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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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함™
그림/삽화
08시25분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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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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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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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가평 아래쪽 북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 커다란 카페가 있다. ‘더 구움’이라는 곳인데 빵이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막 붐비진 않았다. 2, 3층까지 있고 워낙 넓어 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가평을 오고 갈 때 자주 들렸던 곳이었는데 오랜만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좋구나. 이걸 잊고 살다니.”


난 커피와 빵을 주문한 뒤 2층 테라스 자리를 잡고 북한강의 정취를 느꼈다.


가을 초입이라 그런지 산과 숲이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강물에 비친 그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했다.


청명한 공기. 제법 선선한 날씨임에도 아직까지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눈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게 대체 얼마만의 힐링인지.


그때였다.


“저희가 먼저 자리 잡았다니까요?”

“아니, 외투 한 벌 의자에 걸쳐 놓고 자기 자리라는 게 말이 됩니까? 거기에 저희가 여기 앉은 지 한참이나 됐는데 이제 와서 비키라니······.”

“아니, 카페 구경하다가 왔죠. 그리고 옷이 의자에 걸려 있는데 앉은 것부터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사람이 매너가 있어야지. 저희는 못 비켜요.”

“매너요? 매너는 그쪽이 없는 거 같은데요!?”


흐음······.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다.


북한강이 잘 보이고 살짝 독립적인 테라스 끝자리.


카페 내 빈자리가 많았건만, 하필 그 자리를 고집하며 두 일행이 말싸움이 붙었다.


문제는 바로 내 옆자리란 것이다.


몇 년 만에 누리는 자유 시간을 타인에 의해 망치는 건 용납되지 않았다.


슬쩍 자리를 옮기려다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걸 보고 그대로 놔뒀다간 안 될 것 같았다.


보다 못한 종업원이 와서 말렸지만, 오히려 화만 부추길 뿐이었다.


이건 자리를 옮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냥 갈까하다가 이대로 가기엔 뭔가 억울하다.


난 그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두 분.”


순간, 카페 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응? 그렇게 크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설마 고유특성 때문인가?


“응?”

“뭐죠?”


둘은 신경질적으로 나를 쳐다봤다.


“진정하세요. 목소리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주위를 보세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쾌한 시선으로 이곳을 보고 있는지.”


나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얼굴을 붉혔다. 이제야 자신들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들이 어떤지 깨달은 모양이다.


난 다시 말을 이었다.


“늦게 오신 분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시는 건 어떨까요? 먼저 오신 분들 보니 거의 드신 거 같은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원만하게 해결될 문제 아닐까요?”


나의 말에 두 사람은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살짝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어차피 곧 갈 생각이긴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희가 좀 억지를 부리긴 했네요. 그냥 옆 테이블에 앉을게요.”


응? 이렇게 쉽게 화해한다고?


“아, 그럼 잘 해결된 거 같군요.”


난 얼떨떨하게 말했다.


이야기를 끝내면서도 어안이 벙벙하다. 방금 전까지 서로 치고받을 것같이 싸우던 두 사람이 순식간에 얌전한 양이 되어있었다.


‘일반인에겐 확실히 고유 특성이 더 잘 먹히는 모양인데.’


생각해보니 생활하거나 일하면서 제법 쓸 만한 능력 같다.


“혹시 판결하 씨 아니세요?”


그때 테이블에 앉아있던 일행이 대뜸 물었다. 그러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아, 그게······.”


내가 잠시 당황하자 옆에 있던 한 여성이 자신의 입을 가리며 말했다.


“와! 맞네! 그 화가람 헌터가 리포터 싸대기 날렸던 영상 있잖아요! 거기에서 봤어요!”

“오! 맞네! 나도 봤어!”


인터넷에 올라온 싸대기 영상이 단 하루 만에 전 세계적으로 천만 뷰를 넘었다는 걸 생각하면 나를 알아보는 이가 있다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아, 보셨군요. 맞습니다. 제가 판결······.”

“헐!”

“대박······.”


내가 대답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양쪽에서 탄성을 자아냈다. 그리곤 자기들끼리 뭔가를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아무래도 평화로운 휴식은 여기까진 듯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안 그래도 집중됐던 이목이 더욱 심해졌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테라스로 나오거나 일하는 사람들도 기웃거리는 상황.


“판결하래. 판결하.”

“헐. 화가람 남편이잖아.”

“소문으로는 F등급 헌터라던데.”

“그래? 내가 듣기론 엄청난 능력을 숨기고 있다던데? 그러니까 화가람이랑 결혼을 했지.”

“에이 설마. 내가 듣기론 그냥 화씨 가문 뒤치다꺼리나 한다고······.”

“하긴 화가람이 아깝긴 하지.”

“화가람이랑 결혼한 거 자체가 미스테리지.”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소리.


과거였다면 들리지 않았을 작은 속삭임이었지만, 각성 능력이 상승한 후로 이상하게 오감이 민감해졌다.


각성 능력과 더불어 신체 능력도 향상되는 건가?


‘힐링하기는 글렀군.’


결국 난 짐을 챙겨 카페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려는데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타이밍에? 설마 이 실장이 연락했나?


“예. 어머니.”


-결하야! 너 무슨 일 있니?


“예? 왜 그러세요?”


어머니의 목소리엔 걱정스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니,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어머니는 몇 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해 주시기 시작했다.


***


경기도 가평 북쪽에 위치한 결하네 사과 농장.


가평은 83%가 산지인 만큼 맑은 공기와 물에 둘러싸여 있으며 일교차가 큰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사과의 과즙이 풍부해 맛이 좋고 당도가 높아 인기가 많았다.


초가을 수확 철이 다가온 만큼 과수원은 일손이 부족할 만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농장에 나온 판당찬, 이헌영 부부는 점심도 거른 채 일을 하고 있었다.


판당찬은 가평 사과 연합회장을 맡고 있을 만큼 그 자부심이 대단했으며 이헌영 역시 남편을 도와 열심히 사과 농장을 일구고 있었다.


이 시기엔 일손이 부족해 사람을 구해 쓰기도 했다.


“시안이 이놈은 빈아 데리러 가더니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네. 전화 좀 해봐. 바빠 죽겠는데.”

“좀 기다려 봐요. 오는 길에 빈아 맛있는 거라도 먹이는 모양이지.”


판당찬의 말에 이헌영이 달래듯 말했다.


첫째 아들인 판시안은 초등학교 2학년인 딸 판빈아를 등하교시켜 주고 있었다. 그는 사과 농장의 관리, 유통을 맡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이혼을 해 가지곤.”


판당찬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어머! 그게 시안이 잘못인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몇 번이나······.”

“아, 알겠어. 내가 말실수했네.”


판당찬은 재빨리 잘못을 시인했다.


사실 판결하의 형인 판시안은 칠성 그룹이 판결하에게 누명의 씌우고 가차 없이 버릴 때, 판결하 대신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2년 수용되었다.


그사이 사회의 시선과 가난을 못 견딘 아내가 이혼서류를 내밀었고 그는 순순히 도장을 찍어 줬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빈아가 잘 자라줘서 고마울 따름.


“응?”


그때 이헌영이 모자를 젖히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휘이잉! 우우우웅-


눈 부신 햇살 사이로 두 개의 검은 물체가 날아오더니 천천히 농장 상공으로 하강하고 있었다.


“저게 무슨······?”


이헌영의 말에 판당찬 역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제 바로 눈앞까지 내려온 길드선 두 대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어머!”

“뭐, 뭐야!?”


둘은 기겁을 하며 과수원용 트렉터에서 내려왔다.


하늘에서 떨어진 건 다름 아닌 슈트로 완전무장 한 헌터들. 땅에 유유히 착지한 그들은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 과수원을 둘러쌌다.


“어머나! 이게 뭔 일이래!”


이헌영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몇 년 전 칠성 그룹과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 여보! 빨리 결하에게!”

“아! 알겠어요.”


이헌영은 둘째 아들에게 전화하기 위해 폰을 찾았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목에 걸고 있다는 걸 깜박할 정도다. 겨우 폰을 발견한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예. 어머니.


“결하야! 너 무슨 일 있니?”


-예? 왜 그러세요?


“아니,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행기가 나타나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화승 길드 사람들 같은데······.”


-예? 알겠어요. 지금 집에 가는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뭐? 여길 온다고? 갑자기 왜? 진짜 무슨 일 있는 거니?”


이헌영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무 일 없어요. 휴가라 가는 거예요. 일단 끊어 보세요. 제가 길드 본사에 연락해 볼 테니!

“어어, 그래.”


통화하는 사이 무장한 헌터 중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듯 민소매에 슈트를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판 실장님 부모님!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저희는 일주일간 이곳의 안전을 책임질 화승 길드 7팀장이라고 합니다. 일주일간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예. 그런데 왜?”


이헌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판당찬은 이미 목석이 된 상태.


“판 실장님께서 일주일간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신다는 정보를 받고 안전을 위해 투입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편하게 지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 그, 그래요.”


대답은 알겠다고 했지만, 부부의 머릿속은 새하얘지고 있었다.


이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상황인가? 하늘엔 비행기가 떠다니고 농장 주위로 헌터들이 배치됐는데 신경 쓰지 마라니.


이헌영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엄마, 아빠!”

“할무니!”


그때 농장 입구에서 첫째 아들과 손녀가 뛰어왔다.


“대체 뭔 일이에요? 전쟁이라도 난 건가? 결하 또 사고 쳤어요?”

“와! 현타 아저씨다!”


판빈아가 앞에 서 있는 헌터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7팀장이 허리를 숙이며 활짝 웃었다.


“현타가 아니라 헌터란다. 헌터.”


***


난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면서 박 이사와 통화를 마쳤다.


박 이사가 헌터팀에 명령을 내렸는데 그게 와전되어 헌터팀에서 열과 성의를 다한 모양이다. 너무 과해도 독이 되는 법.


일단 과수원에 투입된 헌터들을 물리고 길드선 역시 되돌려 보냈다. 대신 길드선에 결속되어 있는 2인승 쾌속선을 대기시켰다.


언제라도 10분 이내로 화금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형과 조카가 과수원 입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아, 내가 괜한 짓을 했네. 괜히 걱정시켜 드리고.”


난 과수원 앞 공터에 주차를 한 뒤 출발 전 화승 백화점에 주문해 둔 어린이 인형 세트와 발렌타인 40년산, 그리고 최고급 투뿔 한우를 챙겨 들고 차에서 내렸다.


“저 왔어요. 어머니, 아버지!”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


역시 가족 품이 가장 편안하다.


하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평화가 사실 폭풍전야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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