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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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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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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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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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댓글은 한글, 영어, 일어, 중국어 등등 많은 종류의 언어가 보였다.


‘아주 글로벌하구나.’


그중 몇몇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드디어 화씨 가문 데릴사위 판결하의 베일이 벗겨졌다! 그는 바로 몬스터 테이밍 능력 각성자!]


몬스터 테이밍이라, 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사실 저거 염력임]


머릿속이 궁금한 사람이네.


[웃기고 있네. 판결하의 능력은 화씨 사람들 진정시키는 거거든? 아마 몬스터도 적용된 듯? 릴렉스~]


오, 제법 진실에 가까운 댓글도 보인다.


[저 헌터 누구임?? 헌터 망신 다 시키네. 화승 길드에 저런 헌터가 있다고?]


오지천 헌터라고 했나? 신입이면 그럴 수도 있지. 망신은 무슨.


[멍청한 놈들아. 좀 알고 떠들어 4급 몬스터를 저렇게 다루는 게 쉬운 줄 아냐? 꼭 헌터도 아닌 것들이 아는 척은]


잘한다. 화이팅!


[화가람하고 이혼하세요. 안 어울려요.]


이 사람은 영상을 잘못 찾아온 듯싶다.


[각성 능력 검사 다시 해 봐야 할 듯~ 어딜 봐서 이게 F급임?]


헛. 예리한 새끼.


[판결하가 화씨 가문에 들어간 뒤 화승 이미지가 좋아지긴 했지]


알아줘서 고맙다.


[솔직히 F급따리가 화가람과 결혼한 거 자체가 기적임]


이건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내가 생각해 봐도 기적 같은 일이었으니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두 부녀가 방을 나가자 난 다시 침대에 누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구경했다.


모든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읽다 보니 꽤 재미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그녀의 이름이 자주 보였다.


당연한 일인가? 우린 부부니까.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건지 모르겠다.


결혼 생활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랄까?


애당초 난 그녀를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그러다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랑은 잘 모르겠고 ‘첫눈에 반했다.’라는 표현은 맞을지도 모르겠다.


***


약 3년 전.


난 6~7급 균열을 주로 다니는 대진 길드의 포터로 일하고 있었다. 6~7급을 다닌다는 건 그만큼 등급이 높은 헌터가 없다는 뜻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균열에 투입됐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5급 균열이라는 점.


길드 독단으로 균열을 클리어 하는 게 아니라 연합으로 들어가 합동작전을 펼치려는 것이다.


보통 균열 속에 몬스터들이 많을 때 쓰는 방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몬스터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는 점이었다.


모두 후퇴해!


심지어 등급에 맞지 않는 몬스터까지 출현하면서 수백 명의 연합 헌터들과 포터들이 궁지에 몰려 개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나타난 게 바로 화가람과 화승 헌터팀이었다.


연합으로 들어온 길드 중 화승과 관련된 길드가 있었기에 도움을 요청했던 모양이다.


오오-

와아! 화가람이다!


그녀의 등장에 모든 헌터들과 포터들이 환호했다.


그 당시에도 그녀는 이미 국내에선 최고의 각성 능력자로 유명해진 상태였다.


특히 S급 화공계 능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력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몬스터들 한복판에 뛰어든 그녀는 무지막지한 불꽃을 일으키며 몬스터들을 섬멸했다.


그 모습이 경이롭게까지 느껴지면서 모든 사람들은 그저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곁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강단 있는 얼굴에 가냘파 보이지만 탄탄한 몸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거침없이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모습.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때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몬스터들이 거의 전멸할 때쯤 문제가 생겼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세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욱더 강렬하게 불꽃을 일으키며 대지에 존재하는 모든 걸 녹여 버리고 있었다.


그 여파는 곧 재앙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 있던 헌터들과 포터들까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각성자가 아닌 포터들은 이미 그 기세에 눌려 기절과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화승 헌터들이 다급하게 그녀를 말려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화를 돋을 뿐이었다.


아무도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균열 자체가 터져 버릴 지경.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때 난 그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나만이 그녀를 멈출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몸을 불사르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뒤를 돌아보면서 이글거리는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난 양손을 힘차게 펼치며 보잘것없는 나의 각성 능력을 발휘했다.


“머, 멈춰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이미 온몸에 불이 붙고 정말 이대로 죽는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으니까.


화가람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니까짓 게 뭔데 참견하냐는 듯 말이다.


하지만 이내 이글거리던 그녀의 안광이 차츰 검게 돌아왔고, 온몸을 감싸던 화염 역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균열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대체 어떻게 날······.”


열기가 거의 사그라지자 치유계 헌터들이 다급하게 다가와 나의 화상을 치료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나는 천천히 의식의 끈을 놓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마지막 말이 선명하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당신, 내 남편이 되어 줘야겠어.”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목소리.


‘염병······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소리냐······.’


난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


‘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로맨틱한 고백은 아니었지.’


난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영상을 나갔다.


끝없이 밀려오는 댓글을 계속 보고 있다간 날이 샐지도 모르겠다.


‘그냥 놔두면 천천히 잊히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고 안일함이었다.


갑자기 방문을 열고 다시 들어오는 형과 조카를 보며 뭔 일이 터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둘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


“삼촌! 빨리 탈출해!”

“응?”


다짜고짜 탈출하라니.


“지금 밖에 널 찾겠다고 사람들이 미친 듯이 몰려오고 있다고!”

“뭐?”

“방송국, 기자, 유튜버, 구경꾼 등등 그냥 엄청나! 금방이라도 밀고 들어올 기세야! 아무래도 너 1위 찍은 영상 때문인 거 같은데, 이러다 과수원 다 망가지게 생겼다! 니가 빨리 다른 곳으로 유인하라고!”

“유인?”


난 벙 찐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졸지에 미끼가 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사이 내 폰이 진동을 울렸다가 멈춘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화승 그룹 본사.


회사에 출근한 화독구는 아침 임원 회의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부회장님, 어젯밤 막내 아가씨께서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를 주행해서 경찰에 걸리셨는데 그대로 도망을······ 하필 그걸 어떤 기자가 알아서 지금 난리입니다. 그런데 판 실장님은?”

“사모님께서 어제 화승 백화점에서 갑질을 한 영상이 빠르게 인기 급상승 중입니다. 불매운동도 시작됐고요. 어떻게 할까요?”

“첫째 도련님께서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에게 폭언, 폭력을 휘둘렀다고 합니다. 심지어 여자 변호사의 머리채를 잡고······.”

“오늘 국장이 열리자마자 화승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중입니다. 어떻게 대처할까요? 그런데 판 실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하루아침에 수많은 사건이 터졌다.


이사들의 말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판결하가 나타난 뒤로 그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사실 이사들 입장에서는 화독구에게 의견을 묻는 것보다 판결하에게 의견을 묻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화독구는 이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독구는 안 그래도 단순한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 왔다.


성질대로 확 엎어 버려?


“하.”


화독구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판 실장의 일주일 휴가 중 이제 하루만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회사가 마비 상태라니.


단 하루만 해도 이 지경인데 일주일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어느새부턴가 판 실장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쾅!


그때 갑자기 부회장실 문이 산산조각 나며 나뒹굴었다.


온몸에 화염을 두르며 나타난 화가람.


임원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언제 어떻게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빠! 판 서방 어제 외박한 거 알고 있지!?”

“알고 있단다. 그런데 지금 임원 회의 중이란다.”


화독구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자기 본가에 가서 자는 게 외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딸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했다.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외박을 해? 아빤 그걸 허락해 줬어?”

“판 서방도 쉴 땐 쉬어야지.”


화독구의 이마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자신 역시 판 서방이 절실했다.


어머님 명령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멱살을 잡고 끌고 왔을 것이다.


잠깐, 생각해 보니 구세주가 왔는데?


‘아무리 어머님이라 하더라도 가람이가 남편을 데려오는 걸 막진 못할 터.’


화독구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침을 삼키며 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흥······ 밖에서 듣자 하니 판 서방이 없어서 난리인 모양인데······ 내가 가서 데리고 올까? 일주일 동안 감당할 수 있겠어?”


눈을 흘기며 넌지시 말하는 화가람.


‘물었구나!’


“음, 그럼 좋긴 하겠는데. 그래 줄 수 있겠니?”


화독구는 그녀를 슬쩍 떠봤다.


그러자 반색하며 머리를 찰랑거리는 화가람.


“흥, 뭐 어쩔 수 없지. 아빠의 부탁이니까. 내가 데리고 오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판 서방이 없으니 회사가 엉망이잖아. 절대로 판 서방이 보고 싶다거나 신경 쓰여서 그런 건 절대 아니야.”

“그럼, 그럼. 당연하지. 오랜만에 나와 뜻이 통하는구나.”


화독구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뜻을 존중해 줬다.


정말 오랜만에 부녀간의 화합된 모습이었다.


화가람은 곧장 판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릴 생각이었다.


“아씨, 감히 전화를 안 받아?”


전화 연결음이 무려 두 번이나 울렸다.


“넌 죽었어, 이제.”


연결음 세 번 만에 전화를 끊은 화가람은 이를 악물며 부회장실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독구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화가람을 응원했다.


‘빨리 데리고 와야 한다. 내 딸아!’


***


옷을 추려 입고 집 밖으로 나오니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과수원에 몰려와 있었고 취재 차량과 헬기까지 동원되어 집을 그냥 통째로 에워싸고 있었다.


아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판결하 씨!

판결하 씨 계십니까!

비켜 봐요. 좀!

당신이나 비켜. 이 자린 내가 먼저 맡았다고!

저기요!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어! 저깄다! 판결하 씨!

저기 나타났다!


내 모습을 발견했는지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들이닥칠 기세였다.


다행히도 대다수의 기자들은 차마 사유지를 침범하진 못한 채 울타리 밖에서 떠들 뿐이었다.


허나 이성을 잃은 렉카 유튜버 몇몇이 무단 침입을 시도하더니, 이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과수원을 들어오기 시작했다.


설마 어제 카페에서 소문이 퍼진건가?


“이런······.”


내가 황망한 표정을 짓던 순간.


휘이잉-

우우우우웅-


강한 바람과 함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고개를 들어보니 길드선 한 대가 상공에 유유히 떠 있었고, 후미게이트에서 한 불덩이가 빠르게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불꽃의 형상만 봐도 누군지 익숙하다.


지상으로 빠르게 낙하한 화가람은 그대로 과수원 위에 뜬 채로 강한 열기를 발산했다.


“당장 과수원에서 나가지 못해!”


파앙-

퍼펑!


그녀의 외침에 사방으로 마력 파장이 퍼져나갔고 모든 카메라가 그대로 터져버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기겁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녀가 일으킨 불꽃의 열기에 과수원이 불타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침 가을 수확철.


건조한 날씨와 세차게 부는 바람에 과수원은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이고 있었다.


“저런 미친년이······.”


나도 모르게 본심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저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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