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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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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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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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DUMMY

파도꾼과 흉내쟁이.

처음 듣는 두 호칭에 투란은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저게 자신에게 아직 발현하지 않은 혈통의 이름이란 말인가?

하지만 두 개의 혈통이 결합한 것이라면 대가문의 핏줄이라는 뜻일 텐데······.


[입장하겠는가?]


재차 이어지는 질문.

그때, 투란은 눈동자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팍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고 성유물을 꺼내 옆으로 흔들었다.

예상대로 대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를 내려놓자 목소리가 무미건조한 태도로 말했다.


[오류, 파도꾼, 흉내쟁이, 소실.]


아무래도 파도꾼과 흉내쟁이는 투란이 타고난 것이 아닌, 저 성유물의 주인이 본래 가지고 있던 힘인 모양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문은 그것을 투란의 혈통과 합쳐 판단한 것이고······.


“파도꾼이랑 흉내쟁이는 뭐야? 이 문은 또 뭐고?”


눈동자는 대답하는 대신 퉁방울만 한 눈으로 그를 거만하게 내리깔아볼 뿐이었다.

눈꺼풀조차 없는데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얕잡아보는 듯한 기색.

투란은 다시금 성유물을 집어 든 뒤 물었다.


“파도꾼과 흉내쟁이에 대해 알려줘.”

[파도꾼, 1차 유형, 수중 호흡, 수중 신체 강화, 유체 조작. 흉내쟁이, 1차 유형, 흐름 탐지, 흡수 및 모사(模寫).]


역시, 네 개의 혈통을 가진 이가 아니면 상대해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던 모양이었다.

그보다 성유물을 가지고도 수중 호흡이나 유체 조작 같은 능력을 얻었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신분증 역할만 해줄 뿐 능력까지는 재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흐름 탐지라는 능력은 기능하는 것 같으니 무언가 사용방법이 있는 것일지도······.


“너는 뭐지?”

[문의 정령.]


예상대로 이 눈동자의 정체는 도서관의 사서와 같은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생김새며 성격까지 모든 것이 훨씬 더 비인간적이긴 했지만.


사서가 감성만 조금 다를 뿐 인간과 다를 바 없다면, 이 문의 정령은 훨씬 딱딱한 느낌이었다.

누군가 미리 정해준 내용을 질문에 맞춰 읊기만 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이 미궁은 뭐지? 만들어진 목적은 뭐고, 여기서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밤 사냥꾼의 미궁, 올바른 네 개의 유형을 가진 이가 수장을 처치함으로써 밤 사냥꾼이 되는 것, 수장을 처치하면 탈출로가 개방됨.]


밤 사냥꾼이 된다니, 설마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이야기에 투란이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순간, 문에 박혀 있던 눈동자가 갑자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녀석의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점점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오류.]

[사냥꾼, 추격자, 파도꾼, 흉내쟁이.]

[2개 유형 오류, 그림자, 연금술사, 부재.]

[4개 유형 충족.]

[오류, 밤 사냥꾼의 유형과 일치하지 않음.]

[미궁 개방 오류?]

[오류, 폐쇄 불가, 내부 인원 잔존 중.]

[미허가 인원 진입.]

[제작자 문의.]

[오류, 제작자 부재중.]


자기 멋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하는 대문의 눈동자.

어째 위험한 분위기에 한 걸음 물러선 순간, 갑자기 눈의 홍채가 세로로 찢어지며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자체 판단. 미궁 수장 출격, 지시, 내부 잔존 인원 소거.]


마지막 말과 동시에 문이 스스로 열리더니, 안쪽에 있던 괴물 한 마리가 성유물의 감각에 걸려들었다.

마치 무언가를 차단하고 있던 막이 사라진 것 같았다.


‘저건······.’


어둠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으로 짐작건대 키가 두 배쯤 큰 것을 빼면 다른 괴물들과 생김새 자체는 비슷했다.

다른 점은 내면에서 흐르는 마력의 양.

척 보기에도 제 동족들의 열 배가 넘을 것 같은 강력한 흐름이 느껴졌다.

거대한 괴물, 미궁의 수장이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투란을 향해 말했다.


[너는]

[밤사냥꾼이]

[아니야]

[가짜는]

[죽어야 해]


메아리치듯 울리는 여성의 목소리.

그것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들렸던 환청과 똑같았다.


상대가 적임을 확신한 순간, 투란은 곧바로 매겨 두었던 돌멩이를 투척했다.

몇 바퀴 돌리며 충분한 양의 마력을 실은 일격.

평범한 괴물의 미간을 순식간에 뚫고 즉사시키는 위력의 공격은, 허망하게 퉁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이 정도라고?’


곧바로 화염구와 전격 역시 한 방씩 날려 보았지만 이 역시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금 마력이 줄어든 것으로 보아 타격을 주기는 했으나 목숨을 취하기는 어림도 없는 수준.


괴물이 성큼성큼 다가오며 킬킬댔다.


[간지러워]


저 녀석 역시 비교적 자그마한 동족들과 마찬가지로 가진 마력보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지닌 모양이었다.

투란은 일대일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곧바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거기서어어어어!]


쿵, 쿵, 포효와 함께 들려오는 묵직한 발소리.

은신 상태에서 거리를 꽤 벌렸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괴물은 큼직한 보폭으로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쪽의 위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뜻.

그것만이 아니라-


[□■□■□■□■□■□■□■□■□■-!]


그동안 인간을 만날 때만 빼면 느긋하게 미궁을 배회하던 괴물들이 일제히 고함을 내지르며 사방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미궁의 수장이라던 큰 괴물에게 쫓기는 와중 그런 녀석들까지 모두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윽!”


투란의 맞은편에서 튀어나와 다섯 개의 갈고리 손톱을 휘두르는 괴물 한 마리.

그대로 한쪽 팔을 들어 방어하며 수호자 마법기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푹, 갈고리 손톱이 팔뚝에 파고들었으나 피부만 살짝 뚫을 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한 손으로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과 동시에, 반대쪽 손으로 단검을 뽑으며 녀석의 목을 그었다.


[□□□!]


평범한 단검이라면 마력을 실어도 녀석의 질긴 몸을 뚫을 수 없겠지만, 하람의 단검은 그리 강력한 편은 아니어도 명색이 마법기였다.

목이 반쯤 잘린 괴물이 푸들대며 물러서자 투란은 다시 새카만 미궁 속을 달리며 생각에 잠겼다.


‘밤 사냥꾼의 미궁······.’


신이 될 수 있는 곳이라니, 이런 불경하고도 괴상한 장소를 만든 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곧바로 떠오르는 것은 프레아 신족의 일원, 절름발이 여신이었다.

하지만 왜 신을 만드는 건물 같은 것이 필요하지?


“이크.”


생각에 깊게 잠길 새도 없이 곧바로 또 다른 괴물이 달려들어, 투란은 재빨리 미끄러지듯 녀석의 두 다리 사이로 파고든 다음 마력으로 몸을 튕겨 일어서 달렸다.


깊은 고민을 하기에는 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평생 달리면서 도망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확실한 건, 저 녀석을 사냥해야 한다는 거야.’


문에 박힌 눈동자가 했던 말을 믿는다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그를 쫓아오는 적을 처치할 필요가 있었다.

거대한 괴물의 속도는 썩 빠르지 않았지만, 적어도 녀석이 쫓아오는 한 잠을 자거나 쉴 수는 없을 테니.


하지만 잠깐 붙어본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 그 혼자서는 승산이 없는 상대.

떠오르는 해결법은 바로 지난 며칠간 신세를 졌던 페르가 일행의 존재였다.


물론 저 괴물과 충돌시키면 그쪽도 희생이 많이 생기겠지만······.

어차피 저들과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이이지 않던가?


암살자로 오해당한 이상 투란은 페르가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함께 동료가 될 수도, 같이 살아 나갈 수도 없었다.

몰래 훔쳐본 페르가의 성향을 생각하면 일시적으로 협력한다 한들 언제 뒤통수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터.

그렇다면 차라리 제대로 이용이라도 하는 쪽이 나았다.


‘어디 한번 같이 싸워봅시다, 친척 형님.’


* * *


“아악!”

“요즈닐!”


페르가는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청년의 이름을 외치며 차크람을 날렸다.

그를 덮치던 괴물 한 마리의 상반신이 썰려 나갔다.


“상태는?”

“다쳤어! 전투 불능!”

“우보에게 치료해달라고 해!”


치유사 혈통의 귀족, 우보가 피로한 표정으로 다친 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마력이 스며들며 어깨부터 가슴까지 쩍 갈라져 있던 상처가 다시 아물기 시작했다.


“회복됐어?”

“일단은.”


다음 적을 향해 공격하고자 차크람을 손가락에서 돌리던 페르가는 시야 안에 더 적이 보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거대한 도끼를 든 광전사 혈통의 귀족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끝난 건가······?”

“모두 경계 풀지 마. 이러다 또 올 수도 있으니까.”


여느 때처럼 휴식을 취하던 페르가 일행을 갑자기 덮쳐온 수십 마리의 괴물들.

슬슬 이 안에서의 전투에도 이골이 나기는 했다만, 사방에서 백수십 마리가 동시에 덮쳐오는 데는 아무리 귀족들이라 해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강력한 페르가가 열심히 날뛴 보람이 있어 죽은 이는 없지만, 다들 지치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소리?”

“쿵, 쿵 하고······.”


그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감각······.


“도, 도망칠까?”

“멍청한 소리. 어디로 가면 될 줄 알고? 싸울 준비나 해!”


그 말대로, 앞에 벽이 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도망치는 데 성공할 확률이 극히 낮았다.

적을 맞이한다면 적어도 등뒤가 막힌 곳은 아닌 게 낫지 않겠는가.

하다못해 어마어마한 질량에 깔려 죽을 일은 없을 테니.


다치거나 마력을 지나치게 소모한 이들을 제외한 일곱 명의 귀족이 전투를 준비하자, 그들의 앞으로 거대한 존재가 어둠을 뚫고 불쑥 나타났다.

어느 귀족이 그 모습을 보고 탄성을 터트렸다.


“뭔······.”


거대한 괴물은 제 동포들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키가 사 미터에서 오 미터는 되어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했다.

몸에서 흘러내리는 점액질 액체의 양도 몇 배나 많아 뒤쪽으로는 끈적이는 액체로 된 길이 나 있었다.


[□■, □■, □■-]


작은 괴물들과 비슷한, 하지만 단순히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말하는 듯한 괴성.

어째서인지 페르가 일행은 그 말의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밤 사냥꾼, 은빛 태양, 혹한의 분노, 반쪽짜리들, 아이들의 원수······모두 죽여······?”

“대체 무슨 소리야?”


저 존재가 대체 무엇이길래 프레아 신들의 이름을 말하며 증오를 표하고 있단 말인가?

의문을 표할 새도 없이 괴물이 곧바로 오른팔을 뻗어왔다.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놈이 키가 두 배로 큰 만큼 팔도, 손톱도 두 배로 길다는 것.

그 공격 범위는 모두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커헉-”

“우보!”

“가주님!”


치유사 혈통의 귀족, 우보와 바니펠의 주인 갈텐 로스문이 각자 가슴과 복부가 꿰뚫렸다.

이를 본 페르가 일행 역시 다급히 반격에 나섰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담긴 차크람이 둘을 매달고 있는 오른 팔뚝 살점을 갈라냈고 기다란 화살은 미간에 박혔다.

가슴팍에는 화염이, 목에는 거대한 빛의 화살이 꽂혔다.


하지만 괴물은 몸을 해치는 온갖 공격을 무시한 채 갈고리손톱에 꿰인 두 사람을 톱날 같은 이빨로 가져가 와드득 씹어 삼켰다.


[■■!]


맛있어!

그 말의 의미가 전해지자 페르가 일행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눈앞의 적은 말로만 듣던 신화급 마수와 맞먹는 존재가 분명했다.

수십 년에 한 번쯤이나 나올 법한, 가주나 그 바로 아래 수준의 실력자들만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


“어, 어떡해, 페르가!”

“어차피 도망 못 간다니까! 쳐!”


외침과 함께 차크람을 날리자, 금속 원반이 곡선으로 휘며 조금 전 거대 괴물의 팔을 갈라냈던 부분으로 파고들었다.

안에 담긴 마력의 힘으로 차크람은 살점을 파고든 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회전하며 뼈를 갈아냈다.

카가각, 하는 굉음이 울리더니 이내 쩍 소리와 함께 큼직한 살덩이가 떨어졌다.


“됐다!”

“역시 페르가 님!”


처음으로 유효한 타격을 입혔다는 사실에 귀족들은 기뻐하며 연이어 공격을 가했다.

그들의 공격은 페르가의 그것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았지만, 몸뚱이를 움직이는 마력을 착실히 깎아낼 정도는 되었다.


[□■□!]

아프잖아!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다시금 날아드는 왼팔.

페르가는 상대가 자신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음을 깨닫고 재빨리 사선으로 몸을 날렸다.

그 궤도에는 자신의 사촌 동생이 있었다.


“혀, 형님-”

“미안하다!”


사촌 동생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와중에도 페르가의 얼굴에 죄책감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다시금 차크람을 투척했으나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듯 왼쪽 갈고리발톱을 들어 이를 방어했다.

몸통이 꿰여 있던 그의 사촌 동생이 차크람에 직격해 그대로 몸이 두 동강이 났다.


“우오오오오!”


그때, 광전사 혈통의 귀족이 포효하며 커다란 도끼로 괴물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이성을 잃는 대가로 강대한 신체 능력을 얻는 혈통 능력.

거기에 무거운 마법기의 힘이 더해지자 정강이가 움푹 패며 괴물의 한쪽 무릎이 꺾였다.


“해냈다!”

“내가! 놈의 무릎을 부쉈-”


좋아하기도 잠시, 쾅 소리와 함께 광전사 귀족의 몸뚱이가 그대로 수십 미터를 날아 어둠 너머로 사라졌다.

분노한 괴물이 반대쪽 발을 들어 그를 걷어찬 것이다.

주인 잃은 도끼만이 애처롭게 바닥에 나뒹굴었다.


[□■■□■!]


이후의 전투는 말하자면 줄다리기와도 같았다.

한쪽 다리를 다쳐 기동성을 잃은 거대 괴물이 비틀거리며 갈고리 손톱을 휘두르고, 페르가 일행은 이리저리 몸을 날려 피하며 반격해 상대의 체력을 깎아 먹었다.


불편한 점은 그러는 와중에도 작은 괴물들이 간간이 덤벼드는 탓에 온전히 커다란 괴물의 사냥에 전력을 쏟을 수 없다는 것.

그나마 그렇게 덤벼드는 작은 괴물 중 일부는 갑자기 허공을 향해 시선을 돌리거나 맥없이 쓰러졌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조력이었으나 전투가 지나치게 치열했던 탓에 누구도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허억, 헉······.”


십수 분 뒤, 페르가는 체력도 마력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살아남은 것은 오직 그뿐.

다른 이들은 모두 거대 괴물의 갈고리에 꿰이거나 다른 작은 괴물들의 기습에 목숨을 다한 상태였다.

어딜 가나 빠지지 않을 우수한 귀족들이 이런 정체 모를 공간에서 개처럼 죽어간 것이다.


‘대체 뭐 하는 놈이냐, 거기다 이 녀석과 가주가 되는 데 무슨 관계가 있지?’


페르가가 떠올린 것은 자신의 할아버지, 하늘과도 같은 자하르의 가주였다.

그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이런 지옥에 빠지지도, 친구와 가신들을 잃지도 않았을 텐데······.


여기서 살아나간다 한들 이제 그는 후계자 경쟁에서 탈락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죽은 이들의 친척들이 그를 곱게 보지 않을 테니까.

아무리 개인 기량을 키워 봐야 모든 지지자를 잃고 어떻게 정치적인 겨룸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우선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있어야······.


“아······.”


지나치게 피를 흘린 탓일까, 현기증에 비틀거린 순간 갈고리 손톱이 그의 몸을 꿰뚫었다.

내장을 다친 것인지 목구멍 안쪽에서 솟구친 핏물이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죽음을 직감한 순간, 그를 꿰뚫은 괴물이 다른 무언가를 본 것처럼 눈을 빙그르르 돌렸다.


[□□□!]


‘가짜 밤사냥꾼?’


왜 허공을 보고, 아니, 누굴 보고 말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다소 이국적인 여행자 복장의 청년.


그의 두 손에 들린 무기가 굉장히 익숙했다.

페르가를 따르던 광전사 혈통의 가신이 사용하는, 육탄전에 특화된 혈통이 아니라면 쓸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대형 도끼가 아니던가.


회색 머리의 청년은 그 무거운 무기를 간단히 휘둘러 만신창이가 된 거대 괴수의 목에 박아 넣었다.


작가의말

민족의 명절 추석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떠난 집에서 저는 글을 쓰며 독자님들과 보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빨리 많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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