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흙색
작품등록일 :
2024.07.28 19:44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1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918,275
추천수 :
27,918
글자수 :
287,140

작성
24.09.09 20:07
조회
15,795
추천
636
글자
18쪽

038. 단합력(3)

DUMMY

부우웅!


의병기념관을 빠져나온 트럭이 빠르게 달렸다.


진수는 미리 챙겨온 간단한 식량들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허겁지겁 받아 먹었다.


“어르신도 좀 드시지 않고요?”

“나는 됐으니 애한테나 더 먹이시오.”


김성식은 물만 몇 모금 마셨을 뿐, 음식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심지어 태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딱 봐도 예사 인물은 아니었다.


진수는 문득 그의 내력이 궁금해졌다.


“아까 보니 싸움 실력이 대단하시던데. 무술 같은 걸 익히신 겁니까?”

“뭐, 소싯적에 이래저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뭐 하시던 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김성식은 한 박자 느리게 대답했다.


“군에 한 30년 몸담았소. 지금이야 산이며 들에서 약초 캐는 야인일 뿐이고.”


그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낱낱이 캐물어도 더 말해줄 것 같지 않았다.


진수는 그가 그저 보통의 직업군인은 아니었을 거라고, 혼자서 추측했다.


“진수 씨, 답장 왔어요. 저쪽도 슬슬 시작하겠대요.”


서린이 영기 쪽 회신을 받곤 보고했다.


“네. 우리는 빨리 가서 준비하고 있죠.”

“나가 있는 인력이 더 있소?”


김성식이 불쑥 물었다.


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읍내에서 에틴, 그러니까 그 커다란 괴물 놈을 유인하려고 한 팀이 더 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찌 잡을 심산이오?”

“놈을 잡으려고 무기를 준비해 놨습니다.”

“어떤?”

“발리스타라고, 초대형 석궁입니다.”

“석궁······ 흠.”


김성식이 별로 미덥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화포도 아니고 그런 게 먹히겠소? 내 보기에 고 괴물들은 일반적인 생물과는 궤가 다르더이다. 머리를 빼면 달리 급소랄 것도 없고, 피 좀 흘린다고 죽지도 않던데.”


옳은 지적이었다.


진수가 생각하기에도 에틴이 화살 몇 방 맞는다고 쓰러질 것 같진 않았다.


“그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사실 발리스타는 보조 수단이고 메인은 화공(火攻)으로 할 겁니다.”

“음. 불로?”

“예. 놈들이 불에 약하단 건 어르신께서도 알고 계시지요?”

“하지만 놈을 잡으려면 충분히 큰 불이 있어야 할 텐데?”


김성식의 물음에 진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충분히 크고 사나운 불을 지필 거니까요.”


트럭이 점곡교를 넘었다.


트럭은 휴게소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



“형님, 쪽지 왔습니다! 사람들 실어서 복귀하고 있답니다.”

“맞나? 그래, 슬슬 시작해뿌자.”


상득의 말에 영기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들은 숨어 있던 도로변 수풀에서 나와 읍내를 향해 달렸다.


읍내 중심부에 가까워지자 처참하게 파괴된 건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왐마, 완전히 개판을 쳐놨네.”

“그러게요 형님. 멀쩡한 건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시바꺼, 세금도 안 내는 셰끼가 이 지랄을 해놓으면─”

“어엇! 형님! 앞에! 여, 옆에도!”


뒷좌석에 타 있던 진호가 별안간 꽥 비명을 질렀다.


무너진 건물 사이로 구울 몇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부와아아앙!


영기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절묘하게 밟아가며 핸들을 팍팍 꺾었다.


SUV는 미꾸라지처럼 구울을 피해 쭉 달려 나갔다.


구울들은 곧장 따라붙으며 꼬리를 이루었다.


“아따 놀래라! 셰끼야, 소리는 만다고 지르노? 내도 다 보고 있었구만.”

“아, 아니 못 보신 줄 알고······.”


영기는 백미러로 진호의 얼굴을 보며 킬킬거렸다.


“마, 박진호. 쫄리나? 완전히 죽상이네, 죽상이야.”

“······.”

“인마야, 이 행님이 면허 무면허 합쳐서 운전 경력만 자그마치 20년이다. 짭새도 몇 번이나 제꼈는데 저카고 두 발로 뛰는 걸 못 제끼겠나?”


그가 호탕한 말씨로 말했다.


“그리고 우리들 아직 눈칫밥 먹는 신세인 거 알제? 우리가 이런 위험한 일을 딱 맡아서 처리해 줘야 사람들 눈빛이 바뀐다 카이. 내가 니들 챙겨주려고 일부러 데리고 나온 거 아나 모르나?”

“아유, 알죠 형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호는 대답 없는 것 보니 모르는 모양이네.”

“아,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킥킥. 그래, 알면 걱정 말고 창문이나 열어라. 상득이는 노래 틀고. 뽕짝, 신나는 거로다가.”

“예, 형님.”


그들은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열었다.


상득은 카세트 플레이어에 카세트테이프를 삽입한 뒤 볼륨을 최대치로 높였다.


잠시 후 엄청난 음량으로 노래가 터져 나왔다.


-덜컹덜컹 달려간다 시골 버스야~♪ 힘차게 달려간다~♪


캬하아아아악!

키헤에에엑!

크햐아아악!


노래 소리를 들은 구울들이 오만 곳곳에서 튀어나와 산타페에 따라붙었다.


“아따, 선곡 좋다!”


빠아앙! 빠아앙! 빠아앙! 빠아앙!


영기는 후렴구에 맞춰 클랙슨을 연타했다.


그렇게 코너 몇 개를 돌았을 때였다.


저 멀리, 무너져내린 보건소 건물 뒤로 에틴의 모습이 나타났다.


“거기 숨어 있었드나, 이 걔이셰끼!”


영기는 풀악셀을 밟아 놈에게 접근했다.


에틴은 달려오는 차를 보곤 손에 쥔 표지판 지주를 들어 올렸다.


족히 3m는 될 쇠기둥도 놈의 손에 들리니 짤막한 막대기처럼 보였다.


놈이 그것을 내리쳤다.


“으어어어! 형님! 씨바아아아!”

“단디 잡아라!”

“우어어억!”


쇠기둥이 차를 내리치기 직전, 영기는 핸들을 360도 회전시키며 유턴했다.


간발의 차로 쇠기둥이 빗나갔다.


영기는 전속력으로 달리며 진호에게 물었다.


“박진호! 따라 오나? 저 괴물 셰끼 따라 오냔 말이다!”

“어, 어어······ 잠시만요! 확인해보겠습니다!”


진호가 뒤를 살피며 소리쳤다.


“오, 옵니다! 따라오고 있어요!”

“그래. 이대로 쭉 몰고 가자.”


쿵, 쿵, 쿵, 쿵······!


“우워어어어어어!”


에틴은 덩치가 비대한 만큼 속도 자체는 느렸다.


그러나 산만한 놈이 거구를 들썩이며 추격해 오는 중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태연한 척하던 영기도 손에 땀이 고이는 걸 느꼈다.


구울과 에틴을 몰며 위태롭게 곡예 운전을 하는 사이, 그들은 점곡교를 지났다.


좌측으로 빠지면 휴게소와 이어진 국도를 탈 수 있지만, 그들의 임무는 고속도로로 괴물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들은 우측 샛길로 빠져 고속도로로 타올랐다.


원래는 안 쓰이는 길인지 가드레일로 막혀 있었는데, 미리 허물어두었기에 문제없이 고속도로에 입성할 수 있었다.


“와따, 쪼, 쫄리긴 쫄린데이?”

“저, 저도 조금 지린 것 같습니다.”

“고, 고생하셨······ 우왁 형님! 제발 앞에 좀 보십쇼 씨바!”

“에이 씨부랄거!”


고속도를 탔어도 안심할 순 없었다.


구울 떼거리가 온 사방에서 비탈면을 기어올라 진로를 막았으니까.


그들은 구울도 치고, 가드레일도 치고, 중앙분리대도 치며 휴게소로 달렸다.


에틴과 수백의 구울 무리가 맹렬한 기세로 그들을 추격했다.



***



“어? 왔다! 왔어!”


누군가의 외침에 장벽 위에 서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한곳으로 쏠렸다.


휴게소 진입로로 구형 산타페가 들어선 것이었다.


차량의 상태는 처참했다.


헤드램프며 유리창이 깨지고, 사이드미러가 떨어지고, 보닛도 다 찌그러져 있었다.


차량은 미리 열어둔 문을 쏜살같이 통과해 들어왔다.


쿵! 철컥!


차량이 들어오자마자 두꺼운 창살문은 도로 닫혔다.


사람들은 얼결에라도 문이 열리지 않게끔 창살문에 몇 겹으로 쇠사슬을 둘렀다.


곧 차량 문이 열리며 세 명의 사람이 내렸다.


그들은 넋 나간 표정을 하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진수는 그쪽으로 후다닥 달려가 물었다.


“몰고 왔습니까? 그 괴물 놈 몰고 왔어요?”

“헉헉······! 오, 오고 있으예.”

“조, 조금 있으면 올 겁니다.”

“휴! 수고들 하셨습니다. 다친 데는 없죠?”

“걱정 마이소. 멀쩡하니까네.”

“멀쩡하면 구울 잡는 것 좀 거들어 주십쇼.”


진수는 그렇게 말하곤 장벽 위로 뛰어 올라갔다.


새로 중축해 9m 높이가 된 장벽.


높은 곳에 서니 저 멀리서 달려오는 새카만 구울 떼가 보였다.


“폭죽을 터뜨리고 징을 울리세요! 저것들이 위치를 혼동하지 않게!”

“예!”


사람들은 준비해둔 폭죽에 불을 붙이고, 징과 북 등을 쳐댔다.


구울들은 소란을 확인하곤 똑바로 달려왔다.


‘에틴은······.’


진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에틴의 모습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구울만 보일 뿐 에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뭐지? 혹시 중간에 이탈해 다른 곳으로 새버린 건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왔다!’


구울 떼거리 최후미로 에틴의 모습이 나타났다.


놈의 커다란 체구는 먼 거리에서도 감춰지지 않았다.


진수는 장벽 위에 선 사람들에게 말했다.


“가능한 머리를 노려주세요. 특히 눈알 쪽을요.”

“예예, 노력해봅죠!”

“걱정 마슈. 아주 그냥 심봉사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예. 그리고 제가 신호하기 전까진 절대 불화살이랑 화염병은 쓰시면 안 됩니다!”

“걱정 붙들어 매쇼!”


장벽 위엔 발리스타 4기가 시위를 잔뜩 늘린 채 어서 발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살 수십 대와 기름먹인 천을 두른 불화살, 화염병도 준비돼 있었고.


진수는 다시 장벽을 내려왔다.


그는 휴게소 부지를 가로질러 뒷문으로 나갔고, 휴게소 후·측면을 둘러싼 언덕에 올랐다.


언덕은 지상 15m 높이로 휴게소 장벽보다도 더 높았다.


그러나 ‘휴게소 부지’로 인정되지 않아 오브젝트를 설치할 수 없었고, 때문에 구울이 언덕을 기어오른다면 맨몸으로 맞서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었다.


물론 거의 수직에 달하는 가파른 경사를 기어 오르기란 놈들에게 쉽지 않을 터였다.


언덕 가장자리, 다시 말해 진입로 바로 위쪽엔 용기 있게 지원한 13명이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들 뒤엔 미리 옮겨둔 LPG 가스통과 기름 양동이가 잔뜩 있었다.


진수는 그리로 가서 자신도 납작 엎드렸다.


“오셨습니까.”

“예.”


대성이 진수가 온 것을 확인하곤 소곤소곤 말했다.


진수는 짧게 대꾸한 뒤 고속도로 방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음의 준비들 하세요. 저기 오고 있습니다.”

“예. 곧 있으면 들이닥칠 것 같군요.”


납작 엎드린 사람 중엔 오늘 의병기념관에서 데리고 온 김성식도 있었다.


노인장은 쉬라는 만류에도 이번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했고, 그중에서도 제일 위험한 ‘언덕 위 임무’에 자원했다.


김성식이 말했다.


“그러니까, 저 커다란 놈이 예까지 오면 가스통이랑 기름을 저 아래로 던지고 내빼면 된다는 게지요?”

“맞습니다.”


진수는 덧붙였다.


“각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기름은 최대한 에틴한테 끼얹어야 합니다.”

“흠. 놈이 요 밑을 지난다면야 한 번쯤은 기회가 오겠지.”

“그랬으면 좋겠─”

“와, 왔습니다.”

“쉿!”


캬하아아아아악!

케헤에에에엑!

취햐아아아악! 케헤엑!


선두의 구울 무리가 휴게소 진입로로 들어섰다.


놈들은 곧장 성문을 향해 달려들었고, 쇠창살에 얼굴을 비벼댔다.


성벽 안쪽 사람들은 창살 틈으로 무기를 쑤시고, 위에선 간장을 끼얹으며 대응했다.


언덕 위 사람들은 숨 쉬는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그 모습을 관망했다.


“······.”


맨날 쇠창살 너머에서 구울을 쑤시다가 이렇게 위에서 구경하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구울은 점점 더 모여들었고, 어느새 휴게소 진입로는 구울들로 만선이었다.


흡사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스크린 도어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뒤편엔.


“우워어어어어어!”

“더, 더럽게 크네······.”

“미친······.”

“진짜로 대가리가 두 개잖아······.”


뒤늦게 나타난 에틴이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휴게소 진입로 초입에 들어서고 있었다.


“우워어어어어어!”

“꾸, 꾸엑!”

“껅!”


놈은 발에 채는 구울을 그냥 밟아버리며 성벽을 향해 접근했다.


휴게소 진입로 초입부터 성벽까지의 거리는 대략 160m.


놈의 보폭을 따져봤을 때 30~40초면 성벽에 도달할 터였다.


퉁퉁퉁퉁!


에틴이 진입로에 들어서자마자, 4기의 발리스타가 초살(初虄)을 발사했다.


곧고 빠르게 날아간 대나무 화살.


개중 1개는 아깝게 빗나가고, 3개는 어깨와 가슴 언저리에 적중했다.


대형 화살이 놈의 몸뚱이에 꽂혀 대롱대롱 흔들렸다.


‘안 돼. 머리를 맞춰야 한다고!’


무려 75%의 적중률.


하나, 몸뚱이에 맞춘들 쏘나 마나였다.


-뭐해! 대가리를 맞추라니까! 대가리가 2개인데 그것도 못 맞춰?

-에라, 썅! 어디 그게 내 맘대로 돼?

-잔말 말고 장전이나 해, 이 인간들아!

-비켜! 내가 조준하려니까!


성벽 위에서 투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부리나케 발리스타를 재장전했고, 두 번째 화살 세례를 날렸다.


퉁퉁! 퉁······! 퉁!


쉭! 콰직!


“쿠억! 우워어어어어어억!”


‘그렇지!’


두 번째 사격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화살 두 발이 에틴의 양 대가리의 눈알 하나씩을 꿰뚫은 것이다.


에틴은 눈을 얼싸쥐며 괴로워했다.


놈이 걸음을 멈춘 사이 세 번째 사격이 이어졌고.


쉭! ······콰직!


“쿠훠어어어어어억!”

“됐어!”

“좋았어!”


놈은 4개의 눈알 중 3개를 잃었다.


눈알마다 기다란 대나무 화살을 꼽고 있는 꼴이 퍽 아파 보였지만, 놈에게 줄 동정심은 없었다.


-됐어! 쏴!

-발사!

-발사아아!


퉁퉁퉁퉁! 콰직! 콰직!


사격 4차시.


사수들도 감을 잡았는지 탄착군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쿠워어어어! 어어어억! 어억!”

“께에에엑!”

“끼앜!”


면상이 벌집이 된 에틴이 비틀거리다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재수가 나쁜 구울들은 꼼짝없이 짓눌리며 으스러졌다.


바로 지금이었다.


진수는 마스크를 단단히 여미며 낮게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가스통부터!”

“다들 숨 참으세요!”


언덕 위에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LPG 가스통을 끌어와 밸브를 죄다 열었다.


푸시시시시식! 하는 소리를 내며 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그것을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뜨렸다.


탱! 태댕탱탱탱······ 퍽!


“캬하아아악! 캭!?”

“키햐아아악!”

“크르르! 쿠화아아아악!”


굴러떨어진 가스통이 구울들을 볼링핀처럼 쓰러뜨리며 멈추었다.


몇 초도 안 돼서, 족히 20개는 될 가스통이 휴게소 진입로 위를 나뒹굴었다.


이제는 기름 차례.


사람들은 양동이 가득 찬 휘발유를 아래로 끼얹었다.


구울들보단 에틴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온 마을을 뒤지며 모은 기름을 이렇게 써버리는 것이 아깝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시설-주유소’를 들이면 기름도 얼마든지 공수할 수 있을 테니까.


“키햐아아아악!”

“케헤엑! 케헥!”

“어엇! 타, 타오른다!”

“괜찮아요! 다 쏟아부어요! 다!”

“이이잇! 저리 꺼져 이 개자식들아!”


구울들이 언덕을 타올랐다.


사람들은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마지막 한 양동이까지 기름을 쏟아부었다.


“됐어요! 휴게소로 돌아가요! 어서!”


모든 기름을 소진한 뒤, 진수가 소리쳤다.


그를 포함해 언덕 위에 있던 14인은 후다닥 휴게소 뒤편 내리막길로 달려 내려갔다.


기어코 언덕을 타 오른 구울 몇 마리가 뒤쫓아 왔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흐아아압!”

“께엑!”

“먼저 가십시오! 먼저 가요!”


레벨이 높은 진수와 대성, 그리고 김성식이 언덕에 오른 구울들을 처치하며 사람들이 달아날 시간을 벌었다.


진수는 마지막까지 구울들을 상대하다가 힐끔 성벽 안쪽을 보았다.


-문에서 떨어져요! 다들 문에서 떨어져!

-불이 번질 겁니다! 뒤로 물러나세요!


서린을 비롯한 몇몇이 폭발에 대비해 사람들을 성문에서 떨어뜨리고 있었다.


성벽 위쪽에선 사수들이 발리스타에 불화살을 메기고, 또 화염병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수는 목청 높여 소리쳤다.


“쏴요! 쏴버려─!!!”


그의 목소리가 왕왕 메아리쳤다.


다음 순간, 불화살과 화염병이 진입로 가득 모인 괴물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1초, 2초, 3초······.


잠시간 정적이 돌았고, 4초째였다.


퍼어어어어어어엉!


“윽!”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가공할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멀리 떨어져 있던 진수의 얼굴에까지 열기가 확 치달을 정도였다.


“진수 씨! 저희도 얼른 들어갑시다!”

“예! 가죠!”

“어서들 오시오!”


진수와 대성, 김성식도 마지막으로 언덕을 내려갔고 휴게소에 무사 입성했다.


진수는 휴게소에 입성하자마자 곧장 성벽 위로 뛰어 올랐다.


성벽 위 사람들은 넋을 잃은 채 진입로 방면을 내려보고 있었다.


진수도 그리로 가서 전방을 내려봤다.


직후 말문을 잃고 말았다.


지글지글!


-끄에에에엑! 끄에에에에에엑!

-끼야하아아아악!

-꾸어어어! 꾸어어어얽! 꾸어억!

-우워어어어어억!


“······미친.”


모든 것을 태울 듯 피어오르는 화염과 그 속에서 뒤엉켜 타죽는 악귀들.


주변 일대를 쩌렁쩌렁 울리는 처절한 비명.


휴게소 진입로의 모습은 그야말로 불지옥을 연상케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16(월) 휴재 공지 +4 24.09.16 522 0 -
공지 31화는 9월 1일(일)에 연재됩니다. +5 24.08.31 1,028 0 -
공지 17(토) 금일 조금 늦을 예정입니다 +4 24.08.10 4,056 0 -
공지 점곡휴게소(영덕방향) 실제 모습 +21 24.07.31 25,637 0 -
43 043. 지점 확장 NEW +50 14시간 전 6,146 426 14쪽
42 042. 휴게소는 굴러간다(3) +35 24.09.14 12,690 617 15쪽
41 041. 휴게소는 굴러간다(2) +28 24.09.13 13,152 608 12쪽
40 040. 휴게소는 굴러간다 +29 24.09.12 14,488 655 16쪽
39 039. 단합력(4) +39 24.09.10 15,654 677 15쪽
» 038. 단합력(3) +26 24.09.09 15,796 636 18쪽
37 037. 단합력(2) +26 24.09.08 17,900 642 15쪽
36 036. 단합력 +53 24.09.06 18,522 670 15쪽
35 035.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3) +101 24.09.05 18,901 782 24쪽
34 034.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2) +54 24.09.04 19,067 663 15쪽
33 033.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 +56 24.09.03 19,544 738 15쪽
32 032. 뉴페이스(3) +53 24.09.02 20,027 694 17쪽
31 031. 뉴페이스(2) +45 24.09.01 20,394 690 18쪽
30 030. 뉴페이스 +26 24.08.30 20,797 713 16쪽
29 029. 읍내 진입(3) +37 24.08.29 20,404 761 15쪽
28 028. 읍내 진입(2) +29 24.08.28 20,485 731 15쪽
27 027. 읍내 진입 +36 24.08.27 20,797 688 15쪽
26 026. 몰이사냥(3) +25 24.08.26 20,615 705 13쪽
25 025. 몰이사냥(2) +27 24.08.24 21,098 661 14쪽
24 024. 몰이사냥 +10 24.08.23 21,051 638 13쪽
23 023. 게임의 활용(2) +22 24.08.22 21,082 692 13쪽
22 022. 게임의 활용 +15 24.08.21 21,261 631 15쪽
21 021. qqq를 구하라(3) +23 24.08.20 21,160 670 15쪽
20 020. qqq를 구하라(2) +17 24.08.19 21,215 590 14쪽
19 019. qqq를 구하라 +22 24.08.17 21,692 637 14쪽
18 018. 거주민 입성(3) +27 24.08.16 21,727 657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