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후 코인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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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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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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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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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

DUMMY



차소민이 웃는다.

저 엷은 미소는 천상 배우답게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웃음이다. 차소민은 유희재를 내려본다. 유희재가 소중하게 꼭 쥐고 있는 대본도 훑었다.


“배우?”

“지망생이지. 아직은.”


내가 대신 답했다. 아랑곳하지 않았다. 차소민은 유희재를 점찍었다.


“조만간이겠네. 넌 떴다.”

“네?”


본인의 대답 타이밍을 찾은 유희재가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되물은 질문을 다시 차소민이 되묻는다. 질문의 연속이다.


“다 알고서 백무진한테 접근한 거 아니었어? 백무진 다른 건 몰라도, 배우 알아보는 눈 하나는 좋잖아.”


나는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았다.

이런 건 바로 잡을 수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


“아이돌 뽑는 눈도 괜찮거든. 쓸 데 없는 소리 할 거면 가. 아까부터 네 매니저 기다리는 것 같은데.”

“괜찮아. 5분 정도야.”


차소민은 믿음을 강요했다.

백무진이 선택한 아이들은 무조건 뜬다는 말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의심을 표하는 유희재에게 실제 사례를 언급했다.


“나. 내가 그 증거잖아.”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광탈, 아무도 찾지 않는 연습생에게 배우를 권유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돌 연습생이 충무로 블루칩이 되었다. 차소민이 없다면, 차세대 여배우는 없다고 할 정도로 요즘 너무 많은 미디어 노출을 감행하고 있다. 광고부터 영화, 드라마까지 해외 팬미팅까지 생각하면 근 4년은 차소민에게 작품 제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들었다.


이런 대단한 배우를 키워놨다고 자랑하려고, 부정하지 않는 게 아니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나 종종 생각해. 만약에 무진 오빠가 그때 나한테 배우 권유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차소민이 어깨를 으쓱이며, 카운터를 돌아본다. 수많은 아르바이트 생이 빙글빙글 카운터와 홀을 오가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나도 저 중에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무진 오빠가 내 인생을 바꿔주었구나. 진짜 고마운 사람인데, 왜 그랬을까?”

“야. 차소민.”


옛날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미 다 지나간 과거다. 차소민과의 일은 다 묻었다.

예전과는 똑같은 일을 반복이고 싶지 않았다. 유희재를 돌아봤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아이에게 헛바람이 들지 않기 바람일 뿐이다.


차소민이 놀란 척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나를 약올린다.


“왜? 지금도 내가 실수한 거야?”

“가라고.”

“안 그래도 갈 참이었어. 누구 때문에 햄버거 다 식겠네.”


벗었던 선글라스를 다시 써올리며, 차소민과 햄버거를 든 매니저는 사라졌다. 사라진 차소민을 뒤를 따라, 유희재는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들뜨지 않았으면 했다.


“매니저님.”

“응?”

“매니저님이 고른 연습생들은 진짜 차소민처럼 다 성공하는 거에요?”


단순한 동기부여. 고작 그 정도 자극을 받는다면, 지나갈 만 했다.

그러나 놀란 유희재는 ‘고작’이라 말할


“별로다.”


응?


“저는 차소민처럼 성공해도,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겠어요.”



+


‘퍼즐’ 오디션장.

아까부터 낯이 뜨겁다.


“얼굴 뚫리겠어요.”

“뚫려야죠. 지금 누구 때문에 우리 집 곳간이 거덜나게 생겼는데.”

“우리 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어디에요? 하마터면, 남의 집 될 뻔 했는데.”

“와아-.”


왕주현의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말씀 되게 잘하신다. 무진 씨. 진짜 선수구나? 말해봐요. 이런 거 뭐라 불러, 템.. 템퍼링 한 두번 해본 거 아니죠? 어떻게···”


왕주현은 큰소리가 나올 뻔한 목청을 한번 참고, 내가 보냈던 연습생 7명 명단을 다시 돌아본다.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우리 최종 비밀병기들만 쏙쏙 빼가요? 지금 백 대리 때문에 우리 내년 내후년 데뷔 계획이 다 어그러졌다니까.”


어떻게 알긴.

내가 여태껏 6년동안 하던 일이 그건데-.

모르는 게 그게 비정상 아닌가. 일을 똑바로 하지 않았던 말이 잖아.


“원래 제가 하던 일이 그겁니다. 원석 발굴.”

“우리는 캐스팅 매니저 없어요? 우리도 다 있어. 그런데, 이 정도 결과물을 못 뽑아온다고!”


다 똑같은 의자인 줄 알았는데, 왕주현이 앉은 의자만 전기가 흐르는 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 대리. 내가 진짜 이런 얘기까지는 안 할려고 했는데···”

“그런 이야기는 보통 안 하시는 게 맞던데요.”


오디션이 시작되기 전, 잠깐의 잡담.

왕주현은 정말 아쉽다는 듯이 역으로 나를 템퍼링한다.


“보니까 현성에서 오랫동안 일했던데, 이제는 우리 유엘로 오는 거 어때요? 내가 팀장. 팀장 자리 줄게요.”


나는 이제 사장이 하고 싶은데-.

내가 입을 열지 않자, 왕주현 부사장은 유혹하는 당근 크기를 높였다.


“아, 내가 실수했다. 그치. 우리 백 대리 짬이 있는데, 팀장 갖곤 안되지. 파트장. 어때? 파트장.”


타이밍 한번 죽여준다. 고정운 감독이 꾸린 제작 촬영 팀과, 김준한이 같이 담소를 나누며 앉는다.

나는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왕주현 부사장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면 동의하시는 걸로 알고, 조만간 아이들 인수 인계 받는 걸로 알겠습니다.”


왕주현 부사장은 울상이다. 고정운 감독이 나를 제일 먼저 반긴다.


“백 대리님! 진짜 감사합니다.”


내 옆에 앉은 왕주현 부사장을 보자, 고정운 감독은 계속해서 고개를 들 수없다. 연신 감사하단 말만 반복인다.


“진짜 이번 유엘도 너무 감사합니다. 유엘이 투자자로 들어오니까, 중소 기업은행에서도 선뜻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고··· 투자 작업이 이리도 빨리 마무리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야 뭐, 다 백 대리가 좋은 작품을 알려주신 덕분이죠. 글로 봐도 느꼈습니다. 이건 되겠다구요. 빈 말이 아니라, 진짜 재밌었습니다.”


왕주현이란 사람을 점차 알아간다. 왕주현이 말하고자 하는 화법이 번역되어간다.

글로봐도 느꼈습니다, 이건 되겠다구요. = 첫 문장만봐도 이건 천만 각이다.


아무리 조건에 내걸었다고 해도, 가능성이 없었다면 왕주현은 다른 조건으로 돌리거나, 투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왕주현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주연 배우가 김준한이다.

김준한 티켓 파워를 기본값을 깔고, 계산했을 것이다.


발신표시제한이 ‘퍼즐’이 성공한다 해도, 김준한이 나온다 해도, 영화 흥행은 수학 공식처럼 딱딱 들어 맞지 않는다. 아무리 김준한 원툴이라 해도, 조연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 오픈빨 잠깐이지. 천만 관객은 나오지 않는다.


고정운 감독이 오디션 지원을 확인하다, 프로필을 발견했다. 유희재 프로필이 바로 첫장 부터 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남은 건, 유희재가 해야 할 일이다.


“시작해볼까요?”


차례대로 호명된 첫번째, 두번째 지원자가 시원하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나타난 유희재.

작품만 제안했을 뿐, 따로 코칭을 하지 않았다. 내게는 그럴 만한 연기 실력도 없다.


“유희재 씨.”


고정운이 유희재를 부르고, 유희재가 오디션장으로 들어선다.


“바로 시작 해볼까요? 어떤 배역을 준비하셨죠?”

“안녕하세요. 유희재입니다. 저는 ‘한지우’역을 준비했습니다.”


감정이 없는 냉혈한 주인공에게 이해와 배려를 깨우치게 만들어나가는 여동생.

사실, 이렇다 할 비중은 크게 없다. 이것도 극이 늘어지게 된다면 언제든지 잘려나갈 수 있는 장면.


관객들은 주인공이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지. 주인공이 여동생과 대화를 나누는 일상적인 걸 150분 가량 보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유희재는 한지우를 준비했다.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 경쟁률을 고려한 계산일까, 아니면 배역을 잘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네, 시작하세요.”


고정운의 시작 알림과 함께, 유희재는 환하게 웃었다.

인간미가 없는 주인공에게 인간미를 불어넣을 수 있는 통통 튀는 비타민 같은 매력.


아무렇지 않게 집안에서 보일 수 있는 일상연기, 물을 따라 마시면서 쓰잘데기 없는 대사를 던진다.

심금을 울리고, 관객들의 감정을 갑자기 끌어올리는 수준급 감정 연기를 내보인 건 아니다.

그러나, 유희재를 바라보는 고정운의 시선은 달랐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린 한 마디를 나는 놓치지 않았다.


“찰떡이네.”


유희재는 고정운이 그린 ‘한지우’로 탈바꿈했다.


+


“마이너스.”


그리고 푸르다.


“또 마이너스.”


푸르다. 페페 이후 코인으로 돈을 벌어 본 적이 없다. 다른 알트코인과 다르게, 이건 무조건 돈이 된다던 비트코인마저 지금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와- 씨발. 진짜 얼마를 날린거냐.”


듀크가 이마를 짚었다. 그래도 남들보다 나름 매매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한달 동안 계속 삽질이다. 남들은 시계와 명품 도배로 플렉스를 자랑했다고 한다면, 듀크는 코인 수익을 SNS로 올려 플렉스를 자랑해왔다.


플렉스 사진 업로드가 끊긴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하루는 듀크를 좋게 보지 않던 많은 익명 유저들이 몰려와, 댓글들이 마구 올라왔을 때가 있었다.


- 듀크 이제 코인 플렉스 안 올림? ㅋㅋㅋㅋ

- 언제는 코인이 미래 화폐가 될거다 유튭에서 난리 칠 땐 언제고, 코인 하락장오니 입꾹닫. ㅋㅋㅋ 웃기네.

- 지금 얘도 졸라 날렸을 걸. 비트부터 시작해서 다 흐르던데.

- 그냥 명품 도배를 해. 그건 익숙한 맛이라도 하니까.

ㄴ ㅇㅈ. 차라리 명품 플렉스가 낫지. 그건 남기라도 하잖아. ㅋㅋㅋㅋㅋ 이건 뭔데?


- 듀크 한테 왜 그럼? 우리 듀크 옵빠가 코인으로 10억을 날려도, 방구석 백수들보단 잘 살거든?

ㄴ 이 새끼. 야무지게 잘 돌리네~ ㅋㅋㅋㅋㅋㅋ


괜찮다.

데뷔한 10년 동안, 겪어왔던 이런 악플들은 크게 괘의치 않는다. 대놓고 죽이겠다 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는 걸.


익명 계정 뒤로 숨어, 가족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뭐라 칭얼거리던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날아온 메시지는 짜증났다.


[김재한] : 형, 이제 코인 접었어요? 왜 글이 안올라와요?

[김재한] : 아, 형. 지금 손실중이시구나. ㅋㅋㅋㅋㅋ

[김재한] (사진)


지금 같은 하락장에 수억의 수익을 올린 사진.


‘너 게임 졸라 못한다.’ 급, 남자의 자존심을 계속해서 갉아대는 메시지들이 올라온다.


[김재한] : 형, 코인 진짜 못하네요.

[김재한] : 지금 대답 못하고, 톡 1만 사라지죠? 읽씹 중이죠?

[김재한] : 긁? ㅋㅋㅋㅋㅋ


[김재한] : 형, 제가 아는 분이 코인 리딩방 운영하시는데, 알려드려요?


“씨발, 진짜.”


듀크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한 마디.

가뜩이나 댓글 때문에, 짜증나는데-.


“누군 코인 잘하는 사람 주위에 없는 줄 알아?”


그냥 약 올리고, 시비를 거는 게 아니다. 이건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김재한은 아는 형을 데려왔고, 듀크에게도 코인 잘하는 형은 있었다.


[백느님] : 뭐해?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무진이 형!!”





작가의말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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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호구 형. NEW +7 19시간 전 9,007 279 11쪽
27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속박과 굴레를 벗어 던지고... +10 24.09.17 13,223 320 12쪽
26 백무진의 슬기로운 회사 생활 - 수정. +26 24.09.16 16,591 372 10쪽
» 긁? +18 24.09.15 17,486 396 11쪽
24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27 24.09.13 19,589 412 10쪽
23 왕주성 1열 직관. +13 24.09.12 20,290 459 11쪽
22 화가 난다. +12 24.09.11 21,050 484 13쪽
21 그릇이 너무 작아요. +10 24.09.10 21,578 467 13쪽
20 이 놈이나, 저 놈이나. +22 24.09.08 23,162 457 13쪽
19 오르는데요? +13 24.09.07 22,749 478 13쪽
18 한강물 따듯하냐? +9 24.09.06 23,345 478 11쪽
17 오랜만이야. +16 24.09.05 24,991 461 13쪽
16 번데기 앞에서 주름. +15 24.09.04 23,966 475 14쪽
15 파국이다. +18 24.09.03 23,650 50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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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둠스데이, 그거 오늘입니다. +13 24.09.01 23,896 459 12쪽
12 네가 거기서 왜 나와? +12 24.08.31 23,610 435 12쪽
11 조금만 참지 그랬어. +9 24.08.30 24,126 415 14쪽
10 다시는 도와주나 봐라! +14 24.08.28 24,833 409 12쪽
9 그렇게 용하다고? +13 24.08.27 24,560 411 9쪽
8 세상 진짜 좁다. +12 24.08.26 24,800 447 14쪽
7 사람이란 게 그래, 아무리 말해줘도 안 듣더라고. +13 24.08.25 24,797 431 15쪽
6 수 십억이라니, 백 억이다. +11 24.08.24 25,066 402 10쪽
5 이 집, 잘하네요. +9 24.08.23 26,168 430 13쪽
4 사부라 불러도 되요? 백 사부. +14 24.08.22 26,838 428 12쪽
3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10 24.08.21 27,567 418 11쪽
2 뜨거워요, 내 손이. +14 24.08.20 29,355 4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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