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천재의 탑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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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海霧)
작품등록일 :
2024.08.08 00:19
최근연재일 :
2024.08.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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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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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남자라면 당연히

DUMMY

3.



지하 훈련장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뭐야? 저 사람들?”

“몰라. 무슨 결과가 이상하다느니, 재검사를 하겠다느니, 그런 소릴 들은 것 같은데?”

“와. 협회 직원들 다들 분위기 살벌하네. 진짜 ‘협회’ 맞아?”

“재검사라고? 뭐, 뭐야! 나도 해줘!”


훈련장에 뚫린 거대한 유리창 너머, 강철호와 이윤호가 마주 보고 섰다.

훈련장의 입구에는 검은 정장 차림의 협회 가드들이 뒷짐을 지고 선 채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윤호 선수. 별수 없이 이 훈련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구경꾼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나중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런가요?”

“예. 민망하지만, 협회 또한 검은 탑이라는 재난을 겪은 것이 처음이니까요. 본의 아니게 시선을 끌게 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강철호의 말대로, 유리창 너머에는 구경꾼들이 가득했다.

검사를 위해 모였지만, 난데없이 벌어진 이벤트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것이었다.


“괜찮아요. 관중이 있어야 시합이 재밌죠. 양궁을 훈련할 때, 주변 소음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거든요.”

“그렇습니까? 나중에 노하우를 좀 알려주시죠.”

“에이. 별거 없어요. 그냥 과녁에만 온전히 집중하면 돼요. 쏴서 맞출 대상이 명확하면, 주변에 뭐가 있든 느껴지지도 않거든요.”


섬찟.


이윤호는 한껏 확장된 동공으로 강철호를 보고 있었다.


‘쏴서 맞출 대상이 명확하다······. 꼭 내 머리통에 과녁이라도 보이는 것 같은 시선이야.’


강철호는 등줄기를 훑고 지나간 오싹함을 털어내며, 이윤호에게 활을 한 자루 내밀었다.


“받으시죠. 이윤호 선수는 활이 편하시겠죠? 스포츠용이 아니라서 손에 맞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전용이라고 생각해 주시죠.”

“괜찮아요. 튜토리얼 때도 이런 활을 썼으니까.”


활을 받아든 이윤호가 이리저리 시위를 당겨 점검했다.


‘튜토리얼 때 썼던 활과는 또 다르네. 장력이 훨씬 강해. 경기용보다도 훨씬.’


다만, 현대적인 디자인과 만듦새 덕분에 훨씬 장력이 튼튼했다.

지급 받은 화살 또한 촉이 없었지만,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화살이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그럼, 지금부터 밖에 있는 협회 직원이 이윤호 선수······. 아니, 이윤호 플레이어의 종합 전투력을 평가할 겁니다. ‘감정’ 특성을 가진 직원이니, 이전과 같은 검사와는 차원이 다른 정확도를 자랑할 테죠.”

“······. 좋아요.”

“이윤호 플레이어의 승리 조건은 하나. 제게 화살을 단 한 번이라도 맞추는 겁니다.”

“에게. 그게 끝인가요?”


대놓고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윤호.

그에 강철호는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쉽지는 않으실 겁니다. 제 말을 믿으셔도 좋습니다.”

“강철호 협회장님께서 다치실 걸요?”

“괜찮습니다. 제가 가진 특성은 ‘강철 피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을 겁니다.”


강철호는 손가락이 뚫린 글러브를 손에 착용했다.

얇은 와이셔츠 밖으로도 그의 어마무시한 근육이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그럼······. 플레이어 이윤호의 재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강철호의 선언이 떨어진 그 순간.


쉬이이익-!


이윤호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시위에 화살을 실어 날릴 뿐.


쉬이이익-!


“흐읍······!”


강철호는 순식간에 날아든 화살을 잡아챘다.

정확하게 자신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든 화살이었다.


자신의 사격이 쉽사리 막힌 것을 본 이윤호는 차분하게 다음 화살을 시위에 매겼다.


‘흠······. 이상하네. 과녁이 보이지 않아.’


활을 쥐면, 과녁이 보였다.

자신이 노려야 하는 것은 언제나 명확했다.


‘이상하네······.’


이윤호가 다시 시위를 당기려던 그때.

강철호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윤호 플레이어.”

“그러네요······. 원래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거든요? 그런데 지금 엄청 재밌어요.”


활을 쥔 이윤호의 표정이 점점 가라앉았다.

웃음기도, 장난기도 없었다.

그저 과녁을 바라보는 궁사의 눈으로, 이윤호는 오직 쏴야 할 곳을 찾고 있었다.


‘어마무시한 집중력이다.’


강철호는 그런 이윤호를 보며 작게 침을 삼켰고, 이윤호는 다시 시위를 당겼다.



***



훈련장 내부에서 이윤호와 강철호의 대련이 이어졌고, 구경꾼들은 멍하니 두 사람을 구경했다.

훈련장 위에는 전광판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강철호와 이윤호의 종합 전투력이 표기되어 있었다.


“와씨······. 저 사람 누구야?”

“누구?”

“저기 덩치 큰 사람. 협회 쪽 사람 같은데, 전투력 좀 봐!”

“뭐······? 뭐, 뭐야! 종합 전투력이 690점? 사람이냐?”

“뭐 하는 사람이야? 원래 각성하기 전에 가진 능력이 반영되는 거 아니야?”

“생체병기도 저만한 점수는 안 나오겠다.”

“그, 그런데 저 사람이랑 싸우는 궁수는 괜찮나? 전투력이······.”


구경꾼들의 시선이 반대편에 놓인 전광판으로 향했다.


[이윤호 플레이어]

[종합 전투력 : 172점(B)]


“에게? 172?”

“B등급인데?”

“어? 그런데 이윤호라고? 그 양궁 선수 아니야? 금메달리스트?”


구경꾼들 사이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에, 에이. 설마. 흔한 이름이잖아.”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사용하는 무기도 활이잖아.”

“거 답답하네. 아저씨들. 저 사람이 진짜 이윤호면 종합 전투력이 꼴락 B등급이 나왔으려고요? 동명이인이겠죠.”

“그렇죠? 아무리 그래도 그 신궁 이윤호가 B등급인 게 말이 안 되죠.”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질 않네······. 진짜 누구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재검사라고는 하나, 수치상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한 차이가 있었다.

구경꾼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서리던 그때였다.


“쐈다!”


이윤호가 활을 쐈고, 강철호가 잡아챘다.

가슴을 정확하게 노린 화살이었기에, 구경꾼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환호했다.


“우와-! 잡았어!”

“이야. 저거, 사람이 손으로 화살을 잡는다는 게 진짜로 가능한 거구나.”

“미친······. 그런데 저게 끝이야?”

“그, 그러게. 그냥 맨손으로 화살을 잡은 저 강철호라는 사람이 대단한 거 아니야?”

“그런데 저 궁수는 도대체 누군데 저렇게 강한 사람이 1대 1로 검사를 하는 거야? 낙하산인가?”

“캬. 대한민국 어디엘 가든 저런 놈이 있는 법이긴 해. 실력과는 상관없이 좋은 빽 만나서 특혜받는 것들······.”


구경꾼들의 여론이 술렁이기 시작한 그때.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윤호 플레이어.”

“그러네요······. 원래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거든요? 그런데 지금 엄청 재밌어요.”


일순간, 훈련장 내부의 공기가 급변했다.


“어, 어어······! 저거 봐! 오, 올라간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구경꾼들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집중되었다.


[이윤호 플레이어]

[종합 전투력 : 191(B)]

······

···

[종합 전투력 : 227(A)]

······

···

[종합 전투력 : 315(A)]

······

···

[종합 전투력 : 592(S)]

······

···


“미친······!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뭐야? 갑자기 왜······?”


끝을 모르고 오르기 시작하는 전투력에 구경꾼들은 멍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그런데······. 뭐 딱히 달라진 점은 없는데?”

“그러게······? 뭐가 바뀐 거지?”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인데······.”


구경꾼들의 표정에 의문이 떠오른 그때.

훈련장 안에 있던 이윤호가 다시금 시위를 당겼다.



***



나는 온 정신을 집중한 채로 강철호를 바라보았다.

눈을 씻고 쳐다봐도 강철호의 몸에는 과녁이 없었다.

강철호는 그저 태연하게 서 있을 뿐이었는데, 그럼에도 나는 노려야 할 과녁을 찾지 못했다.


‘특성이란 건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이 시스템의 보조를 받는 것······. 과녁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강철호를 맞출 방법을 찾지 못해서야.’


쉽게 말하자면, 단순히 수준이 차이가 난다는 뜻이었다.


‘나보다 강한 사람!’


순수한 기쁨이 몰려오는 듯했다.

양궁계의 정점으로 군림하던 당시, 그 누구도 이윤호의 기록에 범접할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10점을 벗어나지 않는 궁수.

신궁.


나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검은 탑, 플레이어······. 이거 최고잖아! 온 세상에 상대할만한 사람이 수두룩해!’


피식.


어쩐지 웃음이 났다.


과녁이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바닥을 향해 조준을 바꾸었다.


“응?”


강철호가 의아해하며 짧게 의문을 표시한 그때였다.

나는 그를 향해 미리 경고를 날려주었다.


“가랑이 조심하세요-.”


남자 대 남자로써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쉬이이익-! 텅-!


내가 바닥을 향해 비스듬히 날린 화살이 도탄 되어 강철호의 낭심을 노리고 솟구쳤다


“크읍······!”


사내라면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공격.

강철호가 화들짝 놀라며, 주먹으로 화살을 튕겨냈다.


팅-!


맑은 쇳소리와 함께 화살이 허공에 튕겨져 나간 그 순간.

강철호가 방심하며 고개를 든 그때였다.


“후우우······.”


나는 차분하게 심호흡하며 강철호를 보았다.


‘찾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강철호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낭심을 방어하기 위해 발작하듯 몸을 움직인 그 짧은 순간.


너무나도 작고 희미하게, 그의 몸 위로 과녁이 하나 그려진 것이었다.


“자, 잠깐······!”


강철호가 다급하게 팔을 뻗어 방어하려던 찰나.


쉬이이익-!


내가 날린 화살이 강철호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가 박혔다.


쩌어어엉-!


쇠처럼 단단하던 강철호의 가슴에서 쇠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커억-!”

“아. 맞췄네요?”


가슴에 화살이 박힌 채로 자리에 주저앉은 강철호.

그는 가슴팍에 화살이 박힌 채였음에도, 두려움보다는 놀라움에 가까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예? 도탄이요? 연습시간 때 심심해서 몇 번 연습해 봤던 건데요······.”

“아뇨. 도탄 말고, 어떻게 제 피부를 뚫은 거냐고 여쭌 겁니다.”


어떻게 피부를 뚫었냐니.

아무리 촉이 없는 화살이라고 해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쏘면 박힐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문득, 강철호의 가슴에 화살이 박힐 때 들렸던 ‘쇠가 깨지는 소리’가 떠올랐다.


“아. 강철 피부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특성이 발동된 상태에서, 제 피부는 강철과 동일한 경도를 지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 글쎄요? 그냥 과녁이 보여서 쐈을 뿐인데요?”


나도 묻고싶다.

어째서 강철호의 그 질긴 피부가 촉도 없는 화살에 뚫려버린 것인지.


‘그러고 보니, 그때 그 튜토리얼 공간도 깨져버렸지? 과녁에 명중하면 크리티컬 판정이라도 있는 건가?’


여가시간에 가끔 하던 RPG 게임을 떠올려 보았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통상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공격.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크윽······. 아무래도 이윤호 플레이어 특성의 영향일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시합은 시합입니다. 정확하게 심장을 노리고 쏘셨더군요.”


푸슉.


강철호는 자신의 가슴팍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

피가 솟구쳤지만, 화살촉이 없는 덕분에 상처가 그리 깊지는 않았다.

강철호는 한쪽 손으로 상처를 틀어막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부상이 심해 보여서 은근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정작 강철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습니다. 낭심을 노린 공격으로 놀래키시다니.”

“남자라면 절대로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죠.”

“맞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했던 제가 다 민망해지는군요.”


강철호는 낮은 목소리로 짧게 웃음을 터트린 뒤, 어딘가 개운해 보이는 표정으로 훈련장 밖을 가리켰다.


“그럼 점수를 확인하시죠.”


붉고 축축한 와이셔츠 차림의 강철호를 따라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두 사람의 ‘시합’을 구경하던 플레이어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어······. 저, 저 사람······.”

“이, 이윤호 선수다······.”

“진짜 이윤호였어······.”


이런.

지금까지는 후드에 의해 얼굴을 가릴 수 있었지만, 훈련장에서 나오면서 구경꾼들이 내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시선을 끌 생각은 없었는데······. 뭐, 별 상관 없나?’


쑥쓰러움이 밀려오던 그때.

강철호가 눈을 부릅뜬 채로 전광판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윤호 플레이어! 보십시오! 저게 바로 진짜 이윤호 플레이어의 등급입니다!”


진중하고 무거운 평상시의 모습과는 달리, 전광판을 가리키는 강철호는 어딘가 잔뜩 신이 나 보였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고 흥분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 같다고 해야 할까.


‘뭐길래······.’


생각 없이 시선을 든 곳에 전광판이 있었다.


[이윤호 플레이어]

[종합 전투력 : 999(SS)]


“엥?”


어째서인지 구경꾼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더라니.

믿기지 않는 수치가 눈앞에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광판을 보는데, 강철호가 대뜸 나를 향해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이제야 원래 주제로 돌아오게 되었군요. 여기, 이윤호 플레이어께 드리려던 제안입니다. 제대로 된 등급도 부여받으셨으니. 정식으로 요청드리겠습니다. 이윤호 플레이어.”


[검은 탑 1층 공략 의뢰서]


“대한민국 정부 및 플레이어 협회는 이윤호 플레이어님께 정식으로 검은 탑의 1층 공략을 의뢰 드리는 바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강철호의 눈빛이 제법 진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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