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새글

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최근연재일 :
2024.09.18 21: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0,239
추천수 :
304
글자수 :
171,013

작성
24.07.27 14:03
조회
345
추천
8
글자
13쪽

조우(遭遇)(2)

DUMMY

반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지? 특별한 실수도 없었고 넌 아무 정보도 없었을 텐데···”


반장은 나를 뚫어져라 쳐보면서 재차 물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대답해 줄 수 없을까? 알려주지 않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말이야. 길거리에서 죽나 이곳에서 죽냐의 차이일 뿐···”


반장이 허리춤에서 시퍼런 칼을 꺼냈다. 반장이 칼을 꺼내자 살기가 감돌았다.


나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몸을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반장의 살기가 나를 옭아매고 있는 느낌이었다.


반장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소리쳤다.


“원래 계획은 배에 큰 구멍 하나 내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나의 정체를 알아버렸으니 살려둘 수가 없군. 죽어라! 헛!”


반장의 칼이 움직이자 이내 시퍼런 얼음처럼 변했다. 그리고 그 얼음으로 변한 칼은 내 목을 향해 그어졌다.


시퍼런 칼이 순식간에 목에 닿아있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현기증이 돌았다.


나는 입술이 터지게 입을 굳게 물고 버텼다. 왠지 쓰러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삼국지에서 반장은 만인지적의 무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름을 날리던 대단한 무장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평범한 장수가 아닌 관우를 잡은 장수가 내리치는 칼의 압박감은 상상할 수 없었다.


챙!!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순간 어디선가 창이 날아와 그 칼을 막아냈다.


“호위장 소비(蘇飛)가 왔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칼을 들이미느냐?”


호위대에서 소비(蘇飛)와 함께 삼십여 명의 무사들이 후원으로 급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반장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소비와 삼십여 명의 무사들과의 싸움에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싸움이 시작된지 이각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 드디어 반장은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고 쓰러졌고 그 모습에 긴장이 풀린 나도 덩달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아까 반장과 독대 전에 시비에게 호위대 병사들을 급히 데려오라는 지시를 내린 덕에 간신히 반장을 막아낼 수 있었다.


시비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공자님 괜찮으세요? 또 자객이 들었나요? 어, 이 사람은 아까···.”


“조용히 하고 있거라. 내 알아서 처리할테니. 너는 이 사람을 보지못한 것이다. 이 일은 함구하도록 하거라.”


“어떻게 그리하나요. 공자님을 해치려고 온 자객인데···.”


“어허! 그리하래도.”


나는 소비를 불렀다.


“호위장!”


“네, 공자님.”


“오늘 이 일은 함구하도록 하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게. 소문이 나면 모두 자네 책임으로 하겠네. 저자는 잘 포박해 창고에 가두어 두게.”


“네, 공자님. 알겠습니다. 다만 난폭한 자이니 창고에 가게 되면 꼭 저를 불러 주십시오.”


“그리하도록 하겠네. 이만 돌아가 보게!”


나는 방에서 잠시 안정을 취했다. 죽음의 경계, 반장에게서 나오는 살기는 진짜였다. 직접 손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 살기에만도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여포, 관우, 장비, 마초, 장료 등 수많은 명장이 있다. 난 그들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을까? 압박감에 그들의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조차 두려울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시간을 보내다 정신을 차려보니 소비가 왜 여기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소비는 황조(黃祖)가 강하 태수로 지낼 때 강하의 도독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는 황조의 부하였지만 같은 장수인 감녕을 우대해 황조에게 수없이 천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감녕을 손권의 밑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 장수다. 공교롭게도 여몽과 싸우고 도망치다가 반장에게 붙잡힌 인물이기도 하다.


아마도 아직 강하로 발령받기 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제 슬슬 동오과 잦은 충돌에 무장들을 하나둘씩 전장으로 보내는 시기이니 곧 소비도 강하로 발령이 날것이다.


소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놓으면 감녕이 동오로 넘어갈 때 손권이 아닌 나를 선택 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래 소비와 좋은 관계를 만들자. 그럼 감녕과의 줄을 만들 수 있다.’ 소비가 언제 발령받을지 모르는 일이니 빨리 진행시켜야 한다.


나는 시비를 불러서 다시 소비를 호출했다.


“호위장을 불러라. 그 자객 놈을 보러 가야겠다.”


“네, 공자님.”


잠시 후 소비가 별채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호위장 소비! 공자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아까는 고마웠네. 자객 놈은 어찌 처리했나?”


“잘 포박해서 창고에 박아두었습니다.”


“내 물어볼 것이 있으니, 그놈이 있는 곳으로 가보도록 하지.”


소비와 함께 반장을 가두어둔 창고에 도착해서 반장의 상태를 보니 창고 한구석에서 치료도 못 받고 피를 흘리면서 처박혀 있었다.


나는 반장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반장이라고 했지?”


“......”


“손권이 시키던가? 아니면 형주 인물의 사주를 받았나?”


반장은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냥 죽여라. 나는 손권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저잣거리에서 형주자사 아들을 죽여주면 큰 돈을 준다고 하여 왔을 뿐이다.”


“오호! 꽤 의리가 있군! 그래! 그랬단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나는 왜 네놈이 양주 예장군 도위를 맡고 있는 반장인 것 같은 기분이 들까?”


“......”


“반문규. 안 그런가? 그리고 자네는 말은 죽여주라고 하지만 죽을 용기도 없는 사람 아닌가? 욕심이 많은 자는 자기 목숨이 귀한지 누구보다 잘 알거든.”


나는 반장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다가 반장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반장, 너에게 세 가지 선택권을 주겠다. 내일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결정하도록 하여라.


“첫째, 그냥 죽어라. 나는 너를 죽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죽을 때까지 이 창고에 버려둘 것이다. 상처가 곪아 터지고 피가 부족해서 죽을 때까지. 장수가 전쟁터가 아닌 창고에서 쓰레기처럼 죽어가다니. 그것도 너에게 어울리는 죽음일 것이다.


둘째, 배후를 말하고 죽어라. 배후를 말하면 단칼에 목을 베어주지. 고통 없이 죽여준다는 뜻이다.


셋째, 너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내 사람이 된다고 맹세해라. 내 옆에서 삼사년쯤 죽은 듯이 지내면 너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때는 너를 내가 중이 써주겠다. 어떻냐? 나의 제안이?”


소비가 깜짝 놀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공자님, 절대 안 됩니다. 저놈을 어떻게 믿고 공자님 옆에 두려고 하십니까? 공자님을 죽이러 온 놈입니다. 호위장으로서 용납이 안 됩니다.”


“자네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짐작이 가네. 하지만 저놈을 받아준다고 하여 내 옆에 두기라도 할까 봐 그러나? 그럴 일은 없네. 당분간 호위대 병사로 위장시켜 소비 자네 밑에 두면 되지 않겠나!”


“그래도 공자님! 제가 하루 종일 저놈만 지켜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절대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말게. 저놈은 자신에게 큰 이익만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배신하지 않을 놈이거든.”


소비는 이해가 안 되는 듯이 물었다.


“허! 그 말씀은 다른 사람이 더 큰 이익을 준다고 하면 또 배신 할 놈이란 뜻 아닙니까?”


“그것 또한 걱정하지 말게! 현시점에서 저놈에게 나보다 큰 이익을 줄 사람이 그 어디에도 없거든.”


이때 반장의 어깨가 움직여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 말에 반장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손권은 저놈이 마음에 들어 자기 휘하에 들였지만, 손권에게 저놈은 그저 그런 장수에 불과하다. 손권에게는 주유, 한당, 황개, 주태, 정보들 기라성같은 중신들이 존재해 저놈이 중신이 될 가능성이 적고,


또한 저놈의 성격은 사납고 재화에 집착하며 난폭하니 손권 군영에서 꽤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다 큰 사고를 치면 손권은 그 죄를 물어 금세 내치겠지. 아마도 이번 일에 실패했으니 이미 내쳐졌을 것이다.


동오에서 내쳐진 놈이 무장들이 득실거리는 조조나 원소에게 갈 수 없고, 그 폐쇄적인 익주, 량주에도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형주에 자리 잡는 것이 최선인 처지인데··· 도독부의 채모와는 모종과 관계가 있을 테고 그 일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저놈은 더욱 곤경에 빠진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살려주고 또한 중하게 써준다고 하니 저놈한테는 내가 마지막으로 남은 동아줄 아니겠느냐? 하하하···”


반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아직 말할 생각이 없느냐? 남은 하루 동안 잘 생각해보거라.”


“호위장, 가세. 내일까지는 말미를 줘야지.”


나는 소비와 창고를 빠져나왔다. 다시 별채로 돌아오는 길, 후원으로 걸어오면서 소비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공자님은 몸이 약하셔서 별채에만 계셨는데 양주 예장군 도위를 어찌 알고 계시는지요?”


“몸이 약해 무엇도 할 수 없었으니, 정보라도 많이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라고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나?”


“헛!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나도 농담한 것일세.”


아직 남형주로 보내진 않았지만, 곧 남형주와 양주 등지로 올리브 나무를 찾으러 사람을 보낼 예정이기 때문에 시기상 맞추면 변명이 될 것 같아 올리브 핑계를 댔다.


“기름이 나오는 열매를 가진 나무가 양주 쪽에 있다고 하며 양주를 조사하는 차에 군사적으로 도움이 될까 하여 각 고을의 중요 장수 정도는 보고 받고 있다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암살을 시도한 놈이 왜 가명을 안 쓰고 반장이라고 공자님께 말하였을까요? 보통 구린 짓을 하는 놈들은 다 가명을 쓰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하하하. 그건 나를 죽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점을 노린 거겠지. 몸이 약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나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있었겠지.”


이렇게 답변을 한 나는 씁씁한 표정을 지었다.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회복하여 일신상의 힘을 길러야 이런 일이 줄어들 것이다.


나는 대화하는 중에 소비와 어떻게 친해질까 생각하다 불현듯 나도 소비도 ‘자(字)’가 없는 게 생각이 났다.


‘자(字)’란 성년이 되었을 때 성인으로 예우해서 부를 수 있도록 지어주는 새 이름이다.


부모나 주군, 스승 등 한정된 윗사람이 아니면 타인을 ‘명(名)’으로 부르는 것은 큰 결례였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격식을 차려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인 자(字)로 불렀다.


성년이라고 하면 20세 전후지만, 명문가에서는 성년 전이라도 관직이나 군벌에 들어갔을 때 ‘자(字)’를 부여 받았다.


명문가 여자들의 경우 결혼을 하면 받을 수 있으니 15세 정도에 자(字)를 받았다.


역사적 기록된 유기의 자(字)는 없다. 일찍 죽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존재감이 적어서일 수도 있다. 그건 소비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이다.


나는 소비에게 물었다.


“소비, 자네는 자(字)가 없는가?”


“아···. 그것이 어렸을 때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어렵게 자라다 보니 아직 자(字)를 받지 못했습니다. 저 말고도 일반 병사들은 자가 없는 경우가 많지요.”


그도 그럴 것이다. 명문가나 장군가 등 격식 있게 부르려고 자(字)가 필요한 것인데. 먹고 살기 힘든 평민들은 자(字)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름도 장씨 집안 첫째는 장일, 둘째 장이, 셋째 장삼이 이렇게 짓는 판국에.


“소비 자네는 형주 군영에서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인데 자(字)가 없어서 되겠는가! 보통은 윗사람이 부여하지만, 혹시 나라도 괜찮으면 내가 자(字)를 지어주어도 되겠는가?”


“그래 주시면 저는 영광이지요. 형주땅에서 자사님의 장남이 윗사람이 아니면 누가 윗사람이란 말입니까!”


처음에는 감녕 때문에 소비를 포섭하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비를 잘 포섭하면 소비는 나의 눈과 귀가 되어 줄 것이다. 지금은 호위장 신분으로는 별채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하여 보고할 것이고, 추후 강하로 가게 된다면 강하 소식을 전할 것이다.


좋은 자(字)를 지어주어서 소비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무엇으로 할까? 고민에 빠졌다.


그래! 그것으로 하자. 현명(賢明)한 소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상옥거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무릉(武陵)(1) 24.08.06 316 10 12쪽
9 감녕(甘寧)(2) 24.08.05 312 8 11쪽
8 감녕(甘寧)(1) +1 24.08.02 318 10 11쪽
7 예형(禰衡) 24.08.01 323 10 13쪽
6 조우(遭遇)(5) +1 24.07.31 330 10 12쪽
5 조우(遭遇)(4) +1 24.07.30 326 10 11쪽
4 조우(遭遇)(3) 24.07.29 344 12 11쪽
» 조우(遭遇)(2) 24.07.27 346 8 13쪽
2 조우(遭遇)(1) +2 24.07.26 401 10 12쪽
1 환생(還生) 24.07.26 545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