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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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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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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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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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4회차 회귀

DUMMY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햇수로만 따지면 거의 백년 전의 기억이라고 할만했다.


마광길의 나이 열세살때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한국시리즈의 표를 구해온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대전 건파우더즈의 팬이었다.


21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건파우더즈였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활약을 하고 고향팀으로 돌아온 에이스 투수 최현철은 1차전과 4차전에 나가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팀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최현철은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해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마지막 7차전까지 선발로 나왔다.

말그대로 투수 어깨를 갈아넣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졌다.


모든 팬이 울었다.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끝까지 수고한 선수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최현철은 경기장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는 어깨에 아이싱을 하고 팬들 하나하나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서 사인을 해주었다.


마광길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최현철의 앞에 갔다.

최현철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마광길과 눈높이를 맞추고 나서 말했다.


“미안하다.”

“아뇨. 아저씨는 할 일 다했어요. 그리고 올해 못하면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잖아요.”


최현철은 쓰게 웃으면서 마광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나이도 벌써 서른여섯이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거 같다. 체력도 구속도 구위도 예전 같지 않고.”


그리고 최현철은 마광길의 작은 손에 악수를 해주었다.

아이의 어린 손끝에 굳은 살이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운동하니?”

“네! 저도 야구해요!”

“그럼 네가 건파우더즈에 와서 우승하면 되겠다. 열심히 해. 이름이 뭐니?”

“마광길입니다!”


최현철은 마광길이 가져온 야구공에 자신의 사인과 작은 문구를 적어주었다.


-광길이의 우승을 기다리며. 최현철.


마광길은 그 문구를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내가 건파우더즈에 들어가서 꼭 우승시킬게요!”

“파이팅 좋네. 공 어떻게 던지는지 한번 해봐.”


마광길은 사인을 받은 공을 들고 포즈를 잡아보았다.

최현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재능 있네. 꾸준히 운동만 잘하면 되겠다.”


이것이 마광길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저주의 기억이었다.

자신의 가장 큰 우상에게 인정을 받았고 우상이 실패한 사명을 이어받은것 같았다.

그 기억은 마광길에게 절대 사라지지 않게 들러붙었다.


**


시간이 흘렀다.

마광길은 다른 곳에 눈돌리지 않고 열심히 야구를 했다.

어느 정도 재능도 있었고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고교 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우완 로우 스리쿼터 파이어볼러.

최고 구속은 158까지 나오고 평균 구속은 151이었다.

공 끝이 지저분하여 즉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공부를 1등하면 서울대를 가지만 야구를 1등하면 건파우더즈에 간다는 말이 있지.’


같이 야구를 하는 다른 친구들은 이왕이면 잘하는 팀에 가고 싶어 했다.

1라운드 지명을 받는 친구들은 혹시 약체팀에 갈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마광길은 달랐다.

그에게는 여전히 최현철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KBO 신인 드래프트.

작년에 꼴찌를 한 건파우더즈는 첫번째로 마이크를 잡았다.

단장인 박혁문이 말했다.


“대전 건파우터즈는 북삼고의 마광길을 지명하겠습니다.”


마광길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했다.

그의 구속과 구위를 눈여겨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제안도 거절한 보람이 있었다.

메이저는 건파우더즈를 우승시키고 FA로 가면 그만이라고 여겼다.


이게 그의 두번째로 큰 기쁨이자 저주의 기억이었다.


마광길은 열심히 선수 생활을 했다.

미국에 갈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3선발 정도는 맡을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20년간 프로 생활을 했다.

5선발이 되기도 했고 계투로 뛰기도 했다.

그리고 팀의 우승을 위해서 모든걸 쏟아부었다.


하지만 우승하지 못했다.


건파우더즈는 유망주의 무덤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아니, 매년 상위 픽은 다 가져오면서 이게 말이 되나?’


거의 유망주의 시체로 화약을 만드나 싶을 정도의 결과였다.

그렇게 마광길은 첫번째 인생을 내장 가득히 한을 채우고 마감했다.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암에 걸렸다.

노쇠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육체를 가지고 있는게 독이 되었는지 암의 전이 속도가 빨랐다.


그렇게 마광길은 매니아들만 기억하는 선수 중 하나로 인생을 마감했다.


**


그게 그의 인생의 끝이 아니었다.

암에 걸려 죽은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KBO 신인드래프트를 할때로 돌아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머리가 어지러우니 몸도 안좋아지는것 같았다.

아직 본격적인 신인드래프트를 할 시간은 아니었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10분 정도 여유가 남아 있었다.


‘잠깐 찬물에 세수라도 해야겠어.’


세수라도 해야지 정신을 차릴 수 있을것 같았다.

마광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같은 학교 출신이었던 친구가 물었다.


“야, 너 어디가?”

“잠깐 화장실. 금방 돌아올게.”

“어휴. 빨리 다녀와.”


마광길은 화장실로 뛰어갔다.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거울을 보았다.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꿈이 많고 활력이 넘치던 시절의 자신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 옆에 이상한 단어가 보였다.


“강속구···?”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글자가 둥둥 떠 있었다.


“그건 특성이야. 좋은 특성을 하나 정도 가지고 있으면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둘 정도면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지. 셋 이상이면 메이저 가는거고.”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건파우더즈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리볼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사이즈가 날아다니는데 드론과 같은 프로펠러가 보이지 않아서 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뭐야?”

“보면 몰라? 건파우더즈의 마스코트 리볼버잖아.”


리볼버 권총에 만화 같은 눈을 그려넣고 팔다리를 달아놓은 캐릭터는 킥킥 거리며 웃었다.


“정확한 정체는 오랜 시간 우승을 보지 못한 팬들의 원념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도깨비 같은 존재지. 너를 과거로 회귀시킨 존재이기도 하고.”


쏟아지는 비현실적인 정보에 마광길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리볼버는 그런 마광길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받아들일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지금은 듣고만 있어. 원래 네 특성은 강속구 하나야. 프로로 먹고 살만한 특성이기는 하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건 우승이야. 너도 우승하고 싶지?”


마광길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머리를 끄덕였다.

우승하고 싶었다.

미치도록 우승하고 싶었다.

그냥 낭만 넘치는 꿈이 아니었다.

평생 건파우더즈의 팬이었고 선수였다.

현실에 좌절할수록 그 꿈은 어둡고 끈적한 집착이 되어 갔다.

첫번째 삶의 말년에는 모든것이 헛되다고 생각하고 집착을 버리자고 마음 먹을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것이었다.

다시 젊음을 되찾자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좋아. 2회차 인생이니 선물을 하나 주지.”

“선물?”


젊음을 돌려준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이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고 더 뛰어난 투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에는 잘못된 폼으로 투구를 하다가 수술을 한적도 많았다.


하지만 공짜 선물을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특성은 인간의 능력 이상으로 효과를 발휘하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네 특성 강속구는 직구를 160 이상 던질 수 있는 투수에게만 나타나. 그런 특성 하나를 더 줄거야.”


마광길의 눈 앞에 수많은 특성의 목록이 펼쳐졌다.

마광길은 빠르게 그 특성과 설명을 읽어나갔다.


그 또한 20년간 프로 생활을 했던 투수였다.

격렬히 가지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칼제구.


“이걸 선택하겠어.”

“좋은 선택이야. 160 이상의 공을 뿌리면서 제구까지 기가 막힌다? 최고의 투수지.”


그렇게 마광길의 두번째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첫해는 신인왕을 탔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프로 생활 일이년한게 아니었고 강력한 특성을 두개나 달고 있으니 누구보다 빠르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삼년차부터는 공공연히 한국 최고의 투수라는 소리를 들었다.

오년차에는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그의 기록은 대단했다.


26경기에 나갔고 191이닝을 던졌다.

그 많은 경기에 나가서 평균자책점은 1.92 밖에 되지 않았다.

2번 패배를 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적이었다.

퀄리티스타트는 24번 했고 완투는 6번 완봉은 2번했다.

마광길이 선발 투수로 나가면 대부분의 팬들은 이번에는 이긴다고 여겼다.

다른 팀 감독들은 가장 두려운 팀을 마광길이 선발로 나온 건파우더즈라고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실력을 가지고도 우승하지 못했다.

마광길은 맹수처럼 날뛰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대한민국 1선발급으로 공을 잘던져도 자기가 나온 경기만 이기게 할 수 있을뿐이었다.


8개의 정규시즌이 지나고 마광길은 FA 자격을 얻게 되었다.

이제 친구가 된 리볼버가 물었다.


“광길아. 우리 한국에서 조금만 더 해보자. 응? 우승해야지.”


마광길은 수척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미 수많은 메이저 구단에서 그에게 접촉을 하고 있었다.

그의 실력은 메이저에게 당연히 먹힐거라 여겼다.


한국의 모든 사람들은 마광길이 당연히 메이저 진출을 할거라 여겼다.

건파우더즈 프론트도 마광길이 메이저에 가면 얻을 재정적인 혜택을 기대하고 있었다.


리볼버만이 마광길이 한국에 남아 건파우더즈를 우승시키기를 원했다.


“아냐. 나. 이제 행복 야구하고 싶어. 진짜 쎈 팀에서 돈 많이 받아가면서 투수하고 싶다.”


리볼버는 마광길이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의 뜻을 막지 않았다.


마광길은 10년 동안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며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메이저 우승도 두번 경험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커다란 구멍이 하나 뻥 뚫려 있는것 같았다.

건파우더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것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정말?”

“더 늙기 전에 마지막 도전을 해봐야지.”


리볼버는 기뻐했다.

소식을 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야구팬들도 기대했다.


마광길은 화려하게 한국 야구에 복귀했다.

그는 여전히 빠르고 정확한 직구를 자랑했다.


그리고 여전히 우승은 하지 못했다.


“이 시X 새끼들!!!”


야구 짬밥도 먹을만큼 먹었고 커리어도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선수가 된 마광길이었다.

감독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후배들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집합을 시켜 강제로 훈련을 시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승은 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건파우더즈를 우승시키지 못하게 하는 저주가 있는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모기업의 지원이 약한것도 아니었고 매년 고교 야구 최대어를 집어갔다.

베테랑도 있었고 커리어 짱짱한 감독도 왔었다.

하지만 우승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의 2회차 인생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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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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