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깡패가 너무 유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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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천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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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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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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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적개심이 부른 죄

DUMMY

인호를 은밀하게 불러서 확실하게 처리하라며 작업 지시 하는 망치 형님을 찾아갔다.


“망치 형님! 인호한테 반대업자 죽지 않을 만큼 칼 침 놓으라고 시키는 거지요? 그일 감방에 가야 하는 일인데 내가 할 게요.”


“하, 요 새끼 좀 봐라? 너 새끼가 회장님이야? 네 맘대로 하라, 마라 정하게.”

“감방, 내가 가겠다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한테 심하잖아요.”


이판사판 ‘구석’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심해? 구석이, 너 새끼! 지난번 알레르기라고 염소 갖다 줬을 때도 눈 딱 감고 봐 줬는데, 너 하극상이 뭔지 알지?”


망치 형님은 자신이 오야붕처럼 다짜고짜 뺨을 후려갈겼다.


“인마, 회장님과 한 집에 산다고 봐 줬더니 건방지게 어디까지 올라올 거야?”


마구잡이로 주먹질, 발길질을 해 대는 바람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분위기가 이쯤 되자 구석이도 일방적으로 맞고 만 있을 수는 없었다. 계급 떼고 육박전이 벌어졌다. 구석이는 태권도, 유도, 합기도 단수가 두 자리 숫자였다. 다급하면 연장을 쓰는 망치 형님이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구석이, 너 새끼! 이건 식구끼리 하극상이다.”


얼굴을 가격 당한 망치 형님이 입을 놀렸다.


급기야 허리 춤에서 회 칼을 빼내 휘둘렀다. 이제부턴 식구가 아니었다. 이건 두 사람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었다.

밀고 밀리는 육박전 끝, 구석이가 망치 형님이 휘두르는 칼을 빼앗아 찌른 것이었다.


이 사고는 다음날 ‘지역 깡패 조직끼리 이권을 노린 난투극’ 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신문에 기사화 되었다. 경찰 나부랭이들과 상부상조했던 오야붕의 농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이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인호한테 의리를 지킨 대신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에 붙잡혀갔다. 그리고 감방에서 징역을 살아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이모님이 접견 와 자신도 없는데 사고를 쳤다며 애를 태웠다. 늦잠이 많던 인호도 새벽같이 달려와 눈물을 훔치며 궁금하지도 않은 깡패 새끼들 소식을 전했다. 솔직히 약간은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정거장 떠난 버스처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구석’이는 이 일로 ‘징역형 3년에 처한다’는 처벌을 받았다.


***


1999년 4월,


“수감번호, 1024 ‘이구석’ !!! 출소(出所)다.”


도대체 얼마 만에 불려본 자신 이름인가?


꼬박 3년 동안 자유를 차압당한 채 교도소에서 감방 생활을 했다. 그리고 날 수까지 정확하게 계산된 긴 긴 3년, 지옥같던 감방 생활이 끝났다. 만기 출소하게 된 것이었다.


지난밤은 꼬박 뜬눈으로 새다시피 새벽을 맞았다.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갈망했던 내일이 어쩌면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순간 순간 들었기 때문이다.


단 하루도 다르지 않았던 감방과 달리 세상은 지금쯤 얼마나 변했을까?


이른 새벽, 교도관 부름을 받고 죄수복 대신 밖에서 입고 왔던 사복으로 갈아입고 혁대를 채웠다. 들어 올 때 구멍을 그대로 채웠으니 몸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세 평쯤 되는 마룻바닥, 먹고 싸고를 한 공간에서 해서 일까? 철사 줄에 매달린 주름진 커튼을 한쪽으로 젖히면 여러 사람 구린내가 모아진 누런 변기통이 보였다.


인간이라면 입으로 먹고 똥구멍으로 싸는 건 누구나 같았다. 그러나 이곳은 정신 멀쩡한 사람이 살만 한 곳은 아니었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죽지 못해서 사는 지옥 같은 곳이었다.


인생(人生) 한창 나이!

스물다섯 감방에 들어와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꼬박 세 차례씩 넘겼으니 스물여덟이 되었다. 방망이 찬 교도관 뒤를 따라서 우측 좌측으로 쇠창살 철문을 몇 개나 통과했다.


순간 옥 죄어오던 쇠창살이 한 여름 삼복(三伏)이면 개 장수들이 트럭 짐칸에 싣고 다니는 ‘쇠창살 개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보다 백 배 천 배쯤 후각이 민감한 동네 개들은 트럭을 몰고 온 개 장수가 ‘개 팔아요.’ 외치는 소리만 듣고도 꼬리를 내린 채 오금을 저린다고 들었다.


감방은 주변이 쇠창살로 되어있었다. 면회실이나 목욕탕 작업장을 나갈 때도 수 없이 많은 쇠창살 철문을 통과해야만 했다. 순간 순간 마음을 조이는 쇠창살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 감방은 개그맨들이 화면에 나와서 웃고 떠드는 텔레비전도, 중요 기사만 가린 신문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어왔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숨 쉬고 사는 세상과는 담을 쌓는 막막함이 온몸에 느껴지는 곳이었다.


세상을 벌 주는 사람과 벌 받는 사람 이분법으로 나누게 되었다. 바깥에 나가게 되더라도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람들에게서 차별 당해야만 하는 무기력이 강하게 밀려왔다.


‘구석’이는 그 동안 경찰이, 그리고 교정 공무원이 수 없이 양손에 수갑을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포승줄로 양팔과 허리를 묶었다. 감방을 나와서 법원 검찰청으로 버스를 타고 출정(出廷)이라도 가는 날은 앞뒤 사람과 다시 굴비를 엮듯 묶였다.


죄인은 숨만 쉬고 있을 뿐 인간도 아니었다. 똑같은 인간임에도 ‘법’이라는 이름으로 벌을 주는 사람은 포박했고 벌을 받은 자신은 포박 당해야만 했다.


그 뿐인가? 감방을 나가지 못한 채 전쟁이 나거나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 참담했던 지난 3년 세월이 떠오르니 몸서리가 쳐졌다.


“1024호 ‘이구석’! 그동안 고생했다. 잘 가라.”


교도관은 매일 겪어야만 하는, 출소자 누구에게나 건네는 똑같은 말로 성의 없이 인사말을 했다.


“네, 교도관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고생을 했는지? 자신을 가두고 지켰던 교도관이 고생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새벽 시간, 찬바람이 시원했다.

교도소 호송버스가 출입하는 육중한 철문 대신 쪽문이 열렸다. 이까짓 철문 하나 사이로 감방과 자유 세상 경계였다니, 쓴 웃음이 지어졌다.


꼬박 3년 만에 자유를 맞는 이 기분,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 해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젠 죽으면 죽었지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자고 맹세했다.


목 마른 사람이 시원한 냉수를 마시듯 어슴푸레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맑은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 마셨다. 새벽 시간임에도 인호가 몇 사람 식구들과 마중을 나왔다.


이모님이 급하게 다가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먹으라며 주었다. 그리곤 가냘픈 몸으로 힘껏 껴안았다.


“우리 구석이, 그동안 진짜로 고생 많았다.”


여섯 살 때 처음 만나 굽 높은 구두를 신었던 이모님은 얼굴도 손가락도 공주처럼 예뻤었다. 그런데 감방 생활하는 3년 사이 눈가 주름과 흰 머리카락이 드문드문 보였다.


순간 불쌍한 이모님은 죽을 때까지 오야붕 그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이 들었다.


“이모, 이제 이모도 흰 머리 나네? 난 집에 안 갈 거야.”

“구석아, 돈도 없을 텐데 집에 안 가면 어딜 간다는 거야?”

“글쎄, 딱히 갈 곳은 없지만 이제 오야붕이 있는 기와집은 절대로 안 가려고. 이모도 생각해봐?”


이모님은 무슨 말인가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구석’이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여섯 살 때부터 입혀주고 재워준 대가를 하느라 하늘도 쳐다볼 수 없는 감방에서 3년이나 썩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그곳으로 갈 수는 없지.”


이모님은 구석이가 이해된다는 듯 잡은 손에 슬며시 힘을 주었다.


승용차에 나눠 타고 출소 마중을 나온 식구들도 다른 때라면 빨리 가자고 조급함을 보였을테지만 깨끗하게 외상값을 갚은 듯, 아니면 자리가 자리라선지 조용히 지켜만 봤다.


“형님! 돈도 없을텐데. 그러면 어디로 가시게요?”


인호가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


“인마, 세 평 감방에서도 죽지 않고 3년을 버텼다.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는데, 어디에 간들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냐?”


인호는 그 동안 면회를 통하여 구석이 마음을 어느 정도 아는 터라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


‘구석’이는 감방에서 자존심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참담한 순간이면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았다.


신기하게도 튀밥 장수 삼촌을 따라 다녔던 여섯 살 때부터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삼촌이 일하다 말고 변소나 주막을 가는 순간이면 자신은 튀밥 기계 손잡이를 뜨거워질 때까지 빙글빙글 돌렸었다.


호리병 닮은 튀밥 기계가 뜨거워지면 손잡이도 따라서 뜨거워졌다. 그러면 고사리 닮은 손가락이 뜨거운 고통을 느꼈다. 이를 참아내느라 삼촌이 꼈던 기름 묻은 헌 장갑을 두 겹 세 겹 손잡이에 씌웠다.


그러다가 압력계 바늘이 맨 위로 올라가면 삼촌이 오기만을 학수고대 했다.

삼촌이 돌아와 쇠막대기를 앞으로 제치면 펑 하는 소리에 개구쟁이들은 귀를 막고 어디까지라도 도망을 쳤다.


어느 날 길거리서 만난 스님은 이모님처럼 얼굴이 하얀 젊은 스님이셨다. 튀밥 기계가 차려진 기계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정구업진언 수리수리마하수리' 불경을 외웠다.


드시라고 쌀 튀밥을 주는 ‘구석’이를 향해서 부처님을 모신 자신도 시주 받은 튀밥 값은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삼촌한테 목소리를 높였었다.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구석’이에겐 ‘물’과 ‘불’이 있는 운세라 ‘초년운세’가 박복하고 구석이란 ‘이름자’도 어디엔가 갇힌듯 걸린다고 했었다.


태어난 사주(四柱)를 알거나 자신보다 법력이 높은 ‘사형’이라면 도움을 줄 수도 있을 텐데 아쉽다며 ‘운방사’ 주소가 적힌 쪽지를 주며 나중 생각나면 찾아오라고 했었다.


바깥이 생각나고 감방 생활이 너무나 팍팍할 때면 버릇처럼 지갑 속 쪽지를 꺼내서 ‘운방사’ 란 절과 말쑥한 스님을 생각해 보곤 했었다.


어찌나 보고 또 보고 했는지 너덜너덜 헤진 쪽지를 어떤 날은 멍하니 현기증이 나도록 들여다 봤다. 나쁜 것을 예방하는 ‘부적’ 같은 것이라고 믿은 것 같았다.


***


젊은 스님이 사형’과 함께 있다던 ‘구례 운방사!'


단 한차례 가 본적 없었지만 희한하게도 그 곳에 마음이 머물렀다.

어쩌면 척박하고 박복하다는 초년 운세를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망망대해서 만나는 등대처럼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만 했다. 마음속 중심이 없으면 척추 없는 동물처럼 땅속을 기어 다니는 지렁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 되었다.


스님을 여섯 살 때 만났으니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두 번이나 지났다. 그 때 그 스님은 지금도 그 절을 찾아가면 만날 수 있을까?


나를 낳아준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고, 아들 구석이가 젊은 날 살아가는 길을 잃고 참담해 하는 이 처지를 알고는 계시는 것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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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정우’로 개명하다 +1 24.08.17 1,214 22 12쪽
6 6화 ‘운방사’를 찾아가다 +2 24.08.16 1,245 24 12쪽
» 5화 적개심이 부른 죄 +1 24.08.15 1,294 21 11쪽
4 4화 염소 도둑놈(2) +1 24.08.14 1,443 19 12쪽
3 3화 염소 도둑놈(1) +1 24.08.13 1,690 25 11쪽
2 2화 모질고 척박했던 초년 +1 24.08.12 1,924 35 12쪽
1 1화 두 사람 운세(運勢) +2 24.08.12 2,888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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