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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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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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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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함정 카드

DUMMY

도경수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 하. 하. 갑자기 프로 연습을 하려니까 긴장을 많이 했나보네. 일단은 며칠 보면서 연습 해보자. 너 원래 잘하잖아? 응?”


마광길은 그저 송구스러운 표정만 지을뿐이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투수코치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마광길의 제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가운데 넣어보라고 해도 그게 불가능했다.


완벽한 폼을 이리저리 손을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구속이 더 떨어질뿐이었다.


소문은 금방 퍼졌다.

1라운드 1번의 유망주가 어마어마한 함정 카드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냥 돈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유망주를 뽑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써먹지도 못할 투수에 써버린게 문제였다.


일주일이 지나고 결국 지켜보던 감독은 비밀리에 사람들을 불렀다.

감독과 투수 코치, 단장이 모였으니 건파이더즈의 핵심이라고 할만했다.


네 사람은 침통한 표정으로 있었다.

그러다가 노강수 감독이 입을 열었다.


“투수 유망주라고 뽑았는데 제구가 안된다라. 이것저것 해봤는데 다 안된다라. 입스네요.”


모두가 인정하고 싶지 않던 단어가 나오고 말았다.

박혁문 단장이 머리 숙여서 모두에게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좀 더 알아보고 뽑았어야 했는데···”

“신인드래프트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공 잘 던지던 선수였습니다. 신이 와도 이렇게 될거라는건 알지 못했을겁니다. 그냥 똥 밟은거죠.”


단장은 선수를 뽑는건 자신이 주도했기 때문에 사과를 했고 감독은 그걸 빠르게 넘겼다.

말 그대로 살다보면 한번씩 일어나는 불운일뿐이었다.

입스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질병이었다.

갑자기 송구가 안되는 선수가 있고 갑자기 캐치가 안되는 선수도 있었다.


노강수는 도경수에게 물었다.


“투코. 입스 치료할 수 있을거 같아?”


도경수는 자신 없이 말했다.


“힘들거 같습니다. 가능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거 같습니다.”


입스는 정신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명확한 치료법도 없었다.

날고 기는 프로 선수 중에서도 입스에 걸려 은퇴를 하는 자가 적지 않았다.


박혁문 단장은 답답한지 가슴을 치며 말했다.


“하··· 이거 사장님께는 뭐라고 보고를 드려야 하나.”


1라운드 1번으로 뽑은 투수 유망주가 갑자기 입스로 써먹지 못할 상태가 된 것이다.

모기업 회장이 달려와서 주먹을 날려도 할 말이 없을만한 일이었다.


노강수는 새치가 가득한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다가 말했다.


“그냥 앞으로 할 일만 생각합시다. 결국 방법은 둘 중 하나네요. 2군에서 어떻게든 입스를 치료해보던가 아니면 야수쪽으로 돌리던가. 방망이도 좀 돌린다면서요?”


그러자 단장은 미리 준비해둔 마광길의 고교 야구 기록을 꺼냈다.


“투수 재능에 비하면 타자 재능은 아쉽습니다. 고교 야구 수준이죠. 타자로만 뽑았다면 6라운드에나 들었을까요.”

“그래도 1라운드에 뽑힌 선수를 그냥 써보지도 못하고 버릴수는 없죠.”


어떤 방법이든 아쉬웠다.

입스 치료를 시키는것도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야수로 쓰는건 1라운드 1번을 똥통에 넣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노강수는 말했다.


“결국은 선수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겠네요.”


치료나 야수 전환이나 본인의 의지가 나약하다면 할 수 없었다.


“일단 마광길이를 불러봅시다.”

“네.”


단장은 자신의 비서에게 연락을 해서 마광길을 감독실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얼마 후에 마광길이 감독실을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꾸벅 머리를 숙였다.


감독은 바로 말했다.


“문제가 있는건 알지?”

“네.”

“일주일 동안 투코가 고쳐보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써봤는데도 나아진게 없다고 들었다. 너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입스다.”


노강수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젊었을때는 호랑이로 유명했던 감독이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성격이 많이 죽은 상태였다.


“네가 제일 힘들거야. 프로 들어오자마자 입스라니. 그리고 이대로 프로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겠지.”

“네.”

“그럼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야수가 되던가 입스가 고쳐질때까지 2군에서 훈련을 하던가.”


마광길은 기다렸다는듯이 말했다.


“야수를 해보겠습니다.”

“쉽지는 않을거다. 투수에서 야수가 되는 사람도 있고 야수에서 투수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뼈를 갈아내는 노력을 해야 겨우 성공할 수 있으니까. 실패한다면 방출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테스트를 해보자.”


네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연습을 하고 있던 선수들 사이로 지나갔다.

선수들은 모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하며 마광길에게 시선을 보냈다.


며칠 사이에 마광길은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었다.

건파우더즈에 야구 못하는 선수는 많아도 악독한 선수는 없었다.

금방 없어지고 안볼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냥 마광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노강수는 타격코치 우동남을 불러왔다.


“마광길이 타격 시험해 보려고 하는데 한번 봐봐.”

“네, 감독님. 그럼 배팅볼 투수를 준비할까요?”

“배팅볼은 무슨. 진현수 오늘 볼 많이 던졌나?”


진현수는 건파우더즈에서 가장 잘나가는 한국인 선발 투수였다.

외국인 투수가 두 명 있는데 2선발을 맡을 정도였다.

투수 코치가 바로 확인하고 말했다.


“오늘은 간단히 몸을 풀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럼 올려봐. 테스트인데 실전 같이 해야지. 현수보고 어리다고 봐줄 생각하지 말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판은 모두 깔렸다.

진현수는 마운드에 올라갔다.

하재경이 볼을 받을 준비를 했다.

그 뒤로 감독, 투수 코치, 타격 코치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훈련을 잠깐 멈추고 테스트를 구경했다.


“여기서 운명이 갈리겠네.”

“2군이냐 1군이냐. 아니면 아예 방출이냐.”

“불쌍하기는 하네요. 입단 첫해에 입스에 걸려서.”

“그냥 운이 나쁜거죠. 입스는 뭘 잘못해서 걸리는게 아니니까.”


진현수는 건파우더즈의 에이스 투수로서 전력을 다하기로 생각했다.

어깨를 풀면서 공을 포수 미트에 꽂아넣었다.

그걸 지켜보면서 다른 선수들이 말했다.


“현수 선배 봐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인데요?”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안봐주는게 나을 수 있어. 애매하게 희망 가졌다가 더 고통받을수도 있으니까.”

“일단 프로에 입단을 한것만으로 야구 교실에서 일할수는 있으니까 방향을 틀려면 젊을때 하는는게 좋지.”


그리고 진현수는 어깨가 모두 풀렸다고 알렸다.

마광길은 자신의 배트를 가져와서 타석에 섰다.

억대의 계약금을 받고 자신을 위해서 유일하게 쓴건 자신의 배트를 맞추는 것이었다.


야구 배트는 규격이 있었다.

가장 굵은 부분이 6.6cm 이하여야 하고 길이는 106.7cm 이하여야 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끝부분을 도려낼때 깊이와 지름까지 정해져 있었다.


마광길이 요구한건 간단했다.


-최대한 길게.

-최대한 가볍게.


다른 선수들은 배트를 애인처럼 여기면 사는 사람들이라 마광길의 배트가 뭔가 다르다는걸 바로 알아보았다.


“컵을 파고 엄청 기네요? 아마 때부터 쓰던건가?”

“젊은 놈이 벌써 저런 잔재주를 부리면 안되는데.”


커프트 배트였다.

윗부분의 헤드를 깎아 파내는 것인데 무게를 뺄 수 있어서 여름에 지치거나 나이가 들어 체력이 빠진 선수들이 흔히 이용했다.

배트가 가벼워져 배트 스피드는 늘어났지만 배트의 내구도가 나빠지기 마련이었다.

배트가 부러지면 안타 상황을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에 힘 넘치는 젊은 선수들은 거의 쓰지 않는 형태의 배트였다.


그리고 마광길은 자신의 배트를 허공에 몇번 휘둘렀다.

그 폼은 깔끔했다.


“그래도 아마 때 4번 타자랬나?”

“프로에 온 사람 중에 4번 안해본 사람이 어딨어요.”

“휘두르는 폼이 제법이네.”

“폼만 좋은 사람도 있어. 실제로 치는걸 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어.”


마광길은 홈플레이트에 최대한 가깝게 붙었다.

그걸 보고 하재경이 안타까웠는지 작게 조언을 해주었다.


“너무 깊게 붙는다고 잘칠 수 있는건 아냐. 오히려 몸쪽 공을 노리기 힘들수도 있어.”

“조언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런데 아마 때는 매번 이렇게 쳐서 멀어지면 오히려 배트가 안돌더라구요.”

“그래?”


마광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고 하재경은 고교 야구까지 챙겨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을 믿었다.

프로 야구에는 온갖 희안한 루틴과 자세를 가지고 있는 타자들이 많았다.

정석에 벗어나는 타자도 많았고 성적만 내면 이상한 루틴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현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마광길이 타석에 서는것만 보고 몸쪽 위의 직구를 요구했다.

치더라도 배트 얇은 부분에 맞을 확률이 높은 코스였다.

하재경은 마광길이 불쌍했지만 투수의 요구를 거절할 생각도 없었다.


마광길은 집중했다.

4회차 인생을 살면서 수천 수만번 들어왔던 타석이었다.

순식간에 몰입했고 그의 특성 중 매의 눈이 먼저 발동했다.


매는 수천 미터 상공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토끼를 포착하고 잡아낼 정도로 눈이 좋았다.

멀리 있는 것도 잘보고 동체 시력도 좋았다.

매의 눈이라는 특성은 괜히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실밥이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는지도 보였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투수의 손목 각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정도는 보였다.


‘포심.’


야구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서 포수의 미트까지 들어오는데 대략 0.4초의 시간이 걸렸다.

매의 눈은 공이 오는 궤적을 선명하게 따라왔다.


마광길의 자세는 자연스러웠다.

다리는 어깨보다 살짝 넓게 벌리고 배트에 힘을 모으기 위해 뒤로 가져가는 테이크 백이 없었다.

타이밍을 맞추고 무게 중심을 옮기기 위해 앞다리를 움직이는 스트라이드도 없었다.


눈은 야구공을 끝까지 바라보았고 몸은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다른 타자보다 조금 늦다 싶은 순간에 배트가 나왔다.

허리가 돌면서 배트를 움직였다.

손은 배트를 컨트롤하는데 집중했다.

배트는 물 흐르듯이 휘둘러졌다.

공을 깊은 곳에서 끄집어 내는 것처럼 밀어쳤다.


따악!


공은 3루로 이어지는 라인을 따라서 움직였다.

그리고 라인 안쪽에 들어갔다.

무난하게 2루에 들어갈 수 있고 발이 빠르다면 3루까지 노려볼 수 있는 안타였다.

배트에 공이 거의 달라붙는것처럼 맞았고 타구 속도는 아무리 반사신경이 뛰어난 야수라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어?!”


대부분이 마광길의 타격에 놀랬다.

투수 유망주라고 뽑았는데 타격에 이렇게 재능이 있을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야구에서 가장 크게 재능이 필요한 포지션은 투수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타격이었다.


타격은 재능이었다.

훈련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타격 재능이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마광길은 그 재능을 다이아몬드처럼 빛내고 있었다.


대부분이 놀라는 와중에 단 한 명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공을 던지는 투수 진현수였다.

고교급 타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첫번재 투구부터 완벽하게 공략을 당했으니 자존심에 상처 날 수 밖에 없었다.


“2구 간다!”

“네, 선배님.”


진현수는 포수에게 가장 각이 큰 변화구 커브를 요구했다.

직구를 보았으니 커브의 타이밍에 흔들릴거라는 계산이었다.

프로에 막 올라온 타자를 요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이밍을 뒤흔드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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