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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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함™
그림/삽화
08시25분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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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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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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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예? 판 실장님이 어떻게······.”

“너무 위험합니다! 판 실장님!”

“절대 안됩니다!”


헌터 팀장과 경호 팀장 모두 적극적으로 나를 말렸다. 하지만 나의 뜻은 완고했다.


“팀장님들. 절 믿어 보세요.”


몬스터가 언제 땅속으로 도망칠지 모른다.


한시가 급한 상황.


서둘러야 한다.


난 슬쩍 각성 능력을 사용해 그들을 진정시킨 다음 천천히 4급 몬스터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쪽 손을 들어 올려 몬스터를 향해 각성 능력을 펼쳤다.


정말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모든 헌터들과 포터, 그리고 미나와 경호원들은 숨죽이며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헌터들은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각자의 능력을 펼칠 준비를 했다.


솨아아-


내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아지랑이가 마치 안개처럼 몬스터를 감쌌다.


크으으으-


그러자 요동치던 여러 개의 촉수가 얌전해지고 살벌하게 헌터를 씹던 이빨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입 위로 나 있는 조그마한 눈이 정확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정해. 그를 놔주면 조용히 떠날게. 그를 놔줘.”


나의 말이 통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헌터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했다. 무슨 짓을 해서든 말이다.


크러렁-


그러자 놀랍게도 몬스터는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하더니 이내 헌터를 툭 내뱉었다.


헌터는 온몸에 자잘한 상처가 나 있었지만, 치명상은 없어 보였다. 각성 능력이 목숨을 살린 것이다.


그는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아, 예······.”


그사이 4급 몬스터는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지 손과 다리가 잘게 떨려 왔다.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각성 등급이 올라서 없던 자신감이 생긴 것일까?


[판결하 : 전체등급 E, 숙련도 : 2%]

[각성 능력 : 잔잔한 호수(E) –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진정시킬 수 있다. 본인의 침착함과 사고력을 높여 준다.]

[고유 특성 : 무한한 신뢰(상대방에게 믿음을 줘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히든 특성 없음]


숙련도가 1%가 올랐다.


역시 이 정도는 약한 건가. 앞으로 등급이 오를수록 숙련도가 쌓이는 속도는 더욱 더뎌질 것이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화씨 가문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등 뒤로 열기가 느껴졌다.


뭐지?


난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곳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겁 없이 이런 델 들어와?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진홍빛의 강렬한 불꽃, 이글거리는 눈빛, 도도하지만 흥분된 목소리.


헌터계의 초신성이자 여신이라 불리는 화가람.


바로 내 아내였다.


‘이게 웬 꿀이냐.’


난 그녀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재빨리 각성 능력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녀가 여기엔 웬일일까?



***



화씨 가문의 사유지인 화금원 동쪽 언덕에 자리 잡은 거대한 저택인 ‘천수정’.


이곳은 화승 그룹의 회장인 화천천이 머무는 곳이다.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벽면과 높게 솟아오른 뾰족한 지붕, 그리고 붉은 계통의 조명들이 건물을 비추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화금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어두침침한 3층 서재에는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회장 화천천과 그의 아들인 화독구였다.


부자 관계라 그런지 두 사람은 상당히 닮아 있었는데 특히 화천천의 타오르는 듯한 검붉은 머리카락과 눈썹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강렬하게 빛나는 적안과 거대한 풍채가 아들인 화독구를 압도했다.


“판 서방은 출발했나?”


육중한 목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지자 화독구의 몸이 잘게 떨렸다.


“예. 오늘 중으로 1차 협상 결과가 나올 겁니다.”

“과연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군. 이번 노조 파업은 상당히 거세단 말이지.”

“뭐, 판 서방이니 잘 처리하겠지요.”

“음······.”


화독구의 여유로운 대답에 화천천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이번에 범이가 또 사고를 쳤다지?”

“아, 예. 절 닮아서 그런지 워낙 혈기왕성해서······.”


화독구는 화천천의 날카로운 눈빛에 말끝을 흐렸다.


쿵!


“혈기왕성한 것과 버릇이 없는 걸 아직도 구별 못 하는 게냐?”


화천천은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의자 손잡이를 내려쳤다.


순간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사방을 덮쳤다.


화독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기절을 했으리라.


화독구는 몸을 들썩이면서 황급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아닙니다. 아버지. 제가 이번엔 따끔하게 혼내겠습니다.”

“혼낸다고 정신을 차릴 놈이 아니야. 이번에도 판 서방이 아니었다면 우리 가문에 제대로 먹칠을 했겠지.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겠다.”


화를 가라앉힌 화천천은 검붉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시선을 멀리 향했다.


화독구는 괜히 그의 시선을 따라 쳐다보더니 이내 별거 없는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다른 방법이라면······.”

“넌 몰라도 된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화천천이 딱 잘라 말하자 화독구는 순순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여포가 되는 화독구였으나, 자신의 아버지 앞에선 그저 새끼 호랑이에 불과했다.


“그리고 듣자 하니 가람이가 생방송에서 리포터의 싸대기를 갈겼다며?”

“하하하, 그거까지 들으셨습니까? 딸 내외가 워낙 금술이 좋다 보니······. 리포터가 판 서방에게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그걸 가람이가 참지 못했고요.”


화독구가 당황하며 헛소리를 해대자, 화천천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금술이 좋기는! 금술이 좋은 부부가 각방을 쓰고 그렇게 서로 냉랭하더냐. 그리고 애도 갖지 않고. 쯧쯧······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둘이 합방을 하게 만들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죄송합니다. 아버지.”


화독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생각해 봐라. 가람이의 천부적인 재능과 판 서방의 평정심을 모두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야말로 우리 화씨 가문의 기둥이 될 인재가 아니겠느냐!”

“그건 그렇지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두 사람이 합병, 아니, 합방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알겠느냐?”


화천천은 마치 대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당부했다.


안광이 붉게 빛나며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 화천천은 그야말로 절대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마침 좋은 방법이 한 가지 떠올랐습니다.”

“그래? 그게 뭔데?”

“그게······.”


화천천이 관심을 보이자 화독구는 결연에 찬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가 마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소곤거렸다.


이야기를 듣는 화천천은 탐욕이 가득 찬 눈빛을 하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검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그때.


끼이이익-


서재 문이 천천히 열리고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작은 체구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둘이서 또 무슨 작당모의를 하고 계시나요?”


비단처럼 부드러운 동시에 바늘처럼 날카롭게 찌르는 목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지자 두 부자는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 쳤다.


“어엇! 자, 작당모의라니! 우린 그냥 우리 가문의 건설적인 일을······.”

“예, 예! 맞습니다. 어머니. 별일 아닙니다.”


둘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딴청을 부렸다.


그러자 그녀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더니 화천천에게 다가가 쏘아보며 몰아세웠다.


체구가 거의 두 배 차이였지만 그 기세만큼은 둘을 뛰어넘었다.


“가문의 건설적인 일이라니요. 설마 또 가람이와 판 서방 사이의 문제에 개입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정곡을 찔린 화천천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험악한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


“에이, 설마! 그 둘은 당연히 부인 말대로 그저 물 흐르는 듯이 놔두기로 하지 않았소. 우린, 아! 그 범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오.”


화천천이 화독구에게 눈치를 주자 그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예! 맞습니다. 범이가 또 사고를 치는 바람에. 그거 때문에 아버지와 고민 중이었습니다.”


둘의 말에 그녀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휴. 우리 불쌍한 범이.”

“아니, 부인······ 그렇다고 그렇게 걱정할 일은······.”


그녀가 울상이 되자 화천천은 그녀를 달래기 바빴다.


“안 되겠어요. 내가 범이를 한번 만나봐야겠군요. 아범아.”

“예. 어머니.”

“범이를 부르거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하자꾸나.”

“예. 어머니. 지금 당장 오라고 연락하겠습니다.”


화독구는 연락을 핑계 삼아 재빨리 서재를 빠져나갔고 화천천은 여전히 그녀의 눈치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렸다.


그녀의 이름은 김미자.


화천천의 아내, 즉 화가람의 할머니.


사실 화승 그룹이 이렇게까지 세계적인 대기업이 된 데에는 그녀의 공이 컸다.


불같은 성격의 화천천을 현명하게 다스리며 기업을 일구었고.


균열이 출현하고 빠르게 길드를 만든 것도 바로 김미자의 생각이었다.


지금도 화승 그룹의 큼지막한 일들은 모두 김미자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화씨 가문의 실세인 셈이다.



***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포터 연합 노조와의 협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나갔다.


물론 아직 타결된 건 아니었기에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관문들이 남았지만,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분쟁 없이 잘 해결될 것 같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물론 나의 공도 있지만 화가람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그녀가 나타난 뒤 수많은 4급 몬스터들을 손쉽게 처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직관한 헌터들과 구출된 포터들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물론 그녀는 모든 몬스터를 처리한 뒤 거짓말처럼 사라졌지만, 그 여운은 노조 협상 자리까지 남아 있었다.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재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서호재’는 본채에 아내가 살고 별채에 내가 살고 있었다.

통로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별개의 건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 조수석에 앉은 이 비서가 몸을 비틀며 나를 바라봤다.


“정말 장난 아니었다니까요. 화가람 팀장님께서 ‘걸리적거리지 말고 비켜!’라면서 균열로 뛰어 들어가는데 정말 큰일 난 줄 알았다고요.”

“큰일이 날 뻔하긴 했지.”


난 몇 시간 전을 회상하며 중얼거렸다.


“예?”

“아니야. 그런데 왜 7급 균열에서 4급 몬스터가 나온 거래?”


나의 질문에 이 비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패드를 나에게 건네며 갑자기 진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추리극의 탐정처럼 말이다.


“현재 GSI에서 조사 중인데 아직까지 원인을 찾지 못한 걸 보니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게 끝?”

“아닙니다. 제가 여러 자료들을 취합해 봤는데 최근 3개월 동안 등급에 맞지 않는 몬스터의 등장 빈도가 작년에 비해 무려 10%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7급에서 4급 다수가 나타난 경우는 무려 21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패드를 넘겨보며 이 비서의 말을 듣고 있던 난 빤히 그를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이 비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럴 때 보면 똑똑해 보이는데.”


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실장님. 저 화승대 경영학과 수석 입학! 수석 졸업생입니다! 실장님의 후배라고요. 절 항상 무시하시는데, 저 스카웃 돼서 실장님 비서가 된 겁니······ 응? 웬 연기가?”


열변을 토해 내던 이 비서가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어디?”

“어라? 저기 실장님 별채 쪽 아닙니까?”


그사이 차는 서호재 입구로 들어섰고 활활 타오르고 있는 나의 별채를 볼 수 있었다.


“아······?”


부르르-


그때 속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장인어른이었다.


난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자네 집에 불이 났었다면서?


느낌이 싸하다.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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