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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섭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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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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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트롤

DUMMY

“트롤! 트롤이랍니다.”

모건이 소리쳤다.

응? 아니, 누가 괴물의 이름이 궁금하댔나?

익숙한 이름이긴 하네··· 북유럽 신화에 종종 나오는 무언가였던 것 같은데, 그게 저렇게 생겼나?

“지금 이들도 두려워하고 있어요! 모두 일단은 움직이지 마세요.”

“아니, 저것이 이쪽으로 오는데요?”

아까 잠깐 발휘했던 용기가 다 날아가버렸는지, 이도현도 반쯤 일어나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형, 어쩌죠?”

강윤찬도 다급해졌는지 평소 하던 사투리 플레이도 포기한 채 기절해 있는 홍수빈을 초조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어, 그래.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또 다른 인질이었던 중국인 여자가 자신을 잡고 있던 야만인의 팔을 물어뜯고는 놈이 자신을 놓치자 숲 반대쪽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여자가 오늘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구먼···

잠시 살점이 떨어진 팔뚝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던 야만인도 말에 올라타더니 소리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고, 마지막 남은 한 놈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역시 말에 올라 쫓아갔다.

도망간 여자를 쫓는 건지 아니면 자신도 도망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강윤찬이 홍수빈을, 이도현이 졸지에 외톨이에 고아가 된 중국 소녀를 부축하고 있었다.

“모두 괜찮니?”

“놈들이 와요!”

모건의 말에 동료들을 등에 지고 급히 돌아섰다.

낙마하지 않은 두 야만인이 말을 타고 허둥지둥 달려오더니, 흘낏 쳐다보며 우리 옆을 지나갔다.

그래, 니들부터 살고 봐야지···


좋아! 일단 한 가지 문제는 해결, 그런데 남은 문제가 좀 크다···

다시 돌아보니 그 괴물-트롤이 뒤에 쳐졌던 야만인을 잡아서 상반신을 입에 넣고 있는 중이었다. 으···

마지막 야만인이 우리 쪽으로 달려오면서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역시 낙마하면서 어딘가를 다친 듯,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제발 저리 가라··· 이쪽으로 오지 말고!”

강윤찬이 작지만 간절하게 소망했다.

하지만···

먹다 남은 하반신을 대충 버린 트롤의 시선이 도망치는 야만인을 따라 우리에게 닿았다.

그래, 내 이럴 줄 알았다···


“도현아, 너희들은 저쪽 방향으로 도망쳐!”

나는 트롤이 나온 동쪽 숲 방향과 야만인 기수들이 접근한 서쪽 방향을 제외한, 남쪽 방향을 가리켰다.

지금 해가 지고 있는지, 빨갛게 노을이 지고 있는 방향을 보니 대충 방위를 알 듯하다. 남쪽으로는 멀리 구릉들이 보였다.

“형은요?”

“나는 놈을 유인할 거야. 너희 둘이 수빈이랑 여자 애를 챙겨라. 모건도 같이 가구요.”

“재희 씨, 너무 지쳤···”

나는 손을 들어 모건의 말을 막았다.

“나중에 쫓아갈 겁니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강윤찬이 입술을 깨물더니, 대뜸 기절한 홍수빈을 업었다.

“형님, 죽지 말아요!”

하고는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

이도현이 망설인다. 짜식, 도망가려고 엉덩이 들썩일 때는 언제고···

“빨리 가!”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도현이 주춤거리더니 중국 소녀의 손을 잡고, 강윤찬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윤찬이 녀석, 그 애지중지하던 드론 배낭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아직도 한 사람이 남았다.

“모건! 방해돼요. 빨리 가요!”

“아뇨.”

모건은 빙긋 웃더니 내 옆에 나란히 섰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나을 거예요.”

허··· 이 여자가···

그러나, 이제 왈가왈부할 틈이 없다.

마지막 남은 야만인이 이제 우리가 있는 거석군까지 거의 도달하고 있었고, 괴물도 그를 쫓아 쿵쿵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갑시다.”

나는 모건에게 신호하고, 뛰기 시작했다.


일단은, 중국 여자와 야만인 기수들이 도망친 서쪽 방향이다. 괴물의 관심을 후배들로부터 떨어뜨려 놔야 한다.

모건의 속도에 맞추려고 살짝 느리게 뛰는데, 뜻밖에 모건도 꽤 빨라서 살짝 안심이 되었다.

오히려 뛰기 시작하자, 내 체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 금방 느껴졌다.

그래··· 오늘 정말 기가 막힌 하루를 보내고 있구먼··· 과연 살아서 하루를 돌아볼 수 있으려나?

우리 뒤로 마지막 야만인 기수가 소리치며 쫓아오는데, 애절한 것이 아무래도 같이 가자거나 살려달라는 내용 같다.

좀 전까지 우리를 죽이려던 놈이 할 소린가?

곧 비명 소리가 쫓아왔다.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갔다.

그래, 미안하지만 그놈으로 만족하고 우리는 쫓지 마라···


잠시 트롤의 뛰는 소리가 멈추길래, 살짝 희망을 가졌더랬다.

그때, 머리 위로 무언가 위잉 공기를 가르고 지나갔고, 이어 엄청난 소리와 함께 우리 앞의 땅이 포탄에 맞은 것처럼 터져 나갔다.

나는 파편처럼 튀어나온 자갈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이어 크레이터처럼 움푹 파인 곳으로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졌다.

무의식적으로 낙법을 해 보지만, 가슴 어림과 오른쪽 무릎에 순간적으로 엄청난 통증을 느끼는 동시에 세상이 빙글 뒤집어진다.

눈앞에 이 상황을 만들어낸 바위 덩이가 물수제비처럼 몇 번 튀더니 굴러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런, 미친···


내 바로 뒤를 따라오던 모건도 비명을 지르며 내 얼굴 위로 엎어졌다. 하지만, 별로 다친 곳은 없는지 바로 몸을 일으키며 내 몸을 흔들었다.

“재희 씨, 재희 씨, 괜찮아요? 어딜 다쳤죠?”

“억, 흔들지 마요!”

잠깐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괴물 새끼··· 반칙을 하네···

나는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가슴에 엄청난 통증이 왔고, 오른쪽 무릎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어, 이거 위험한 걸?

다시 힘을 주었지만, 역시 전혀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한계가··· 온 건가··· 나는 움직이려던 것을 포기하고 그냥 뒤로 누워버렸다···

하늘은 어느덧 구름이 걷히고 있었지만, 날이 지고 있어서 어슴푸레한 빛을 띠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똑같이 구름과 해가 있구나··· 여기는 역시 지구인가?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한 걸까? 하지만, 저놈의 괴물이 있잖아? 하는 따위의 한가한 생각들이 떠올라서 피식 웃어버렸다.

괴물이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부축해서 일으키려는 모건을 밀어냈다.

“모건씨, 가요! 달리기 빠르데.”

모건이 눈물이 그렁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 보니, 씩씩하던 이 여자도 한계에 도달했나 보다···

그녀를 설득하려고 입을 열려는데···

어느덧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 위로 드리웠다.

허, 그놈··· 겁나게 못생겼네.

괴물이 씩씩대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건의 눈에 힘이 들어가더니, 갑자기 일어서서는 결연하게 나를 등지고 서서 괴물을 마주 보았다.

“□ □□□ □□, □□!”

뭐여? 괴물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건가?

“□ □□□ □□, □□!”

같은 말로 괴물을 윽박지르는 그녀···

무서워서 마침내 미친 건가?

나는 괴물 놈이 손을 뻗쳐 그녀의 예쁜 머리통을 뜯어낼까 봐 조마조마했다. 아니면 파리 잡듯이 손바닥으로 내리쳐서 납작하게···

그때 괴물이 뭔가 주저하는 듯 보였다. 아주 잠깐···

하지만, 곧 머리를 흔들더니

“쿠워어어엌~~~”

하고 포효했다.


귀가 멀 것 같다···

아니, 귀보다 괴물 놈의 입에서 튄 더러운 침에 온몸이 범벅이 됐다.

나를 막아서고 있던 모건, 괜찮을까?

“□ □□□ □□, □□!”

괜찮네··· 내 귀도 아직 괜찮고.

아니 근데 대체 간덩이가 얼마나 큰 여자인 거냐?

하지만, 그 기개로도 괴물의 흉성을 누르지는 못하나 보다.

놈이 성질이 뻗쳤는지 한쪽 손을 번쩍 들었다.

아··· 납작하게 만드는 쪽으로 가는 거냐?

정신이 오락가락 가물가물했다.


그때,

“뿌우~~~부우~~~웅!”

뭔가 나팔 소리 비슷한 것이 울려 퍼졌다.

괴물 놈이 화들짝 손을 내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음들이 차츰 다가오더니,

쌔액~ 쌔액~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괴물의 상반신에 퍽퍽 얇고 곧은 나뭇가지들이 돋아났다.

괴물은

“꾸워어억~~~”

다시 울부짖으며 인상을 썼다.

시끄럽다··· 그만 좀 해라···

나는 의식을 잃었다.



꿈속에서 나는 쓰러져가는 판잣집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골목을 걷고 있었다. 어, 여기는··· 하고 생각해 보니 눈에 익은 말라칼의 빈민가였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남수단에 있는 건가? 아직도 군에서 제대하지 않은 건가?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해 보니, 어느새 소총을 손에 든 채로 소대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쯤 되니 나도 아 이것은 꿈이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 난 제대했었지 하는 안도감도··· 그렇구나, 여긴 2개월쯤 전에 작전을 나갔었던 장소였다.


PKO는 말 그대로 평화유지군으로 분명 재건과 구호 등의 비전투 활동에 목표를 두고 있지만, 현지 주둔한 부대 중에는 전투 목적의 수색대도 존재했고, 특수전 사령부 출신의 나는 그 부대에 소속되었더랬다.

이 부대 역시 ‘되도록 현지에서의 마찰은 피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작전에 투입될 때가 있었다. 뭐, 큰 형님 나라가 요청한다던가 그런 경우다.

당시, 누에르족 반군에 의한 대규모 인질 사건과 미군 레인저 부대의 교대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미군은 한국군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고, 제대를 앞두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던 나도 한미 합동 작전에 끌려가게 되었더랬다.

그리고 그 작전에서 나는 남은 인생동안 결코 잊지 못할 잔혹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하지만, 지금 이것은 꿈이다!

일단, 꿈이란 것을 자각하고 나니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꿈속의 나는 당시에 움직였던 경로 그대로 움직였고, 당시에 행했던 그대로··· 적들을 사살해 나갔다.

당시의 나는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듯했지만, 지금 꿈속의 나는 다소 무감각하게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울부짖으며 도망가는 민간인들··· 참혹하게 사살당하면서도 알라를 부르짖는 어린 반군 병사들··· 무엇보다 당시에는 아군 병사들의 희생도 잇따라서 트라우마로 남아있었지만, 꿈속에서는 뭐···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마침내 인질들이 갇혀 있던 건물의 외진 방. 꿈 속이라 부비트랩 따위도 무섭지 않은 나는 허겁지겁 방문을 걷어차며 앞장서서 진입했다. 그때와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며···


다행이다. 인질들은 모두 무사했다. 남녀 인질들이 옹송거리고 앉아 있었다.

그중 한 인질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 모건이구나··· 왜 모건이 여기에? 하는 의문도 여느 꿈처럼 흐지부지 사라졌다.

모르가나 펜드래건, 자칭 마녀라는 신비한 여성이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재희 씨, 우리는 지금 솔즈베리에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아, 그 눈이 있어야 있어야 할 곳에 공허한 구멍만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부터 흐르는 피···

“□□□ □□ □□ □ □□□?”

무슨··· 말이지?


그녀와 함께 있던 이들도 고개를 들었다.

후배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모두들 모건처럼 눈이 뽑혀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도현과 강윤찬···

“······”

“······”

왜 그래? 왜 말들을 못하는 거냐?

그리고 박정우를 안고 있는 장유나···

“저는 오빠의 ‘꽃’으로만 살고 싶지는 않아요.”

안겨 있던 박정우의 고개가 갑자기 180도 돌아서 나를 바라보더니, ‘메롱’하고 약을 올렸다.

그리고, 홍수빈은 머리가 쪼개져서 죽어 있는 오준서의 뇌수를 반죽하며 놀고 있었다.

“······”


그때, 모건이 갑자기 확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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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사 24.08.17 30 1 12쪽
8 펜드래건 24.08.17 35 1 12쪽
7 켈트인들 24.08.16 30 1 12쪽
» 트롤 24.08.16 32 1 12쪽
5 대결 24.08.15 32 1 12쪽
4 습격자들 24.08.15 31 1 12쪽
3 이변 24.08.15 37 1 12쪽
2 스톤헨지 24.08.15 4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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