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마스크퍼슨
작품등록일 :
2024.08.13 14:00
최근연재일 :
2024.09.18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447,497
추천수 :
10,104
글자수 :
253,125

작성
24.08.15 19:00
조회
12,307
추천
224
글자
13쪽

포인트를 단번에 잡다 (3)

DUMMY

고기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소고기 집에 들어섰다.

선홍빛 고기의 마블링이 물감처럼 흘러내렸다.


“그거 알아? 하태상이랑 최윤이 서로 멱살 잡는 연기 하다가 머리채 잡고 싸웠단다. 실제로.”


송창한이 에피타이저로 옆 동네 이슈를 꺼냈다.


“둘이 친하다지 않았어요?”

“그 작가 작품에서 그랬대. 수박 싸대기. 극 중에서 시어머니랑 며느리가 징그럽게 싸우다가 수박으로 뺨 때리고 수박씨가 코 옆에 붙어서 웃게 된다는. 그 사차원 대본 만드는 작가.”

“헐... 거긴 촬영장 분위기 매번 새롭다면서요? 드라마보다 촬영장 안이 더 재밌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래. 저주라도 받은 듯이 배우고 스탭이고 마구 싸운댄다. 작가까지.”

“그래도 늘 흥행은 되죠. 작품도 사람들이 신기해서 본다던데.”

“나도 그래서 보긴 해.”


나는 관심을 기울였다.

누구나 아는 배우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니까.

자연스럽게 동참하고 싶어 말을 붙였다.


“제가 아는 그 하태상이랑 최윤이 배우요?”

“어. 도 작가도 알겠지.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니까.”


신기함에 감탄사를 내보냈다.


“우와.”


그러자 송창한 피디가 미간을 구겼다.


“우와? 가 아니야. 우웩! 이지. 촬영장에서 인간들이 싸우면 누가 젤 고생하는 줄 아냐? 나 같은 사람이 젤 고생해. 말려야지, 촬영은 해야 하지, 집에 가고 싶지.”

“아하...”

“도 작가는 싸우면 안 돼. 싸울 일 있으면 나를 부르라고.”

“피디님, 도민준 작가님이 어디 싸울 것 같은 인상이에요? 순둥순둥 받아주다가 다 져주게 생겼고만.”

“푸하하. 그것도 그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반응했다.


“아... 제가 그런가요?”

“그렇게 보이긴 해요.”


황마리가 진지하게 끄덕이다가도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도 덩달아 황마리의 미소를 따라하듯 웃어봤다.


“봐. 도민준 작가님. 아니라고 부정 한마디를 안 하고 픽 - 웃어버리잖아요. 이게 도 작가님 매력인가봐.”


옆에 피디들이 동의하며 맞장구쳤다.


매력이라.

인물의 매력만 생각하기 바빴지, 정작 나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박종찬 작가님과 함께 밥을 먹을 때는 이런 사사로운 일상사를 마음 놓고 주고받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적을 분량 얘기, 내일 쓸 방향 얘기로 작품 생각으로만 시간을 채웠었다.


밥은 소고기가 아니라 ‘함께’라는 점에서 맛이 더해진다.

북적이는 재미의 감칠맛이랄까.


“참, 도 작가 고시텔은 어때?”

“사장님이 잘해주세요.”

“헐. 도민준 작가님 고시텔 사장님 인터뷰했다고 했지! 그럼 고시텔에 방 잡은 거구나!”


황마리가 이제야 알았다는 듯 손뼉을 마주쳤다.


이 와중, 구태윤은 야무진 쌈을 싸서 복스럽게 입에 넣고 있었다.


난 그들이 궁금해하는 고시텔에 대해 설명했다.


좁은 방에 벌레가 나오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잡기 쉽다, 사장님께서 힘내라고 월세를 2만 원 깎아주겠다고 했다, 고시텔 사장님이 맛살 전을 해주셨다... 잔잔한 일상을 읊어냈다.


돌아온 송창한이 듣다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테이블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잘만 마치면 어서 거기서 나오게 해줄게. 좀만 기다리라고.”

“아녜요. 제가 편해서 들어간 건데요.”


황마리가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쳤다.


“도민준 작가님. 좁고 벌레 나오는 집이 편한 사람이 어딨어요. 세상 다 괜찮다고 하면 힘들...”


말 중간에 그녀는 입을 헙 다물었다.

그들이 요구한 것도 썩 괜찮은 요건들은 아니었으니까.

황마리는 화제를 돌렸다.


“저... 도민준 작가님, 그러고 보니 다크서클이 는 것 같아. 원래도 조금 있었는데.”

“자기 작품이니까 더 몰입했겠지.”

“박 감독님 작품 때도 자기 작품처럼 했을 것 같아요.”

“우리 여건이 좀 빡셌는데 이렇게 빠른 시간에 좋은 기획안을 내다니...”


칭찬이 어색해진 나는 무덤덤한 척 고기를 집어 먹었다.


아직 시나리오가 남았다.

시나리오가 본 판이니까.

안심하긴 이르다.


입을 술로 몇 번 더 헹군 황마리는 점점 말이 꼬여갔다.


“나... 도민준 작가님 글 보고 팬 됐어요. 그동안 박 작가님 밑에서 고생 많았겠구나 싶어요.”

“아닙니다. 괜찮았어요. 그리고 아직 기획안일 뿐인데요.”

“기획 방향성 잡고 전체 줄거리 뽑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에요? 고생이지. 그 나이에... ”


갑자기 황마리가 흐느꼈다.


우는 건가?

설마 나 때문에?


“우리.. 주인공 김학수 노인...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극한 아들 사랑에... 내가 다 눈물이 나잖아요...”


아, 작품 얘기였다.


“야. 황 피디 취했다.”

“황또취네요.”


송창한과 구태윤이 연이어 말했다.


황마리의 주사는 눈물인가 보다.

그녀 혼자 소주 한 병을 빠르게 마셔버린 탓이었다.

송창한은 이때라며, 웃긴 광경 나왔다며, 사진 찍어야 한다며 촐싹거렸다.


난 당황했지만, 같이 또 웃어봤다.


“울 도 작가도 웃는다. 황 피디 개그 성공했다.”


우리가 지금은 돈을 별로 못 주지만, 다음에는 더 좋은 조건이 붙을 거고 위로 올라갈 거다.

송창한은 이런 말도 붙여줬다.

벌써 마음 두둑해지는 말이었다.




회식이 끝나고 밤거리를 유유히 돌았다.

펼쳐진 도로와 인도 사이를 오가는 다채로운 걸음걸이들.

자신만의 삶을 무겁고도 가볍게 지며 일상을 살아내는 인간들.


그들이 향하는 죽음.

그리고 개중 죽음과 더 가까운 이들.

내가 지금 함께하는 캐릭터, 노인 김학수.


지문과 대사로 이뤄진 시나리오, 그 속에 감정과 감성을 담아야 할 텐데.

잘 쓸 수 있을까.

혼자 있을 때마다 피어오르는 고민이 광활한 하늘을 덮을 정도지만.


다 멈추고 보면,

야경이 아름답다는 생각만 남는다.


새벽이 텄다.

그래도 계속 걸었다.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내가 얼마나 더 살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들을 다 담아보고 싶다.



* * *



단막극 제작 기회를 얻어냈다.

이건 좋은 손 스튜디오 고진감 대표가 따낸 건수였다.

방송국 사람들 앞에서 호언장담을 퍼부었으니까.


“단막극, 우리 좋은 손이 띄워보겠습니다! 최고 시청률 단막극 찍어보렵니다!”


화려한 달변으로 어필을 해댔고 결국 따냈긴 한데.

단막극 시나리오 공모전 1등 작은 표절.

그 자리를 채울 2-3등 시나리오는 스케일을 고려했을 때 제작 불가,

높으신 분들은 눈도 또 높아서 나머지 존재하는 시나리오들이 현대 시대상과 어울리지 않다는 평가를 들이부었고.

새로운 걸 만들어와라, 라는 요구사항을 덜컥 제시.


결국 시나리오도 없는 단막극 처리반이 되어버렸다.


“이게 말이 됩니까아. 우리는 있는 대본 받고 진행하려고 했는데, 아예 대본부터 새로 짜라니!”


그렇게 곤란한 것 수습하기 달인인 송창한에게 넘어간 프로젝트였다.


.

.

.


덜컹, 3팀의 문이 열렸다.

취기가 살짝 어린 송창한이 입장했다.


안에는 고진감이 고즈넉이 앉아 전담을 태우고 있었다.


“엇, 대표님? 이 야심한 밤에 왜 여기 계시는지요. 우리 팀에 애정이 이렇게나 깊으셨습니까?”

“밖에서 고기에 술 한잔 맛있게도 걸쳤고만.”

“저희 카드 내역도 확인하세요?”

“고기 냄새 좀 빼고나 그런 소리 하지.”


고진감은 송창한의 넉살이 익숙한 듯 보였다.


“술값은 당연 따로 계산했으니 걱정 마십시오.”

“잘 먹었으면 집으로 가지, 퇴근을 왜 여기로 해?”

“기획안 다시 보고 정리를 좀 해야죠.”

“그런 건 맨 정신에 하라고...”


스르륵, 송창한이 간이 소파에 몸을 기댔다.

고진감이 옆에 서서 송창한을 주시했다.


“배우 필요하지?”

“예. 이제 만들려면 배우랑 스탭 구해야죠. 연출은 제가 맡구요. 참 가성비 좋은 팀 아닙니까.”


송창한은 자조적인 웃음을 뱉었다.


“왜요. 대표님께서 전폭 지원 해주시려구요?”

“응.”

“예?”


반쯤 감겨있던 송창한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허리가 절로 세워졌다.


“이 기획안 가망이 있어. 대본만 잘 만들어진다면 말이야. 대사 빨이 중요할 것 같아. 잘 쓰는 작가면 좋겠는데...”

“네네. 그쵸. 기획안 다 읽어보셨어요?”

“신인이라고 했었지? 작가가 오랫동안 수면 아래 있다가 이제 본인 작품 하나봐?”

“적지 않은 기간이었죠.”

“연륜이 느껴진달까. 나도 안목이 좀 늘었지. 글 보면 작가가 은근히 그려지니까.”


피식, 송창한이 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에? 대표님, 작가가 그려진다구요?”

“응. 흠, 맞춰볼까.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 나이대, 남자 캐릭터를 썼지만 감성이 여려 보이는 게 여성 작가, 성격은 그래도 당차고 기가 쎄네. 맞지?”


때려 맞추기 식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발설해봤다.


“아직 한참 머셨는데. 사고방식을 좀만 더 넓혀보실까요. 하하.”


바로 동그라미를 받을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다 틀렸나.


“뭐, 그럼 어떤 작가인데?”



* * *



시나리오를 뽑기로 약속한 일주일이 지났다.


어김없이 찾아온 점심시간.

시나리오 초고를 오전에 보내고 피로함과 홀가분함을 동시에 묻힌 도민준이 출근했다.


사무실 안에는 고진감 대표가 와 있었다.

직접 작가 실물을 봐야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어린 작가 하나가 들어오자 고진감은 콧살을 찡그렸다.


“대표님, 도민준 작가님이세요.”


긴가민가하는 고진감에게 황마리가 대신 소개했다.

고진감의 안색이 붉어지다가도 이내 환하게 펴졌다.


“아...! 도민준 작가님?”


진짜네.

너무 어리잖아.

피부도 고운 것으로 보아 얼굴만 봤을 때는 아직 미성년자 티를 못 벗어 보였다.


“여긴 우리 고진감 대표님이시구요.”


황마리의 소개에 도민준은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폴더폰처럼 허리가 굽혀지는 인사였다.

자신감이나 당당함은 적고 겸손의 태도가 베어있으나,

글만큼은 지독하게도 단단했다.


“자, 잠시만. 당황스럽네. 정말 스물이라고? 고딩 때부터 보조작가를 하셨다고?”

“중학생 때부터 했대요. 무려 박종찬 작가님 밑에서요.”

“허...”


도민준은 영문 모르고 멀뚱멀뚱 서 있다가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머리에는 시나리오 피드백을 받을 생각만 차 있었다.


고진감까지 참석한 회의는 30분 만에 끝났다.

사실 이 초고로 가도 될 것 같으나, 도민준이 아쉬워 더 고치고 싶은 부분들을 확인했다.

그 정도로 손색없는 작품이었다.


“구성, 구조, 호흡, 디테일과 대사까지. 다 너무 좋네요.”

“기획안에 있던 내용들 시나리오로 잘 승화되었어요.”

“도민준 작가님, 여기 바로 안 들어왔으면 공모전 준비했으려나?”


도민준은 가정을 상상하듯 눈을 위로 들었다.


“음. 그랬을 것 같아요.”

“다행이네. 공모전에서 먼저 빼갔으면 우린 만날 수도 없었겠어.”


고진감이 혼잣말인지 모를 소리를 뱉었다. 이어서,


“이번 단막극 배우 섭외는 빡빡할 거야. 주연급 탑 배우 한 명만 섭외해도 감지덕지겠지.”

“그렇겠죠. 그래도 내용이 중요하니...”


송창한은 그냥 또 내용으로 밀어붙이려고 입을 열었다.

고진감이 말을 끊었다.


“내가 꼭 챙기라고 했잖아. 이슈성, 화제성! 아무리 단막극이라도 우리는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그쵸, 그쵸. 아는데... 애초에 단막극에 붙으려는 톱배우들이 요즘 없는 추세고요. 다 OTT 시리즈만 보고 있는 거 아시잖습니까.”


그래서 고진감 대표가 나서려던 참이었다.


“내가 다른 팀들보다... 너네를 우선적으로 더 밀어줄까 한다.”


이게 무슨 일이람.

황마리가 입을 떡 벌렸다.


고진감 대표가 직접 배우 캐스팅에 뛰어들겠다는 말이었다.



* * *



솜사탕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무실.


배우 이종섭이 기다란 목을 기울여 도착한 시나리오들을 훑고 있었다.

평소 글을 읽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만큼은 꼼꼼히 봐야 했다.


“종섭이. 오늘따라 집중해서 보네? 고 대표가 부탁해서 그래?”

“고진감 대표님께서 직접 확인해달라고 부탁하신 것도 있고. 저도 똘끼 이미지 좀 바꿔보고 싶어서요. 제가 지금껏 작품을 너무 쉽게 고르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력은 좋으나, 예능에 한 번 나간 뒤로 이미지가 가볍게 소비되고 있는 상태였다.

배우로서 신뢰를 줄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한 시점.


“묵직하고 감동적인 시나리오 찾아서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눈물 짜내기 식의 인위적인 거 말구요. 참, 판타지도 전 좀 꺼려져요. 현실이 아니잖아요. 내가 이입하기 쪼금 힘들다고 해야 하나. 저 엠비티아이 S거든요?”

“뭔티아이? 영양제 이름이야?”

“엠비티아이 모르세요?”


그리고 이종섭은 <올드 비즈니스> 단막극을 손에 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수정 말씀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개척 (1) +5 24.08.21 11,217 226 13쪽
14 예상치 못한 몸값 (3) +7 24.08.20 11,143 247 12쪽
13 예상치 못한 몸값 (2) +9 24.08.20 11,153 240 14쪽
12 예상치 못한 몸값 (1) +9 24.08.19 11,249 233 12쪽
11 단막극의 파동 (3) +5 24.08.19 11,197 248 13쪽
10 단막극의 파동 (2) +5 24.08.18 11,158 238 12쪽
9 단막극의 파동 (1) +13 24.08.17 11,371 244 13쪽
8 첫 리딩 (2) +7 24.08.16 11,413 233 13쪽
7 첫 리딩 (1) +5 24.08.16 11,632 241 12쪽
» 포인트를 단번에 잡다 (3) +7 24.08.15 12,308 224 13쪽
5 포인트를 단번에 잡다 (2) +6 24.08.14 12,841 233 12쪽
4 포인트를 단번에 잡다 (1) +6 24.08.14 13,944 260 13쪽
3 인생을 바꿀 제안 (3) +11 24.08.13 14,854 257 12쪽
2 인생을 바꿀 제안 (2) +11 24.08.13 15,785 268 13쪽
1 인생을 바꿀 제안 (1) +15 24.08.13 20,553 27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