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최종병기는. 너무 늦게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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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혜성
작품등록일 :
2024.08.0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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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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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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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자와 짐승

DUMMY

왕궁으로 가는 길 중 가장 큰 길인 제1대로는 쇠붙이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잃어버린 위신을 찾고자 하는 자들과 욕망에 휩싸인 자들, 그리고 새로이 떠오르고자 하는 자들··· 다양한 목적을 가진 귀족들의 군대가 진격하기 시작했다.

전략 따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고귀한 자들의 정당한 공격답게 당당히 대로로 쳐들어가 가로막는 모두를 쳐부순 뒤 여왕을 잡는다. 이미 이긴 것 마냥 전후 이익을 나누는 데에는 몇 개월이 걸린 주제에 정작 거사의 전략이라곤 이런 한 줄짜리 계획이 전부였다.

정체를 가릴 생각도 없이 의기양양하게 진격하는 그들의 일부가 느닷없는 폭발로 인해 날아갔다.

순식간에 피와 살점이 나뒹구는 참상으로 변한 일대.

“이건···”

“마력 지뢰군요.”

“흥. 이따위건···<극대 화염구>.”

레필리스의 마법이 발동하자 거대한 화염구가 길의 중심부를 타격하고, 곧이어 묻혀있던 지뢰가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이따위 잔재주가 통하리라 보았느냐,”

허공에 대고 외치는 레필리스.

그때, 푸른 전격이 군단의 중심부를 타격했다. 인간의 피와 살을 순식간에 검은 재로 만드는 초고온의 전격.

“<청전쇄도(Blue Lightning Rush)> 이군. 그 소문의 마법사 계집인가?”

이어, 청전쇄도가 연달아 귀족들의 사병들을 짓이기더니, 하늘에 <위력 증대> 마법진이 투영되어 전격에 위력을 더했다.

하지만 그렇게 숯덩이가 된 자들은 이 반역의 물결에 돈을 받고 참여한 범죄자, 부랑자 출신 용병들.

귀족들의 직속 사병들은 강력한 군단 결계로 보호받고 있어 전격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확실히, 방금의 마법 청전쇄도는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전격 마법. 한 사람이 발동한 결계로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귀족병들을 보호하는 결계는 다수의 마법사들이 동시 발동한 ‘유니온 매직(Union Magic)’. 그 방어력이 몇배로 증가한 강력한 방어 결계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뚫지 못한다는 것은 청전쇄도의 시전자가 한 사람이라는 증거...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겁쟁이처럼 숨지 말고 나오는 게 어떻겠나? <은밀 색적 : 안티 쉐도우>.”

레필리스의 마법이 발동하자 그림자를 뚫고 다수의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속 마법사단의 단원들이었다.

“오호, 자네는 분명 세피르 공이었군. 방금의 청전쇄도는 자네의 작품이었나? 그 계집 말고도 실력자가 있었나 보군.”

이피리스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자네의 실력은 무척이나 인상 깊군. 그리고 흠잡을 데 없는 정통 귀족. 그런 인재가 이런 곳에서 개죽음을 당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피리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높은 지위와 풍족한 급료를 보장하지. 나의 손을 잡···”

그 손에 화염이 날아들었다, 유니온 매직을 뚫지 못해 튕겨나갔지만.

“흥, 여왕 폐하의 옥체를 지켜온 내가 반역자 따위의 말을 듣겠느냐. 당장 지옥으로 꺼지시지, 반역자 대공.”

“이것은 반역이 아니야. 오히려, 여왕이 하는 일이 반역이다.”

“무슨 웃기지도 않는 궤변이지?”

“우리는 귀족. 리베른 왕국의 초대 국왕이신 제프리스 대왕 폐하의 위업을 도운 창업 공신들을 비롯해 오늘날 이 나라가 있기까지 수없이 공을 세워온 자들의 영예로운 후예이자 창조주로부터 받은 신성한 피를 통해 영험한 힘을 사용하도록 허락받은 고귀한 자들이다. 그런 자들의 권리를 탄압하고, 창조주에게 선택받지 못한 무지랭이들과 구분하지 못하는 여왕의 헛짓거리가 바로 창업 군주에 대한 반역이자 창조주에 대한 반역인 것이다. 자네처럼 고귀하고 명석하며 이 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재능을 가진 자가 이를 알아듣지 못하겠느냐?”

“시대는 변하고 가치도 변하는 법. 이 나라가 창업했을 때와 지금의 정치가 같은 것이 이상한 것이다. 하물며 제프리스 대왕 폐하의 정통 후손을 해하려는 너희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설전은 여기까지.”

“...생각보다 멍청한 놈이군.”

“그래, 넌 그 멍청한 놈들에게 죽는 거다. 전원, 이 반역자들을 공격해라!”

좌우의 건물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과 자경단의 지원자들이 마법의 불과 불화살을 쏟아냈다.

“레펠로.”

레필리스가 자신의 사촌이자 부관인 레펠로에게 신호를 주자, 레펠로는 손을 쳐들고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저놈을 저격해라!”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그자에게 각종 마법과 불화살이 날아들었으나

레펠로는 스펠 도중 자신을 방어하는 마법 <영창 보호(Protect Spell)>을 동시 발동한 상태.

유니온 매직과 이것으로 이중 보호받는 레펠로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골리앗의 창(Spear Of Goliath)>”

거대한 빛의 창이 하늘에 투영되더니 한곳, 왕궁을 향해 날아가서는···무언가에 막혀 파괴되었다.

“이것을 막다니···그 여자가 왕궁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로군? 그렇다면 이 잡 것들부터 처리하라!”

“네, 각하. <블루 스프라이트(Blue Sprite)>!”

네레사가 사용했던, 전장 전체를 뒤덮는 작은 전격의 물결에 청전(Blue Lightning)의 위력을 더한 극고온 다발성 전격 공격.

희대의 마법 천재 레펠로의 오리지널 스펠이었다.

왕성의 옥상에서 이를 지켜보던 네레사조차 “이런 반칙적인 마법이 존재하다니···”라며 중얼거릴 정도였다.

그 주변부 건물 안에 있던 자들조차 고깃덩이로 변해버렸다.

“세피르 공, 여전히 싸울 생각을 하는가?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엎드리면 아까의 무례는 없던 것으로 해주지. 어떤가?”

“이만한 힘을 지녔으면서···창조주로 받은 힘과 초대 군주로부터 받은 영예로운 피가 흐르는 주제에···피조물들을 이렇듯 도륙하고 대왕의 후손을 죽이려 드는 네놈들을···”

세피르는 은폐 주문(Blind Speil)을 이용해 적색 화염 폭발(Red Flame Explosion)을 준비했다. 마법이 접촉한 어떤 물체든 강력한 폭탄으로 만들어 주는 이 마법은 물체의 질량에 그 위력이 비례한다. 그리고 세피르가 준비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폭탄, 그것은 바로...

“죽어서도 용서치 않으리라!”

자신의 몸이었다.

하지만, 그 숭고한 공격을 레펠로는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으니...

“그 위력을 더해주지! <간섭 마법 : 효과 지체(Slow Effect)>,<고질량풍(Heavy Mass Wind)>!”

강력하고 무거운 바람에 의해 세피르의 몸이 반대 방향으로 끝없이 날아가 왕궁의 정문을 맞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극고온의 화염과 세피르의 피와 살점이 변한 재들이 문을 이루고 있던 철제의 파편과 뒤엉켜 사방에 흩날렸다.

“모두 진격하라!”





제2대로,

메디라는 이피리스 대공에게 단독 행동권을 요청했다.

메디라는 레펠로 이상의 강력한 마법사이자 동시에 강력한 전사이기도 했다.

여왕의 군세를 상대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전력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치도 핏줄도 귀족도 잘 모른다. 이 거사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는 색욕과 식욕이었다.

평민이 귀족이 되든 말든 그녀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자신이 오랫동안 원해왔던 강력한 상대, 여왕을 단신으로 제압하고, 겁탈하고, 잡아먹는다.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

메디라는 수마왕 그라니디르의 후예. 그녀의 집안에는 오랫동안 전해져온 풍습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강력한 상대를 잡아먹음으로써 그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식인 풍습이었다. 원래는 힘에 대한 집착이 낳은 괴기스러운 풍습이지만, 메디라는 잡아먹히는 상대에게 성욕을 품어, 강간과 동시에 식인을 행하는 독자적인 행위로 발전시켰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괴물이든, 악마든, 짐승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힘을 가진 상대라면 누구든 그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행위가 반복되자 점차 자신보다 강한 상대가 드물어져 이를 행하는 숫자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 세대에서 꼭 잡아먹고 싶었던 먹잇감이 둘 있는데, 그건 바로 여왕 레니아 2세와 레이웨이 루스트리오였다.

레니아2세도 레이웨이도 그녀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 섣불리 먹으려 들었다간 되려 처참히 짓이겨질 터. 이피리스가 말했듯 즐기는 건 좋지만 목숨 아까운 줄은 알아야 하는 것이다. 괜한 짓 했다가 앞으로 나올 수많은 먹잇감의 맛도 모른 채 죽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하지만 레니아2세는 레이웨이를 치료하는데 많은 마력을 소비한 뒤 현저히 약해진 상태. 지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메디라는 그 어떠한 군세도 거느리지 않은 체 홀로 대로를 나아갔다.

1대 1로 싸워 이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혼자의 힘으로 싸워 이기는 것. 그것이 희생자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일뿐더러, 상대의 살과 피와 함께 경험까지 흡수하는 극상의 포식. 그것이 바로 메디라의 집안에 내려져 오는 철학이었다.

그런 그녀 앞을 마법사들과 하찮은 무기를 든 자경단원 몇몇이 막아섰다.

여왕군의 상부는 자경단들에게 사이사이 골목만 지키라고 명령했지만, 그래서는 여왕의 힘이 될 수 없다고 독자적으로 판단한 몇몇 멍청하고 용감한 자들이 멋대로 마법사들의 원거리 전투에 참여하거나 농기구를 잡고 반역자의 군세와 직접 맞서기로 한 것이다.

“당장 거기서라! 네놈도 반역자의 일원이냐!”

이 무리의 리더인듯한 사내가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메디라 그라니디르. 유서 깊은 수마왕 가문의 일원이랍니다.”

“이 뒤로는 지금 소란이 발생하고 있으니 당장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반역자들의 양동행동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겠다.”

메디라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 웃음은 그저 해맑은 소녀와 같아, 상황이 상황이 아니라면 마음이 설렐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귀공들이 저를 상대해주신다는 농담, 유쾌하네요.”

“무엇이 재밌는 것이냐!”

“죄송한 말씀이지만, 당신들로는 저를 상대할 수 없을 거 같은데요? 저도 당신들 같은 약체 따위에 관심이 없으니 그냥 비켜주시면 피차 피 흘리지 않고 좋을 거 같은데요?”

다시 한번 아름다운 미소를 보인 이 광인의 말에 군중이 술렁였다.

“뭐야 이 여자. 미친 여자인가?”

그런 술렁임에 아랑곳 않고 당당히 걸어가는 그녀에게,

“젠장, 후회하지 말라고! <화염구>!”

를 시작으로 각종 마법 공격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런 공격으로 저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잠자코 맞으며 걸어가던 메디라는...

“되돌려드리죠.”

<반사(Reflex)>를 발동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고깃덩이로 만든 뒤 유유히 사라졌다.

맛도 없는 고기 따위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상황을 파악하던 네레사는 당장 왕궁으로 전이했다.

왕좌의 방에는 여왕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도열한 우리엘의 기사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마법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실 네레사를 비롯한 많은 자들이 여왕에게 후퇴를 진언했으나...

“반역자들에게 옥좌를 내어줄 수는 없지요. 그리고 분명 루스트리오 공이 이곳으로 올 테니 이곳에서 그가 올때까지 응전해 봅시다.”라며 주위를 다독였다.

레이웨이 루스트리오. 이곳에 있는 모든 자들의 머릿속에 간절히 떠오른 단 하나의 이름이었다. 이 모든 사태는 그가 왕도에 없기 때문이니까.

“분명 오고 계신 거겠죠?”

“당연하잖아! 분명 발에 땀이 나도록 달려오고 있을 거라고!”

“하온데 폐하, 루스트리오 공을 가까운 곳에 대기 시켰다면 이러한 때에 바로 대처하기 쉽지 않았겠습니까?”

한 마법사가 물었다.

“그랬다간 그 승냥이 같은 녀석들이 바로 알아차렸을 거야. 최대한 가까우면서 귀족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별장을 마련해줬어.”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여왕의 의도를 알고 있었던 네레사가 대신 답했다.

“루스트리오 공이 없는 틈을 타 귀족들이 반역을 저지르는 상황을 폐하께서 원하신 거란 말이오?”

그에 대한 대답은 여왕이 직접 했다.

“기존의 권력자들을 제거하고 군주의 힘을 강화하기 딱 좋은 기회가 아니겠소? 다만···예상대로라면 그들이 진군을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루스트리오 공이 와있어야 했거늘··· 그러지 않아 생각보다 희생이 커지고 말았소.”

“단장님이라면 전서구를 받자마자 말을 몰아 진작에 와 있었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닌지...”

점차 걱정이 커져가는 그때, 왕궁 곳곳에서 소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창칼이 부딪히는 소리, 마법이 발동하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

“적이 가까이 왔다!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해라!”

이윽고 문이 열리고, 왕옥의 <왕권(The Purple)>이 발동해 뛰어오려던 반역자들의 군세를 잠시 정지시켰다.

격전지로 왕좌의 방을 선택한 이유. 그것은 바로 이곳에 초대 국왕 제프리스의 직계 후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왕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왕옥은 장소를 옮길 수 없는 고정 무기이며 이 왕좌의 방에서 제프리스의 후손이 사용해야만 효과가 있는 리베른 왕국의 비기로서, 그 강력한 효과가 바로 <왕권>이었다.

<왕권>이 발동하자 여왕에게 적대적인 모든 생물의 동작이 정지했으며 그 틈을 타 친위기사단들이 뛰어들어 반역자들을 도륙냈다.

“다음 발동은 30분 후가 될 거요.”

<왕권>은 강력한 효과인 만큼 발동 후 재사용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효과의 지속시간은 피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다르다.

상위귀족들은 진작에 효과를 파훼하고 각종 마법 공격을 시작했다.

“이피리스공...”

“폐하, 이제 모두 끝났사옵니다. 소신이 폐하께 마지막 충심을 바치오니, 이러한 수고를 하지 마시고 저희에게 왕위를 내어주소서. 폐하와 이 자리에 있는 자의 생명은 소신이 보장하겠사옵니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왕권을 반납하면 곧바로 단두대로 보낼 속셈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짐이 대체 무엇을 했기에 이러는 거요?”

“저희의 집안은 모두 폐하의 선조이자 이 리베른 왕국의 초대 국왕이신 제프리스 대왕 폐하의 창업을 돕고, 그 후 대대로 왕국의 존속을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 온 집안의 후손이옵니다. 폐하께서 이를 무시하시고 또 심지어 길바닥에 떠돌아다니던 어중이떠중이들과 저희들을 같이 대하려 하시니 그 위대하신 제프리스 대왕 폐하의 후손으로서 자각을 잃으신 듯하여 저희들이 이를 바로잡고자 거사를 치를 수밖에 없었사옵니다.”

“그 무슨 궤변이야! 수고한 건 공신들이지 공신 집안에서 태어난 너희들이냐고! 지금 이 나라를 지탱하는 건 배에 기름 낀 너희가 아니라 군말 없이 나라를 채워주고 있는 평민들이라고!”

네레사의 격노에 이피리스도 으르렁거리며...

“반쪽짜리 귀족 주제에 말을 가려서...”

그때, 반역자 측의 군사가 다급히 달려왔다.

“이피리스 대공각하! 지금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뭐냐?”

“저희가 왕궁 내의 병원들을 샅샅이 뒤졌으나 그 무마력귀족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벌써 죽어서 치운건가? 아니면...”

“아닙니다, 그 병원들의 최근 사망자 명단에 레이웨이 루스트리오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귀족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들도 지금 레이웨이가 왕도 밖에서 대기 중이며 지금 달려오고 있을 거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들이 늘 비하하긴 하나 그의 힘은 잘 알고 있다.

지금 당장 모든 일을 끝내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

“곧 왕권도 다시 발동할테고... 시간이 없군! 전군, 공격!”

순식간에 옥좌의 방이 난장판이 되었다. 인간의 피와 살점, 화염과 번개로 가득한 아수라장이 되었다. 친위기사단이 몸으로 마법을 받아내는 동안 마법사단이 마법으로 반격하는, 인간의 벽을 두고 공성전을 벌이는 참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왕권> 발동!”

왕권의 효과는 왕국의 신민이라면 무효화 하지 못한다. 효과를 받은 뒤 자력으로 푸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번 당해본 바 있던, 그리고 이를 예상하고 있던 귀족들이기에 이전보다 쉽게 풀려났다.

“칫, 이 무지랭이놈들! 몸뚱이 하나는 상상 이상이군 그래!”

“이래뵈도 우리는 레이웨이 기사단장님의 부하들이니까 말이야!”

그때, 친위기사단 다수의 몸이 번개에 갈갈이 찢겨 날아갔다.

“레펠로 공인가보군. 침상에 누워 있을 레이웨이를 죽이라고 했는데... 없으니까 돌아온 건가.”

레필리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오. 그에게는 텔레파시를 이용해 레이웨이에 대비하라고 했소.”

“후훗, 안타깝게도 저랍니다.”

“메디라!”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우아하게 옥좌의 방으로 들어오는 그녀를 자연스레 모두가 전투를 멈추고 응시했다.

“그대는···메디라 그라니디르 공, 이지요?”

“어머나. 폐하께서 소신을 기억하실 줄은.”

“그대도 이 반역의 물결에 참여하고 있었던 건가요?”

“그럼요. 어쩔 수 없었답니다. 원하는 게 있었으니까요.”

“원하는 게 뭔데! 말이라도 해보던가 야만족도 아니고 싸움질이나 하는거야?”

네레사가 외쳤다.

“아니요, 말로 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그게 대체...?”

메디라는 허공에서 거대한 지팡이 ‘칼리굴라’를 꺼냈다.

끄트머리가 알 수 없는 짐승의 주둥이로 되어있어 마치 살아 움직이듯 혀를 움직이거나 킁킁거리거나 입맛을 다셨다.

그 짐승의 주둥이가 여왕을 향하더니...

“폐하를 원한답니다.”

“짐을?”

“네. 수마왕 그라니디르 폐하가 남기신 제 안의 피가 여왕님 고기를 원한답니다.”

“...미친 여자.”

네레사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으나 그 말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공통의 생각이었다.

귀족들조차, 그녀를 양녀로 생각했던 이피리스조차 그녀가 이렇게 위험한 인물임은 몰랐기 때문에.

“그리고...그 레이웨이공도 맛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그 말에...

“그럼, 그 소원을 들어주지.”

라며 느닷없이 익숙하고, 여왕군에게는 안심의, 귀족군에게는 공포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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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최종병기는. 너무 늦게 깨어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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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귀한 자와 짐승 24.08.04 10 0 18쪽
2 결의의 밤 24.08.03 14 0 13쪽
1 강해지고 싶어서 24.08.01 29 0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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