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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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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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휴게소는 굴러간다(2)

DUMMY

휴게텔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이 진수의 요청에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흐아암. 쩝. 무슨 일이지? 잘 자고 있었는데.”

“몰라? 진수 형이 뭐 하실 거라던데?”

“그래? 일어난 김에 밥이나 먹으러 가자.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네.”

“야야, 너희 들었어? 푸드코트에 새 메뉴 생겼대.”

“뭐? 진짜? 빨리 가자!”


쿨쿨, 낮잠을 자다 일어난 아이들은 새로 음식점이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곤 부리나케 푸드코트로 몰려갔다.


“진수 씨,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 난 거예요?”


한편, 대성과 서린은 진수에게 다가와 물었다.


두 사람은 무슨 비상사태라도 났는가 싶었던지 퍽 불안해 보였다.


진수는 빙그레 웃으며 그들의 불안을 덜어주었다.


“아뇨. 다른 게 아니고 이 건물 좀 업그레이드 시키려고요.”

“업그레이드?”

“그런 것도 됩니까?”


대성의 물음.


진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되죠. 게임에 안 되는 게 어딨겠어요.”

“그런데 뜬금없이 업그레이드는 왜 해요?”

“사람이 많이 늘었잖아요. 이 비좁은 건물서 50명이 지내기엔 무리일 것 같아서요.”


휴게텔의 적정 사용 인원은 넉넉잡아 30명 정도였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사용하고 있으니 꼭 닭장처럼 느껴졌다.


뭐······ 아포칼립스에서 닭장이 어디겠냐마는, 편히 지낼 수 있는데 구태여 불편하게 있을 필요는 없잖은가?


진수는 〈휴게소 키우기〉의 게임창을 끌어와 조작했다.


[시설을 리모델링 하시겠습니까?]

휴게텔 → 휴게텔 디럭스(✯)

-리모델링 비용 : ₩2,000,000

-유지비용 : ₩15,000 → ₩25,000(일일)


리모델링 비용은 기존 휴게텔 설치비의 반값이었다.


일일 유지비가 만 원 오르긴 하지만, 그리 뼈 아픈 지출은 아니고.


‘리모델링이 휴게텔 하나 더 놓는 것보다 나은 선택지가 될까?’


기껏 돈 200 들여서 리모델링 했는데 결과물이 하나 마나면 참 속 쓰릴 터였다.


그럴 바엔 차라리 200 더 써서 휴게텔 하나 추가로 설치하는 게 나을 테지.


‘일단 면적이 넓어지는 건 확실하네.’


그가 바닥을 내려보았다.


어느새 땅엔 푸른색 격자무늬가 다다닥 새겨져 있었다.


물론 그 격자무늬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이었다.


리모델링 이후 건물이 차지하게 될 영역은 녹색으로 표시됐고, 장벽이나 푸드코트 등 장애물과 겹치는 부분은 붉게 표시됐다.


그는 영역을 조정해 주위 구조물과 충돌이 없게끔 하였다.


‘오케이. 리모델링 진행.’


마음속으로 결심을 굳힌 그가 리모델링 버튼을 눌렀다.


직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엄마얏! 뭐야?”

“세상에. 이게 무슨······.”


휴게텔 건물과 그 일대가 눈부신 빛에 둘러싸인 것이다.


갑작스레 터져 나온 빛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저절로 쏠렸다.


빛은 30초 정도 지속되다가 서서히 걷혔다.


빛의 장막 안에 숨어 있던 ‘휴게텔 디럭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사, 삼 층이 됐군요?”


기존 휴게텔은 2층이었지만 리모델링 되며 3층으로 바뀌었다.


“한번 들어가 보죠.”

“아, 넵.”


진수가 앞장 섰고 서린과 대성이 뒤따랐다.


바뀐 건물이 궁금했던 다른 이들도 푸드코트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휴게텔로 몰려들었다.


정문을 지나 1층 복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휴게실이었다.


“음? 휴게실이 1층으로 옮겨졌네요? 와 엄청 넓어졌다.”


기존 2층에 있었던 휴게실이 1층으로 옮겨졌다.


휴게실에서 보관하던 짐들 역시 고스란히 옮겨진 상태였다.


휴게실은 훨씬 넓어졌으며 원래 2개 있었던 안마 의자는 5개로 늘어난 상태였다.


덧붙여 못 보던 소파와 테이블도 생겨났고, 한쪽 벽면엔 벽걸이 TV까지 걸려 있었다.


“저거 TV 작동하는 겁니까?”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한번 틀어볼까요?”


진수와 사람들은 휴게실로 들어가 벽걸이 TV를 틀어보았다.


지지지지지직!


“쩝. 안 되네.”

“아쉽네요.”


아쉽게도 TV는 지지직! 거리며 노이즈 화면만을 띄웠다.


왠지 PTSD가 올 것 같아서 얼른 꺼버렸다.


사람들은 다시 복도로 나와 이곳저곳 둘러봤다.


세탁실엔 세탁기와 건조기가 각각 3개씩 늘어나 있었고, 세탁실 옆엔 원래는 없던 화장실이 새로 생겨나 있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이젠 화장실 갈 때마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어? 뭐야? 지하도 있었네요?”

“목욕탕? 여기로 내려가면 목욕탕인가 본데요?”


복도 끝엔 지하와 이어진 계단이 있었다.


계단 옆 벽면엔 [목욕탕⇩]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정말로 목욕탕 입구가 나타났다.


안을 살펴보니 번지르르한 사우나는 아니더라도 동네 허름한 목욕탕 정도의 시설은 갖춰져 있었다.


작긴 해도 탕까지 있었고 말이다.


진수와 사람들은 나머지 시설도 둘러보았다.


2층은 통째로 수면실이었다.


기존의 ‘온돌 수면실’에 더해 ‘캡슐 수면실’도 생겨났는데, 캡슐 칸이 한 20개 정도 됐다.


코 고는 사람 싹 몰아넣으면 딱 맞을 성싶었다.


그리고 대망의 3층은······.


“여긴 뭐 하는 데예요?”

“음······ 글쎄요.”


3층은 넓은 강당 형식의 공간이었는데, 그 정체성이 다소 모호했다.


당구대가 2개 있고, 탁구대가 2개 있고, 러닝머신이나 사이클 같은 운동기구들도 더러 있었다.


운동 하고 당구 치며 시간 때우는, 그런 공간인 모양이다.


‘다목적실로 쓰면 되겠어.’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야 할 때 이곳을 활용하면 알맞을 듯했다.


(New)휴게텔을 모두 둘러본 진수는 총평을 내렸다.


‘이 정도면 뭐, 돈값은 했네.’


200만 원 투자한 값어치는 톡톡히 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진즉에 리모델링 하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였으니.


휴게텔 탐방까지 마치고서, 진수는 마지막으로 대망의 편의점을 설치하기로 했다.


실토하자면 원래는 딱히 편의점을 들일 생각이 없었다.


편의점에서 나오는 물자라 봐야 주전부리가 메인인데, 이미 푸드코트며 핫도그도그까지 식량 수급처는 많았으니까.


혹자는 간장과 소금 때문이라도 편의점이 필수가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글쎄.


진수는 생각이 달랐다.


간장과 소금은 그다지 희귀한 물자가 아니었다.


어느 가정집이든 보유하고 있고, 그렇기에 빈집만 좀 털어도 손쉽게 많은 양을 구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재 휴게소에서 비축하고 있는 소금만 해도 수십 포대에, 간장 역시 종류별로 백여 통은 쌓여 있었다.


그런 자원을 굳이 돈까지 줘가며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간장을 돈 주고 사면 그만큼 음식 살 돈이 모자라기도 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그가 마음을 고쳐먹게 된 까닭은 다름이 아니었다.


‘애매하게 남는 돈들이 너무 많아.’


바로 잔돈 처리.


현재 휴게소 최저가 상품은 ‘기본 핫도그 – 3,500원’이었다.


한데 사람들이 돈을 쓰다 보면 3,100원, 2,800원, 1,700원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돈이 남는 경우가 많았다.


옛말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데.


애매하게 남는 잔돈들을 언제까지고 못 본 체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하다못해 껌이라도 사게 해서 마지막 한 푼까지 싹싹 쓰게 만들어야지!


진수는 푸드코트로 향했다.


푸드코트에선 사람들이 한창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새로 들인 양식점과 중식점엔 대기열이 길었지만, 한식점과 분식점은 비교적 한산했다.


오늘은 개장 첫날이라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이지, 며칠 지나면 점포마다 균등하게 손님이 분배될 터다.


“진수 씨는 뭐 먹을래요? 가서 주문해 놓을게요.”


항상 진수의 식사를 챙겨주는 서린이 물었다.


진수는 고민하는 척도 않고 대답했다.


“순두부찌개요.”

“엥? 새로운 거 안 먹고요?”

“새로운 거라 봐야 짜장면이고 파스타인데요 뭐. 그냥 먹던 거 먹을래요.”

“그래요 그럼. 주문하고 올게요.”


서린이 떠났고, 진수는 푸드코트 제일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아무 것도 없는, 허할 뿐인 공간.


‘이쯤이면 되겠네.’


그는 게임창을 조작해 하나의 홀로그램을 불러냈다.


[시설»편의시설]

행복 플러스 24

-건설비용 : ₩6,500,000

-유지비용 : ₩20,000(일일)


‘시설-편의점’은 푸드코트의 식당들처럼 푸드코트 관(館)에 귀속된 시설이었다.


통상 휴게소에 가면 푸드코트와 편의점이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을 텐데, 현실 고증을 잘 해놨다고도 할 수 있겠다.


진수는 ‘행복 플로스 24’를 푸드코트 제일 구석진 곳에 내려놓았다.


즈즈즛!


“음? ······오, 씨! 저거 뭐야?”

“뭐가 또 생겨나는데?”

“또 뭘 만드시는 거지?”


밥을 먹던 사람들이 수저질도 잊고 진수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홀로그램은 이내 실체를 잡았다.


텅 비어 휑하던 공간은 어느새 「행복 플러스 24」라는 간판을 내건 편의점으로 탈바꿈했다.


진수는 놀라서 굳은 사람들을 뒤로한 채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행복 플러스 24입니다.”


그러자마자 카운터에 서 있던 알바생 NPC가 인사를 해왔다.


무시한 채 편의점 내부로 걸음을 옮긴다.


편의점의 모습은 우리가 다 아는 흔한 편의점의 모습이었다.


과자나 사탕, 아이스크림 등 주전부리가 쫙 진열돼 있고······.


“오. 뭐야. 생필품도 있었어?”


또, 편의점 한쪽 진열장엔 치약, 칫솔, 샴푸, 클렌징폼, 여성용 생리대, 속옷, 양말 등 간단한 생필품 역시 진열돼 있었다.


그것을 본 진수의 눈에 놀람이 비쳤다.


‘이건 뜻밖의 수확인데?’


생필품이야 지금도 마을에서 그러모아 비축해둔 것이 꽤 됐다.


그러나 생필품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소모품이었다.


아무리 많이 쌓아놔도 언젠가는 바닥을 보일 소모품.


덧붙여 휴게소에 거주민이 늘면 늘수록 생필품이 소진되는 속도 역시 빨라질 터였다.


그런 상황에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팔아준다면 걱정 한시름은 덜게 되는 셈이다.


물론 모든 종류의 생필품이 다 갖춰져 있는 건 아니지만······.


‘세면용품 있는 것만 해도 어디야?’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이만하면 대통령도 못 누릴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점점 더 번듯해져 가는 휴게소를 보며 진수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



정처 없이 흐르는 시간.


어느덧 날짜는 7월 말엽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차츰차츰 바뀐 일상에 적응해 나갔다.


“뭐 좀 있어?”

“아니. 허탕이네.”

“별 수 있나. 옆집으로 넘어가자고.”


휴게소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활동반경을 점곡 읍내까지 확대했다.


에틴을 처치한 이후, 몰이사냥을 한두 번 더 치렀더니 읍내에서도 구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행여 몇 마리 튀어나오더라도 레벨과 담력이 오를 대로 오른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무찔렀다.


사람들은 텅 빈 읍내를 돌아다니며 쓸모가 있겠다 싶은 물자를 닥치는 대로 그러모았다.


그렇게, 일꾼들이 물자를 실어 나르면 휴게소 내 작업자들은 물자를 이용해 ‘울타리 치기’ 작업을 벌였다.


휴게소 뒤편 언덕.


그 언덕은 전략적 요충지이지만, 휴게소 부지로 인정되지 않아 오브젝트를 설치할 수 없었다.


하여, 손수 울타리를 제작해 보강해야 했다.


처음엔 잘 되려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자칭 기술자 아재들이 합심해서 달라붙으니 제법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언덕 쪽 울타리까지 완성되면 휴게소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될 터였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진수는.


“캬하아아아악!”


퍽!


“껅······ 꺼헑······.”

“오우. 몽둥이랑 반지 성능 끝내주는데?”


왼손 검지에 ‘거인의 반지’를 끼고 오른손엔 ‘에틴의 뼈 몽둥이’를 든 채 구울을 묵사발 내고 있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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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1. 휴게소는 굴러간다(2) +29 24.09.13 15,536 6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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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2. 뉴페이스(3) +54 24.09.02 21,569 724 17쪽
31 031. 뉴페이스(2) +46 24.09.01 21,980 721 18쪽
30 030. 뉴페이스 +27 24.08.30 22,348 746 16쪽
29 029. 읍내 진입(3) +40 24.08.29 21,932 79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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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몰이사냥 +11 24.08.23 22,636 671 13쪽
23 023. 게임의 활용(2) +23 24.08.22 22,668 730 13쪽
22 022. 게임의 활용 +15 24.08.21 22,877 670 15쪽
21 021. qqq를 구하라(3) +24 24.08.20 22,757 70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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