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미궁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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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우팡
작품등록일 :
2024.08.11 11:57
최근연재일 :
2024.08.11 12:09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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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1

작성
24.08.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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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프롤로그.

DUMMY

오늘 이혼했다.

3개월의 숙려 기간 끝에.


또각또각.


법정 로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부부의 정 따위는 진작 증발한 지 오래.

이제는 참을 수 없는 적의만이 우리를 괴롭힌다.


“좋겠네.”


먼저 포문을 연 건 나.


“그 새끼랑 맨날 밤일할 수 있어서.”


한국 사회에서는 저급함으로 취급받는 성적 발언이지만.

좆까라.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공감 못 한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편의 비참한 심정을.

지금 나는 매우 분노한 상태다.


“찌질한 새끼.”


아내. 이제는 쌍년이 된 여자가 표독스럽게 대꾸한다.


“넌 남자다운 구석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등신이야.”

“바람핀 년 주제에 당당하군.”

“그래. 나 바람핀 년이다. 그래서 이혼했잖아.”


여자가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나를 훑는다.


“근데 왜 자꾸 질척거리는 건데? 먼저 이혼하자고 한 건 너 아니야? 왜 자꾸 지랄 염병이야!”


멈칫.


저마다 용무를 보던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바라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때 내 아내였던 여자를.


“와. 유세연이다!”

“진짜 존예다 존예···”

“찌라시가 아닌 펙트였네. 이혼한다는 기사.”

“솔직히··· 유세연이 아깝긴 했지. 많이···”


사실이다.

유세연은 S급 각성자.

악몽의 탑 12층을 공략한 세계적인 랭커.

당연한 말이지만 돈도 많다.

거기에 몸매도 잘 빠지고 얼굴도 연예인급으로 예뻐 인기 많은 잘나가는 여자고.


반면에 나는···

그냥 배 나온 서른넷의 평범한 직장인 아재.

나 자신이 봐도 별로 내세울 거 없는 놈이다.

그나마 괜찮은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얼굴.

바로 이 잘난 얼굴 덕분에 유세연과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뭐, 이제는 나이를 먹어 점차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만.


“그래도 위자료로 60억 받았으면 충분히 남는 장사 아니야? 존나 질척거리네.”


아아. 어쩌다 이리된 걸까.

대학 1년 후배로 들어온, 순수하고 해맑던 유세연은 어디로 갔을까.

이제 그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내가 알던 그녀는 오래전 죽었다.


“그래. 이제 우린 끝난 사이지.”

“쥐뿔도 없는 주제에 가오는 또 오지게 잡네.”


나와 유세연이 투닥거릴 그때.


부우우우웅!


잘 빠진 고가의 스포츠카가 배기음을 토해낸다.


“세연! 데리러 왔어!”


저 새끼다. 유세연을 꼬신 놈이.

이름은 김은호.

나이는 스물아홉.

직업은 미궁 탐험가.

등급은 무려 SS.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각성자다.

거기에 얼굴까지 잘생기고 능글맞은 알파 메일.

솔직히 말해서 부럽다. 존나게.


“하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간신히 삭혀 온 분노가 활화산이 되어 터진다.


“이 개새끼야!”


안다. 나도 찌질한 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혐오와 멸시의 시선을 던지는 것도.

아마 자기 분수도 모르는 병신이 깝치는 걸로 보이겠지.


“아이고.”


김은호가 고개를 흔들며 차에서 내린다.


“이거 왜 이러실까? 간통죄 폐지된 지가 언제인데.”

“죽여버린다! 진짜 내가 죽일 거야!”


이성을 완전히 잃은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허나.


“어허! 사람이 주먹부터 뻗으면 쓰나.”


툭.


내 발을 거는 김은호.

그 결과.


철퍼덕.


꼴사납게 바닥에 넘어졌다.


찰칵찰칵!


때마침 유세연의 이혼 보도를 위해 도착한 기자들이 연신 셔터를 찍는다.


“자기야!”


유세연이 김은호의 팔짱을 끼며 볼에 뽀뽀한다.


“이 씨발련들이! 니들이 사람이야!”


부웅!


잘 안다. 무각성자인 내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들이라는거.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라도 발악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서 자살해 버릴지도 모른다.


“어허. 이 아저씨가 미쳤나.”


김은호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뻗는다.


“끄어어어억!”


아프다. 존나게 아프다.

배빵을 당한 나는 바닥을 뒹굴었다.


찰칵!


죽고 싶다.

열등감이 내 속을 마구 난자한다.


“아재. 제발 분수 좀 파악합시다.”


찰싹. 김은호가 내 따귀를 때린다.


“끝난 일 가지고 왜 이렇게 지랄발광을 하는지. 쯧쯧. 이래서 열등감에 찬 찌질남이란.”


유세연이 한숨을 내쉰다.


“야. 이진수. 너 두 번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


퍼억.


유세연이 내 얼굴에 싸커킥을 갈긴다.


“어억···”


그것이 법정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휘이이잉.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아파트 옥상.

그렇다.

나는 자살을 할 생각이다.


“흐흐. 개새끼들···”


나와 유세연의 이혼은 전 세계에 대서특필됐다.

입에 거품을 물고 꼴사납게 기절한 내 추한 모습도.

그 후, 나는 모든 연락을 끊고 은둔 생활을 했다.


“씨발! 씨바아아아알!”


죽이고 싶다.

그 연놈들의 사지를 찢어 발기고싶다.

참을 수 없는 굴욕과 열등감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좆같은 세상!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봐도 진짜 병신 같다.

지독한 자기혐오와 수치심.

그리고 엄청난 배신감.


“복수하고 싶어. 그 새끼들의 머리를 짓밟으며 내 우월함을 과시하고 싶어···”


맞다. 나는 미친놈이다.

능력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복수라니.

그것은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는 망상.

복수와 무기력.

그것은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괴롭힌다.


“씨발. 진짜 복수하고 싶다고···”


눈물이 난다.

너무나 분하고 억울해서.

병신같이 처맞을 수밖에 없는 내 무력한 모습에.


“죽자···”


이번 생은 글렀다.

나는 몸을 던졌다.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내 얼굴을 때린다.

이제 이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분명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어어!”


씨발. 이게 뭐야.

과거로 회귀했다.

그년을 만나기 1년 전 스무 살 대학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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