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디에스11
작품등록일 :
2024.08.01 15:45
최근연재일 :
2024.09.19 13: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9,124
추천수 :
379
글자수 :
259,596

작성
24.08.06 13:00
조회
293
추천
9
글자
12쪽

6화 시범 경기

DUMMY

마광길은 타석에 들어가면서 1년차 답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심판님.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파이어스의 주전 포수 홍성보는 투수와 사인을 주고 받으면서 마광길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보네. 신입이야?”

“네.”


한국 야구판은 좁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상무까지.

야구를 하다보면 한 다리를 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이였다.

자연스럽게 말을 바로 놓는 사람도 많았다.


“어디 고등학교?”

“북삼고입니다.”

“직속이네. 나 알지? 나도 북삼고 출신.”

“네, 압니다.”


홍성보는 자신의 후배인걸 알게 되자 더욱 친밀감을 느꼈다.


“드래프트 순위는?”

“1라운드 1번입니다.”

“어? 이번년도 1라운드 1번은 투수 아니었어?”

“입스가 와서···”

“아이고.”


투수로 성공을 못해서 타자가 되는 사람이나 타자로 성공하지 못해서 투수가 되는 사람이나 개고생을 하는건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례를 몇번 봤기 때문에 홍성보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래도 열심히 하다보면 주전도 하고 할 수 있을거야.”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지금 너무 가까이 붙은거 아냐? 그러다가 공 맞아서 부상 당하면 너만 손해다. 어차피 뒤로 조금 가도 배트는 스트라이크 존 끝까지 다 닿아. 요즘 ABS 판정이 좋아서 그게 더 효율적이야.”

“이게 루틴이라 바꾸면 배트가 안돕니다.”

“입스에 루틴에. 고생이 많네. 그럼 조심하고.”


홍성보는 더 이상의 조언은 하지 않았다.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실전이 더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해리 스미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머리로 오는거 같은 포심에 놀라서 엉덩방아 한번 찍으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그리고 마광길은 이 모든 대화를 하면서 해리 스미스와 홍성보가 어떤 공을 던지려고 하는지 자연스럽게 예측이 되었다.

예전 인생 모두를 합치면 프로 야구 짬밥만 60년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만한 1군 선수가 어떤 선택을 할지 뻔했다.


저 멀리서 해리 스미스의 특성이 보였다.


-칼제구.


예전 삶에서 자신이 투수로 살때 선택했던 특성이기도 했다.

해리 스미스는 150이 살짝 넘는 포심을 원하는 곳에 꽂아넣는걸로 유명한 투수였다.


‘오랜만에 게스 히팅을 해볼까.’


타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감으로 치는 타자.

예측을 하는 타자.

그리고 희귀하게 눈으로 치는 타자가 있었다.


마광길은 매의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눈으로 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다른걸 못하는게 아니었다.

특히 상대방이 뭘 던질지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면 게스 히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헛스윙을 해도 스트라이크 하나일뿐이었다.


해리 스미스는 공을 던졌다.

150을 조금 넘지만 몸쪽 상단을 칼 같이 노리는 공이 빠르게 다가왔다.

만약 프로에 막 올라온 신입이라면 놀라서 엉덩방아를 찍을만한 위력적인 공이었다.


하지만 이 공을 예측하고 있던 마광길은 담담하게 움직일뿐이었다.

우동남 타격 코치가 원했던 것처럼 배트가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앞쪽에서 배트를 휘둘렀다.

잡아당겼다.

배트 끝이 채찍처럼 바람을 갈랐다.

그 힘이 정점에 도달했을때 공과 배트는 충돌했다.


빠악!


우동남이 본것처럼 마광길은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되는 선수였다.

파워가 아닌 순발력 위주로 몸을 만들었다지만 그 키와 몸무게와 짬이 어디가는건 아니었다.

모든 힘은 공을 터트려버릴듯한 소리를 만들었고 타구는 크고 멀리 날아갔다.


“와씨!”


반쯤 욕에 가까운 포수의 탄식이 기분 좋게 들려왔다.


리볼버는 웃으면서 홍성보의 머리 위에서 탭댄스를 추며 말했다.


“까불다가 한방 먹었네. 마광길이 홈런왕 출신이라는건 몰랐지!!!”


**


마광길은 전직 홈런왕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세 번의 시험 경기에는 경기의 승부가 미리 끝나거나 6회 이후에 교체가 되어서 출전했다.

세 경기에서 5할의 타율과 4개의 홈런을 때렸다.

모든 경기에서 한 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셈이었다.


감독과 코치들 사이에서 회의가 활발했다.

원래는 이번 시즌 팀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어떤 선수를 주로 쓰고 어떤 선수는 컨디션이 안좋은지 토론해야 할 자리였다.

그리고 지금은 마광길 이름만 나오고 있었다.


노강수 감독은 늘 그랬듯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회의를 지켜보기만 했다.

최종 결정은 감독인 그가 해야겠지만 그전까지는 코치들이 토론을 하게 내버려두었다.


타격 코치 우동남이 가장 신이 나 있었다.


“다음 경기부터 마광길 4번에 둡시다! 모두 보셨잖아요! 교체 되어서 타석이 많지도 않은데 3경기에 홈런 4개 친 놈입니다! 정규리그에서 4번으로 계속 출전시키면 홈런 신기록을 세울 놈이라니까요?”


그리고 모두가 그 말에 동의하는건 아니었다.

우동남에게 반대하는 코치 중 가장 짬이 높은건 수석 코치 강석도였다.


“동남아. 겨우 세 경기다. 야구 한두 경기 하냐. 너도 알잖아. 반짝 성적 좋은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진다는거.”

“수석님도 걔 휘두르는거 봤잖아요. 가장 이상적인 자세. 평소에는 흔들림 없고. 휘두를때는 힘을 쭉 빼고 가볍게. 임팩트 순간에만 빡! 지금 5할이잖아요? 정규리그에서는 무조건 3할 이상 칩니다. 3할을 칠수 있고 홈런 신기록도 낼 수 있는 타자를 4번에 안둔다? 그건 미친겁니다!”

“그럼 베테랑들 생각은 안해? 갑자기 새파란 신입이 4번 자리를 차지하면 지금까지 잘하던 베테랑들이 좋아라 하겠다.”

“지들도 눈이 있으면 광길이 빠따가 보통 빠따가 아니란걸 알겠죠. 불만은 왜 가집니까? 광길이만큼 빠따 못휘두르는 스스로한테 불만을 가져야지.”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지 않다는걸 알잖아. 마광길이 4번으로 써서 얻는 이득보다 팀웍이 무너져서 잃을 손해가 더 크다고 본다. 시범 경기에서 반짝 잘하는걸로 4번으로 기용하면 팀에서는 뒷말이 나올거고 기사에서는 조회수 빨아먹으려고 난리칠거다. 그건 절대 좋지 않아.”

“태우는 광길이 잘한다고 애착인형처럼 끼고 다니던데요? 마광길 4번 주고 구태우 5번 주면 구태우는 별 불만 없을겁니다. 그리고 구태우가 괜찮다고 하면 다른 선수들도 괜찮다고 할거구요.”

“구태우 눈치 본다고 앞에서는 괜찮다고 하겠지. 뒤로는 불만 생길거고. 너도 야구 해봤으니까 알잖아. 야구는 팀웍이 중요하고 말 없는 불만이 팀웍을 가장 방해한다는걸.”


타격 코치와 수석 코치는 치열하게 논쟁을 했다.

보다 못한 수비 코치 임수용이 나섰다.


“구태우는 지금까지 잘하고 있으니까 하위 타선에서 시작을 하게 하고 성적이 꾸준히 좋으면 3번으로 하면 어떨까요? 성적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면 다른 선수들도 불만이 없을겁니다.”


수비 코치까지 나서자 나머지 코치들도 일을 하려는 티를 내려고 하는지 말을 하나씩 얹었다.

그다지 영양가 없는 말들이었고 회의실을 소란스럽게 만들뿐이었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노강수 감독이 손을 들었다.

코치들은 한꺼번에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말 없는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 노강수 감독이지만 젊은 시절에는 호랑이로 유명했었다.

코치들은 현역 시절에 노강수 감독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만.”


노강수 감독은 모두가 입을 다물자 자신의 결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9번으로 시작하게 하지.”


그는 모기업, 팬, 선수들의 불만이 가장 을만한 정석적인 선택을 했다.


**


마광길이 9번 주전 자리에 들어갔다는건 건파우더즈 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즉전감으로 데리고 온 타자 유망주가 아니라면 이런 일은 거의 없었다.


시합이 시작되기 전에 구태우는 마광길 옆에 앉아서 말했다.


“시범 경기라고 하더라도 주전이라. 시작이 괜찮네.”

“나쁘지는 않죠.”


구태우는 피식피식 웃었다.

몇달 마광길과 시간을 보내보니 마광길이 어떤 성격인지 대충 파악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예의 바른 신입인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가득했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했다.


“나쁘지 않다? 그럼 베스트는 뭔데?”

“1번 타자로 쓰는거죠.”

“1번? 1번을 노리고 있었어? 뭐, 타격폼이 그렇기는 했지만··· 진짜 리드오프를 노릴줄은 몰랐네.”


겉으로 볼때 마광길은 완벽한 4번 타자 유망주였다.

크고 무거웠다.

키에 비해서 근육이 얇은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벌크를 늘리는건 1년이면 충분했다.


마광길의 타격폼이 극단적인 컨택을 중시한다는건 야구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키 크고 무거운 사람이 컨택이 좋으면 야구 역사에 길이 남는 4번 타자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덩치가 있으니 다른 타자는 안타가 될만한 공도 홈런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일년에 홈런 50개 때려도 팀이 우승은 하지 않더라구요.”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구태우는 4번 타자였기 때문에 과장되게 가슴 아파하는듯한 시늉을 했.


“아, 형보고 그런 말을 한건 아니구요. 그··· 다른 팀도 많잖아요. 에이스 선수들은 다승왕도 하고 홈런왕도 하는데 팀 성적은 개판인.”

“그건 그렇지. 그래서 야구가 어렵더라.”

“지금 우리 팀 보면 그래도 장타력은 나쁘지 않아요. 필요한건 확실한 리드오프죠.”

“그런가? 확실히 장훈이도 있고 시완이도 있고.”


홍장훈은 FA로 큰 돈을 써서 데리고 온 타자였다.

돈값의 반이라도 해도 장타를 뻥뻥 날려줄 수 있는 타자였다.


그리고 하시완은 투수 유망주였다가 타자가 된 케이스였다.

마광길처럼 덩치가 커서 그런지 걸렸다하면 넘어가는 홈런 타자가 되어 있었다.

타율은 2할 5푼 아래지만 홈런 숫자는 일년에 20개 이상은 기본으로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3번 홍장훈, 4번 구태우, 5번 하시완.

타선의 무게감만큼은 나름 괜찮았다.


“확실히 우리 팀은 확실한 리드오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 발이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잖아? 잘하는것과 팀이 필요로 하는건 또 구분을 지어야지. 리드오프를 구해오는건 프런트에서 할 일이니까.”


팀을 위해서라면 타격감이 예술의 경지에 오른 마광길을 리드오프로 쓰는게 맞았다.

하지만 결국 더 대접을 받는건 4번 타자였다.

리드오프는 도루를 잘할 수 있는 발도 있어야 했다.

구태우는 팀보다는 막내의 커리어를 생각해서 조언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직 발이 살아있는 젊을때는 리드오프로 뛰다가 나이가 들면 근육을 늘려서 4번 타자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확실히 그런 케이스가 많기는 하지.”


타격감은 타고나야 하는 재능이고 근육량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키울 수 있었다.

타율 좋은 선수가 홈런 타자가 되는 경우가 힘 좋은 타자가 타율 높이는것보다 가능성이 높았다.


구태우는 자신은 할 수 있는 조언을 충분히 했다고 여겼는지 몸을 풀러 나갔다.

사람이 말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선배가 해줄 수 있는건 조언을 해주고 후배를 내버려두는것이었다.

받아들일 후배는 가볍게 조언을 해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을 후배는 며칠을 귀에 박아넣어도 자기 뜻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구태우가 떠나자 마광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이었다.

현재 1번 타자인 원강수였다.


“광길아. 1번 타자를 노리고 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20화 눈치 24.08.20 192 9 12쪽
19 19화 눈치 24.08.19 197 9 11쪽
18 18화 눈치 24.08.18 222 8 11쪽
17 17화 개막전 +1 24.08.17 227 8 11쪽
16 16화 개막전 24.08.16 217 8 12쪽
15 15화 개막전 24.08.15 238 7 12쪽
14 14화 개막전 24.08.14 243 9 12쪽
13 13화 정규 리그 전 24.08.13 236 4 12쪽
12 12화 정규 리그 전 +1 24.08.12 240 7 12쪽
11 11화 가르침 +1 24.08.11 248 8 11쪽
10 10화 가르침 +1 24.08.10 254 9 11쪽
9 9화 가르침 +1 24.08.09 266 9 11쪽
8 8화 가르침 +1 24.08.08 281 9 12쪽
7 7화 가르침 +2 24.08.07 276 9 12쪽
» 6화 시범 경기 +2 24.08.06 294 9 12쪽
5 5화 시범 경기 +1 24.08.05 295 9 12쪽
4 4화 함정 카드 +1 24.08.04 308 8 12쪽
3 3화 함정 카드 +1 24.08.03 319 8 12쪽
2 2화 4회차 회귀 +1 24.08.02 344 8 12쪽
1 1화 4회차 회귀 +1 24.08.01 431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