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최근연재일 :
2024.08.31 14: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943
추천수 :
37
글자수 :
163,796

작성
24.08.02 14:00
조회
386
추천
4
글자
12쪽

토트넘 유스 -2-

DUMMY

*



토트넘 유소년 식당, 나는 집게로 찐 닭가슴살 여러 개를 식판에 담았다. 그러고는 죽처럼 퍼져 있는 오트밀과 야채 여럿을 식판에 담고 식탁에 앉았다.


그대로 포크를 내저으면서 점심 식사를 이어 나갈 법도 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포크를 내저으면서 식사를 이어 나가기는커녕,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식탁에 내다 꽂았다.


“왜, 내가 성골 유스 주장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성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동시에 주먹으로 식탁을 한번 거세게 내리쳐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상태창 속에 적혀 있는 퀘스트가 바뀌는 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뭔 일 있냐. 태오?”


밝은 금발의 왁스 칠을 한 거구의 소년이 다가와서 물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입을 크게 벌리면서 손을 소란스럽게 내저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모든 게 틀어지게 되었다. 원래였다면 이번 시즌이 끝날 때쯤에 재계약을 거부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유계약을 이용해서 아스날로 이적하려고 했었는데.

이 빌어먹을 퀘스트가 내 창대한 계획을 제대로 망쳤다.


- [토트넘의 유스가 된 당신, 성골 유스로 끝까지 살아남아 토트넘 1군의 주장이 되십시오.] -


나는 뻑뻑한 닭가슴살을 입에 집어넣으면서 퀘스트창만 뚫어져라 째려봤다.

하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건 어디에도 없었다.

저 퀘스트는 거부하려고 해도 거부할 수 없는 메인 퀘스트였으니까.


대체 언제부터일까. 아니 나는 언제부터 저런 퀘스트에 시달리게 된 것일까.

나는 턱을 부여잡으면서 천천히 한번 생각해 봤는데,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퀘스트 창을 처음 마주했던 것은 바로 태오가 11살일 때였다.

당시의 나는 제2의 손흥민이 되고자 나는 포지션을 레프트윙으로 변경했었다.

그리고 훈련을 나선 첫날, 유소년 라커 룸에서 혼자 축구화 끈을 묶고 있을 때였다.


- [전설이 되어보겠습니까?] -


갑자기 내 눈앞에는 보라색의 상태창이 나타나 있었다. 헛것을 보는 건지 눈을 비벼보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저 상태창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내게 선택을 갈구해 왔다.


상태창에 적혀있던 새하얀 글귀는 핏빛을 연상시키는 붉은 색으로 변질되었다.

상태창은 점점 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내게 선택을 요구했다.


- [YES/NO] -


눈앞에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나타났다. 전설이 될지 말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고민도 없이 YES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당시의 내 꿈은 제2의 손흥민이 되는 거였다. 전설이 되라는 말은 당연히 내 꿈과 일맥상통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나는 겁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전설이 된다는 게, 손흥민도 깨지 못한 토트넘의 무관 역사를 깨라는 것도 인지조차 못 한 채로.


“후우.. 개같네.”


식사를 마친 나는 물을 홀짝홀짝 마셨다. 식당에는 분명히 달콤한 오렌지 주스도 있었다.

유소년 아이들에게 오렌지 주스의 인기는 아주 좋았었다. 

같은 팀에 소속된 아이들은 밋밋한 맛의 물보다는, 새콤달콤한 오렌지 주스를 아주 좋아했었다.


하지만 나는 홀로 고독하게 물만 홀짝였다.

자기 관리가 중요한 유소년 시기에 설탕이 잔뜩 들어간 오렌지 주스를 물 먹듯이 자주 마신다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 살이 뒤룩뒤룩 쪄서 체력과 기동력 같은 부분 능력이 떨어질 게 확실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주야장천 물만 마셨다.

가끔은 저런 오렌지 주스가 마시고도 싶었지만, 꾹 참고 물만 마셨다. 

저 파란 배경의 이벤트성 퀘스트창이 주스 같은 건 내게 입에도 못 대게 해서였다.


- [주스를 마시지 마십시오.] -

- [퀘스트 실패 시: 기본 체력이 감소합니다. ] -


보라색의 매인 퀘스트창과는 다른 파란 퀘스트 창이 허공에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저놈의 퀘스트들로 인해서 내 인생을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내가 전설이 되기 위해서, 나를 S급 선수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였다.

지키기 싫은 목표여도 어쩔 수가 없었다. 퀘스트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꼭 그에 맞는 제약이 뒤따랐으니까.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런 걸 들 수 있지.”


나는 물이 담긴 물컵을 비우고는 물컵에 오렌지 주스를 따라 마셨다. 


- [퀘스트에 실패하셨습니다.] -

- [기본 체력이 감소합니다.] -


파란색의 퀘스트창은 붉은색으로 변질되었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붉은 아우라가 온몸을 뒤덮자.

깃털처럼 가볍기만 했던 육체는 발목에 쇠고랑이라도 찬 것마냥 무거워졌다. 


정말 이전에 암시했던 것처럼 체력이 감소한 것이었다.

체력이 생명인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이건 너무 잔인한 제약이 아니냐고? 

퍽이나···. 이 정도 제약은 그냥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왼쪽 허공을 계속해서 응시하던 나는 오른쪽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른쪽 허공에는 보라색의 메인 퀘스트창이 적혀 있었다.


- [토트넘의 유스가 된 당신, 성골 유스로 끝까지 살아남아 토트넘 1군의 주장이 되십시오.] -


해당 문구를 본,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내 계약을 책임지는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오, 갑자기 무슨 일 있니?”

“에이전트 형, 저 이번에 토트넘이랑 재계약 관련해서 말인데요.”

“어. 토트넘이랑 재계약 협상은 말한 대로 잘 돼가고 있···.”

“그 계약 그냥 파투 내 주세요.”

“어···. 일단 알았어.”


나는 핸드폰을 식탁에 내려놓고 훈련장으로 나갔다. 로이트 뮐러의 자유 훈련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열악한 훈련장에서 두 시간 정도가 있었을까. 

그냥 훈련장 구석에 앉아 있던 나는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헛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기도에 뭔가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커헉!”


나는 바닥에 의문의 액체를 뱉었다. 기도를 통해서 나온 액체는 다름 아니라 붉은 선혈을 띄고 있는 피였다.


계약이 파기되었나 보군?


내가 뱉어낸 것이 피인 걸 확인한 나는 옆으로 힘없이 털썩, 쓰러졌다. 

갑자기 찾아온 심장 마비로 털썩 쓰러진 것이었다. 


- [메인 퀘스트에 실패하셨습니다.] -

- [다시 유소년 시절로 회귀합니다.] -


붉은 퀘스트창이 눈 앞을 가리면서 내 주변에는 거품이 일면서 새로운 배경이 나타났다.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순간이었다.


“태오, 빨랑빨랑 안 뛰냐!”


로이트 뮐러의 성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왔다.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면서 훈련장 위를 달렸다.

몸은 회귀하기 이전과는 다르게 종잇장처럼 가벼웠다. 회귀와 함께 제약은 말끔하게 사라진 거였다.


이렇게 제약이 말끔하게 사라졌음에도 나는 한없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또 지루하게 운동장을 20바퀴나 돌아야 했으니까.


“후우.. 개 같은 거.”


운동장 20바퀴를 다 돌은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회귀를 통해서 일일 퀘스트로 얻은 제약은 사라졌다.

하지만 저 보랏빛 메인 퀘스트창은 회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도 않고 허공에 떠다니는 거였다.


- [토트넘의 유스가 된 당신, 성골 유스로 끝까지 살아남아 토트넘 1군의 주장이 되십시오.] -


“아무래도 메인 퀘스트는 클리어하기 전까지 계속 유지되는 것 같네.”


회귀했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메인 퀘스트창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승을 할 수 있는 아스날로 이적하기 위해서는 메인 퀘스트를 먼저 클리어하라는 말과 같아서였다.


그러면 일단 주장이 되기까지는, 이 팀에서 나갈 수 없다는 건데. 

어쩔 수 없구먼. 성골 유스 주장.. 그까짓 거야 하고 나가면 돼지.

토트넘의 레전드 솔 캠벨 선생님처럼 말이야!


다시 로이트 뮐러의 자유 훈련 시간이었다.

로이트 뮐러는 또 코치들과 값비싼 시가를 피우러 자리를 비웠다. 


나는 축구공을 가볍게 발 위에 올리면서 트래핑하기 시작했다.

또는 사람 모형 마네킹에 원하는 세기로 패스를 뿌려보는 등,

공을 다루는 감각을 천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번 생에서 내가 해볼 포지션은 경기 중에 볼을 가장 많이 만지게 되는 수비형 미드필더···

를 보좌해야 하는 인버티드 윙백이었으니까.


나는 발과 정강이, 무릎, 가슴, 머리 등등, 다양한 부위로 공을 트래핑했다.

훈련장 천장에 닿을 정도로 공을 높게 띄우기도 하고, 물수제비 하듯이 공을 낮게 깔아서 패스를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축구 도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공을 능숙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우와. 저 동양인 녀석,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말도 안 돼. 쟤 브라질 유학파 출신인 거 아니야?”


주변에서 공을 만지면서 놀던 유소년들은 나를 보고 크게 감탄했다. 

고작 16살밖에 안 되었는데 공을 이 정도로 다룰 줄 알면, 제2의 메시 혹은 제2의 호날두 소리를 듣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화려하게만 공을 다루는 당사자인, 나는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하려야 만족할 수가 없었다.

내가 되고자 하는 인버티드 윙백은 공을 받을 때마다. 곧바로 롱패스나 숏패스, 또는 횡패스 등등.

다양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는 후방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만 했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볼을 다루는 감각을 전생,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 놔야 된다.


“어이, 받아!”


계속해서 마내킹에만 공을 주던 나는 멀뚱멀뚱 서 있던 동료에게 패스를 줬다.

그것도 얼굴로 공이 튀지 않도록 바닥에 낮게 깔아서. 


“어, 어?”


내가 패스를 준 녀석은 크게 당황한 채로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공을 향해서 발을 갖다 댔다.

그러나 패스는 녀석이 발을 뻗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은 재빠르게 녀석의 발밑을 지나쳐갔다. 


쟤는 안 되겠군.


나는 빠르게 확정 지으며 패스를 놓진 녀석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런 간단한 패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녀석은, 딱 봐도 1부리그에서 못 살아남을 게 확실해서였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있는 아이들에게 패스를 줬다. 

내 패스를 받으려고 반응한 아이들 대부분은 헛발질하거나 멀뚱멀뚱 그냥 패스를 쳐다보기만 했다.

재능과 노력,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처럼.


글러먹었군.. 


나는 가엾은 눈빛으로 아이들을 쳐다봤다.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란 아이 중에서 내 패스를 받을 수 있는 녀석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공을 리프팅 하면서 제법 묘기좀 부리는 녀석들도 별 다를 건 없었다. 

녀석들은 그나마 볼을 발에 맞추는 데엔 성공했었다.

하지만 발에 볼이 맞은 순간 볼은 천장으로 튀어 오르거나, 자연스럽게 옆으로 튕겨 나갔다. 


조졌는데?


나는 아랫입술을 콱 깨물면서 난처한 반응을 보였다. 내 패스를 받아줄 녀석이 주변에 한 명도 없던 거였다. 

그것도 20명에서 30명은 족히 될 것 같은 아이 중에서 단 한 명도. 


이거, 이렇게 되면 코치나 로이트 뮐러한테 패스를 받아달라고 해야 하려나?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인버티드 윙백 롤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을 사방으로 뿌려주는 패스 능력도 중요했다. 

그러나 공을 받아내는 터치 능력도 그만큼 중요했다.


그럴려면 최소한 내 발끝 정도에는 미칠 정도로 볼을 다룰 줄 아는 녀석이 한 명 필요했는데.

주변에 있는 아이들은 그 정도의 수준에 발끝도 못 미치고 있었다. 


이를 대체 어찌해야, 한 담..


나는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인버티드 윙백은커녕, 온더볼 능력은 별로 중요치 않은 포지션으로 목표를 바꿔야 하나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절망적인 순간, 내 눈앞에는 백마를 탄 왕자님과 같은 녀석이 나타났다.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토트넘 유스 -2- +1 24.08.02 387 4 12쪽
2 토트넘 유스 -1- 24.08.01 455 3 12쪽
1 프롤로그 24.08.01 522 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