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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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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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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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가르침

DUMMY

프로 야구는 치열한 경쟁의 세계였다.

다른 팀과 경쟁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팀내에서도 경쟁이 있었다.

주전의 수는 정해져 있었고 2군까지 포함하면 주전을 원하는 사람은 많았다.


이제 막 프로에 들어온 신입이 자신의 자리를 노린다고 하면 나오는 반응은 거기서 거기였다.

실력에 자신이 있거나 은퇴를 앞둔 선수라면 응원을 해주었다.

구태우 같은 경우였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선수는 한창 뛰면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자신을 노리는 다른 유망한 신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마광길에게 말을 건 원강수는 달랐다.

어딘가 소심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여전하네. 이 형은.’


지난 인생에서는 크게 친하지 않은 선수였다.

그냥 인사 정도만 하는 팀 동료였다.

선발 투수였을때는 깊게 대화할 일이 없었다.

홈런 타자였을때는 나중에 들어오는 후배들에게는 조언을 종종 건넸지만 선배에게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일년 선배라도 후배가 조언을 하는게 선이 넘는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원강수도 4번 타자에게는 굳이 조언을 구하러 오지 않았다.

같은 타자라고 하더라도 장타를 생산해야 하는 사람과 출루를 해야 하는 사람은 타격 매커니즘이 완전 달랐다.


“네, 선배.”

“왜? 지금 타격 코치님은 널 4번으로 키우려고 하는것 같은데.”


자기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는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것이었다.


리볼버는 원강수의 머리 위를 콩콩 뛰면서 말했다.


“이 놈의 팀은!!! 왜 다들 착하기만 하고 야구는 못하는거야!!!”


마광길은 리볼버의 반응을 무시하고 말했다.


“결국 승부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타자는 리드오프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무리 출루를 많이 해봐야 다음 타자가 안타를 못치면 점수가 안나잖아. 4번 타자가 더 중요한거 아닌가?”

“야구는 분위기라고 하잖아요. 위기 상황에 분위기를 바꿔줄 슈퍼스타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위기를 만들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번 타자가 깔끔하게 안타를 치고 출루를 하면 분위기가 좋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확률적으로 타석에 가장 많이 들어갈 수 있는건 1번이니까요. 출루를 꾸역꾸역 먹여주면 뒤에서 한번은 해주겠죠. 사람 새끼면.”

“응?”


마광길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나오고 말았다.

이전 삶에서 홈런 타자였을때 투런, 쓰리런런보다 솔로 홈런을 친적이 훨씬 많았다.


‘누가 출루를 해서 투런이나 쓰리런만 했어도 이길 경기가 매 시즌 10경기는 넘었을거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출루해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그리고 마광길은 바로 표정 관리를 했다.

신입이 할만한 말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평생 건파우더즈 팬이어서.”


그리고 원강수는 성격 좋게 웃으면서 마광길을 감싸주었다.


“하하하. 나도 리드오프라서 그런지 그런 생각을 할때는 가끔 있어.”


1번 타자라서 그런지 마광길의 격한 말을 이해해주었다.


“그래서 그런 타격폼을 만들었구나. 덩치에 비해서 굉장히 정교한 타격폼이라고 생각했어. 파워보다는 컨택 위주의. 파워가 있는 교타자라면 4번으로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너는 아예 1번을 생각한거구나.”

“네.”

“나도 너처럼 잘치고 싶네. 뭔가 비결이라도 있어?”


원강수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물었다.

그 또한 프로 무대에 올라올 정도의 재능은 가지고 있었다.

오랜 시간 야구를 해왔고 야구에 요행이 없다는건 알고 있었다.

조언 한두마디에 실력이 늘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마광길은 원강수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보았다.


-배드볼 히터.


다른 특성은 없었다.

키는 175cm에 마른 체형.

운동 능력은 있는 편이라서 어떻게든 프로에서 살아남고 있었다.


‘하지만 배드볼 히터는 애매하지.’


잘치는 타자가 배드볼 히터를 가지고 있으면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빠지는 유인구도 건저올리는 타자가 될 수 있었다.

투수 입장에서는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못치는 타자가 배드볼 히터가 가지고 있으면 볼을 안타로 만든 기억만 쌓여서 아무 공에나 배트를 붕붕 휘두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배드볼 히터는 장점만 있는 특성이 아니었다.

단점도 명확했다.


매의 눈 특성보다 떨어지는 선구안 특성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좋았을텐데 원강수는 그런 특성도 없었다.


“그냥 보고 치는거죠.”

“그렇지? 에휴. 잘치는 선배도 그렇게 말하더라. 그냥 잘보고 잘치면 되는데 그게 뭐가 어렵냐고.”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알것 같았다.

매의 눈 특성이 사라지려고 하는 구태우였을것이다.


마광길은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어차피 시범 경기라고 하더라도 나 다음에는 원강수 선배잖아?’


당분간은 9번으로 출장을 계속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원강수는 1번 타자였다.

점수를 내려면 원강수가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는게 중요했다.


“선배. 그러면 이렇게 해볼래요? 어차피 시범 경기고 하니까 루틴을 좀 바꿔보는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정규 리그에서 새 루틴을 시험하는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뭔가 변화를 주려면 지금 주는게 나을지도 모르지.”

“아까 건파우더즈 팬이라고 말했죠? 저번 시즌 선배 경기도 많이 봤거든요. 초구에 많이 휘두르시더라구요.”


초구는 잘쳐도 본전이고 못치면 개욕을 먹었다.

원래 초구딱은 초구를 딱 잘친다는 용어였지만 요즘은 초구 헛스윙으로 스트라이크를 하나 먹고 시작하거나 바로 아웃당하는 타자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초구에 아웃이라도 당하면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지도 못한다고 온갖 욕을 먹었다.


“내가 좀 그렇지. 타석에만 서면 그냥 다 칠 수 있을것 같더라고.”

“하지만 초구에 스트라이크 먹는 경우나 땅볼, 뜬공으로 아웃되는 경우가 꽤 많죠?”


뼈 아픈 팩트였다.


“그건 그렇지.”

“다른 팀에서도 선배가 초구에 배트가 나갈 확률이 높다는건 다 분석을 했을거에요. 그럼 그걸 좀 역이용해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죠.”

“확실히 말이 되네.”

“평소처럼 칠것처럼 하면서 투스트라이크는 무조건 참아봐요. 그럼 진짜 좋은 공 하나 올거에요.”

“이번 경기에서는 한번 해볼게.”


**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강북 드래곤즈였다.

5선발로 키우고 있는 유망주 투수 서준호가 있었다.

리볼버가 서준호의 특성을 확인하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대단하네. 커브 장인이 있어.”


투수는 구종별로 장인 특성을 가질 수 있었다.

장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구종은 다른 투수와 격을 달리 했다.

변화가 더 심하고 제구도 정확했다.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공 반개 차이로 넣었다가 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계투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직구를 조금 더 다듬거나 쓸만한 구종을 추가적으로 장착하면 한국에서 선발로 잘나갈 수 있을만한 재능이었다.


“고생 많이 했겠네. 변화구 장인 하나 다는게 쉽지 않을건데.”


어떻게보면 직구 잘던지는것보다 더 어려운게 변화구를 연마하는것이었다.

공의 회전을 주어서 원하는만큼 움직이게 만드는건 절대 쉽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직구의 위력이 나오지 않으니 어떻게든 프로로 오기 위해서 노력을 한게 분명했다.

재능이 없는 자는 재능이 없는대로 생존법이 있는것이었다.


그리고 리볼버가 야구 팬으로서 투수의 노력을 칭찬하고 있을때 마광길은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선수마다 상성이 있었고 지금 마광길이 가장 좋아할만한 투수는 이런 투수였다.


리볼버가 마광길을 보면서 말했다.


“이야.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놈. 영혼 나이로 따지면 손자뻘인 애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하는데 입맛을 다셔?”


마광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차피 우승하려면 이 놈 저 놈 신경 쓰지 않고 다 밟아야 해. 아니면 우승하지마?”


리볼버는 야구 팬이기도 하지만 건파우더즈의 우승을 염원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건 아니지만··· 에이, 모르겠다! 우승하자! 우승!!!”


3회까지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경기가 이어졌다.

안타는 간간이 나왔지만 점수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4회의 시작.

9번 타자 마광길이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뒤를 준비하고 있는 원강수를 보며 말했다.


“선배. 공 두 개까지는 지켜보는거 기억하죠?”

“응? 기억하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언은 이게 끝이었다.

건파우더즈 우승을 따라올지 말지는 원강수가 조언을 받아들일지에 달려 있었다.


‘안따라오면 나 혼자라도 팀 끌고 가는거고.’


건파우더즈의 선수들은 대부분이 착했지만 야구는 못했다.

이번 생에는 어떻게든 팀을 멱살 잡고 우승까지 끌고 갈 생각이었다.

따라오지 못하면 버릴뿐이었다.


마광길은 타석에 들어가면서 심판과 포수에게 인사를 했다.

드래곤즈의 포수 유재국은 약간 경계를 하면서 말했다.


“네가 그 신입이야? 빠따가 기가 막히다는 투수?”


찐야구팬들은 시범 경기부터 지켜보기 마련이었다.

기자들은 늘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1라운드 1번 투수가 갑자기 타자로 나오는것만으로 기사거리가 될만한 변신이었다.

그리고 그 타자가 어떤 선수보다 뛰어난 성적을 보여준다면 뉴스거리가 될만했다.


구단과 인맥이 있는 기자들은 마광길의 입스와 빠른 극복에 대해 조명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인생역경의 드라마가 있는 선수였고 실력을 보이는 선수이기도 했다.


건파우더즈의 팬들은 1라운드 1번 투수를 타자로 쓴다는 말에 감독이 미쳤다고 욕을 했지만 마광길이 시범 경기 세 번만에 누구보다 뛰어난 타격감을 보이자 금방 태도를 바꿔서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도 마광길의 이름은 금방 퍼지고 있었다.


“네, 그게 저 맞는것 같습니다.”

“그렇구만. 그럼 살살하자. 시범 경기잖아. 그리고 우리 준호도 고생 많이 했어. 고등학교 때 지명을 못받아서 대학가서 4년 동안 피똥 싸면서 연습했다고 하더라. 같은 신인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유재국은 유들유들하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마광길은 대충 대답을 하고 투수를 바라보았다.

서준호는 자세를 잡고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존 위로 볼이 될 것 같은 공이 갑자기 뚝 떨어지며 스트라이크 존 위를 스치며 지나갔다.

마광길의 매의 눈은 그 공의 실밥이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는지까지 모두 보았다.


‘속도는 115 정도인가.’


좋은 커브였다.

커브는 제구가 어렵기로 유명한 구종이었다.

이걸 스트라이크 존에 마음대로 집어넣는건 대단한 능력이었다.

속도는 느려도 뚝 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었다.


유재국은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


“커브 좋지? 나도 프로 생활 10년 가까이 했지만 이 정도로 좋은 커브는 못봤어.”

“네, 좋네요.”


다음 공도 커브였다.

이번에는 정중앙으로 들어오는것 같다가 더 아래로 떨어졌다.

마광길은 이번에도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그대로 공을 지켜보기만 했다.


“직구 노리니? 하지만 프로에서는 뭐 하나 노리는게 티가 나면 안된다. 변화구도 칠 줄 알아야 살아남아.”


조언이기도 하고 다음 공으로 뭐가 올지 혼란을 주는것이기도 했다.

포수들은 타자를 속이기 위해서 혀를 잘사용했다.


“자, 그럼 직구 하나 줄게. 쳐봐.”


투 스트라이크 노 볼.

유재국은 선심을 쓰는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건 이중 속임수였다.


직구라고 말한건 거짓말이었다.

또 다시 커브가 날아왔다.

그건 이전처럼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올 것 같았다.

그것도 거짓이었다.

매의 눈은 이 커브가 더 떨어진다는걸 알아차렸다.

유인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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