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으로 사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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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D
작품등록일 :
2024.08.03 15:19
최근연재일 :
2024.08.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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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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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등불 (1)

DUMMY

재능으로 사기침 : 1화


Episode 1. 등불 (1)



“예, 그게 무슨 개소립니까?”


“그냥, 그렇게 됐다. 지크.”


지크 세다투스. 암살 조직 ‘솜브라’의 모든 최연소 기록이란 기록은 죄다 갈아치운 역천의 천재.


그 천재는 지금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눈을 깜빡였다. 눈앞에 있는 것은 자신들의 주인, 영주(影主).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신은 영주가 아낄 만큼 충분할 만큼 강했고, 충분 그 이상의 재능을 지녔으니까.



“대체 제가 왜 귀족가 핏덩어리들이랑 생활해야 하는 겁니까.”


“뭐, 상부에서 그따위 명령이 떨어졌는데 어쩔 수 있겠냐.”


영주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조금 얄미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황제의 명일지라도 그는 그 명령을 충분히 거부할 권력과 힘을 지녔다. 그럼에도 거부하지 않았다.


이건 그냥 날 물 먹이겠다는 소린데.



“하, 진짜.”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는다.


암살 조직 ‘솜브라’의 단원으로 살아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나이는 이제 17살이 되었지만 경지는 풋내기의 그것과 다르다.


숱한 강자를 죽여왔고, 심지어는 왕국도 궤멸시킨 경험이 있다.


때로는 한 나라의 재앙이, 때로는 한 나라의 희망이 되었다. 그런 재능이고, 그런 경험이다.



“씨발, 진짜.”


“지크, 그 말버릇 고치라고 하지 않았냐?”


“예, 근데. 짜증이 나는 걸 어떡해요.”


영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었다. 그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지금의 내게 최선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테니까.


검을 쥐지도 않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얼마 전 솜브라의 암살자로서 1000번째 임무을 끝마쳤다. 그리고 1000번째 임무는 아주 처참한 실패였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트라우마는 상처처럼 깊게 배어 있다.



“넌 좀 또래들과 어울릴 필요가 있어.”


“예, 그 말만 벌써 수백 번은 들은 것 같네요.”


“받아들인 걸로 알겠고, ‘등불’로의 이적은 당장 내일이다. 지금부터 짐 싸.”


“알겠습니다.”


*


제국력 437년 2월 4일.


등불 입소식.



“음...”


사람이 지나치게 붐빈다. 그래서 적응이 좀 안 되고, 껄끄럽다.


대체 등불의 의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참.


내가 속한 곳은 제4반.


아카데미 시절부터 이어져 오기로 ‘죽음의 4반’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뭐, 그래봐야 유망주 수준이겠지만.


감지되는 수준이 딱 내 솜브라 1년 차다.


어설프기는 한데 과할 정도로 상승 의지가 있는 느낌.


애시당초 원래 인원 중 몇 명이 어떤 임무로 죽었다고 하니, 인원 충원으로 명분은 확실하다. 고깝게 보는 시선은 어쩔 수 없다만.



“감내해야겠지, 뭐.”


나와 동갑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수준이 아니다. 정신 상태도, 가지고 있는 재능도. 자신이 기울인 노력까지도.



“여기가 이번에 우리 4반에 새로 들어온 지크다. 환영해 줘라.”


4반을 맡은 선생인지 뭔지인데, 고작 저따위 수준으로 교육을 일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아무튼 내 소개를 마친 후 4반 일원들의 표정은 참, 썩어들어간다. 죽은 자기 동료 대신 들어왔다고 하니, 어찌 좋게 보이겠는가.


‘이것도 감내해야지.’


뭐, 정신적으로는 내가 더 성숙하니 내가 먼저 다가가야겠지.



“반갑다. 지크 세다투스라고 한다. 너희의 악명은 자자해 잘 알고 있다. 죽음의 4반이라고 불린다지? 난 참 좋은 별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을 꺼내자, 장내의 분위기가 상당히 싸해진다. 옆에 서 있는 선생도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뭔가 말을 잘못한 건가?


나름 최선의 호의와 최선의 유머를 섞은 인사였는데.



“하, 어이가 없군.”


“지로, 거기까지만.”


“내게 이래라저래라 명령하지 마.”


지로라고 불린 소년이 내 앞으로 창살을 내민다.


순간 머릿속의 스위치가 켜진 기분이다. 임무 태세로 돌입한다.


‘이거, 죽일까?’



“세자르가 죽고, 데카론이 죽은 뒤 들어온 신입이라. 참으로 절묘하지?”


창살에 검은 마력이 모인다.


지로 슈나이더. 이미 보고서로 인적 사항과 관련 정보에 관한 건 숙지해 뒀다.


슈나이더 백작가의 장남, 창을 사용하는 쾌속형 전사. 사용하는 기술은 기본기에 의거한 찌르기들.


나는 손끝으로 창살을 툭, 건드렸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창을 거둬라.”


“내가 왜 네놈의 말을 들어야 하지?”


순간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열이 뻗친다.


‘햇병아리 주제에.’


왼쪽 허리춤에 고이 모셔둔 초살급 장검인 ‘용연(龍淵)’은 뒤로하고, 오른쪽 허리춤에 꽂혀있는 사살급 장검을 꺼낸다.


툭-


그리고 가볍게 녀석의 창대를 칼등으로 친다. 단순한 작용에 창대에 모인 마력이 단숨에 사그라진다.



“사람을 가려라, 애송아.”


“이게 무슨...!”


검을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 여기서 녀석을 죽일 순 없다.


뒷배가 문제가 아니다. 영주와의 약속 때문이다.


창대를 뱀처럼 휘감듯 제압하고, 단숨에 녀석과의 거리를 좁힌다.



“맞고 버텨라, 뒤지기 싫으면.”


그런 다음 녀석의 명치에 가벼운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는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로의 몸이 살짝 들렸다.



“컥, 커허억.”


녀석은 고작 그따위 충격도 버텨내지 못했다. 바닥에 꼴사납게 고꾸라져 토악질한다.



“으...”


냄새가 역하다. 대체 오늘 뭘 처먹은 거야.



“지로!”


내게 위협을 가할 때는 멀뚱히 서 있던 4반의 대원들이 일제히 지로를 감싼다. 지로의 몸 상태를 살피고 황급히 구급대원이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쯧, 약해빠져서는.”


이걸로 기선제압은 됐겠다.


보고서에 적힌 내용으로 ‘지로 슈나이더’라는 녀석은 4반 내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이다. 즉, 다른 녀석들이 무력으로 내게 까불 일은 없을 거라는 뜻.



“조용히 지내자, 조용히.”


난 영주와 황제의 소꿉놀이를 보기 좋게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



“대체 무슨 짓을...!”


“시엘라, 조용히.”


모두를 뒤로하고 한 소년이 앞으로 나섰다. 아까 지로를 말렸던 녀석이다.


이름이, 아마.



“반갑습니다. 지크 세다투스. 4반의 반장을 맡고 있는 디에고 파울리입니다.”


디에고 파울리, 기억났다. 녀석이 현시점 4반 최강자다. 물론 나를 제외하고.


차분하고 침착하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근데 내 경험상 저런 녀석이 리더 역할을 맡으면 최고는 되지 못한다. 전투라는 것은 단순 이성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니까.


아마 그 두 명이 죽은 것도 이 녀석이 판단을 내려서겠지.



“난 너 같은 새끼들이 제일 싫어.”


아까보다 강한 힘과 빠른 스피드로 녀석의 뱃가죽을 후려친다.



“크읍, 이게 대체 무슨 짓...!”


“닥쳐, 아가리 열지 마.”


아마 내가 이러는 건, 화풀이다.


녀석에 대한 화풀이가 아니라, 무능한 나의 과거에 대한 화풀이.


연속으로 싸대기를 내리치니 녀석의 잘난 얼굴이 피떡이 되었다. 간신히 이목구비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


이미 기절한 녀석의 몸을 바닥에 대충 던졌다. 그러고는 선생에게 말했다.



“이거, 당장 치료 시켜놔.”


“...”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디에고를 들것에 싣고는 어디론가 떠났다.


벌써 두 개의 큰 폭탄을 터트리니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당장이라도 내게 덤벼 한 방이라도 먹여주고 싶어 하는 표정들이다.


그런데 그게 되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자기 반의 최강자 두 명이 아무 손 못 쓰고 그렇게 처참히 당했는데, 감히 대들 엄두가 날 리가 없다.


‘이거 한 소리 들으려나?’


상관없다. 하기 싫은 짓거리를 강제로 시켜놨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4반에게 나의 첫인상은 여러모로 최악이 됐다. 솔직히 마냥 좋은 기분은 아니다.


*


임무 전, 마지막 테스트.


각 반의 종합 전투력. 즉, 그들의 합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상대는.



“좆밥들이네.”


솜브라에서 임무 하던 시절 몇 번인가 봤었던 기억이 나는 놈들이다.


제국 기사단의 단원들이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이놈들의 선배 격일 것이다. 경지의 수준은 내 10살 시절 정도.


그것도 굉장히 후하게 쳐준 거다. 내 10살에 나는 이미 솜브라의 부대 하나를 이끌었으니까.



“마지막 입문 시험의 스테이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스테이지는 제국의 험지 중 하나인 ‘볼프강 수림’.


나는 눈을 흘기며 4반을 살폈다. 볼프강 수림에서 기사들을 맞닥뜨리기에는 아직 한참은 부족해 보이는 면면들이다.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애시당초 기사를 쓰러뜨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말이다.


수림에는 기사들과 비슷한 강함의 마물들이 넘쳐난다. 종도, 특성도, 약점도 다양하다. 거기에다 중심부에는 나조차도 버거운 마물이 있으니.



“머리 좀 썼구만.”


뭘 원하는지 알겠다.


이 양반들, 날 양지로 끌어올리려고 하는 거구만.


험지까지는 게이트를 타고 이동했다. 우리는 파랑색, 기사들은 주황색이다. 그러니 도착지가 다르다.


험지에 다다르자, 공기와 습도가 바뀌었다. 훨씬 더 텁텁하고, 끈적거린다.


시험의 달성 조건은 협력으로 기사를 쓰러뜨리는 것. 그러니, 적과 적의 형태로 기사를 마주해야 한다.


회복을 마친 디에고와 지로가 선두, 뒤로 아이들이 따른다.


나는 가장 후미에 서서 무기조차 꺼내지 않은 채 여유로이 산책한다. 그 모습에 아니꼬워하는 날카로운 눈빛이 쿡쿡 찔러댔다.



“뭘 봐.”


“... 아니야.”


금방 꼬리를 말고 집중을 옮겼다.


츠츳-


왼쪽 풀숲에서 묘한 기척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전투 대형으로 바꾼 4반이 강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7급, 크리스탈 아나콘다’


나한텐 한주먹 거리도 안 되지만, 저들에게는 다르다. 전력을 쏟아부어야 겨우 쓰러트릴 수 있는 마물이다.



“온다!”


크리스탈 아나콘다는 최대 길이가 무려 10m나 되는 괴물, 더군다나 그 껍질이 반짝거리고 단단해 보통의 칼날로는 생채기도 내지 못한다.


순식간에 커다란 몸체가 4반을 덮친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욱하게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흙먼지 뒤로 녀석의 실루엣이 비친다.



“젠장, 더럽게 크네.”


실루엣 속 번들거리는 백색의 안광이 매섭다.


휘리릭, 넓은 범위로 휘둘려지는 커다란 꼬리. 거대한 궤적에 4반의 인원 몇 명이 휩쓸렸다.



“컥, 커헉.”


“아이사, 요한. 두 사람 데리고 뒤로 물러서.”


지로와 디에고가 각각의 빛을 머금은 채 각자의 무구를 휘둘렀다. 마력을 담은 공격이라 아나콘다의 표피에 생채기가 난다.


다만, 절대 치명상은 되지 못한다.



“끄아아악!”


두 녀석이 아나콘다의 몸체를 견뎌내기에는 한참은 부족하다. 바닥에 몸을 구르고 육중한 나무에 몸을 부딪쳐도, 일어선다.


쾅-!


맷집 하나는 인정.


이전에도 느낀 건데 디에고 저 녀석, 수호자의 자질이 보인다.


다른 하나, 지로.


녀석은 찬탈자의 자질이 보인다.


다른 녀석들 중에서는 ‘루이 슈어’. 올라운더.



“오케이, 인정.”


여기서 죽기에는 아까운 인재다. 순전히 제국의 입장에서 말이다. 더불어 나는 제국의 충실한 개고.


허리춤에 놓아둔, 멸살급 장검. 쌍룡을 꺼낸다.



“진심은 아니고, 한 10% 정도.”


이미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있다.


바람.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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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1. 등불 (1) 24.08.03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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