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항공 요새로 꿀 빱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새글

l살별l
작품등록일 :
2024.08.04 17:39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68,843
추천수 :
12,747
글자수 :
248,037

작성
24.08.15 19:05
조회
15,370
추천
366
글자
13쪽

결국, 전기가 나갔네요

DUMMY

군용 트럭과 괴물의 추격전.

긴 행렬에 곧바로 끼어들 수는 없었다.

기관총의 잔탄은 HUD에도 표시되는데 현재 남은 것은 십여 발이 전부였다.


일단, 요새로 돌아간 뒤.

재출격해서 오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파트 바로 앞에서 사냥 중이었기에 요새까지 1분도 걸리지도 않았다.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착륙 과정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터치 다운하듯 활주로에 미끄러져 내려야 정상인데 이건 뭐 거미줄에 잡힌 파리 같았다.


‘너 제대로 착륙할 실력 아니잖아.’


이런 느낌이랄까.

어쨌든 요새에 내리자마자.

가볍게 수분만 보충하고 다시 출격에 나섰다.

어차피 기체 데미지는 전혀 없었고 포인트를 사용한 출격이라 곧바로 총알과 폭탄이 채워졌다.


“그럼 다시 한번 가볼까?”


카멜은 굳이 챙길 필요가 없었다.

손에 쥐고 뛰다가 놓치거나 까먹고 맨몸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다. 그래서 아예 목걸이처럼 평소에도 몸에 지니고 있거든.


부아아앙!


수십 미터를 자유낙하한 뒤.

기체에 탑승하자마자 곧바로 속도 높여 군용 트럭이 향하는 방향으로 날았다.

1차 세계 대전 정찰기가 낭만 하나는 최고인데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최고 속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엔진을 돌려봤자.

최고 속도는 185km/h 남짓이었다.

아직 제트기의 시대가 열리기 전의 기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트럭이 방금 아파트를 지나쳤다는 것이다.

아직 거리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기에 어렵지 않게 트럭 뒤를 쫓고 있는 괴물들의 무리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500m···, 400m···, 300m!


순식간에 거리는 200m까지 좁혀졌다.

더 멀리서 쏴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재수 없게 빗나가면 트럭에 맞을 수 있다.


그쯤에서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다이브할 준비를 했다. 공중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상 타격을 할 예정이라 최고 속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거든.


속도가 빠를수록.

기관총을 쏠 시간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너무 속도가 느려지면 양력을 잃고 떨어지니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괴물들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 가늠자에 들어오자 나는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끊어 쏘고 그런 거는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었기에 한 번의 다이브 사격이었음에도 총알이 절반 이상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효과는 확실했다.

괴물들의 상당수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쯤에서 나는 조종간을 당겨 위로 상승했다.

기관총을 쏘는 데 몰두하다가 땅에 처박히는 거는 초보나 하는 짓이다.


한 차례 선회해서 다시 돌아오자.

트럭 뒤에서 병사 하나가 손을 흔들어줬다.

처음에 카멜을 타고 접근했을 봤을 때는 뜬금없이 나타난 구시대 유물 같은 비행기에 어이없어했는데 역시 착한 일을 한 보람이 있었다.


다음 사격도 거침없었다.

이번에는 총알을 완전히 다 쏟아낸 뒤.

폭탄까지 떨궜더니 HUD에 포인트 획득을 알리는 메시지가 미친 듯이 올라왔다.


하지만 괴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대기했다가 오픈런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식탐에 쩔어 있었다.

더는 공격할 무기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요새를 찍고 돌아오니 어느덧 트럭은 장항 IC 부근에 도달해 있었다.


달려가는 방향을 봤을 때.

자유로를 타려는 의도 같았다.

최종 목적지가 서울인지 아니면 파주인지 알 수 없으나 어차피 따라갈 것도 아니기에 상관없었다.


두드드드드! 쿠웅, 쿵!


마지막 출격이니.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지.

기관총과 폭탄을 한 방에 쏟아부은 덕분일까.

우르르 괴물들이 쓰러졌고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트럭을 포기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는 사이.

군용 트럭은 무사히 자유로를 탔다.

다행히 자유로는 길을 막고 있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차선 중의 일부를 활용해 길막 중이던 차량 전부를 밀어 놓은 덕분이었다.


그쯤에서 나도 기수를 돌렸다.

이제 더는 쓸 수 있는 무기도 없었고,

짧은 시간 동안 무려 세 차례나 연달아 출격했더니 살짝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길게 한번 출격하고 말지.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거는 정말 시간 낭비잖아.”


가뜩이나 속도가 느려서 트럭을 놓치는 게 아닌지 걱정됐거든.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니 발코니에서 상당히 큰 망원경을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우경현이 보였다.


기왕에 비행하는 거.

쇼맨십을 한번 보여줘 볼까?

처음에는 무난하게 360도 루프를 하려다가 너무 간단한 것 같아 난도를 높여 스플릿-S를 해보기로 했다.


“크크큭, 이거 은근히 떨리네.”


이런 묘기 같은 기동은 처음이거든.

스플릿-S는 기본적으로 기체를 180도 돌려 머리가 지면을 향한 상태로 하강하는 루프를 그리며 진행 방향 반대로 기수를 돌리는 기동술이다.


당연히 실수 없이 한 번에 성공해 냈다.

게임 속에서 밥 먹듯 하던 거라 손에 완전히 익어있는 덕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몇 가지 더 해보고 싶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저 멀리 구름 너머에서.

전투기 두 대가 날아오고 있거든.

나를 목표로 오는 건지 알 수 없으나 현대식 장비로 무장한 전투기와 맞짱 뜰 자신은 없었다.


더구나 카멜에는 무선 장비도 없다.

저쪽에서 아무리 경고해도 내가 들을 수 없으니 귀머거리 신세나 다를 바가 없었다.

서둘러 돌아와 요새에 내린 뒤에 전투기의 행적을 살폈다.


항공 요새는 발각되지 않았다.

전투기들은 주변을 두어 차례 선회하며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진 솝위드 카멜을 찾는 것 같았는데 이내 포기하고 서울 방향으로 사라졌다.


“카멜에 무전 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려나?”


잠시 궁리를 해봤지만,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요새 안에 들어오면 미니어처로 바뀐다.

그 상태에서 뭘 어떻게 하겠어.


밖에 나가더라도 곧바로 비행 상태다.

어딘가 착륙해서 손보면 될 것 같은데 내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고 우경현한테 부탁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거기까지 데리고 가겠어.


아무튼 그게 지금 중요한 거는 아니지.

그보다 세 번의 출격으로 얼마나 포인트를 받은 건지 궁금했다. 어제 시도한 첫 출격보다 성적이 더 좋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포인트를 따로 계산할 필요는 없었다.

카탈로그를 펼치면 자동으로 보여주거든.

참고로 어제 숙소를 만드는데 포인트를 다 써서 남은 포인트는 전혀 없다.


“호오! 이렇게 많이 잡았다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번 사냥으로 246포인트나 얻었다.

세 차례 출격했으니 평균 80포인트가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첫 출격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다.

고민할 것도 없이 카탈로그를 편 뒤.

레벨업 필수 요소인 비상용 발전기부터 샀다.


하지만 배치가 문제였다.

소음은 둘째치고 매연이 생기지 않나?

이걸 숙소 안에 어떻게 넣어두냔 말이지.

그렇다고 밖에 두자니 비 맞으면 망가질 것이 분명했다.


결국, 벽과 지붕을 증축했다.

비상용 발전기를 안에 배치시킨 뒤.

사방을 막아놓고 문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지금 당장 들어와서 사용할 것도 아니라 굳이 만들 이유가 없더라고.


어쨌든 필수 요소 세 가지 중.

현재까지 두 가지는 완료되었다.

마지막 남은 것은 100마리의 괴물을 처치하는 것인데 애석하게도 그건 달성하지 못했다.


- 괴물 처치 (72/100)


확실하게 숨을 끊어놓지 않는 이상.

처치했다고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봐야 내일 쿨타임이 돌아오면 사냥해 보고 부족한 거는 재출격하면 되니 슬슬 이사할 타이밍을 재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급하게 옮길 생각은 없었다.

아직 우경현의 집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캠핑 수준만도 못한 요새에서 지내는 것보다 안락하고 럭셔리한 형네 집에서 버틸 때까지 버텨볼 생각이다.


요새에 샤워 시설은 물론이고,

반드시 있어야 할 화장실도 아직 없다.

하늘 위에서 노상 방뇨하면 아래 있는 사람들은 무슨 죄야. 그게 소변이 아니라 대변이라면 진짜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새똥만 맞아서 몸서리치는데.

인분이 비처럼 내려온다고? 으웩!

별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똥 벼락 맞으면 도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직접 실험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화장실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아까 발전기를 넣은 방처럼 구역을 만들고 세면대와 변기 등을 넣거나 아예 세팅되어 있는 화장실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세팅된 화장실을 선택할 수는 없다.

아직 그 아이콘은 잠겨 있는 데다가 이것저것 들어가 있는 것들이 많아서 꽤 비쌀 것 같았다.

어쨌든 지금 당장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일단 내려가기로 했다.


[저 지금 내려가요.]


우경현한테 사냥이 끝났다고 알려준 뒤.

옥상에 랜딩해서 아래로 내려가자 이미 문을 살짝 열어 놓고 언제 내려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나한테 할 말이 무척 많은 표정이었는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등짝을 세게 한 대 맞고 말았다.

아까 투신자살이라도 하는 것처럼 거실에서 밖으로 뛰어내린 대가였다.


“이 자식아. 아까는 정말 식겁해서 심장 마비 오는 줄 알았잖아!”

“그러니까 사람 말을 좀 믿어줘요.”

“상식적으로 그렇게 비행기에 올라타는 게 말이 되냐? 요새에 활주로 같은 게 있는 줄 알았지.”

“요새 위에서도 그렇게 뛰어내리면서 타거든요.”


탑승 방법을 설명해 주자.

우경현은 완전히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거라 이해는 되었다.


“비상용 낙하산 같은 거는 없어?”

“없던데요. 당연히 카멜에서도 비상 탈출을 위한 장치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어요.”

“1차 세계 대전 당시에 탈출용 낙하산이 장착된 전투기는 전쟁 막바지에 나왔으니 그건 감수할 수밖에 없지.”


당시 낙하산 기술은 좋지 않았거든.

그래서 군대에서도 상당히 불신했었다.

처음으로 조종사에게 낙하산을 지급해 준 것이 독일이었는데 1918년 경의 일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1차 세계 대전은 1918년에 종전했다.

독일의 조종사들은 몇 개월 정도 낙하산의 효과를 볼 수 있었는데 생존율에 큰 영향을 줬고 그게 지금까지 점점 발전해가며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저것들은 다 뭐예요.”


출격하고 온 사이.

집이 조금 번잡스러워졌다.

거실 입구 쪽에 박스가 몇 개 쌓여 있었고 상당히 커다란 가방 두 개가 옆에 놓여 있었다.


“슬슬 요새로 옮겨갈 준비 해야지.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후딱 옮기려고.”

“아직 레벨업 못했어요. 필수 요소 세 가지가 있었는데 두 가지는 패스했고 아직 한 가지 남았어요.”

“뭐가 남았는데?”

“괴물 100마리를 처치해야 하는데 아직 28마리 남았어요. 내일 중에 마무리될 것 같은데 곧바로 요새로 옮겨갈 생각은 없어요.”


우경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기에,

나는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아직은 벽과 지붕밖에 없어 불편할 것이라 말했는데 우경현도 어느 정도는 동의했으나 지워낼 수 없는 불안감이 있다며 토로했다.


“고치에서 뭐가 나타날지 모르잖아. 코앞에 저런 게 있으니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더구나 여기는 고층 아파트라 도망갈 곳도 없어.”

“하긴 자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요새에 타고 있으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더 안전한 지역에서 편하게 쉴 수 있으니 그렇지.”

“알았어요. 일단 내일 사냥해서 레벨부터 올리고 다시 이···.”


내일 계획을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모든 조명이 동시에 꺼졌다.

빛을 가리기 위해 쳤던 커튼을 열고 창밖을 보니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일산 전체가 어두컴컴해졌다.


대규모 정전이었다.

전기 시설이 파손된 탓에 생긴 일인지.

아니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겨 순차적인 단전인지 알 수 없었다. 이미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전기가 그냥 막 생기는 게 아니잖아.

발전소가 돌아가야 전기가 생길 텐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들 가족이 있을 거 아냐.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적으로 일해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였고 기대도 애초에 하지 않았다.


더구나 시설의 파괴도 문제였다.

괴물의 습격 때문에 변전소와 변압기가 부서진 일도 많다고 들었고 심지어 어제는 고압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이 무너졌다는 소식도 있었다.


“아··· 결국에는 전기가 나갔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항공 요새로 꿀 빱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불벼락의 검사 +6 24.08.20 12,669 312 13쪽
10 탈영하라는 건가요 +7 24.08.19 13,062 309 13쪽
9 여기서 딱 기다려 +12 24.08.18 13,726 332 14쪽
8 문제는 누굴 데려오냐 이거지 +7 24.08.17 14,697 351 15쪽
7 설마 아니겠지 +14 24.08.16 15,126 381 13쪽
» 결국, 전기가 나갔네요 +5 24.08.15 15,371 366 13쪽
5 잘 차려진 밥상은 먹어야지 +7 24.08.14 15,840 370 12쪽
4 이런 곳에 살고 있었구나 +9 24.08.13 16,872 388 15쪽
3 이제 다 죽었어 +18 24.08.12 18,082 409 14쪽
2 솝위드 카멜 +13 24.08.12 21,290 389 13쪽
1 탑승하시겠습니까? +27 24.08.12 27,360 44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