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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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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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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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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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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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돈이 뭐길래

DUMMY

“난 돈 욕심 크게 없어. 그냥 우리 가족 먹고살 정도, 그거면 충분해.”

“장사하겠다는 사람 맞아? 그런 마음이면 회사를 계속 다니지.”

“하하하 그런가?”


최수완은 아무 생각 없는 듯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정신 차려요~ 사장님. 당신 이제 3년 이내에 절반은 폐업한다는 자영업자라고~”

“그래서 오빠 못 믿어?”


아내는 고민하는 척 입술을 쭉 내밀다가, 보조개를 파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몰라. 피~ 헤헤”


어제까지 기록적 폭설이 내렸지만, 오늘은 날씨가 맑다. 하늘은 청명하고 따듯하다.


스무평 남짓 조그마한 식당, 주방에서 보낸 지난 18년. 수완은 이 식당에 전부를 걸었다. 오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으니, 뿌듯함이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날~~ 씨 좋다~!”

“하늘도 당신 개업 축하해주나 봐! 히히”


갑자기 수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훌쩍


“당신 울어? 울보가 다 되었네?”

“울긴. 사내대장부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운다고 했어. 오빠 몰라?”


수완은 능글맞게 웃으며 아내의 허리를 한손으로 휘감았다.


“으휴~ 징그러워. 아저씨 같은 소리 좀 그만해.”

“어허~ 지아비가 말씀하시는데. 춥다 어서 들어가자.”


오픈 준비에 한참 열을 올리던 중이였다.


딸랑~


“사장님 장사하십니까~”


민트향이 코끝을 스쳤다.


“아이고, 어서 와. 바쁠 텐데 고마워.”


그의 친구 홍정직.

불의의 사고로 다리 병신이 된 수완을 이끌어 준 소중한 친구. 폐인이 된 수완에게 요리사라는 새 삶을 선물한 은인이자, 며칠 전까지 몸 담았던 미미F&B(美味 Food & Beverage)의 사장이다.


정직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최고의 주방장이 해주는 치킨에 떡볶이라. 후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수완이 네가 히트시킨 메뉴만 해도 벌써 몇 개야. 핵불면, 허니스위트...”


정직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갔다.


“개업이 내일이지?”

“응, 맞아.”

“그럼 내가 첫 손님을 돼줘야지. 지금도 주문 되죠? 사장님.”

“몇 마리나 드릴까요? 손님.”


수완은 장사꾼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포옹하려 다가갔다. 그러자, 정직은 장난스럽게 사나운 눈매를 하고 수완을 타박했다.


“월세 밀리면 죽을 줄 알아.”

“여부가 있겠습니까. 갓물주님. 하하하


반응은 뜨거웠다.


『딩동~ 배달 주문이 들어 왔습니다.』


“여기요. 핵불치킨 하나랑 크라임 비어 두 잔이요.”

“단짠 떡볶이랑 프라이드치킨 배달이요.”


딱 1년 만에 일대를 평정했다. 워낙 맛이 좋은 데다 비주얼이 훌륭하고 가격까지 착했으니, 경쟁할 만한 곳이 없었다. 웨이팅으로 한두 시간을 줄 서는 건 기본이었으며, 매일같이 프랜차이즈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사업가들이 떼로 찾아왔다.


“에구구 고되다. 장사가 잘되도 너무 잘된다.”


돈 쓸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이 한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흘러갔으면 수완의 인생이었겠는가.


어느 날.


“존맛탱치떡?”


수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어제까지 보지 못했던 간판이 유난히도 닮은 컨셉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도 바로 옆 건물에...


‘벌써 벌레가 꼬이는 건가.’


어디에나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

누가 돈 벌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그 옆에 우후죽순 비슷한 컨셉과 맛이 생겨난다. 신당동에 가보면 원조를 내건 떡볶이집만 수십 군데에 이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수완은 개의치 않았다. 수억의 광고비를 쏟아붓는 유명 프랜차이즈조차 수완이 버티고 있는 이 동네에서는 맥을 못 추고 나자빠지고 있었으니,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


‘제대로 가르쳐주지. 치떡이 무엇인지.’


원조가 괜히 원조겠는가?


그러나,


하루, 이틀, 삼일··· 정확히 한 달 만에 결과가 나왔다.


『패배!』


업장이 좁아 배달 중심인 ‘존맛치떡’과는 다르게, 바로 옆에 생긴 ‘존맛탱치떡’은 건물 전체가 치킨&떡볶이 천국이라고 불러도 좋은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거기다 미친 듯 저렴한 가격에, 인기 아이돌을 내세운 융단폭격 수준의 마케팅까지 벌였으니, 수완의 존맛치떡이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그래, 뭐 거기까진 오케이 좋다. 이 말이야.’


가장 믿을 수 없었던 건...


‘후··· 도대체 어떻게.’


수완은 존맛탱치떡의 치킨과 떡볶이를 앞에 두고 머리를 긁적였다.


단맛, 짠맛, 매콤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환상의 트라이앵글.


치킨은 바삭하고 떡볶이는 기분 좋은 매운맛을 선사한다. 젓가락질을 부르는 묘술. 치떡의 신이 강림한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씨발~~ 어떻게 내 레시피랑 똑같은 거냐고!!!”


수완은 다리를 절뚝이며 그 망할 놈에 존맛탱치떡을 찾아갔다.


벌컥!


“상도의가 있지. 사장 나오라고 해!”


그런데,


“어라?”


눈에 읽은 얼굴들이 보였다. 미미F&B에서부터 같이 일했던 동료들. 그들이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준영아? 너 준영이 맞지?”

“잘못 보셨습니다.”

“맞잖아. 김민철, 너희 진짜 뭐야!”

“장사 방해하지 말고 나가세요.”


개업하고 얼마 안 돼 두 녀석이 주말마다 도와주겠다며 찾아왔다. 초기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많았는데,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그들이 홀과 주방에서 종횡무진 활동해주니 천군만마가 따로 없었다.


문득,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레, 레시피 노트!!!’


요리 인생 18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수완의 보물.


수완은 준영의 멱살을 잡았다.


“네놈이 훔쳐 갔지! 이 도둑놈아!”

“에이씨, 경찰 부르기 전에 당장 나가세요.”


그때였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강한 민트향이 느껴졌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 대체 어떤 놈이야!’


그런데,


‘어? 뭐지?’


거기엔 오랜 친구이자, 미미F&B의 대표이사 홍정직이 있었다.


“나 꿈꾸고 있는 거 맞지?”


수완의 남은 한쪽 다리가 후들거려 넘어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자신의 뺨을 쳤지만, 믿기 힘든 현실에 결국 엉덩방아를 찧었다.


“늦었네? 한 달이라~ 수완아,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경쟁자가 생기기 전에 밟을 수 있으면 가장 좋고, 혹 타이밍을 놓쳤다면 빠르게 빤쓰까지 벗겨서 속속들이 파악해야 한다고."


정직이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 뭐?”

“너무 늦었다~”


정직은 시치미도 떼지 않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했다.


“대체 왜!!! 내가 널 위해서 어떻게 살아왔는데!”


수완이 흥분하여 소리치자, 정직은 천천히 그의 곁으로 걸어와 가슴팍을 쿡 찔렀다.


“장사꾼이 돈벌이가 뻔히 보이는데 그냥 두고 봐? 그건 배임이야 수완아.”

“뭐라는 거야!”


수완은 정신이 멍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막말로 내가 너희 가게에 행패를 부리기라도 했어? 내가 뭘 했어? 오히려 네가 지금 그러고 있는 거잖아.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수완은 오른쪽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다.


“내 레시피를 네가 훔쳤지. 이 개자식아!!!”


그러자 정직은 피식 웃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훔친 건 내가 아니라 너지. 그 레시피, 우리 미미에 근무하면서 개발한 거잖아. 아니야?”

“개소리야!”


혼이 빠진 수완 앞에 정직이 쭈그려 앉아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 들어있던 현금을 모두 꺼내 수완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그래도 수고했어. 이 망한 상권을 네가 살려냈으니. 좋은 밥이라도 한 끼하고 들어가. 걱정된다. 네가 또다시 아플 테니까. 주제 파악 못하는 소중한 친구야.”



1화. 돈이 뭐길래


삐삐삐삐


철컥!


수완은 집으로 돌아왔다. 어깨는 축 늘어져 마치 땅에 닿을 듯 무거워 보였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정직에게 배신을 당한 사실이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은 정직의 진짜 모습을 뒤늦게 깨달은 데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의 모든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여보, 나왔어”

“...”


평소라면 밝은 목소리로 맞아주었을 아내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아직 집에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밤 늦게까지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거야."


수완은 괜히 짜증을 냈다. 사실 아내가 퇴근이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마음이 불편한 탓에 괜한 화풀이였다.


일부러 발걸음을 쿵쿵 걸으며 거칠게 방문을 열었다.


"여보!"


끼이익!


그런데,


불 꺼진 방안, 침대 위에 아내가 미동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수완은 신경질적으로 불을 켰다.


“집에 있었으면서 왜 대답을 안 해. 너까지 나 무시하냐!”

“...”


“응?”


그런데 아내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 가슴을 부여잡고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왜, 왜 그래... 어디 아파? 장난치지 마.”


아내는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 시뻘게진 눈동자로 수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살려 달라고,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듯 보였다.


수완은 침을 한번 삼키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괘, 괜찮아?”


그 순간,


쿵!


아내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그런데, 수완의 머릿속을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아내가 걱정되는 건 분명한데,

촌각을 다투고 있는데,


‘병원비... 비싸겠지? 이번 달 나갈 돈만 벌써 3천인데.’


급기야,


‘너까지 날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오로지 돈! 돈! 돈!!!


한번 싹튼 위험한 생각은 수완의 모든 생각을 빠르게 감염 시켜나갔다.


물론, 예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재정 압박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 정직이를 이겨낼 수 있을까?


‘자신 없다...’


그 치사한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난 걸까? 아내는 살기 위한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을 보였다.


“커··· 커컥!”

“아!! 안돼!”


수완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의 손은 덜덜 떨렸고, 눈물은 쉼 없이 흘러내렸다.


“지우야! 제발 정신 차려! 내가 미안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 동반자.

빠듯한 형편에도 투정 한번 하지 않던 너.

배운 거 하나 없고, 몸뚱이조차 성치 않은 남자를 사랑해준 반쪽...


“제, 제발, 숨 쉬어! 안돼. 지우야~ 흑흑”


수완은 갈비뼈가 부서지도록 세차게 압박했다. 그러나, 그의 손끝에서는 어떠한 박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 안돼! 진짜~ 제발!!! 미안해! 흑흑흑"


수완은 아내를 안은 채 한동안 울부짖었다.


*


방 안에 아내의 시신이 벌써 3일이나 방치되어 썩은 냄새를 풍겼다.


수완은 완전히 멘탈이 나가, 실소를 머금었다.


“흐흐흐 넌 진짜 치사한 새끼야. 지금 이 순간에도 장례비를 걱정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냐?”


딱 한 병 남은 소주를 꺼내 병나발을 불었다.


벌컥벌컥


“꼴 좋다. 병신 새끼. 제대로 통수나 쳐맞고.”


벌컥벌컥


“소름 끼친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어가는 데 돈 생각부터 해? 또라이 새끼!’


벌컥


“에휴, 이것도 끝이네.”


수완은 빈 소주병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볼을 사납게 때리고 지나간다. 눈물을 흘리며 하늘에게 소리쳤다.


“다리 병신이 헛된 희망을 품는 게 그렇게 꼴사나우셨습니까? 이만 사라져 줄 테니 잘 먹고 잘 사쇼. 이 씨발 년놈들아!”


난간 위에 올라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절망과 후회가 이 바람과 함께 멀리 날아가길 바랐다.


마침 한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수완은 망설임 없이 그 바람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어... 어!!"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치솟더니, 수완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힘껏 밀어냈다. 그는 그저 바람에 휩쓸려 어딘가로 내던져졌다.


"가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하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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