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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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bov
작품등록일 :
2024.08.13 23:02
최근연재일 :
2024.08.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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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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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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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허탕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물자가 그렇게 깨끗하게 털렸는지 놀라웠다. 물론 김민준이 살던 수원도 비슷한 지경이었지만, 그건 이곳 강북과는 상황이 아예 다른 곳이었기에 이 정도 일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살던 수원은 몬스터가 드문드문 보이긴 했지만 인외마경같은 곳은 절대 아니었으며, 생존자도 나름 많은 편이었다. 물론 서울에 비하면 많다는 말이지 매우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건 마찬가지지만.


별수 없었다. 북쪽으로 올라가며 물자를 찾는 수밖에. 김민준은 허탈한 마음을 뒤로한 채 계속해서 북상했다. 중앙의 대로변을 따라 몇 개의 아파트 단지와 커다란 쇼핑몰을 지나치며 올라가던 그에게는 생각해둔 목적지가 있었다. 그것은 국립암센터였다. 커다란 국립병원이라면 의료물자가 분명 많이 있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조심스럽게 경계하며 올라가던 그의 귓가에, 난데없이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노린 총소리는 아니었다. 저 멀리 그가 가던 방향. 즉, 북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그 소리가 두 개였다.


전쟁이라도 일어났나 착각이 일 정도로 엄청난 소음이 계속해서 퍼져 나갔다. 가뜩이나 고요했던 터라 그 소리가 훨씬 더 격하게 들렸다.


전력으로 뛰어가는 와중 총소리의 빈도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상황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김민준은 온 몸에 땀이 송글송글 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가 총소리의 근원지에 헐떡거리며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였다.


작은 동네 뒷동산 크기의 정발산. 그 산길의 입구에서 한 사람이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의 소총이 불을 뿜을 때마다 대형견같이 생긴 몬스터가 피를 쏟으며 쓰러진다. 하지만 아직 몇 마리가 더 남아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짐승과 같은 비명을 지르며 총을 쏘는 최준호의 발악에도 하운드들은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한 놈이 쓰러져 갈 동안 다른 놈이 달려들어 살점을 뜯어낸다.


놈들은 한결같이, 그러나 집요하게 목덜미를 노려댔다. 대형견 크기, 수십 Kg의 동체가 마치 대포알처럼 쏘아져 최준호에게 날아왔다. 최준호은 피하는 대신 들고있던 M16의 개머리판으로 맞받아쳤다.


어깨가 뻐근해질 정도의 타격감과 함께 하운드가 깨갱 소리를 내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하지만 놈은 금세 다시 일어나 최준호의 종아리를 물어뜯었다.


“개씨발!”


최준호은 총구를 아예 하운드의 목덜미에 박아 넣듯이 들이대곤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묵직한 반동의 감각과 함께 그의 총이 불을 뿜었다. 조준이고 뭐고 영거리에서 연발로 발사된 5.56mm 납탄 세례가 하운드의 몸뚱아리를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하운드는 아직도 남아있었다. 또 다른 하운드가 다시 한번 최준호의 목덜미를 노리고 도약해왔다. 이번엔 정말로 개껌처럼 모가지가 뜯겨나갈 참이었다.


펑!


난데없는 총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격추당한 고깃덩이가 관성을 따라 날아가다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펑! 펑! 펑!


또다시 같은 총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총소리가 들릴 때마다 남아있던 하운드가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최준호는 화들짝 놀라 총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괜찮으세요!”


마지막 하운드까지 쓰러지는 것을 확인한 김민준은 서둘러 최준호에게 다가갔다. 최준호 자신도 이미 여기저기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최준수! 야, 최준수! 정신차려, 이 새끼야!”


김민준은 그제야 바닥에 누워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을 알아챘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가래가 끓는 듯한. 숨통이 막힌 상태로 구역질을 하는 듯한. 어떻게든 쉬어지지 않는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피 웅덩이의 크기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약해져 가는 숨소리. 짐승과 같이 흐느끼는 소리. 김민준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자신의 인생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



“정말로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눈가를 문지르며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의 짐까지 둘러맨 그는 이번엔 시체를 둘러메려고 했다.


“어어, 제가 도와드릴 게요.”

“목숨까지 구해줬는데 무거운 짐까지 들라고 할 순 없죠.”

“베이스캠프로 가시는 거 맞죠? 가방은 제가 들어 드릴게요.”

“...... 고마워요.”


두 명의 생존자와 한 구의 시체가 터덜터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사람 시체를 둘러메고 들어오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은지, 주변의 이목이 끌렸다. 최준호는 시체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김민준은 메고 있던 묵직한 가방들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도 뭔가 멍한 상태였다. FPS 게임에서 하던 것 마냥 처음으로 총을 쏴본 것이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샷건은 초보자가 사용하기 매우 알맞은 총기가 맞았다. 대충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기만 해도 펼쳐진 구슬들이 알아서 상대를 걸레짝으로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 죽는 모습은... 그 일련의 상황이 마치 동영상처럼 기억에 남아있었다. 화약 냄새, 피 냄새, 오열하는 소리, 핏물이 목구멍에서 끓는 소리, 바닥에 퍼져가는 웅덩이. 오감에 남겨진 그 흔적들은 아마 영원히 지울 수 없으리라.


이십 분 정도 지났을까. 최준호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현했다.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목숨도 건지고, 적어도 동생 시체가 동물들 먹이로 남지는 않았네요.”


죽은 그 사람은 친동생이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얼굴이 좀 닮은 것 같더라니.


“아니에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


그것은 사실이었다. ‘위험에 빠진 동료를 구하는 것은 의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적인 룰은 아닐 것이다. 자기의 목숨보다 소중한 가치 따윈 없으니까.


그러나 모든 헌터가 그렇게 동료의 위험을 외면한다면, 언젠가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 따윌 기대하면 안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즉,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기 전에 남을 도와주라는 말이었다.


“그럼 거기 남아있는 하운드 가죽은 전부 넘겨드릴게요. 오늘은 해가 지고 있어서 안되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전부 수거해올 테니.”

“그러지 마시고 저랑 같이 가시죠? 혼자는 위험하잖아요.”

“...... 그러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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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신입(2) 24.08.20 14 1 9쪽
2 #1 신입 24.08.15 17 2 9쪽
1 #0 비일상적 일상 24.08.13 29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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