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에서 최종보스는 잡화점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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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14 15:09
최근연재일 :
2024.08.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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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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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간

DUMMY

「 잡았다! 」


「 아. 대박. 진작 이렇게 할걸. 」


「 앞으로 이렇게 레이드 하면 될 듯요? 」


「 네네. 우선 저희만 알고 있죠. 」



.

.

.



라울은 잡화점 주인이 된 첫날. 낡은 침대에 몸을 눕히고는 지난 죽음을 곱씹고 있었다.


때문에, 협탁 위에 올라간 조명을 끄고, 잠들기 좋은 각도로 몸을 옆으로 돌려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휴······.”


어두운 천장에 맞닿은 허공으로 번지는 한숨. 그것은 그의 마음을 잠식한 분노를 대변하고 있었다.


“쯧.”


그럴만했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드높은 아니무스 100층.


영문을 알 수 없지만, 그곳에서 나이트메어 드래곤으로 불린 그는 세계관 최종보스.


그를 무너뜨리고자 수많은 마법사가 무리를 이루어 찾아왔지만, 애초에 그는 인간이었기에 누구보다 그들의 나약한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영겁의 세월이 지나도 그의 검푸른 눈빛은 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영악한 인간들은 언제나 답을 찾아냈다.


‘트래픽 초과 현상’


그것은 아니무스에서 허용되지 않은 오류였다. 그러나 이를 오히려 역이용. 순간적인 랙에 빠져버린 그는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은 나이트메어의 심장을 꿰뚫었다.


라울은 마지막으로 느낀 가슴의 통증보다, 유약한 인간들에게 유린당하는 모습이 뼈저리게 고통스러웠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잡화점 한편에 있는 작은 협탁으로 가더니, 따스하게 우러난 허브차를 찻잔에 담아냈다.


그는 애초에 인간이었지만, 영문도 모르게 아니무스 탑 최정상의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힘을 움켜쥔 그 영광스러운 삶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그 어떤 존재라도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었으니 말이다.


“휴···. 어쩌다가 내가 이런 잡화점을······.”


그랬던 존재가 한순간.


영혼의 차원에서 편의점 같은 잡화점에나 갇혀, 몬스터들이나 상대하자니 가만히 앉아만 있더라도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라울이 기억하기로 인간은 언제나 악의가 가득 찬 존재였다. 마법사로서 그들과 함께한 첫 번째 삶에서도 그들에게 뒤통수를 맞아 죽었으니 말이다.


“하···. 인간 새끼들······.”


그런 이유로 라울은 탑을 영위하는 몬스터보다 인간을 끔찍이도 혐오했다.


본래 인간이던 그가 인간을 혐오하는 것은 아이러니했다.


그는 몇 모금 들이켜던, 찻잔을 협탁에 내려놓고는 뒤편에 있는 창문 밖을 내다봤다. 그러자 은은하게 푸른 빛기둥이 보였다.


라울은 유난스럽게도 그때, 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나이트메어로서.



.

.

.



어린 고블린은 마법사가 날린 라이트 에로우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라울은 달랐다.


그는 나이트메어의 모든 기억과 능력을 갖추고 회귀한 존재.


고블린에게 향하는 빛의 화살보다 수백 배는 빨랐으며, 녀석을 가로막은 그는 오른손 검지를 세웠다.


그러자 유리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듯.


인간이 날린 하찮은 마법은 수천 개의 조각으로 쪼개져 허공에 휘날렸다.


“미친? 뭐야 저게! NPC인가?”


화들짝 놀란 마법사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는 자기 손바닥에서 발현된 마법이 고블린이 들고 있는 방패를 넘어 녀석의 심장을 꿰뚫거라 장담했다.


그러나 어린 고블린 앞에서 그저 손가락 하나로 빛의 화살을 막아낸 라울을 보자,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그곳은 아니무스 탑 1층.


기껏해야 하얀 뿔 달린 사슴이나, 고블린 같은 1레벨 몬스터만 존재하던 곳.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검은 망토를 휘감은 라울은 소문으로도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 님들 혹시 1층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몬스터 본 적 있나요? 」


「 그게 뭐임? 본 적 없음. 」


「 처음 듣는데, 버그 아닐까요? 」


「 NPC 아닐까요? 아니면 운영자인가? 」


그의 머리 왼편에 뜬 채팅창. 라울의 눈에도 그 이질적인 푸른색 반투명한 창이 보였다.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돌려 어린 고블린을 살폈다.


그러자 녀석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들고 있던 단검은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양손으로 방패를 움켜쥐고 있었다.


녀석들은 작은 몸집과 다르게, 언제나 용기 있고 패기가 넘치는 존재였다.


그러나 한껏 겁에 질린 어린 고블린의 모습.


그 모습에 라울은 묘한 귀여움을 느꼈다. 이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는 녀석에게 물었다.


“하하. 아니무스 1층을 호령하는 그 고블린이 맞나? 네 녀석은 겁이 많군.”


그러자 어린 고블린은 살며시 눈을 뜨더니, 작은 입술을 열었다.


“나도. 자기. 싫다.”


어떤 고블린이든 몸집이 작았지만, 손에 쥔 단검을 놓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살기 위해 검을 내려놓고 단단히 붙잡은 방패.


라울은 겁에 질린 어린 고블린에게서 한심스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에 묘한 생명력을 느꼈다.


그들의 반대편.


유저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마법사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라울과 고블린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힘이 실린 발걸음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당연했다.


상대는 1레벨 고블린.


옆에 기이한 망토를 뒤집어쓴 사내가 있었지만, 몬스터일 리가 없으니 말이다. 이내 마법사는 그들의 두세 걸음 앞에 도착했다.


“이건 도대체 뭐지···. 사람인가? 아니야. 몬스터 같은데······.”


라울을 앞에 둔 마법사는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행색을 살폈다. 그러나 온몸을 휘 뒤덮고도 우뚝한 코 아래까지 가린 망토를 보자면, 기껏해야 초급 마법을 부리는 자가 라울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라울은 코앞까지 다가온 마법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계획보다 오랜 시간 탑에 머물고 있었으니, 얼른 잡화점으로 돌아가 거꾸로 돌아갈 시계를 붙잡아야 했다.


때문에, 그저 고개를 왼편으로 돌려 돌아가야 할 리스폰 구역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쓰러진 고블린 엄마, 아빠를 양손으로 품었다.


“뭐야. 너 유저야? 아니면 몬스터야? 아까부터 왜 반응이 없지?”


그러나 한껏 미간을 찌푸린 마법사는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혹시라도 라울이 이벤트 몬스터라면 곧장 죽여야 했으니 말이다.


그는 손에 든 오브를 라울의 목덜미에 갖다 댔다. 그러자 라울은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흘끔 쳐다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뗐다.


“네 녀석한테 볼일 없다. 귀찮게 하지 마. 그냥 가던 길 가라고.”


“어? 뭐야. 제대로 말하네? 사람이야?”


마법사는 그가 이벤트 몬스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아쉬운 마음에 입을 삐쭉거렸다.


그러다가 마법사의 눈은 어린 고블린을 향했는데, 라울이 이를 지켜주는 듯한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과 같은 유저라면, 몬스터를 지키는 일 따위 할 턱 없으니 말이다. 그는 앞으로 뻗은 오브를 바닥을 향해 내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사람인 것 같은데. 맞지?”


마법사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라울 뒤에 숨어있는 고블린을 쳐다봤다.


“왜 저 녀석을 지키는 거야? 그리고 뒤진 고블린은 왜 챙기고? 희한하네.”


라울은 더 이상 녀석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온기 없이 바닥에 누워있는 어린 고블린의 엄마, 아빠를 보자니,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그들의 죽음.


그러나 어린 고블린이 바로 옆에 있기에, 그는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해야 했다. 라울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이내 녀석에게 물었다.


“어떻게 한 거지?”


“어? 뭐가?”


“이 고블린 둘 말이다.”


라울 뒤에 있던 어린 고블린은 글썽거리는 눈으로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쥐었다. 그리고 시퍼런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마법사의 입을 응시했다.


“그건 왜? 라이트닝 에로우 시전 연습이나 했지? 10층 애들은 너무 빨라서 맞추기가 어렵거든···. 하하하!”


라울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급히 어린 귀라도 막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어서 마법사는 엄마, 아빠를 한순간에 잃은 어린아이가 듣기에, 감당할 수 없는 잔인한 말을 서슴없이 이어갔다.


“크. 역시 고블린이 표적 연습하긴 좋다니까? 멀리서 쏘니까 얼빠진 표정을 짓더니 방패도 못 들더라고. 물론 아이템 하나 떨구지 않는 거지새끼들이 많지만.”


라울의 눈썹이 움찔거렸고, 심장박동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견뎌야 하는 것이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이었다.


마법사는 몸에 걸친 망토를 손으로 젖히고는 라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더니, 어린 고블린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얘는 죽은 고블린이 낳은 애인가? 어려 보이는 것 같은데······.”



그의 말이 끝나자, 어린 고블린은 시뻘게진 눈으로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마법사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 몬스터 따위가 우네···? 당신도 이런 거 봤어? 웃기네. 하하!”


그는 웃는 얼굴로 망토 깊숙이 손을 넣었다.


그리고 작고 조잡하지만, 날이 시퍼렇게 슨 단검 한 자루를 뽑아냈다. 그리고 라울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당신. 이쪽으로 나와봐. 이거 아까 8레벨 구간에서 주웠거든? 좀 시험해 보게.”


라울은 고개를 내려 어린 고블린을 쳐다봤다.


녀석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단검과 방패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라울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법사의 나오라는 말에 따라,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가 다시 어린 고블린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서 양손으로 녀석의 어깨를 움켜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강함에 무엇인지 물어봤지?”


어린 고블린은 떨리는 눈동자로 라울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에 얹혀 있던 라울의 손이 녀석의 머리로 올라갔다.


“그래. 잘 보거라. 강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마법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라울은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뭉툭하고 주름진 오른손을 활짝 펴서, 앞으로 뻗었다.


“뭐···뭐야? 어!”


마법사는 검푸른 빛으로 일렁이는 라울의 눈동자를 보고는 뒷걸음치려 애썼지만, 발이 꼬여버려 그대로 땅에 넘어졌다.


이어서.


라울은 입가까지 걸친 망토를 풀어 헤치며 외쳤다.


「 어리석은 자여. 영원히 악몽에 갇혀 살아라. 」


입술에서 맺힌 주문이 끝나자, 마법사의 발바닥 밑으로 검붉은 마법진이 눈 깜짝할 사이에 구축됐다. 그리고.


「 악몽의 화염······! 」



.

.

.



외마디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한 줌의 재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풀은 그을림 없이 형체를 유지했다.


그리고 마법사는 비명도 없이 삭제되듯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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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최종보스는 잡화점을 운영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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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큐버스 24.08.19 16 0 11쪽
» 인간 24.08.16 29 1 11쪽
2 고블린 24.08.16 35 0 11쪽
1 잡화점 24.08.14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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