다.


‘...이런.’


키는 큰 듯했지만 팔다리에 근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같은 얼굴이지만 근육이 없다면... 웬만한 여자들은 씹어 먹고도 남지 않을까?


수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기, 기녀요?”

“고관대작 집에 들이면 딱 좋겠어. 두목 오늘 땡잡았구먼. 대어를 두 마리나 낚다니. 하하하”


노인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동굴이 떠나가도록 웃어 재꼈다.


“팔려요? 그럼 전 어떻게 되는데요?”

“뭘 어떻게 돼 이 사람아. 드러분 놈들 밤 시중이나 드는 거지.”


우웩-!


수완은 머리가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헛구역질을 스무번도 넘게 했다.


“저, 정말입니까?”

“정말이지. 내가 귀한 밥 먹고 자네에게 왜 농을 하나. 허허”

“도대체 왜요!!!”


수완은 절규했다.


“나도 몰러. 그냥 음탕한 변태 또라이들이라 하다 하다 별 짓거리를 다하는 거지. 그런 개 같은 문화가 고급이라는 탈을 쓰고 세상에 퍼지고 있으니 망조가 제대로 든 게야. 음양에 조화가 뻔히 있는 법인 것을.”


벌컥


“크- 좋아!”


그때였다. 경비를 서던 산적이 다시 왔다.


“어이, 너. 두목이 보자 신다.”

“두목 그 친구도 그쪽 취향인가 보구먼...”


노인이 중얼거렸다.


“싫어요. 안 가요.”


수완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뺏다. 그러자 산적의 발길질이 날아와 억지로 끌고 갔다.


“오라면 올 것이지 꼭 매를 벌어요.”

“이보게 살살해. 얼굴 상하면 자네도 크게 혼날 거야.”

“네, 어르신. 조언 감사합니다.”



3화. 돈이 뭐길래


수완은 방금 노인에게서 들은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씨발, 하다 하다 뒤를 대주며 평생 살라고? 신이시여 도대체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 마음 편하게 죽지도 못하게 하시고. 제가 무슨 그렇게 잘못을 했다고요!’


‘아니 이 나쁜놈아. 이 개자식, 뒤에서 숨지 말고 이리 나와. 내 얼굴 똑바로 보고 이야기해. 뒤에 숨어서 뒷공작이나 꾸미지 말고.’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나님 부처님.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장난이 너무 심하세요. 네? 이러지 마시라고요.’


수완은 개새끼마냥 밧줄에 꽁꽁 묶여 두목의 오두막 한쪽 구석에 꿇어앉았다. 안에는 젊은 여인 몇 명과 산적 그리고 숨을 가쁘게 헐떡이고 있는 멧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


“고생들 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아무래도 뭔가 일이 나려나 보다. 한꺼번에 이렇게나 큰 수확을 거둔 거 보면 말이야. 하하하”

“맞습니다. 형님.”


두목은 한껏 폼을 잡고 일어나 낮에 얻은 검을 빼들었다. 그러고는 저항도 하지 못하는 멧돼지의 숨통을 끊었다.


“으압!”


촤악~!


의도한 건지 알 수는 없으나,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으하하하 역시. 마음에 들어!”

“역시, 천하제일 검이십니다. 형님!”

“존경합니다. 형님!”


두목은 다시 칼을 휘둘러 멧돼지의 앞다리를 잘랐다. 칼을 꽤나 쓰는 모양인지, 묵직한 돼지통뼈까지 한꺼번에 잘라냈다.


“오적아.”

“감사합니다, 형님!”


오적은 두손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털도 벗기지 않은 채 대충 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굽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수완은 혀를 끌끌 찼다. 18년 요리사의 직업병이랄까? 처지는 잊고 순식간에 멧돼지 족발에 몰입했다.


‘아까운 고기 다 버리겠네.’


저들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족발은 구이로는 잘 굽지 않는다.

왜냐? 살코기, 그러니까 근육이 많아 직화로 구울 경우 고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질겨진다. 게다가 지금 굽는 고기는 멧돼지. 집돼지랑은 차원이 다른 근육량을 자랑한다.


두 번째 문제는 조리 방식이다. 재료에 따라 구울지, 삶을지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으나 환경이 고정되었다면 반대로 적합한 재료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앞다리는 직화보다는 수육처럼 비교적 낮은 온도로 오랫동안 삶는게 적당한데··· 아예 요리에 대해서 모르나 보군.’


맛있게 있는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조금도 먹기 힘드리라 예상했다.


“콜록콜록, 아직 멀었어?”


엉성한 조리 실력 탓에 오두막은 연기로 가득 찼다.


“콜록, 거의 다 되어 갑니다, 형님. 조금만 기다려-”

“됐고. 얼른 가져와. 연기때문에 죽겠다.”

“네, 형님.”


거의 숯덩이에 가까운 무언가를 불에서 꺼냈다.


“흠... 좀 탔네?”

“맛은 있을 겁니다. 형님.”


산적들은 늘 그래왔는지 개의치 않아 하며 군침을 삼켰다.


“잘라봐.”


그루터기에 숯으로 변한 족발을 올려두고 도끼로 내리쳐, 반으로 잘랐다. 그러자 단면이 훤히 보였다.


‘쯧쯧 예상대로군.“


수완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지나가는 똥개에게 던져주더라도 먹지 않을 무언가가 탄생했다. 겉은 타고 속은 생고기나 다름없다. 피를 제대로 빼내지 않아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두목이 먹어보라는 듯 턱짓하자 산적은 허리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잘 먹겠습니다. 형님!”


산적은 숯덩이로 변한 돼지껍질을 피해, 피가 벌겋게 보이는 살코기 쪽으로 한 움큼 베어 물었다. 잘 뜯기지 않는지 몇번을 베어 물었다.


그러다가,


찍-


혈관을 잘 못 씹어, 고였던 피가 물총처럼 튀어나왔다.


우웩 우웩


산적은 먹던 족발을 내던지고는 헛구역질했다.


“아 씨바, 뭐가 이래.”


가만히 지켜보던 두목은 번쩍 일어나더니 그에게 다가가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이 개자식아. 이 귀한 멧돼지 고기를... 아오!!! 벌써 몇번째 망치는 거야. 이 씨바꺼 요리 좀 할 줄 아는 놈인가 하고 데려왔더니만.”

“죄송합니다. 형님. 그래도 제가 다른 요리는 잘하는데-”

“닥쳐, 이 자식아. 값나가는 건 죄다 먹지도 못하게 만들고선 넌 오늘 걸어 나갈 생각하지 마.”


그 뒤로 한참을 분풀이했다.


“어렵게 뭘 하라는 것도 아니잖아. 고작 고기 하나 구우라는 건데 그걸 못해.”

“죄송합니다. 형님. 저희가 고기는 오랜만에 먹어봐서...”


산적들 모두가 허리를 숙였다.


참담한 꼴을 보고도, 산적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니고 눈앞에 날 잡아 잡수~ 하고 토실토실 살이 오른 멧돼지가, 자기 한 몸을 희생하겠다고 누워 있는데 어찌 아쉽지 않겠는가.


하지만, 다시 굽는다고 달라진 바가 없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으니,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완은 직감했다. 뒤를 대주지 않을 방법.


‘참담하게 사느니, 차라리 산적이 되겠어.’


산적이 되었는데 두목이 동성애자이거나 변태 성욕자면 어쩌냐고? 몰라. 그냥 관상론이랄까? 여자 무지하게 밝히는 놈이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런 식이면 저 아까운 멧돼지를 모두 버려야 할 겁니다.”


수완이 말했다.


“뭐?”


두목은 절그덕 거리는 검집을 부딪치며 천천히 다가왔다.


“제가 두목의 혀를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저 멍청한 놈 대신 저를 산적질에 끼워주시죠.”


그러자, 두목이 수완을 위아래로 훑었다.


“노예상이 곧 오기로 했지. 후후. 그전까지 어디 한번 내 마음을 돌려봐.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사실이 후회로 변하게 만들어 주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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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6 76 3 12쪽
8 8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5 80 3 12쪽
7 7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2 106 3 12쪽
6 6화. 천금장 24.08.01 110 2 12쪽
5 5화. 돈이 뭐길래 24.07.31 110 3 12쪽
4 4화. 돈이 뭐길래 24.07.30 118 2 12쪽
» 3화. 돈이 뭐길래 24.07.29 137 3 12쪽
2 2화. 돈이 뭐길래 24.07.29 190 3 11쪽
1 1화. 돈이 뭐길래 24.07.29 31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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