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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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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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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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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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장.

DUMMY

“예.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장난 아니고 진짜로.”

“예에-.”


하긴, 본부장과 내가 함께 이겨낸 퇴사의 위기가 얼만데.


“나. 로또 당첨됐어요! 그래서 퇴사 할거라니까.”

“오 얼마예요? 한 십 억정도? 그럼 세금 떼고 하면 오억 좀 안되나. 오억 좋네요. 저 앞에 전원주택 단지에서 제일 싼 집이 오억 정도 한다던데. 아니지. 대리님 지금 아파트 대출이 3억이라 했잖아요? 그거 갚으면 한 2억 남겠다.”


정확히는 삼억 천 구백이지만.

저렇게 계산하고 보니 로또 10억 당첨 가지고는 퇴사 못 한다.


“초능력은 어때요? 원물 시세도 막 보이고 제품들 레시피도 다 보이고.


“대리님이 모르는 레시피가 있어요?”


하긴, 우리 회사 제품 작업지시서를 내가 만들어서 내린다.

생산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서 그렇지 상태창이 안 보여줘도 우리 회사 제품 레시피는 이미 다 안다.


“시세는? 시세 아는 건 좋잖아요!”

“아? 좋다! 대리님 진짜예요? 원물 시세 전부 알고 막 그래요? 우와! 그럼 이제 구매 업무도 가지고 가면 되겠네요!”

“아니. 퇴사한다니까···.”

“그러지 말고 구매도 좀 가져가요. 나 시집 좀 가자.”


이러다가 괜히 내 일만 더 많아질 것 같아 애써 고개를 돌렸다.

생각해보니 상태창이라는 현상 자체가 신기할 뿐이지 딱히 쓸모가 없는 기분이었다.

중요한 정보를 알면 뭐 할까.

내 사업을 시작할 자금이 없는데.


“티백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

일단 우리 딸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때까지만 다니고, 그때 육아휴직 쓰고 퇴직하자.

육아휴직 쓰면 정확히 월급이 얼마만큼 나오는 줄은 모르겠지만, 그때쯤 되면 와이프도 일하고 있을 테니까 어떻게든 된다.


“시. 심대. 대리. 이거 고. 고장 났다.”

“예?”

“여. 여기 바바. 이거. 누 누르면 부직포. 내. 내려가야 되잖아. 아. 안돼.”


어쩐지 티백실에 내려오고 싶더라니.

치현이 행님이 이제 막 티백 기계 하나를 아작내 놓은 듯했다.

물론 기계가 아주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아저씨는 진짜 기계를 못 다룬다.

티백 생산량만 봐도 이전에 계시던 여사님은 하루에 12,000개씩 뽑아냈는데 이 아저씨는 적을 때는 4,000개도 못 뽑아낸다.


“···. 공무 팀장님. 저 티백실인데요. 기계가 잘 안돼서요.”


일단 내가 수리할 수 있는 부분인지 대충 둘러봤지만, 견적이 안 나와서 공무 팀장님을 호출했다.

올 때 보니까 뙤약볕 아래에서 현수막 작업 중이시던데.


“롤링 드라이버 고장 났네.”

“예? 아까까지 잘 됐는데.”

“심대리. 여기 봐라. 여 먼지랑 이물질 보이나?”

“예.”

“이거 먼지 때문에 쇼트난기다. 청소 제대로 안했다는거제. 업체 전화해가지고 한 번 와라 캐라. 온 김에 전체적으로 점검도 싹 함 받고.”


티백 생산량 저조로 치현이 행님한테 이야기하면 늘 청소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었다.

근데 청소 불량으로 기계가 고장 났단다.


“여. 여기까지 내. 내가 어떻게. 처. 청소하노.”


물론 순순히 자기 잘못을 인정할 사람이 아니기에 이참에 티백 기계를 열어서 청소 상태를 점검했는데-.


“여기 좀 보세요. 이거 구더기 아니예요?”

“마. 맞네.”

“행님. 이거 식품 만드는 기계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구더기는 아니잖아요.”

“아. 아니. 그. 그럼 시간을. 마 많이 주던가. 바. 바쁜데.”


여기서 얼마나 더 시간을 많이 줘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굳이 입 밖을 꺼내지 않았다.

좆소지만, 여기도 회사니까.


“일단 여기 청소 좀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니 대표가 와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 온 김에 좀 앉아봐라.”

“저 메모할 것만 좀 가지고 오겠습니다.”

“아이다. 그냥 앉아라.”


순간 불길한 기운이 잔뜩 느껴졌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요새 좀 어떻노?”

“괜찮습니다. 다른 분들도 다들 잘 해주고 계셔서요.”

“아니. 니 말이다. 니. 요즘 어떻냐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 근데 열심만으로 안 된다. 잘해야지.”


허대표는 늘 이런 식이다. 

일하는 사람은 바빠 죽겠는데 혼자서 인생이 얼마나 여유로운지 용건만 간단히도 없고 어떻게든 말꼬리 잡아서 개똥철학 강연을 해야 한다.


“자. 그건 그렇고.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심대리 니가 제조 쪽 팀장을 맡으면 어떻겠노?


보통의 회사였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어쨌거나 팀장으로 승진을 시켜준다는 말이니, 드라마 같은 데서는 좋아서 죽는 리액션이 나왔을까.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역량이 부족해서요.”


다만, 이 회사에서의 저 팀장 자리는 사약이다.

받아서 들면 그냥 바로 죽는다.

저 자리에 앉아 있다가 죽어 나간 사람이, 내가 기억하는 사람만 7명이다. 


“심대리야. 사업이라는 게 있잖아. 유지라는 게 없다. 늘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야. 전쟁터야 전쟁터. 나는 근데 아직 너가 내 사람 같지가 않다.”


웬일로 사람 제대로 봤다.

나는 허대표의 사람이 될 생각이 정말이지 단 1도 없다.


“물론 사람마다 기본 성향이라는 게 다 다르지만 말이야. 남자가 자신감 있는 모습도 좀 보여주고 해야 내가 좋게 봐주고 하지 않겠나? 야. 회사 망하는 거 진짜 순식간이다.”


자신감.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사약 앞에서 자신감 있게 그걸 들이킬 이유는 없다.


―끄덕끄덕


이럴 때는 쓸데없이 말을 이어서 꼬투리 잡힐 테니. 고개만을 가볍게 끄덕이며 리액션을 했다.


“못 하겠나?”

“예.”

“쯧. 나가봐라.”

“가보겠습니다.”


이로써 다시 한번 허대표 눈 밖에 났다.

하지만 괜찮다.

이게 맞으니까.


“내 나간데이.”


그렇게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대표는 다시 밖으로 나갔는데-.


“들어가세요-.”


내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나가더라.


“대표님이 대리님 생까네요?”

“그렇네요.”

“제조팀장?”

“예.”


본부장도 이 분위기를 알아챘기에 간단히 상황을 공유했다.


“어? 종민부서장님!”


그때 사무실 문을 열고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이 회사 원년 멤버이며 내 사수이자, 작년에 퇴사한 종민 부서장이었다.


“어쩐 일이세요!”


종민부서장을 잘 모르는 재무팀장과 경리 아줌마는 조금 데면데면한 자세를 보였지만 재선 본부장과 나는 너무나 반가웠다.


“오미자분말 벌크로 구매할 수 있나 해서요.”

“에이. 종민 부서장님이신데, 없어도 팔아야죠.”

“지금 필요해서요. 살 수 있어요?”

“어. 본부장님. 있어요?”

“아! 있죠 있죠. 아? 아닌가?”

“얼마나 필요하세요?”

“40kg요.”

“저 확인하고 올게요!”


그렇게 후다닥 재고를 보고 오니 다행히도 벌크 재고가 있었다.


“그럼. 가볼게요.”

“에이-. 섭섭하게 또 이러신다. 담배라도 한 대 태우고 가세요.”


종민부서장은 뭔가 사람이 나쁘지는 않은데, 이럴 때 보면 사회성이 좀 부족하다.


“잘 지내셨어요?”


어쨌든 반가운 얼굴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기에 붙잡아서 CCTV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가서 같이 담배 타임을 가졌다.


“대연씨는? 잘 지냈고요?”

“하-. 퇴사하고 싶어 죽겠어요. 허대표가 저보고 제조팀장 하래요.”

“아. 퇴사하면 뭐 하려고요?”

“모르겠어요. 굴러먹던 짬밥 살려서 건강원이나 차려볼까 싶기도 하고.”

“대연씨 아직 하양에 있죠?”

“예. 이제 30년 동안 빚 갚아야 해요.”

“그 시장에서 보면 하양 건강원 있는데 거기 사장님이 최근에 돌아가시면서 아들이 상가 내놓은 거 같더라고요. 기계랑 다 해서 엄청나게 싸게 내놨어요.”

“에이-. 진짜 싼 거면 누가 집어 가도 진작에 집어 갔겠죠.”

“건강원이니까요. 그 자리에는 약재 냄새가 배서 다른 상가가 들어오지도 못해요.”


그럴 수 있긴 하다.

건강원이 오랫동안 자리했던 곳에는 건물 벽 구석구석에 냄새가 배있으니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건강원은 완벽한 사양산업이다.


“얼마라는데요?”

“천만원이요.”

“에헤이-. 농담도 잘 못 하시는 분이 무리하신다. 1억 아니고?”

“대연씨도 알잖아요. 골목길 끝 집인데다가 촌집 건물인 거. 아들은 그냥 빨리 처분하고 싶은가 봐요.”


지금 하양읍네 땅값 시세가 대충 평당 300만원 정도다.

건강원 평수는 모르겠지만, 최소 10평은 될 테니까 시세의 1/3 정도로 내놓는다?

이건 분명 사기다.


“갑니다. 화이팅하세요.”


하지만 종민부서장이 굳이 여기까지 와서 나한테 사기 칠 이유도 없다.

그때-.


[하양 건강원을 인수하십시오.]


상태창이 과제를 내려줬다.

어쨋거나 당장에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여보. 하양 건강원 알지? 그 또랑가 끝에 있는,”

“알지. 우리 엄마가 나 어릴 때 거기서 붕어즙 지어다가 나한테 먹였잖아. 그때 생각만 하면 으휴.”

“거기 사장님 돌아가셨데.”

“헐? 건강원 사장님이면 무병장수해야 되는 거 아냐? 역시 돌팔이.”

“근데 그 부지를 아들이 천만원에 내놨다는데?”

“에이-. 하양 땅값이 얼만데.”

“그치? 한 번 여쭤봐 봐.”

“아빠한테?”

“응”


하양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시는 장인어른은 부동산을 잘 아신다.

심지어 친구분께서 하양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계시기도 하고.


“아빠. 어. 응. 그 하양 건강원 있잖아. 응. 거기. 어? 진짜? 어. 알겠어.”


그렇게 와이프와 장인어른의 짧은 통화가 끝났다.


“맞대.”

“와우. 아니 근데 그게 왜 안 팔려? 땅 값만 해도 그것보다 비싸겠다.”

“아니지. 오빠도 생각해봐. 거기가 대충 60평 정도 된단 말이야? 근데 지금 건물들 생각하면 주차할 데가 없잖아?”


하양 건강원의 위치는 뭐랄까. 

포장도로가 깔리기 전에는 제법 좋은 위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지금은 길 제일 끝에 위치해있고, 하천과 가파른 산 사이에 있어서 더 이상 확장시킬 부지 자체가 없다.

심지어 그 부지 전부에 건물이 있어서 일단 건물 철거부터 해야 답이 나올 텐데.

카페를 차리려 해도 영. 부지가 나쁘긴 하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천만원이면 거저잖아. 잘 모르는 외지 사람들은 서로 살라고 하지 않으까?”

“사장님 아들이 하양 사람한테만 팔거라 했데. 정확히는 하양에서 초중고를 나온 사람한테만.”

“왜?”

“글쎄. 돌아가신 사장님 유언이려나?”

“그럼? 우리가 살까?”

“에헤이-. 거기다 뭐 하려고. 오빠도 알잖아. 천만원이라 해도 비싼 땅이야 거기.”

“시설이랑 다 준다며? 나도 이참에 건강원이라도 차리지 뭐.”

“진심이야?”

“살짝은?”

“나는 뭐 나쁘지 않지. 오빠가 애들 봐주는 시간이 더 늘어날 거니까.”

“장인어른께서 뭐라 하시지 않을까?”

“에이. 우리 돈으로 우리가 한다는데!”

“진짜? 해?”

“해!”


온 우주가 내 퇴사를 밀어붙이는 기분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당장에 내가 퇴사를 하면 회사에 남은 사람들이 고생하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들긴 했지만, 내가 퇴사해도 회사는 굴러간다.

나에게 이런 고급 정보를 준 종민부서장이 퇴사할 때도 회사가 마비될 거라 걱정했었지만 아직까지 잘 굴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


“이게 뭐예요?”

“육아휴직 신청서입니다. 본부장님.”

“···. 왜요?”

“육아를 위해?”

“대리님, 안 돼요.”

“요즘 세상 분위기 아시죠? 육아휴직 못 쓰게 하면 일이 더 많아질걸요?”

“아니, 지금 사무실에서 대리님 육아휴직 처리해줄 사람도 없는 거 아시잖아요.”

“내가 할게요.”

“아?”

“때마다 회사에서 신고해야 하는 서류 있던데, 그거는 내가 챙길게요.”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다.

어차피 회사 공인인증서도 나한테 다 있으니까 내 육아휴직 처리부터 육아휴직 급여 신청 같은 행정적인 업무는 내가 해도 된다.


“오늘이 26일이고 다음 달 1일부터 육아휴직이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에이. 너무 빠르다.”

“시간 여유 있게 준다고 사람 뽑을 거 아니잖아요. 어쨌든 그렇게 신청 넣을 거니까 알고만 계세요.”

“중간중간 와서 일 봐주실 거죠?”

“별도로 수당 주면은?”

“현금으로?”

“오프콜스.”

“콜”


아직 대표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지만, 어차피 대표가 안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다.

이야. 내 사업이라니.

나도 이제 사장(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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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4 no****
    작성일
    24.09.03 22:46
    No. 1

    충동적??
    계산도 안된 상황에서 주변의 변화가 본인을 변화시키는 충동적이면서 의도적인 퇴사각...
    실전에 얼마나 깨질지 아닐지는 .... 본인의 노력과.... 상테창의 상태(?)가 좌우할 듯...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4.09.15 02:37
    No. 2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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