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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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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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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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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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還生)

DUMMY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환생인가? 꿈인가? 그것도 아니면 나는 죽은 것인가?


2000년대 초반 군대를 막 전역하고 전국에 있는 피시방에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이 엄청난 인기가 있었을 시기.


나는 다수 동네 피시방 대회에서 우승하고 지역 대회 우승, 전국 대회 우승, 방송국 대회까지 휩쓸며 당대 최고라는 김요황, 홍민호 같은 사람들과 경쟁하며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늦게 시작한 만큼 은퇴도 빨리 왔다. 3~4년의 전성기가 지나고 곧 은퇴하여 사업에 손을 댔지만, 마라탕집, 떡볶이집, 고깃집 등 손대는 사업마다 다 말아먹고,


지금은 '아프니까TV'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하는 나는 전 프로게이머 ‘김태산’이다.


‘태산이의 스타방송 오버로드 킬당 500원’


한때 시청자가 천 명이 넘을 때도 있었고 하루 달풍이 5~6만 개도 터지고 그랬는데, 지금 화면에 보이는 시청자 수는 24명 하루 종일 터진 달풍도 80개가 전부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프로게이머를 은퇴 후 사업에 실패하고 처음 BJ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나이 서른이 무슨 벼슬이라고 그깟 자존심이 무슨 상관이냐. 돈만 많이 벌면 되지.


“회장님 감사합니다. 제로투 리액션 한번 가겠습니다.”


빠밤밤 빠빠빠빠빠빠빠~~ 빠밤밤 빠빠빠빠빠빠빠~~


“아이고~ 형님들, 이번에는 햄버거 10개를 빨리 먹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500백 만원 정도 벌었다. 방송하면 할수록 창피함은 무뎌지고 더 자극적으로 반응만 하는 BJ로 변했지만 괜찮았다. 돈은 더 잘 들어오니까.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코인’이었다. 시청자가 많아지니 이곳저곳에서 후원, 광고, 지원 등 연락이 오는 통에 정신을 못 차리고 코인회사의 후원을 받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나를 지원하고 내가 홍보했던 코인이 사기코인, 스캠코인 등으로 밝혀지면서 나락을 걷기 시작했고, 1차 해명 방송, 2차 해명 방송, 3차 거짓말 방송들은 더욱더 나를 나락으로 빠뜨렸다.


이래저래 방송을 접었다가 6개월의 법칙에 이끌려 복귀했지만 지금 이 상황이다.


“아 못 해 먹겠다. 방종합니다.”


그냥 급히 방종했다. 이제 하기도 싫었다. 모니터만 봐도 짜증이 났다.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나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스트레스 해소 창구인 삼국지를 펴고 읽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삼국지와 닮아서였다. 전략 전술로 게임처럼 전국 통일해 가는 과정이. 딱 내 취향이었다.


이 삼국지를 정사, 연의 가리지 않고 1000번은 넘게 읽고 또 읽었다. 그것이 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잠시 책을 보다 보니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달고 살던 두통이 시작됐다.


'조조도 두풍에 시달렸다고 했는데, 이 정도 아픔이었을까?' 생각하면서 두통을 참고 잠이 들었다.


“공자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공자님, 아버지께서 부르십니다.”


아버지.....나는 몽롱한 상태에서 잠이 깼다. 며칠 전 깨어났을 때 삼국지의 시대인 것만 파악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깼다 반복하기를 수일째.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나는 '유기'다.


참 낯선 환경인데, 반대로 익숙해 보이기도 하는 그런 곳에서 눈을 떴다. 유기의 기억은 단편적이다. 최근 기억만 자리 잡고 있었고 과거의 기억은 거의 없다.


유기는 죽었을까?


유표의 장남, 유기는 역사적으로 태어난 시기가 정확하지 않다. 유표가 형주 자사가 되기 전에 태어났고, 죽음의 시기는 20대 초반이라고 서술되었던 걸로 유추해 보면


오 태조 손권(吳 太祖 孫權) 같은 182년생이나 그 동년배가 아닐까 조심스레 유추해 볼 수 있다.


지금은 200년이니. 유기가 19세인데 왜 나는 유기가 되었고 실제 유기는 어떻게 된 걸까?


생각하는 찰나 벌컥 문이 열렸다.


“유기, 이놈 내가 부르는데도 오지 않고 뭐 하는 것이냐?”


형주자사부에 딸린 나의 거처로 유표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


나는 유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버지, 제가 문안드리러 갔어야 했는데, 며칠 몸이 안 좋아서 못 갔습니다. 이제 일어났으니 곧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유표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더니 “쯧쯧.. 됐었다. 또 통증이 시작됐나 보구나.”


그리고는 시비들을 보며 "다들 나가 있거라!”고 명했고, 시비들이 나가자, 유표가 한참을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한참 후 유표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유기 너는 왜? 네 어미와 불화를 일으키느냐? 그게 다 네 어미와 채덕규를 자극하는 일인지 모르는 것이냐? 나도 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네 어미와 채덕규를 자꾸 자극하다 보면 모든 게 틀어진다. 모든 게.”


유표는 한숨을 쉬며 소리쳤다. “후계자는 장자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는 동네 개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동네 개도 아는 '그것을' 못하고 있다.


유종이 이제 일곱 살이다. 아직 시간이 있단 말이다. 그런데 넌 왜 이리 조급하게 구느냐.”


나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역사적으로 형주는 결국 유표의 둘째 아들 유종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유표는 평소에 자신의 팔척의 키에 위엄 있는 풍모를 빼닮은 유기를 총애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왜 말이 없느냐? 유기야. 지금은 가만히 있거라.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 네가 그리 움직이면 될 것도 아니 된다. 알겠느냐?”


나는 굳게 다문 입을 열고 답했다.


“네, 아버지. 소자 그리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아버님, 채부인은 제 어미가 아닙니다. 저의 어머니는 진씨입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형주에 오셨을 때 채가와 괴가 등 유력한 호족들과 긴밀하게 연대하셨습니다.

특히 채덕규와는 친인척 관계도 맺으셨고요.


그리하여 작금의 형주는 형주 자사인 아버지께서 후계자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채모와 괴월이 형주의 주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유표는 방에 있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이놈! 말이면 다 인 줄 아느냐! 형주의 주인이 누구라고?”


“아버님, 소자 목숨을 걸고 전언 드립니다. 호족들은 외부에서 적이 쳐들어왔을 때나 우군입니다. 지금은 호족들이 이 형주를 좀 먹고 있습니다. 천천히 호족들의 힘을 빼지 않으면 그들이 유종을 앞세워 형주를 더 큰 제후에게 팔아넘길 것입니다.”


“유기야 그들은 그냥 호족이 아니다. 형주 최고의 명사이며 유학자들이다. 그들을 명분 없이 내친다면 형주의 모든 학자가 등을 돌릴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표는 정치가라기 보다는 학자에 가까웠다.


“명분? 무슨 명분 말입니까? 아버지, 작금의 상황은 조조와 원소가 한 황실을 능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자기 이익만 지키려고 하는 호족이 어찌 형주 자사이신 아버지의 우군이란 말입니까?


관도대전에서 승자가 조조이든 원소이든 간에 결국 형주는 다음 차례가 될 겁니다. 그러면 채가나 괴가 모두 그쪽에 줄을 대려고 안달이 나겠죠. 그땐 다 늦습니다. 지금 조조와 원소가 싸울 때 우리는 내실을 다지며 준비해야 합니다.”


“그 내실에는 네가 후계자가 되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냐? 그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당연합니다. 당연히 후계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지금 당장 저를 지지해 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준비가 되면 그때 저를 지지해 주십시오.”


“평소에는 내 앞에서 말도 잘 못 하는 애가 오늘따라 이상하구나. 알겠다. 하지만 지금은 네 둘째 어머니와 채가, 괴가를 자극하지 말거라.


힘이 없이 자극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고 '만용'임을 알아야 할 것이야.”


“네, 아버님. 저 역시 지금부터 힘을 기를 생각입니다.”


“어허! 몸이나 먼저 보살피거라. 몸도 안 좋은 녀석이... 힘은 그 다음에 길러도 된다.”


그 말을 끝으로 유표는 돌아갔고 나는 방에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 * *


첫째, 이 유기의 몸에 대해서 곰곰이 관조했다.

나는 군 생활을 의무대에서 근무했다. 친구들이 의무대가 편하다 하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고, 그 경험 덕분에 치료나 시술은 못하지만 대략 의학적인 처리와 상황 정도는 알 수 있다.


유기는 20대에 죽었다고 역사에 기술되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약했다고 나와 있는데 몸을 관조해 보면 전체적으로 근육이 없긴 하나 키도 크고 근골 또한 나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몇 개의 큰 상처와 치료한 흔적들이 보이지만 치료도 잘 되어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얼굴에 연하게 있는 황달기가 있고, 유표와 대화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지러움 증세를 느끼며, 얼굴과 손, 발등이 부어있는 것으로 보아, 신장이 안 좋은 상태인 것 같다.


신장이 안 좋은 이유는 형주자사 아들의 몸에 있어서는 안 될 상처가 원인인 것 같았다. 이 상처가 왜 생겼는지 알아야 치료나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신장에 안 좋은 짠 음식이나 구운 고기, 날 음식 등은 먹지 않고 음식을 잘 익혀 먹되 소화가 잘되는 것을 중심으로 섭취해야겠다. 그 뿐만 아니라 운동도 병행하며 몸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화타나 궁중 어의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니 내 나름대로 준비하며 명의를 만날 시기를 기다리면 될 것 같다.


둘째, 제갈량을 어떻게 포섭하냐는 것이다.


제갈량은 삼국시대 촉한의 재상으로 자는 공명(孔明)이고, 작위는 무향후(武鄕侯), 와룡 또는 복룡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형주에 머물다 유비를 따르기 시작했으며, 이후 유비 세력의 군권과 군사전략과 내정을 담당하였다.


촉한이 건국되자 초대 승상 직위에 임명되었고,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충성심으로, 세계적으로 훌륭한 신하이자 재상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삼국지연의의 영향으로 군사 또는 참모의 대명사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 제갈량은 수경 선생의 제자로 학습하고 있는 시기이다. 유비가 삼고초려를 한 시기는 207년이니 아직 칠년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유라고 할 것도 없다.


지금부터 제갈량을, 전력을 다해 포섭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안 될 것이다. 제갈량은 그런 사람이다.


셋째, 형주에서 어떻게 채가와 괴가를 몰아낼 것인가다.


이 일은 제갈량 포섭과 일맥상통한다. 제갈량은 호족들에 정치적으로 밀리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영웅의 풍모로 형주의 지배자가 되어 당당하게 출사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형주에서 채가와 괴가를 몰아내야 하는데 그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든 둘을 분열시켜 싸우게 하고 그 동안 나는 힘을 길러 그 승자와 싸우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작가의말

이 소설은 삼국지정사, 삼국지연의등 바탕으로 재 창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전개에 필요한 시간적 서사, 인물, 사건 등은 작가에 상상으로 변경될 수 있고 첫 작품이니 너그럽고 여유롭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기본 월, 화, 수, 목, 금 주 5일, 오후 6시 연재이나 연재일이 공휴일이면 다음날 연재하고 이 경우 주4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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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장합(張郃)(1) +2 24.09.05 199 7 11쪽
31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198 5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2 24.09.03 203 6 12쪽
29 삼고지례(三顧之禮)(2) 24.09.02 203 5 12쪽
28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30 6 12쪽
27 담판(談判)(4) 24.08.29 203 6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12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19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2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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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전격(電擊)(4) 24.08.22 22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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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0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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