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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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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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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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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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토트넘 유스 -1-

DUMMY

*



수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꿈의 구장이자. 잉글랜드의 홈구장인 웸블리.

거센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관중들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 필드 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자, 공을 내려놓는 토트넘의 승부차기 마지막 5번 키커는.. 팀의 주장 태오 앤더슨입니다.”

“앞서 아스날의 5번 키커가 실축했기에 만약 태오 선수가 이것만 성공시키면, 토트넘 홋스퍼는 팀 역사 이래 최초로 빅이어를 들게 됩니다.”


한국인 캐스터와 해설은 양손을 모으고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2008년 EFL 리그컵 이후로, 첫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쟁취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렇습니다. 동시에 길고 긴 37년간의 무관 역사를 우리 한국인 선수인 태오 선수가 끝낼 수도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자, 과연 어떻게 될지. 한번 봐보도록 하죠!”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요란한 중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심은 호루라기를 울리면서 키커에게 공을 찰 것을 명령했다.


“후우..”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는 가운데, 나는 땀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를 손으로 닦아내며 스텝을 밟았다.


그러면서 등 뒤에 어깨동무를 한 동료들을 쳐다봤다.

죄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에 수도 없이 노력을 기울여온 동료들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이변의 팀 나폴리를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초호화 스쿼드를 꾸린 PSG를 만났고, 8강에서는 챔피언스 리그의 팀이라는 레알을 꺾었다.

4강에서는 팀 역사상 두 번째 트레블을 노리는 맨시티를 기적적으로 쓰러뜨렸다.


그리고 마주한 라이벌팀인 아스날과의 결승전.

우리는 용맹하게 저들과 맞서 싸웠고 이제는 그 싸움의 결실을 보려고 한다.


그래야, 이 빌어먹을 퀘스트라는 것도 끝낼 수 있을 테니까.


- [오랜 무관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토트넘에서 첫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차지해 보세요.] -


나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며 내려놓은 공을 향해서 달려갔다.

이 승부차기를 성공시킴으로써, 이 지긋지긋한 토트넘의 무관 역사를 깨뜨린 전설적인 인물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미래와 현실은 차갑게도 달랐다.


꽈당!


마지막 승부차기만 성공하면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승부차기를 위해서 디딤발을 바닥에 디딘 후 공을 차려고 하자 갑자기 디딤발이 미끄덩하고 미끄러졌다.


아냐, 그래도 괜찮을 거야.


디딤발이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음에도 나는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아직 희망이 남아있어서였다.


공은 그대로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상대 키퍼는 공의 반대 방향인 왼쪽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구사일생으로 마침내 퀘스트를 클리어했다고 생각했다.


따앙!


주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슬며시 들어 골대를 확인하는데. 나는 상심으로 가득 찬 표정밖에 못 지었다.

내 오른발을 맞고 나간 볼은 오른쪽 골대를 강타하고 그대로 튕겨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 함성은 누구의 것이냐고?


그야, 당연히 상대 팀인 아스날 팬들의 함성이지.


“미안하다. 얘들아.”


나는 푹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인 채로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장인 나의 실축으로 분위기는 다운되어 있었다.


“주장, 괜찮아 잘했어. 아스날의 다음 키커는 수비수들이고 우리는 미드필더들이 차니까. 이길 수 있을 거야.”

“그래, 설마 수비수 두 명이 승부차기를 둘 다 성공시키겠어. 그것도 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부주장과 3주장은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결의를 다졌다.


“그래. 내가 지키는 골대 뒤로는 그 어떤 것도 지나갈 수 없을 거야!”


골키퍼도 크게 박수를 치면서 다시금 팀 스피릿을 끌어 올렸다. 곧이어 팀원들은 손을 모으고 한 번에 높게 들어 올리면서 승리에 대한 열정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승부차기를 놓친 순간부터 승기는 상대 팀인 아스날에게 넘어갔다는 걸, 그리고 그 빌어먹을 퀘스트도 실패하게 된 것을.


뒤이어 이어진 승부차기의 결과는 뻔했다.

수비수인 아스날의 6번 키커와 7번 키커는 모두 승부차기에 성공했다.

그에 반면 우리 토트넘의 6번 키커는 승부차기에 성공했으나. 7번 키커는 결국 이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중으로 볼을 날리며 그대로 승부차기에서 패배하게 되었다.


“괜찮아. 2등이면 잘한 거야.”


나는 박수를 치면서 라이벌팀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축하해 줬다.


“이로써, 아스날은 5번째 빅이어를 들어 올립니다.”


아스날의 주장은 드높게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선수로 데뷔한 이후로 6번째 트로피였다.


그날 SNS는 불타올랐다.

나를 지지해 주던 토트넘 팬들은 내 뒤를 등졌다.

금방이라도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 줄 생각이었던 구단도 말을 바꿨다.


“결국 이번 생도 실패인 건가?”


나는 모두가 떠난 라커 룸에 홀로 쓸쓸하게 앉았다.

지금까지 거듭해 온 수많은 여생을 생각해 봤다.


한 번은 리그 우승에 목을 걸었으나 아스날에 의해서 실패했었다.

또 다른 생에서는 리그컵에 목을 걸었으나 이번에도 역시 아스날에 의해서 코앞에서 우승을 놓쳤었다.

또 어떤 생에서는 FA컵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스날에 의해서...

그리고 이번 생에서도 역시나 아스날에 의해서...


아스날이 내 우승의 앞길을 계속해서 막으니.

이를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우승에 도전하려고 하면 매 순간, 라이벌 팀인 아스날이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다음 생에서는 토트넘의 최대 라이벌 아스날로 이적하기로...


*



- [메인 퀘스트에 실패하셨습니다.] -

- [다시 유소년 시절로 회귀합니다.] -


우승에 실패한 순간, 눈앞에 나타난 붉은 상태창은 나를 한입에 집어삼켰다.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온몸을 통해서 느껴지는 고통을 인내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익숙한 유소년 시절인 16살 때로 돌아와 있었다.


“태오, 빨랑빨랑 안 뛰냐!”


중년 남성의 성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왔다.

나는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면서 훈련장 트랙 위를 달렸다.


지금, 저 사람과 엮였다가는 아스날로 이적은커녕, 축구선수로써 성공조차 못 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로이트 뮐러.

시원하게 벗겨진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찐한 눈썹, 그리고 새하얗고 덥수룩한 콧수염을 한 노인의 이름으로.

그는 선수 시절, 축구계에서 제법 이름을 날렸었다. 전성기 시절 토트넘으로 넘어와 은퇴하기 직전까지. 총 10년이나 뛴 토트넘의 팀 레전드였다.


토트넘에서 선수 경력을 마친 그는, 토트넘의 지원을 받으면서 코치 라이선스를 땄다.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데뷔하게 된 무대가 바로 이 유소년 감독이었다.


그는 토트넘의 축구를 잘 알고 있고, 운영 시스템을 잘 알고 있기에 보드진들은 그를 무한히 신뢰했다.

그 결과, 로이트 뮐러는 해리 케인이라는 탑급 스트라이커를 발굴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진짜 토트넘의 팬들은 자신의 레전드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그야, 로이트 뮐러가 유소년 감독으로 집권한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발굴해 낸 재능은 해리 케인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역시 이래서 낙하산은 믿고 걸러야 한다니까?


나는 운동장 트랙 위를 달리면서 로이트 뮐러를 강하게 째려봤다.

그 때문에 토트넘의 유소년 풀이 다른 팀들에 비해서 취약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토트넘과 관계없는 제삼자의 입장이었다.

반대로 현재 토트넘 유소년 시설에서 훈련받던 유소년들은 로이트 뮐러의 훈련 세션을 소화하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그의 훈련 세션을 거친다면 자신도 해리 케인과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상상을 하는 아이들을 측은하게 쳐다봤다.

아까도 말했지만, 로이트 뮐러라는 이 감독은 능력 없는 낙하산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후우..”


운동장을 20바퀴는 돌았을까.

아이들 대부분이 아지랑이가 이는 트랙 위에서 퍼질러져 있었다.

몇몇은 물통에 물을 입안에 들이부으면서 갈증을 달래기도 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살인적인 체력 훈련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16세는 몇 안 될 테니까.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음 세션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로이트 뮐러는 박수를 치면서 훈련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죽은 눈을 뜨고 있던 아이들의 눈빛에는 살기가 돌았다.

훈련장 안이라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 훈련을 할 수 있을 게 확실해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순수하기만 했던 유소년들의 착각에 가까웠다.


곧이어 훈련장으로 들어간 유소년들은 크게 좌절했다.

훈련장에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에어컨은 어디에도 없고, 그저 천장에 달린 선풍기 네다섯 개밖에 없던 것이었다.


“저 감독님, 저희 에어컨은..”

“에어컨? 이것들 빠져 가지고···.”

“예?”

“얘들아, 잘 들어라. 우리는 이 선풍기만 가지고 더위를 이겨내도록 한다!”

“그, 그래도..”

“어허! 조용히 못 해? 해리 케인도 이런 모진 곳에서 훈련했기에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에어컨부터 찾는 너희들이 무슨 해리 케인이야! 어?”

“.. 넵.”


로이트는 한 소년의 기를 죽이며 반론의 여지를 아예 없애 버렸다.

그도 그럴 게 해당 훈련장이 건립된 것은 1958년. 그 이후로 리모델링이라는 명분으로 공사를 하긴 했지만, 대부분이 겉 판때기를 바꾸는 데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실상, 토트넘의 훈련장 속은 1958년부터 사용되었던 것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실제로, 훈련장 속을 밝혀야만 했던 몇몇 조명에는 불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창문이나 훈련장 끄트머리에 거미줄이 걸려있고 벌레가 바닥을 기어다니는 건 기본이었다.

게다가 훈련에 쓰일 장비에는 대부분 made in 1958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저.. 감독님, 다음 훈련 세션은 어떻게 되나요?”

“자, 나머지는 이 안에서 개인 훈련이다. 다, 알아서 하거라.”


로이트는 양 떼를 벌목하는 양치기처럼 말했다. 그러고는 모르는 게 있으면 코치나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말한 후, 천천히 훈련장 밖에 있는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겨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했다.


저딴 게.. 유소년 감독?


나는 의심쩍은 시선으로 로이트와 코치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들의 담배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담배가 아니었다. 한번 피면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까지도 걸리는 고급 시가였다.


“남은 훈련 시간이 40분 정도니까. 훈련할 생각이 없는 건 여전하구먼.”


나는 거대한 승용차 뒤에서 감독을 뚫어져라 쳐다봤었다.

적어도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열정적으로 훈련을 하는 게 좋고 올바른 감독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저 녀석이 잘리는 건 빠르면 5년, 늦으면 7에서 8년 정도까지 가니까. 하아, 이거 이적해야겠지?”


그때 나는 한 번 더 강하게 마음먹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이 썩어 문드러진 팀에서 벗어나.

더 좋은 시설과 더 뛰어난 코치들이 즐비한 명문 팀, 아스날로 이적하기로.


그러나 이적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눈앞에는 거대한 상태창이 나타났다.


- [토트넘의 유스가 된 당신, 성골 유스로 끝까지 살아남아 토트넘 1군의 주장이 되십시오.] -


“아, 씨발..”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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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트넘 유스 -1- 24.08.01 45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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