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계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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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작품등록일 :
2024.08.04 10:08
최근연재일 :
2024.08.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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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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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DUMMY

한 게임을 2만 시간 넘게 플레이한 고인물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환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에 따라 답은 여러가지가 나올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간단하다.


뒷골목에서 난 용.

최연소 제국 아카데미 졸업생.

제국검의 제자이자 황녀의 친우.

악마 살해자.

황제조차 인정한 슈퍼루키.

1,0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

.

.


"그리고 또..."

"그만. 거기까지면 됩니다."

"앗, 그러신가요?"

"예, 그렇게 금칠을 칠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말끔한 제복을 입은 남성은 자신의 옆에서 입이 달아라 칭찬을 해주는 여성의 모습이 부담스럽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소년과 청년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그는 피곤한 것인지 눈밑 다크서클이 꽤나 짙었다.


본명 정영찬.

현재명 오벨.


그래, 그는 환생자다.


빌어먹을 똥겜 속에 다시 태어난 인간 말이다.


'그래도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오벨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7년의 삶을 떠올렸다.


게임 속 주인공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오랜 시간 굴렀는가.


수많은 역경들을 지나고 나서 이제야 스타트 지점에 섰다.


게임이 시작하는 시점에 주인공의 나이가 20살이었으니, 게임보다 3년 빠르게 스타트 지점에 섰다고 볼 수 있겠지.


'잘할 수 있을까.'


복도를 걷던 오벨은 지금 만나로 가는 이를 떠올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안 그래도 진한 다크서클이 더 진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후우, 도착하기 전에 마나스틱 한 대 피고 가면 안되겠죠...?"

"아, 괜찮습니다!"

"음..? 알현실에 거의 다왔는데도요?"

"넵, 다른 분들이면 몰라도..."

"오벨이 피고 싶다면 당연히 펴야지!!!"

"아."


오벨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리는 머리에 습관적으로 주머니 안에 있던 마나스틱을 꺼냈다.


담배처럼 생겼지만, 실상은 몸 안에 있는 마나를 순환시켜주는 1회용 마도구라 인체에는 무해한 물건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신과 신체를 정갈하게 하고 가야할 알현실 앞에서는 필 수 없는 게 당연해 그냥 답답한 마음에 관성처럼 물어본 것이었지만...


쾅!


"짐이 괜찮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맞습니다. 오벨님은 제국 안에선 어디서든 마나스틱이 허용되십니다."

"하하, 맞는 말이지! 그러니 편하게 피도록 하게. 예비 사위!"

"끄응... 폐하 그리 부르지 말아달라 간청하지 않았습니까."


오벨은 알현실 안에서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인지 거대한 문을 열고 나온 남성을 바라보며 꺼낸 마나스틱을 다시 집어넣었다.


금발의 벽안을 가진 미중년.


이자가 바로 인류의 마지막 방주인 제국의 황제이자 오늘 오벨이 만나야하는 당사자였다.


"허허, 편하게 장인어른이라고 부르라니까!"

"...황녀님의 의견도 존중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셀비아 말이냐? 걱정하지 말아라. 셀비아가 사춘기라 틱틱되긴 해도 절대 예비 사위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황제는 셀비아가 자신한테도 틱틱된다며 저번주에 방문을 쿵 닫고 나갔던 것을 말해준 뒤 호방하게 웃었다.


한 나라의 통수권자가 보이기엔 체통이 부족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이 자주 연출됨에도 황제가 바뀌지 않는 건 황제의 능력 덕분도 있지만 그의 오른팔, 제국검 덕분이 크겠지.


"그러고보니 스승님은 어디가셨습니까?"

"그... 출장갔다."

"술 마시러 가셨군요."

"미안하구나."

"괜찮습니다. 원래 그런 분 아닙니까."


제국의 꼭대기라는 황제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인물.


오벨은 현재 유일한 소드마스터이자 자신의 스승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말한 것처럼 실제로 그는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제국검은 원래 그런 인간인 탓이다.


-오, 잘생겼네. 너 내 제자해라.


황제보다 더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하는 인물.


처음 자신을 제자로 삼는다고 했을 때는 얼마나 놀랐었는가.


이제와서 이런 것에 섭섭해 할리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지.'


오벨은 오늘 황제에게 건의하고자 하던 내용을 떠올리며 자신의 스승이 이곳에 없다는 것에 감사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그가 계획하고 있는 일은 황제 라인의 사람들이라면 다들 싫어할테니 말이다.


"헌데, 오늘 성인식을 왜 이리 간소화시킨 것이냐. 원래는 3일 밤낮으로 지속해야 하는 것인데..."

"죄송합니다. 허나 저는 소박하게 아는 이들과 성인식을 치르고 싶었습니다."


오벨은 오늘 오전에 진행된 성인식을 떠올렸다.


원래라면 황제가 제국에 있는 귀족들을 거의 다 불러 3일 밤낮으로 떠들고 파티를 버리려 했지만, 그가 직접 거절해서 하루 안에 끝낼 수 있었다.


"그래, 너의 그 검소함도 내가 널 인정한 이유 중 하나이지."

"그저 아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곳에서 살았기에 남아있는 습관일 뿐이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벨은 황제의 칭찬에 어린 시절 뒷골목에서 살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에 성인의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갓난아기적 시절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게 좋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창부인 어미와 술주정뱅이인 아비 사이에서 나온 아이가 겪을 일은 거기서 거기였으니 말이다.


"계속 그리 출신을 의식하지 말거라. 진창 밑에서 태어나도 높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다름아닌 그대 아닌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크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성인식도 끝났겠다 남쪽에 있는 보르던 영지를 맡아보는 건 어떠한가."


황제는 서론은 이제 필요없다는 듯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오늘 성인식이 끝난 사람을 이리 다급하게 부른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아마, 날 귀족으로 만들 생각이겠지.'


오벨은 황제의 생각을 다 알고 있었다.


그가 영특하기 때문이라기보단 황제가 말을 하고 다닌 탓이다.


-오벨을 제국에 묶어놔야 한다!


황녀인 셀비아와 혼약을 시키려는 것도 결국 오벨이라는 인재를 제국 소속으로 만들기 위함일 터.


세상이 멸망한 시점에서 인력은 아주 소중한 자원이 되었다.


그러니 황제는 오벨이 이 제안을 거절해도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올 것이다.


애초에 거절할 이유도 없지만 말이다.


'솔직히 이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제국만큼 괜찮은 곳이 없긴해.'


곳곳에 제국의 그림자라 불리는 곳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멸망한 세계에서 평범하게 나라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됐다.


만약 다른 이가 황제의 제안을 들었다면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했겠지.


다만, 문제는 오벨이 이 세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라는 것.


세상은 오벨이 없으면 결국 멸망한다.


그는 움직이기 싫어도 움직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보르던 영지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것이냐?"

"아닙니다. 보르던 영지는 제국의 금싸라기 땅 아닙니까. 저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땅입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냐. 혹, 이 제국을 떠날 생각인 것이냐?"


쏴아아아악-


순간 얼어붙는 주변의 온기.


오벨의 옆에서 가이드를 해주던 여성의 얼굴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보였다.


이것이 제국을 다스리는 반인반룡, 황금의 핏줄이라는 것이겠지.


'제국의 1대 황제는 시조룡이었다고 하니, 당연한 건가.'


오벨은 추위에 내성이 있기 때문에 딱히 큰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현재 황제가 얼마나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는 순식간에 제국을 적으로 돌릴수도 있는 상황.


"폐하께서 염려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흐음, 미안하구나.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감정 컨트롤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대는 들어가서 몸조리를 하라. 내 나중에 보상을 하도록 하지."


화악!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힘을 집어넣은 황제는 실신하기 직전인 여성을 돌려보냈다.


하여, 이제 남은 사람은 둘.


황제와 오벨은 자연스럽게 알현실 안으로 들어갔다.


제대로 된 협상은 이제부터라는 뜻이다.


"저는 보르던 영지가 아닌, 페리아 영지를 받고 싶습니다."

"...페리아?"

"예. 제국의 쓰레기장이라고 불리는 그곳을 말하는 겁니다."


오벨은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장소를 떠올렸다.


제국의 쓰레기장.

멸망한 세계와 제국을 분리해주는 경계선.


페리아 영지.


"혹, 네 출신지 때문이냐."

"그것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오벨은 황제의 말에 3년 뒤에 페리아 영지에서 일어날 일을 떠올렸다.


그곳의 참사를 막기 위해선 자신이 움직여야했다.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저는 세상에 모든 이가 구원 받았으면 합니다. 만약 약소 영지를 받아 제가 도망칠 것 같다면 저에게 용혈문을 내려주십쇼."

"...그게 무슨 뜻인 줄 아느냐?"

"예, 제가 제국검을 이어 제국을 대표하는 기사가 되겠습니다."

"원탁의 기사가 된다라..."

"본디 원탁의 기사는 13명이였음에도 지금은 단 5명뿐이니 제가 원탁에 앉겠습니다."


오벨은 황제 다음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원탁의 기사들을 떠올렸다.


애초에 원탁의 기사 중 대표자가 바로 그의 스승인 제국검 아닌가.


물론 17살의 나이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 있지만.


'황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원래 높은 자리면 높은 자리일수록 권리와 의무가 커지지 마련.


오벨이라는 인간을 묶어두기에 원탁의 기사라는 자리 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실제로 지금 그의 실력은 원탁의 기사들보다 약간 낮을 뿐, 제국검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허나, 그럼에도 황제가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은 이유는 원탁의 기사가 되면 3년간 세상을 돌아다니며 제국의 명성을 드높여야 되기 때문이겠지.


'괜히 원탁의 기사를 만들어 수행을 보냈다가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내가 객사할까봐 두려운 건가.'


오벨은 황제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멸망한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은 자살과 다를바가 없었으니까.


조금 더 안전한 곳에서 실력을 쌓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이미 체크메이트인 싸움이었다.


황제에게 거절을 한다는 선택지는 없다는 것이다.


"후우... 용혈문은 내일 바로 새기겠다. 다만, 수행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출발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또한 현재 페리아 영지에는 볼던가의 막내가 영주로 존재하는 바. 페리아 영지건은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아, 그것에 관련되서 할 말이 있습니다."


오벨은 황제에게 페리아 영지에 관한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를 해뒀었기 때문에 말은 막힘이 없었다.


그 결과.


"하, 역시 예비 사위. 나는 더 이상 못 당하겠군. 예비 사위가 원하는대로 해보게. 5년이면 충분히 자네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 난 예비 사위를 믿겠네."

"감사합니다."


오벨은 허락이 떨어진 황제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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