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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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함™
그림/삽화
08시25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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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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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직원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일꾼들을 호출해 무너진 공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황당할정도다.


물론 나 역시 익숙해져 무덤덤했지만.


“쯧쯧, 잘들 논다.”


그때 또 누군가가 만찬장으로 들어오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오셨습니까. 본부장님. 아주머님.”


난 천천히 몸을 돌려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만찬장에 들어선 건 화가람의 오빠인 화용제, 그리고 그의 아내인 고소라.


화씨 가문에서 그나마 냉정한 성격을 지닌 화용제와 교활한 고소라 부부는 가장 조심해야 할 특급 경계 대상이다.


특히 고소라를 조심해야 한다.


이들에겐 10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는데 족보상 대를 이을 가장 유력한 장손이었기에 주변 관리가 정말 철저했다.


헌터 등급은 각각 S, A.


엘리트 중에 엘리트 부부라고 볼 수 있다.


복장은 둘 다 검은색 정장과 가벼운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형의 기세가 발산되는 듯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고소라가 뻥 뚫린 벽면을 보며 냉랭하게 물었다.


때마침 화범이 몸을 가볍게 풀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만찬장으로 돌아왔다.


화가람이 남동생과 그녀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남매의 일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뭔 상관이냐는 듯한 날이 선 말투.


“남매의 일을 왜 가족들이 모일 이곳에서 벌이는지 모르겠군요. 정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네요. 그렇지 않아요? 여보?”


화가람의 날카로운 기세에 눌린 고소라는 슬쩍 화용제를 끌어들였다.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둘 다 그만해. 아버지가 보면 또 난리가 날 걸 알면서 이러는 거냐?”

“쳇.”


그의 말에 화범은 신경질적으로 옷을 털며 입을 쭉 내밀었다.


남들 앞에선 안하무인이지만 누나와 형 앞에선 기도 제대로 못 펴는 그였다.


반면 화가람은 화용제를 똑바로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는 언제까지 새언니 말만 듣고 살 거예요?”


하, 이렇게 대놓고.


난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구나.


“뭐? 올케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네. 하긴 너희 같은 쇼윈도 부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안 그래? 판 실장?”


그 순간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역시나 마지막 화살은 나에게 돌아왔다.


난 곧장 답했다.


“물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뭔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대답. 말을 받아치려고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뚜렷하게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의 말에 화범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화용제는 미간을 좁혔다. 그게 뭔 소리냐는 표정이다.


내 속을 눈치챘는지 고소라는 피식 웃으며 시선을 돌렸고 마지막으로 화가람은 한심하단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전쟁을 피하려면 이게 최선이다.


벌써 시간이 55분을 넘고 있다. 곧 있으면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현재 화승 그룹의 회장인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오신다. 그 전에 상황을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 장인어른의 분노를 온전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저녁 6시.


미리 자리를 잡은 우리는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화용제가 자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막내는 오늘도 늦는군.”


막내라면 아내의 여동생인 화승화를 말하는 것이다.


“연락해 볼까요?”


고소라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놔둬. 본인 스스로 눈 밖에 나고 싶다는데. 말릴 수가 있나.”

“그래도 한 가족인데 우리가 챙겨야 하지 않겠어요? 누구 하나 챙기는 이가 없잖아요.”


고소라는 우리보고 들으라는 듯 제법 큰 소리로 말했다.


화가람이 마력를 끌어올리는 듯했으나 이내 가라앉혔다.


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 정도는 참아야지.


6시가 넘었는데도 장인어른 내외와 할아버님 내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워낙 시간 약속은 철저하게 지키시는 분들이라 다들 의아한 상황이다.


슬슬 분위기가 산만해지려는데 천외장의 대집사인 조귀중이 품위 있는 걸음으로 만찬장을 들어왔다.


나이를 제법 지긋이 먹은 그는 각성 능력 A등급에 오랜 세월 할아버님을 보좌했던 터라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었다.


그렇기에 화씨 가문의 직계들조차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회장님께서 급한 용무로 사장님과 함께 용산에 가셨습니다. 식사는 이틀 뒤로 연기하신다고 합니다. 식사를 준비할까요?”


용산이라면 대통령실 청사를 뜻하는 말이다.


“아닙니다. 바쁜 시간 쪼개서 왔으니, 용무가 끝났으면 가봐야죠.”


대집사의 말에 화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고소라 역시 품위 있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우리를 바라보고 말했다.


“우리가 한가하게 서로 마주 보고 밥 먹을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녀의 말에 화범은 어깨를 으쓱거렸고 화가람은 무시하듯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바로 그때 대집사가 전화를 받더니 예의 바르게 대답한 뒤 나에게 폰을 내밀었다.


“그리고 판결하 실장님. 회장님께서 할 말이 있다고 하십니다.”

“예?”


난 다소 놀라며 대집사를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경계와 시기 어린 눈빛.


이런 주목은 달갑지 않은데 말이지.


난 어쩔 수 없이 재빨리 폰을 넘겨받았다.


“예. 접니다. 회장님. 아, 예. 아닙니다. 시간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예. 들어가십시오.”


난 전화를 끊고 다시 폰을 대집사에게 넘겨줬다.


그리고 날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내일 노조에 다녀오라고 하시네요. 화승 포터 연합 쪽이 파업 중인데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정직원 채용 문제 때문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나의 말에 그제야 경계하던 눈빛들이 사라지고 가소롭다는 표정이 드러났다.


“아, 판 실장. 포터 연합 출신이었지. 그래. 같은 출신이니까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할 거 아냐. 그래서 할아버지가 연락했나 보네. 하긴 법무팀 끌고 가봐야 욕만 잔뜩 먹지.”


화용제가 비꼬듯 말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화가람을 만나기 전까진 화승 하청업체에서 포터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아는 사람도 상당하다. 아직까지 연락하면서 지내는 사람도 있고.


“하하. 뭐 그런 셈이죠.”


하지만 정말 그게 다일까?


“아니면, 그만큼 믿고 보낼 사람이 화씨 가문에 없어서이지 않을까요?”


속으로 곱씹어야 할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걸까?


“뭐?”


순간 화용제의 얼굴이 구겨졌다. 고소라와 화범 역시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내는 의외라는 듯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2년 동안 단 한 번도 자신들의 말에 거역하거나 반론을 제기한 적이 없으니 당황할 만하지.


그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고소라가 화용제의 귓가에 뭔가를 소곤거렸다.


그러자 화용제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판 실장, 그게 무슨 뜻이지? 지금 우리 가문을 무시하는 건가?”

“설마요. 그냥 말 그대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 새끼가 드디어 미쳐 버린 건가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화용제.


그때 기회만 엿보고 있던 화범이 끼어들었다.


“형님! 매형이 진짜 오늘 이상하다니까요? 뭘 잘못 처먹었나······.”

“야, 화범! 말조심해! 뒤지기 싫으면.”


이번엔 화가람이 치고 들어왔다.


그러자 화범은 화용제 쪽으로 붙으며 큰소리쳤다.


“누나! 누나도 오늘 진짜 왜 그래? 아니, 평상시엔 방관하더니. 왜 갑자기 매형 편을 드냐고! 둘이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 서로 필요에 의해...”

“그 입 닥치지 못해!?”


화아악-


순간 뜨거운 열기와 함께 진홍빛 불꽃이 형상화되며 화가람의 몸을 휘감았다.


젠장, 아무래도 또 스위치가 켜진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아내는 왜 오늘따라 유독 내 편을 들어주는 걸까?


“화가람! 지금 어디서 기운을 뿜어내는 거냐! 당장 거두지 못해!”


화용제가 버럭 소리치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두 사람 모두 S급의 각성자.


물론 성장세나 위력을 봐선 화가람이 더 강하다지만 헌터 숙련도로 따지면 화용제가 한 수 위. 서로 무시 못 하는 관계다.


“흥! 오빠나 거두지? 마누라 치마폭에 싸여서 허수아비처럼 휘둘리는 주제에!”

“뭐? 말 다했어!?”


화용제의 이마에 혈관이 도드라지고 눈이 회까닥 뒤집히려고 했다.


“아니? 아직 덜했는데? 솔직히 판 실장 없었으면 우리 가문의 평판이 좋아졌을 거라고 생각해? 정신 차려! 무식하게 힘으로만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 말고!”

“이게 진짜!”


쿠오오오-


결국 화용제가 화를 참지 못하고 기운을 뿜어내고 말았다. 이에 질세라 화가람 역시 막아 둔 기운을 개방했다.


화아아악!


두 사람의 강렬한 기운이 뒤엉키자 만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기세였고 직원들이 대피하듯 모두 건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몇 직원들은 겁에 질려 몸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고소라와 화범은 일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익숙하다는 표정이다.


투툭! 투두둑!


만찬장이 뒤흔들리면서 벽 여기저기 금이 가고 흙먼지가 떨어졌으며 내부에 있던 식기들과 가구들은 이미 나뒹굴고 있었다.


그야말로 터지기 일보 직전.


두 사람 중 하나라도 주먹을 휘두른다면 만찬장은 가루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직원들 역시 피해를 입겠지. 운 나쁘면 휘말려서 죽을 수도 있다.


“모두 그만하세요!!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난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며 소리쳤다.


양쪽에서 치솟아 오르는 엄청난 기운에 정신이 아찔하고 몸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지금 나서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터질 것이다.


난 마력을 모두 끌어모아 각성 능력을 펼쳤다.


불처럼 타오르는 둘의 기운 사이로 푸르스름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마치 불을 끄듯 점점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자, 난 재빨리 선수 쳤다.


“여기서 싸워 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거기에 직원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정말 끝장입니다. 게다가 이 일이 만약 장인어른이나 할아버님의 귀에 들어가면 또 한 차례 난리가 날 겁니다.”


그제야 조금 누그러드는 화용제.


그때 고소라가 다가와 그의 팔짱을 꼈다.


“그래요. 오늘은 그만하고 가요. 여보.”

“쳇. 너 나중에 이야기 좀 하자.”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황급히 만찬장을 빠져나갔다.


화범 역시 화가람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화용제 뒤를 바짝 쫓아갔다. 괜히 남아 있다가 화가람에게 또 얻어터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욱신.


그때 가슴에서 또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젠장, 하필 이때.’


“정리하고 들어갈게. 먼저가.”


난 고통을 겨우 참아내며 내색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뭔가 말하려다 이내 홱 돌아서며 만찬장을 빠져나갔다.


“크윽!”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난 가슴을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고통이 밀려들어 온 것이다.


“모두 문 닫고 나가!”


난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직원들이 황급히 만찬장을 빠져나가며 모든 문을 닫았다.


바로 그 순간.


파아아- 솨아!


“허억!”


가슴 쪽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터질 듯한 고통은 점점 사그라지고 갑자기 마력홀에 기운이 빠른 속도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흐읍!”


몸이 가벼워지면서 온몸에 생기가 도는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


[각성 능력이 개화했습니다.]

[능력이 상승함에 따라 고유 특성이 개방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문구.


각성 능력 개화? 상승?


상승은 불가능하지 않았나?


그리고 열리는 상태창.


[판결하 : 전체등급 E, 숙련도 : 1%]

[각성 능력 : 잔잔한 호수(E) –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진정시킬 수 있다. 본인의 침착함과 사고력을 높여 준다.]

[고유 특성 : 무한한 신뢰(상대방에게 믿음을 줘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히든 특성 없음]


F였던 등급이 E로 오르고 고유 특성이 생겼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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