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피어난 달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새글

B도원
작품등록일 :
2024.08.20 03:13
최근연재일 :
2024.09.22 09: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5
추천수 :
0
글자수 :
24,032

작성
24.08.26 01:20
조회
16
추천
0
글자
9쪽

여러분의 아이돌, 수아입니다!

DUMMY

나는 달이 좋다, 단연코 좋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여러분 안녕? 여러분의 아이돌, 수아입니다!] 그녀는 나의···. 아니, 모두의 첫사랑이다.


···


“애미나이 참 곱다.”


나는 화면 속의 이 여자가 좋다.


그녀의 이름은 수아 버츄얼 크리에이터다.


나이도 실제 이름도 모른다.


대략 20대 정도라는 것과 다니던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방송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목소리가 참으로 명랑하고 예쁘다.


아마 저런 만화 같은 가면 뒤에도 엄청난 미녀가···. 똑똑


“소좌 동지. 들어가도 되겠습네까?”


태휘는 황급히 보던 영상을 끄고 책상을 빠르게 치우며 말했다.


“흠, 들어오라우.”


이내 천천히 나무로 된 문을 열며 군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조국을 위하여 복무합네다! 흐흐...한데 소좌 동지 항상 혼자서 뭘 그렇게 하시길래 답이 느리신 겁네까?”


태휘는 느리 적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를 쳐다봤다.


양필지, 자신과 같은 고향에서 자라 군까지 함께 온 태휘의 유일한 친구 중 하나다.


“소대장 동무 닥달질하는 거이가? 용건만 말하라우.”


“아이 뭘 그렇게까지···. 하하 그런 건 아닙네다. 소대원 중의 하나가 작업하다 손가락을 찧은 모양인데 죽갓습네다 죽갓습네다 기카면서 너들너들 하길래 의무대로 보냈습네다.”


“기래? 아새끼래 조심해서 할 것이지 쯧···.”


필지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태휘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여기서부터는 친구로 말하는 긴데... 그 소식 들었네? 옆 대대에 중좌 하나가 남조선 아새끼들이 보낸 삐라 주워서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필지는 손가락으로 목을 쓱 긋는 시늉을 하며 죽는 척 연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태휘는 순간 긴장감이 들었다.


“태휘야 너는 안 그런다는 거 알디만은 기런 거 함부로 주워 먹지 말라 제대로 탈 난다.”


“내가 너이가? 그런 걸 주워 먹갓어? 그건 그렇고 이번에 진급한다고 얘기가 들리던데 정말이네?”


그 말에 헤벌쭉해진 필지는 껄껄 웃고는 시계를 보더니 그만 가야겠다면서 방을 나갔다.


태휘는 그런 필지의 뒷모습에 축하 인사를 건네며 이윽고 몰려온 적막함과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후...이 짓도 못 해 먹겠구먼 기래도 이제 우리 수아씨를 마저...”


태휘가 다시 수아의 영상을 꺼내보려던 찰나 방문으로 필지가 아닌 다른 이가 들어왔다.


“장태휘 소좌 동무.”


태휘는 그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경례와 함께 말했다.


“대좌 동지! 인민을 위해...!”


“아 인사는 됐네, 기카면 좀 앉지. 할 얘기도 있고 말이야.”


태휘는 갑작스레 방문한 김승학 대좌에게 상석을 내어주며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옆 동네 소식은 들었네? 남조선의 간나새끼들이 뿌린 삐라를 좋다고 들고 가서는 제 오마니 속곳마냥 숨겨놨다가 걸렸다고 하더군. 참...이게 무슨 일인지.”


“맞습네다. 저도 좀 전에 들은 일이라서...”


“기랬구만, 여하튼 그것 때문에 당에서 난리가 났어. 당장 전방의 모든 병력들에게 정신교육을 시키라 명령이 내려올 정도니 말 다 한 게 아니갔어? 그리고 동무는 덕을 봤지! 하하하.”


태휘는 순간 얼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대좌는 태휘를 보며 말했다.


“동무는 곧 있으면 새로운 곳으로 발령을 받게 될 거야. 좋지 않네? 이런 황량하고 풀 내음만 가득한 전방보다는 뭐 이것저것 많은 도시가 낫지 않갔어? 이번에 당에서 정신교육만 똑바르게 시키라 기칸게 아니란 말이지. 전체적인 조사가 들어갈 예정이지비. 동무는 수사를 제일의 목표로 중국의 사업장으로 가서 인민들을 감시하고 이상한 것들을 들여오지는 않나 확인하러 가는 건데, 고조 정말이지 혁명적인 임무를 맡는 거 아니갔어? 하하하.”


태휘는 김승학 대좌의 말에 웃으면서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갑작스러운 발령이 났는지 왜 하필 태휘 자신이 그런 임무를 받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영광스러운 임무입네다. 그래서 더욱 왜 저인지...”


“무슨 말이네? 이번 임무는 당에서 직접 내려온 건데 동무가 그 이유를 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 않갔어? 의심하지 말라우.”


대좌의 기분이 나빠지는 듯 하자 태휘는 당황하며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며 슬쩍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정복을 입고 있는 태휘와 태휘의 아버지의 사진이 있었다.


대좌 또한 그 시선을 따라 사진 속 남자를 보았고 물음의 이유를 알았다는 듯 이내 표정이 풀리면서 다시 껄껄 웃기 시작했다.


“난 또 자꾸 묻는 게 장원겸 동지 때문이었네? 걱정하지 말라우 동무의 발령과 장 소장 동지는 전혀 상관없지비. 이미 알고 계시기도 하고.”


그렇습네까 하고 시선을 떨군 채 앉아있는 태휘를 빤히 쳐다보던 대좌는 출발이 일주일이라고 알리고는 어깨를 토닥인 뒤 방을 나갔다.


태휘는 왜 하필 자신인지 새로 발령받는 곳으로 간다면 가지고 있는 불법적인 물품들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이거 완전히 좆됐구만 기래...”



···


“하하하핰 이 새끼 완전 좆됐네~! 꼴 좋다 이 자식아~”


문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밥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스윙팝을 보고 있었다.


1년 전 2024년 겨울에 새로 런칭한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윙팝은 다른 플랫폼들을 제치고 국내 1위의 자리에 최단기간 내에 정착해 유명세를 얻었다.


그곳에서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팝스타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인기의 정도는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노래나 춤, 예체능에 관련된 방송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플랫폼 특징을 지니게 됐다.


그리고 문수는 자신이 평소 좋게 보지 않고 있던 팝스타 서아의 사과 영상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러길래 뒷광고를 왜 하고 그랬냐 이 친구야 헤헤헤. 사람이 말이야 어? 정직하게 살아야지 암암.”


문수는 불현듯 시간을 확인하자 곧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싫다 정말~으윽.”


문수는 기지개를 켜면서 먹고 난 그릇들을 싱크대에 대충 놓은 후 남은 반찬들을 냉장고에 넣으려고 문을 열었다.


“하...엄마도 참 이걸 언제 다 먹으라고 정말...”


냉장고 안에는 문수의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들로 가득했다.


대충 정리를 한 문수는 거실을 지나 안쪽의 방으로 들어가 천천히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았다.


“아아. 음음. 좋아...크흠...마이크 세팅은 끝났고? 동기화는...잘 됐네. 자~! 여러분 안녕? 여러분의 아이돌 수아입니다!”


그녀의 모니터에는 검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형의 여성 캐릭터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주문수. 아니, 스윙팝의 버츄얼 팝스타 수아다.


띵 띵 띵 그녀가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채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갔고, 시청자 수도 빠르게 올라갔다.


“여러분 주말은 잘 지내셨나요? 아 저요? 헤헷 뭐 늘 똑같이 집에만 있었죠~! 완전 집순이거든요.”


문수는 자연스럽게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방송을 이어 나갔다.


그녀에게 있어서 방송은 돈벌이 수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회와의 연결 고리가 되기도 했기에

문수는 늘 귀찮아하면서도 내심 이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여러분 오늘은 제가 약속했던 대로 1부는 노래 방송을 하다가 2부에 벌칙으로 하려던 공포게임 방송을 할 건데, 세팅을 좀 해야 하거든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히히.”


그렇게 그녀는 컴퓨터 세팅을 마저 하고 있었는데 음성 후원 하나가 터졌다.


-수아님 수아님이 루아님이라는 찌라시 있던데 진짠가요?


정신없이 세팅을 하던 그녀에게 그 후원은 무시할 수 없는 말이었다.


루아라면 작년 겨울 자신이 방송을 시작할 때쯤에 잠적했던 가수였다.

문수 자신도 그녀의 노래를 자주 들었기에 자세하게는 몰라도 아예 모르지는 않았다.


“흐음? 제가 루아님이 아니냐고요? 글쎄요 저는 그분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함부로 비교되고 싶지는 않아서...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문수는 뭐 이런 걸 궁금해하는 거지 하면서도 혹시 모를 구설수는 잘 피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대처에 홀로 뿌듯해했다.


-노 코멘트면 여지는 남긴 거 아니야?

-수아가 루아라고? 말이 되나ㅋㅋㅋㅋ 잠수타다가 이제 와서 버츄얼로?ㅋㅋㅋㅋ

-위에 챗이 맞음 이미 저작권료만 해도 충분할 텐데 굳이ㅋㅋㅋㅋㅋ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 아님? 만약 둘이 동일 인물이면 팬들 어마무시하게 날아올듯ㄷㄷ

-만약 수아가 진짜 YK의 루아면 완전 난리 날 듯...;;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자신의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이 되어 돌아올지...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물속에 피어난 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입니다.> 24.09.12 1 0 -
5 얼어붙은 못 (4) NEW 6시간 전 0 0 12쪽
4 얼어붙은 못 (3) 24.09.15 1 0 12쪽
3 얼어붙은 못 (2) 24.09.08 6 0 11쪽
2 얼어붙은 못 (1) 24.08.31 12 0 9쪽
» 여러분의 아이돌, 수아입니다! 24.08.26 17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