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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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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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애리조나

DUMMY

5. 애리조나




#


스프링 캠프 참가를 위해 애리조나의 피닉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


‘10년 연속 25홈런이 쉬운 건 아니야.’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목표 : 10년/25홈런(0/0)]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 내게 저주가 제시한 목표는 10년 연속 25홈런.


KBO에 있을 때의 20년 연속 50홈런보다는 훨씬 가벼워진 수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꼭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20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의 역사 속에서도 10년 연속 25홈런이란 기록을 세운 사람은 고작해야 20명 남짓할 뿐이었으니까.


‘베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미구엘 카브레라, 매니 라미레즈···’


그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할 만한, 말 그대로 시대를 대표하던 강타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10년 연속 25홈런이란 기록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20대 초중반에 빅리그에 데뷔해 30대 초반의 전성기를 거치고 30대 후반에 은퇴하기까지 대략 20년이 조금 안 되는 선수 생활 중 절반 이상을 소위 말하는 ‘홈런 타자’로 살아야 하는 데다, 그 기간 중 큰 부상 역시 당하지 않아야 하니까.


그러니 그걸 달성한 타자들 앞에 시대를 대표하는 타자라는 표현이 어울릴 수밖에.


심지어는 시대를 대표하는 타자들도 성공하지 못했던 기록이기도 했다.


‘그’ 마이크 트라웃마저 7년 연속에 그쳤을 뿐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타자들보다 부족한 점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더블 A 수준이라 평가받는 KBO지만 난 그곳에서 왕으로 군림하며 전설을 써 내려갔던 이력이 있으니까.


더블 A 수준이란 말을 반대로 뒤집으면 그곳에서 아웃라이어급 성적을 낸다면 그 자체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기도 했고.


1라운더, 흔히 말하는 초특급 유망주들 중 실링을 폭발시킨 이들이 대부분 트리플 A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바로 콜업되는 것처럼.


[도미니카의 초특급 유망주 알렉산드로 크루즈, 결국 다시 미국 망명 신청]


- 와우! 드디어 나왔네. 난 이 친구를 오래전부터 봐왔었다고

- 도미니카 리그를 본다고?

- 거기야말로 우리 팀에 가장 어울리는 타자들이 넘쳐나는 곳이니까. 행복한 상상을 25달러면 살 수 있지.

- 평범한 야구 너드야. 네가 이해해.

- 우리 팀 해외 유망주 풀이 남아있나?

- 5mil 정도? 아마도.

- 제길. 그럼 못 데려오잖아? 다저스 놈들이 10 mil을 들고 입에 처넣어서라도 저 친구를 채갈 거라고. 5mil이면 한참 부족해.

- 노. 2.8mil 남았어. 4mil에서 1.2mil 썼거든.

- 뭐? 누굴 데려왔는데?

- (링크) 여기 있네. 한국 출신 포수.

- Choi? 지금 크루즈가 망명한다는데 겨우 아시안 포수 하나를 잡자고 총알을 낭비한거야?

- U-18 월드컵 MVP라 데려온 거 같은데?

- 그깟 대회가 뭐라고?

- 크루즈도 저 대회에 나갔어. 그리고 모든 타격 부문에서 저 친구에게 밀렸지.

- 오···

- 멍청이들아. 이미 해외 유망주 풀은 리셋됐어. 크루즈가 여기 오지 않는다면 그건 이 구단이 엿같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 그리고 다저스의 품에 안기겠지

- Fuck you.


물론, 그런 나를 모르는 팀 팬들이 이런 반응을 보여주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고.


이것도 나름 괜찮았다.


결국 팬서비스라는 건 팬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고, 기대를 받지 못한 선수가 활약하는 순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 평가 단계는 수직상승을 할 테니까.


결국 몰아서 받냐, 꾸준히 적립하냐의 차이일 뿐.


‘결국 적응, 그리고 빠른 성장이 중요하다.’


그리고.


-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 좌석 벨트를 매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난 그 둘 다 자신이 있었다.


'아니면 어쩌면.... 아니, 아니야.'


#


타격의 팀.

산 사나이.

그리고, 쿠어스 필드.


내가 계약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특징을 간략히 말하자면 딱 저 세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자의는 아니지만’ 타격의 팀.

‘산 아래로 내려가면 별 볼 일 없는’ 산 사나이.


그걸 조금 더 심화시키면 이런 문장이 될 거고.


말 그대로 콜로라도는 타격의 팀이지만 그건 홈구장 내에서의 일이고, 원정을 떠나는 순간 산 사나이들은 산 꼬맹이가 된다는 뜻이었다.


너무하다고?

홈구장과 원정구장의 팀 OPS 차이가 0.1 이상이 나는데 그럼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이런 현상을 두고 ‘쿠어스필드 행-오버’라는 표현이 만들어질 정도니.


이는 당연히 엄청난 홈-원정 성적이 격차를 만들어냈고, 그렇다고 시즌당 81경기를 치르는 홈구장의 특성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단장들은 더욱더 ‘산 사나이’에 어울리는 이들만 수집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고지대의 특성상 정확히 잘 맞은 타구가 아니더라도 낮은 공기저항으로 인해 빠른 타구가 만들어지기에 강하게 당겨치는 풀-히터보다는 외야 곳곳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타자를 영입한다든지 하는.


이렇듯 지리적 특성과 사장을 위시한 프런트의 지속적인 삽질, 이제는 거의 반세기 가까이 지난 ‘Roctober’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팬들의 성원 덕에, 콜로라도 로키스는 ‘윈-나우 탱킹’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꾸준히, 그리고 오래 한 팀이 되었고, 그로 인해 마이너 팜과 메이저 로스터 할 것 없이 모두 초토화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사막이라더니, 덥네.”


난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구단이 아닌 바로 이곳, 로키스와 계약했다.


못해도 시즌의 절반.


그 기간에 내가 쿠어스필드에서 쳐낼 수 있는 홈런의 개수가 몇 개일지 궁금해하며.


말하자면, 난 ‘산 사나이’가 될 준비를 마쳤다는 거지.


산 아래가 무슨 대수겠어.


적어도 81경기 동안은 투수들의 공이 만만해지는 홈구장에서 마음껏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데.


물론.


“Hey, choi!”

“Hello.”


일단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게 제일 먼저겠지만.


#


그로부터 얼마 뒤.


“헤이, 초이. 공 좀 받아줘.”

“그러죠. 테일러.”


나는 어느덧 더운 날씨에 적응을 마친 뒤 캠프에서 본격적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이너 캠프를 바로 옆에 위치시켜 놓은 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되지만.’


물론, 메이저리그 캠프라 해서 크게 다른 건 없었다.


퍼엉!


“굿 볼.”


투수조와 포수가 야수조보다 먼저 소집되어 몸을 끌어올리고, 야수조가 합류하는 시점부터 기본적인 베이스 커버나 수비 등을 점검하며 몸을 끌어올리는 건 KBO의 스프링 캠프나 여기나 똑같았으니까.


내가 영어가 부족했다면 통역사와 함께 움직여야 했을 테니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긴 했겠지만.


‘기억해. 덴버.’

‘응?’

‘네가 나와 결혼하려면 꼭 기억해야 할 걸.’

‘무슨 소리야?’


하지만 이제는 내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망나니 최호현’ 은 다행히도 꽤 글로벌한 연애관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 경험으로 말미암아 제법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하지.”

“네.”

“···”

“···”

“네 미트 소리가 좋아. 마음에 들어.”

“네?”

“최대한 오래 버티고 있으라고. 여기서.”

“···?”


그나마 조금 다른 점이라고는 팀 훈련이 조금 빡빡하게 돌아가는 KBO와는 다르게 조금 더 느슨한 분위기라는 점?


물론.


굳이 따지자면 그것 말고도 꽤 다른 게 있긴 했다.


“와우.”

“왜?”

“너 방금 테일러의 공을 받은 거야?”

“어.”

“어땠어?”

“···뭘 어때? 그냥 공이지.”

“하지만 그는 테일러잖아?”


화면으로만 보던 메이저리거들의 공을 직접 받거나, 구경할 수 있다든지.


텅-


“테일러든 뭐든 운동이나 하자고. 여기 오래 남아있을수록 니가 좋아하는 ‘메이저리거’들을 오래 볼 수 있잖아?”

“아, 음. 그렇지.”


느슨한 분위기는 25인 로스터 안에 들어갈게 확실시 되는 주전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 나 같은 마이너리그 선수들, 그러니까 초청 선수 같은 경우는 같은 라커를 몇이서 나눠 쓰며 어떻게든 코치진의 눈에 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나.


“스파이크 닦고 웨이트 룸으로 갈 거지?”

“어.”

“같이 가자.”

“괜찮겠어?”

“그럼. 너만 따라다녔을 뿐인데 벌써 체중이 15파운드(15lb = 7kg)이나 빠졌다니까?”

“그럼 조금 더 굴려도 되겠네.”

“히익.”


일명 ‘짬’이 높은 선수들이 클러비들에게 맡기는 몇몇 가지 일들을 스스로 해야 한다든지 하는.


결국 그 다른 점을 즐기고 느낄만한 위치가 되지 않으면 KBO나 여기나 별다를 게 없다는 말이었다.


물론.


쿠웅-


“헤이. 꼬맹이들. 운동하러 왔나?”

“어, 네?”


그 안을 바라보면 조금 다르긴 했지만.


#


아무리 이곳 프런트가 타구를 밀어칠 수 있는 타자들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해도, 모든 타순을 그런 선수들만 채워 넣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미 동네 꼬마들까지 wOBA니, BABIP이니, wRC+니 하는 타격 지표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혼자 100년 전으로 돌아가 투승타타를 외칠 순 없으니까.


결국 인게임적으로도, 그 외적으로도 한두 명의 강력한 풀-히터는 필요했다.


굳이 쿠어스가 아니더라도 상대 투수가 고비라 느낄만한 타자가.


하지만.


문제는, 뜬공 혁명 이후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밀려 치기가 아닌 ‘진짜’ 밀어치기가 가능한, 그러니까 스프레이 히터라 불릴만한 선수들은 대부분 비싼 존재들이었고, 오랜 윈나우 탱킹을 통해 로키스의 사치세 한도는 목구멍까지 꽉꽉 들어차 있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팜에서 올릴만한 유망주 또한 마땅치 않은 상황.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프런트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언제든지 당겨쳐서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타자? 좋아. 그것만 할 수 있으면 되지?’


맥시무스 클라크.


클리블랜드의 1루수이자 국내 팬들에게 ‘시력이 조금 나쁜 슈와버’, ‘두 번째 유사 인류’라 불리는 타자를 또다시 팜을 탈탈 털다시피 하며 트레이드 해오면서.


메이저리그에서 7년을 뛰며 0.213, 0.279, 0.503의 파멸적인 슬래시 라인과 시즌 평균 35홈런을 때려내는 ‘진짜’ 모 아니면 도인 타자를.


그리고.


쿵- 쿵- 쿵- 쿵-


“잠깐, 초이. 저거 맥스인가?”

“그런 거 같은데?”

“···45, 90··· 지금 550파운드로 TNG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쿠우웅-


“후우. 오. 꼬맹이들. 운동하러 온 거야?”


그 근육 괴물, 아니. 그러니까, 음.

그래. 괴물이라기보다는 근육이 몹시 발달한 유사 인류의 레이더에 우리는 발각되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뒤.


“헤엑, 헥. 맥스. 저, 조금만 쉬···”

“헤이. 잭. 아무리 포수라 해도 이런 살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안 되는 거야. 트레이너가 준 프로그램은 성실하게 하고 있나?”

“···저희는 그런 게 없는···”

“오. 미안. 그래. 맞지. 뭐, 그럼 내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면 될 일이지. 어때?”

“맥스. 그, 그게.”

“좋다고? 나도 좋아. 너는 몰라도 여기 이 친구는 제법 괜찮아 보이거든.”


나와 비슷한 처지의, 하이 싱글A 팀인 스포케인 인디언스에서 메이저리거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기 위해 캠프에 소집된 잭 실링엄은 말 그대로 바벨에 압착되고 있었다.


우득-

쿠우웅-


“감사합니다. 맥스.”


정작 잭의 보조를 하며 시선은 내게서 떼지를 못하고 있는 맥스의 주도 아래.


“이제야 ‘진짜 운동’을 할 줄 아는 친구가 왔군. 그래, 벌써 지친 건 아니지? 친구(Buddy)?”

“물론이죠.”

“좋아. 그럼 다음 코스로 가보자고. 파워 클린, 할 줄 아나?”

“코어의 폭발력, 몸의 협응력을 기르기에 아주 좋은 운동이라 즐겨 합니다.”

“하하핫. 가자고. 일단 가볍게 155파운드부터 시작할까? 이봐. 잭. 일어나.”

“이, 일단 이것부터 치···”

“흣차.”


터엉-


“됐지? 가자고.”


세월 앞에서 한없이 마모된 정신이었지만, 난 그 순간 찌릿한 무언가가 내 정신을 훑고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건···


“맥스, 맥스? 저 사실··· 저기, 맥스? 듣고··· 하. 엿됐네 진짜···”


진짜 엿됐, 아니.

그게 아니라.


비록 나같은 저주를 안고 있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나와 비슷한 기준에서 야구를 바라보는 이들이 존재할 거라는 예감이.


게다가.


쿠웅-


"오, 좋아. 아주 좋아 친구. 이름이 뭐라고?"

"호현. 호현 최라고 부르면 됩니다."

"호-히언? 좋아. 호-히언. 조금 더 기어를 올려볼까?"

"물론이죠."


[팀워크 증가]

[+3]


상대도 날 썩 괜찮게 보고 있는 것 같았고.


작가의말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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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아니. 나도 잡혀왔어. +4 24.08.25 5,987 125 15쪽
8 8. 포수란 그런 존재지 +7 24.08.24 6,344 116 14쪽
7 7. 결국 +5 24.08.23 6,378 135 11쪽
6 6. 욕구불만 +4 24.08.22 6,686 132 11쪽
» 5. 애리조나 +7 24.08.21 6,946 136 13쪽
4 4. 진출 +13 24.08.20 7,163 145 11쪽
3 3. 루틴 +16 24.08.19 7,315 158 15쪽
2 2. 그럼 한국에서 야구 안하면 되겠네요 +11 24.08.19 7,895 139 13쪽
1 1. 홈런 못 치면 죽음 +14 24.08.19 9,485 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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