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마스크퍼슨
작품등록일 :
2024.08.13 14:00
최근연재일 :
2024.09.18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447,458
추천수 :
10,104
글자수 :
253,125

작성
24.08.14 12:00
조회
13,943
추천
260
글자
13쪽

포인트를 단번에 잡다 (1)

DUMMY

그리하여 듣게 된 규격.

저출산 사회를 발판 삼아,

고령화 시대에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노인 판타지물’.


“원작도 없고, 시간도 없고, 자본도, 인력도 적지만!”


시의성 있는 소재를 받았고,

완전히 불가능한 시간도 아니면서,

예산도 (적지만) 있긴 하며,

빵빵한 피디진에 유망주 작가까지 모셨다, 이 말이다!


송창한이 크하하 웃음을 토해내며 말했다.


“송 피디님, 좋으신 거 맞죠? 저 피디님께서 그렇게 웃으실 때가 가장 무서워요.”


걱정 반, 희망 반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황마리가 떫게 받아쳤다.


대본도 없이 단막극을 맡았다는 분노에 물들 수도 있었으나, 송창한은 이를 광기로 승화시켰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목숨이 있다는 건 좋지. 좋은 게 좋은 거야, 크하!”


도민준이 보기에 그는 작품은 둘째치고 긍정적인 마인드 부분에서는 탑급이라 해도 좋을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본받고 싶을 정도다.

때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사기에 도움을 줄 때도 있으니까.


그러나 면밀하게 살펴보면 숨은 근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송창한이 확고부동하게 웃을 수 있는 이유.


바로, 멍한 표정으로 기획 요망 종이를 훑어보고 있는 조커 카드.

도민준이 있기 때문이었다.


.

.

.


송창한이 도민준에게 접근한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료했다.

작품, 평가, 인간관계에 치이던 침체기의 어느 날.

박종찬의 취중진담 때문이었다.


드라마 시청률 25%를 넘긴 박종찬 작가와 드라마 관련인들이 강남 술집으로 모였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관련 없는 송창한은 그에게 얼굴도장을 찍으러 갔었다.


이류 작가 선상이던 박종찬은 빠른 속도로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르고 있었으니까.

피디 송창한이 할 일은 컨택, 또 컨택이었다.


‘마시자! 오늘은 글 생각 없이 진탕 마시자고! 내가 산다!’

‘어머, 박 작가님. 오늘 너무 달리시는데요.’

‘메뉴 너무 비싼데? 이거 시켜도 돼요?’

‘송창한 피디님도 오셨네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하하, 근처에 계신다고 해서 인사차 들렀습니다~ 키야, 장어튀김! 메뉴 죽이는데요?’


기분이 째져 날아갈 것 같았는지, 박종찬은 드라마든 영화든 스탭이든 배우든 누구든 불러라, 편하게 놀자는 식 분위기를 이끌었다.

송창한은 자연스러운 철면피로 이들 사이에 스리슬쩍 끼어들 수 있었다.


사람들의 안면이 하나둘 취기로 마비되어갈 때.

술이 진탕 취한 박종찬이 털어놨었다.

혀가 돌돌 말리고 꼬여있었는데도 발음은 알아 들을 만했다.


보조작가가 굉장히 훌륭하다고.

자신이 못 따라갈 정도라고.


몇몇은 취해서 듣고 흘렸지만, 송창한은 맛있는 벌레를 포착한 새처럼 말꼬리를 물었다.


‘에이~ 박 작가님 너무 겸손하셔요. 보조작가가 박 작가님 밑에서 배우고 있겠죠.’


박종찬이 순간적으로 정색했다.


‘송 피디. 내가 자괴감이 들었어. 그 정도라고.’


보조작가를 칭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신이 열등함에 무너지고 있으니 위로받고 싶다는 말이었다.


외유내날(겉은 유한 듯 보이나 내면은 날카로움)의 송창한은 이를 읽었다.


집으로 돌아가 크레딧을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보조작가 도민준이 붙고 기점이 생겼다.

박 작가의 평판이 기울어진 시소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듯 상승기류를 탔던 것이다.


‘보조작가 손을 탔기 때문에 잘된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는 얼마나 괴물인 작가인가!

작업, 집필 과정에서 얼마의 지분을 차지했을까!

어떤 영혼의 소유자이길래 이런 영감을 불어넣었을까!


이후 송창한은 뒷조사를 시작했고 도민준에게 접근해 그가 쓴 습작용 글들을 받았다.

일부를 읽는데, 가슴이 바이킹을 탄 것처럼 간질거렸고 뭉클거렸다.

그간 박종찬 작가를 성공길로 이끈 작품들의 감성이 녹아들어 있었다.

뭉근히도 따뜻했고, 사회를 콕 찌르는 철침도 있었으며, 강렬하면서 부드러웠다.


한마디로,

뛰어났다.


박종찬 성공을 뒤에서 밀어준, 그 시작점에 숨겨진 그림자가 바로 이 어리고 젊은 작가였다.


.

.

.


황마리 또한 도민준의 습작들을 송창한에게 전해 받아 읽었고, 믿음은 어느 정도 다져져 있는 상태.

대본의 빈칸을 알차게 채워 넣은 걸로도 또 한 번 증명이 된 셈이었다.


“암튼 저도 도민준 작가님이 여태 쓴 글을 봤어요. 송 피디님께 전해 받았거든요. 딱 그 정도로만 먼저 잡아 주셔도 좋을 듯 해요. 기획이랑 틀만 먼저! 그다음에 회의를 하자구요.”


꿀꺽, 도민준은 물로 목을 축였다.


‘전보다 더 잘해야겠는걸.’



* * *



어떤 장면들을 쓸 수 있을까.

난 잠시 시선을 창가 쪽으로 돌렸다.

현실과 분리된 상상을 띄워놓았다.

그러면 현실이 엘리베이터 문 닫히듯 차단되며 저절로 음악이 연주되는 것처럼 새로운 차원의 악보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들쑥날쑥 떠오른 장면이 맞춰지지 않은 퍼즐처럼 흩어져있다.

이 중 가장 좋은 퍼즐들을 맞춰보는, 조합의 과정을 거친다.

정리되지 않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열어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처럼 맞춰본다.


그러면 점점,

내 속에서 어떤 캐릭터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심혈을 기울여 나를 맞춰달라고.

완성이라는 명칭을 달라고.

세상 밖으로 꺼내달라고.


박 작가님의 총괄 하에 그의 작품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제 내 작품이다.

자유롭게 휘갈기고 싶다는 기대감과 함께 화라락 타오른 열망의 불꽃.


“노인 얘기...”


나는 기획 요구사항이 적힌 종이의 글자를 중얼거렸다.


송창한과 황마리가 뭐라도 건져보자며 무작위 마구잡이식 아이디어를 구두로 쏟아내는 동안.


나는 머리속으로 장면이라는 잎을 달 줄기인 주제를 잡았다.

노인의 활력, 인생에서 찾아온 또 다른 청춘, 이루고픈 꿈.

그리고.

특정 키워드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부성애.”


응? 송창한과 황마리, 구태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를 멀뚱히 쳐다봤다.


“도민준 작가님, 부성애요?”

“여기 종이 보니까, 휴머니즘을 메인 삼아달라고 적혀있더라구요.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성을 자극하는 판타지물이면 좋겠다고... 그래서 노인이 젊어진 이후 자신의 길을 걷는 아들에게 부성애를 보여주는 키워드를 잡아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오...”


황마리가 그럴싸한 얼굴을 하며 날 쳐다봤다.


“괜찮을 수도요?!”


자.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

이건 초, 중,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하기 전에도 생각하면 좋을, 중요한 건데.


왜 소재와 주제가 노인일까?

이 포인트를 꼭 짚어야 한다.

노인으로 어떤 얘기를 해야 재밌을까? 는 두 번째다.


왜 그들이 노인이라는 미션을 주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라는 거다.

이건 ‘왜 이 시대에 이 이야기를 해야하는가’와 직결된다.



* * *



고시텔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발상의 태엽은 쉬지 않고 돌아갔다.

언제 스튜디오를 나와서 하천 부근까지 갔는지, 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사색에 몰두했다.

고시텔 공용 부엌에서 간식거리를 찾으면서도, 나는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때마침 바닥 밀걸레질을 하던 고시텔 사장님이 부엌으로 들어왔다.

머리 반틈이 하얗게 센, 노인 나이대의 남성이었다.


시나리오에 활용할 거리가 있을까 싶어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듯 살피는데,

사장님이 먼저 말을 걸었다.


“학생, 아니. 학생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치? 일하러 왔다고?”

“네. 안녕하세요.”

“젊은이가 고생이 많아... 왜 여기 멀뚱멀뚱 서 있어? 저녁을 아직 안 먹었나?”


왜 이 노인은 내게 말을 붙였을까.

주변인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나이다.

새로운 관계를 이루고 싶다는 욕구일까.

아니면 고시텔로 입주한 인원이라서 챙겨주려는 걸까.


“저녁 먹었는데, 배고파서 야식 먹으려구요.”

“으응. 냉장고에 나물이랑 반찬들 있어. 갖다 먹으면 돼. 밥은 여기 있고, 없으면 학생이 쌀 넣어서 해 먹거나 나 불러. 내가 여기 거주하고 있거든.”


나는 그에게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었다.


“라면 먹으려고 했는데요. 하하, 나물이랑 같이 먹을게요.”

“라면? 아이고야... 다들 매일 라면 먹는다 그러네. 건강한 거 먹어야지. 맛있는 야식 하나 만들어줘?”


갑자기 그가 프라이팬을 꺼내 기름을 둘렀다.

기다리라며, 서둘러 계란을 푼 물에 자른 당근을 섞고, 그 안에 맛살을 찢어 술술 볶더니...

노릇노릇한 전이 금세 완성됐다.


“내가 먼저 떠난 우리 와이프 보다 요리는 못해도, 그 발끝만치는 따라할 줄 알아. 그래서 맛있을 거야. 와이프 요리 솜씨가 식당 차릴 정도로 엄청났거든.”


아내 분은 돌아가셨나 보다.

나는 조금 숙연해졌다.


“무슨 일해?”

“글 쓰는 일을 해요.”

“음... 작가야? 소설? 내 조카가 무슨 웹소설인가 뭔가 쓴다고 하더라고.”

“하하. 웹소설 좋죠. 근데 전 시나리오 쓸 것 같아요.”

“쓸 것 같은 건 또 뭐야? 어어. 시나리오면 드라마 작가?”


그는 왜 나에게 관심을 가질까.


몇 가지 흥미로운 물음들이 떠올랐다.

난 부엌에 앉아 맛살 전을 먹으며 간이로 사장님의 인터뷰를 따보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가족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자식과의 관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젊음을 되찾는다면...


그리고 중요한 키워드 하나를 얻었다.


“난 말야. 청년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그렇게 못해봤으니까.”


후회.

타인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


“작가면은 말이야~ 내 이야기도 좀 써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줬으면 하는 소망도 보였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재미 삼아 하는 소리긴 한데, 그는 조금 더 노골적이었다.


“내 인생 파란만장하거든~ 재밌거든~ 좋거든! 어때. 내 인생 얘기, 들으니까 재밌지? 시나리오로 쓸만해?”


하나라도 더 전달해 주고 싶은, 알려주고 싶은, 조금 더 좋은 길을 다져주고 싶은 마음.

참된 노인의 캐릭터.


이거다.

윤곽을 잡을 수 있겠다.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많지 않다.


메일을 열자, 구태윤 피디님이 레퍼런스 자료들을 몇 가지 보내놓았다.

참고할 만은 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쓸 것은 기존에 있어 온 노인 이야기들과는 다를 것이다.

노인이 젊은 피가 되어 활개를 치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못다한 꿈을 이루고 풋풋한 사랑을 할 뻔할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갈래를 잡으려고 한다.


바로 젊어진 노인과 늙어가는 아들의 협업 얘기다.


그들의 꿈은 무엇인가!


그리하여.


이번 키워드는 ‘지원’, 그리고 ‘가족’.


후킹 멘트.


“당신이 젊어진다면, 당장 먼저 찾아갈 사람은 누군가요.”


젊음을 찾은 노인은 자신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자식 하나 끌어올려 주겠다고, 그놈의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젊어짐과 동시에 아들을 찾아 사업을 도와주는 능력자 노인이 바로 주인공이다.

자식에겐 젊어진 아버지의 방문은 꿈처럼 바라온 후원자, 든든한 빽, 오래토록 기다려온 친구 같을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좀 과하게 의존한다 싶을 정도로 감을 활용한다.

어떤 영감의 덩어리에 감흥이 꽂히고,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을 때.

머리와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사실 이건 육체가 움직이는 게 아니다.


현실에 없는 상상의 세계가 생동감 있게 숨을 쉬는 것이다.


여태 만들었던 캐릭터들이 힘을 불어주는 듯 내게 귓속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리를 하면 미쳤다고 할 테지만.

나는 정말로 내가 만든 캐릭터들에게 성원을 받았다.



* * *



좋은 손 스튜디오 5층의 3팀.


각본만 나와도 어디랴, 감개무량이지만.

욕심 상 큰 임팩트가 필요했다.

그래야 다음 작품에 힘이 실린다.

‘곤란한 기획 처리반’이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넘어서, 좋은 기획을 하고 싶다는 당연한 욕심이 송창한 드라마 팀의 원동력이었다.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야. 알지.”


달력에 일정을 정리하던 송창한이 중얼거렸다.


“그 어려움이 내가 도민준 작가를 부른 이유고.”


대본 가닥이 잡히기 전까진 누구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단막극 대본이 있어야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하니까.

그래서 그들은 가예산부터 짜고 있었다.

순서가 조금 꼬였지만,

언제 순탄한 적이 있었나 하면서.


구태윤 피디가 기획 방향성 검토를 전반적으로 맡겠다고 했다.

구태윤으로 친다면 팩트로 작품의 장단점을 AI처럼 차분히 따져내는 냉철한 분석가다.


“도민준 작가가 기획안이랑 전체 틀 오늘까지 주기로 했으니까 자정에나 오겠죠?”

“그렇겠지. 내일이나 볼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미리 섭외한 라인들 정리하고 있자고.”

“초고 나오면 예산에 따라서 다시 맞출게요.”


구태윤이 무의식적으로 메일 칸에 마우스를 딸깍였다.


“어, 벌써 왔는데요?”

“뭐?”


도민준이 오전에 보낸 기획안을 받고 파일을 열어보던 구태윤의 눈이,


“응?”


방금 지평선을 넘어선 태양처럼 동그랗게 뜨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개척 (1) +5 24.08.21 11,217 226 13쪽
14 예상치 못한 몸값 (3) +7 24.08.20 11,142 247 12쪽
13 예상치 못한 몸값 (2) +9 24.08.20 11,152 240 14쪽
12 예상치 못한 몸값 (1) +9 24.08.19 11,249 233 12쪽
11 단막극의 파동 (3) +5 24.08.19 11,196 248 13쪽
10 단막극의 파동 (2) +5 24.08.18 11,157 238 12쪽
9 단막극의 파동 (1) +13 24.08.17 11,368 244 13쪽
8 첫 리딩 (2) +7 24.08.16 11,413 233 13쪽
7 첫 리딩 (1) +5 24.08.16 11,631 241 12쪽
6 포인트를 단번에 잡다 (3) +7 24.08.15 12,307 224 13쪽
5 포인트를 단번에 잡다 (2) +6 24.08.14 12,840 233 12쪽
» 포인트를 단번에 잡다 (1) +6 24.08.14 13,944 260 13쪽
3 인생을 바꿀 제안 (3) +11 24.08.13 14,853 257 12쪽
2 인생을 바꿀 제안 (2) +11 24.08.13 15,782 268 13쪽
1 인생을 바꿀 제안 (1) +15 24.08.13 20,553 27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